정부의 은행에 대한 상생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가계 대출 축소와 서민 대출 확대 사이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은 3일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등 실질 금액 기준 연 2050억원 규모로 상생 금융을 집행한다. 같은 날 하나은행은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은행권의 상생 조치는 정부의 강도 높은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회의실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한다”라며 “필요시 경영진 면담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형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고 강하게 밀어붙여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언에 은행권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로 대출 비중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소상공인 대출을 늘려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행된 정책 지원이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조달 비용 부담과 차주 부실화 위험이 적지 않다”며 “예대 마진은 저금리든 고금리든 일정한데 오히려 고금리일 때 가산금리를 낮출 때가 많고 저금리 때보다 대출 수요도 줄어 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을 늘리고 줄이는 권한은 실상 정부에 있다”며 “지금은 서민 대출 증가보단 은행 건전성 강화를 주문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