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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Watch] 중국이 금리를 올리지 못 하는 이유 3가지

  • 기사입력 2022.11.21 08:00
  • 최종수정 2022.11.22 11:16
  • 기자명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전세계의 인플레이션 여파로 대부분 국가가 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튀르키예(구 터키)와 함께 금리를 내리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나 홀로 금리를 내리는 중국의 속 사정을 짚어 본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22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7개월 만에 3.70%에서 3.65%로 0.05%p 인하했다. 5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도 7월 이후 석 달 만에 4.45%에서 4.30%로 0.15%p 내렸다. 대출 우대금리는 18개 시중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로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는 신규 대출과 미지급 대출, 5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인다.

중국 정부는 지금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컸던 2019년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당시 인플레이션율은 2019년 초 1%대 후반에서 같은 해 말 5%대로 수직 상승했다. 2019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6.6%, 소비는 8%, 부동산은 9.9% 상승해 내수가 호황 국면이었다. 당시 수출은 0.5% 증가에 그쳤다. 

◇ 이유➊  내수 침체와 젊은 층 실업률 증가

중국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침체 일로에 있는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경제 강국 중에서 금리를 내리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중국 정부는 가능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 3월 양회에서 설정한 연간 ‘5.5% 내외’의 성장 목표치를 아직 수정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급격히 악화한 내수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무려 23%나 증가한 소매판매는 올 상반기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0.7%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 봉쇄가 이어졌고,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은 산업 생산 증가율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8월 산업 생산 증가율이 7월 3.8%(전년 동월비)에서 4.2%로 증가했지만 제조업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9월에도 기준선 50을 밑돌며 위축 국면에 놓여있다.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금년 상반기 도시지역 신규취업자 수는 65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98만명)에 비해 6.3%(44만명)감소했다. 특히 대학 졸업생 등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6~24세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10월 14.2%에서 금년 6월 19.3%까지 치솟았다. 

중국 정부가 내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현 시진핑 주석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2010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정한 경제 발전 방식 때문이다. 경제 발전 방식을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로, 도시화를 통한 지역계층의 소득 격차 완화로 전환했다. 당시 정해진 이 정책은 현재까지도 중국 정부의 핵심 경제사회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2.5%다.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향후 3~4분기 평균 7%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주요 경제 예측 기관들은 올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4%대 중반에서 3%대 초반까지 낮추어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높아만 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성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8월 2.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치 정도다. 그러나, 생산자 물가지수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식품·에너지 가격도 크게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은 2022년 2월(물가 상승률 0.9%) 이후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유➋ 침체된 부동산 시장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금리 인하를 통해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중국의 부동산시장 동향은 중국 경제 전체 흐름을 좌우한다. 도시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부의 2/3 이상이 부동산과 연계되어 있으며, 부동산은 중국 전체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9월 제2위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의 도산 이후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과 함께 건설개발 업체들에게 ‘3가지 레드라인(three red lines)’을 제시했다. 이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 한도 70% △자기자본 대비 순 부채 한도 100% △단기차입금 대비 현금비율 1배 이상을 내용으로 한다. 이후 중국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은 조정 국면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 금리 인상 추세와 맞물려 부동산시장이 너무 과도하게 침체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극심한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다 말면서 분양 대금을 미리 낸 수분양자들의 모기지 상환 거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현재 모기지 상환 거부 현장은 119개 도시 342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는 금리 인하와 더불어, 부실기업이 건설 중인 프로젝트의 인수합병 지원 등 수분양자 보호와 신용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을 추진을 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기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초기 규모는 800억 위안(약 16조원)으로 중국 건설은행과 인민은행이 지원한다. 최대 3000억 위안(약 60조원)까지 조달할 것이라 한다. 아직 구체적 실적은 없다.

◇이유➌  위축된 자금 시장 

중국의 첫 회사채 디폴트는 2014년 발생했다. 이후 회사채 디폴트는 민영기업 위주로 잇따랐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국유기업 비중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칭화유니그룹, 화천자동차, 융청석탄, 허난에너지, 하이난 항공 등의 대형 국유기업 회사채 디폴트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 개발 업체 중심으로 유동성 가뭄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부동산 대출의 29.1%가 부실 대출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말의 24.3% 보다 4.8%p 상승한 것이다. 지난 4월18일에는 허난성과 안훼이성의 6개 촌진은행에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온라인 인출과 이체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약 40만명 고객의 예금(약 400억 위안으로 추정) 인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중소 지방은행의 뱅크런 확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는 ‘그림자 금융’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 중국 국무원은 그림자 금융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정책당국의 관리감독이 여의치 않은 금융’으로 정의하고 있다. 통계 집계가 가능한 협의의 그림자 금융 잔액은 2022년 3월 말 기준 18.2조 위안이다. 그러나 무디스 발표에 따르면 광의의 그림자 금융 잔액은 2021년 3월 말 기준 58.7조 위안으로, 협의의 그림자 금융의 3배에 달한다. 이는 2021년 중국 명목 GDP의 51.3% 수준이다. 

그림자 금융은 위탁대출, 자금신탁, 은행인수어음, 자산관리 상품, 소액대출회사의 여신, P2P 대출 형태로 이루어진다. 상당 부분이 고수익 보장을 조건으로 판매되고 있어 리스크가 축소, 은폐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초자산, 투자규모, 거래구조 등에 관한 공시도 불완전하다. 대출심사와 리스크 관리체계도 허술해 충당금 적립에 대한 관리가 쉽지 않다. 고수익을 담보로 판매된 상품은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키워드는 내수 회복과 젊은 층 구직난 해소, 그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이 셋 중 어느 것 하나도 해결하기 힘들다. 

※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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