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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팔로어’ 를 넘어 ‘퍼스트 무버’로 4차 산업혁명시대 선도기업 도약한다

네이버의 혁신 전략

  • 기사입력 2017.08.15 10:26
  • 최종수정 2018.09.04 17:37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수많은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과연 네이버가 보여줄 새로운 전략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그동안 네이버가 선보인 굵직한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네이버의 미래전략과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보자.
 

사진=네이버

주변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네이버(Naver)의 어원을 알고 계십니까?” 돌아온 대답은 꽤 흥미로웠다. 질문을 받은 지인 7명 모두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웃(Neighbor)처럼 항상 함께하는 서비스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아닌가요?”

이웃을 상징하는 영어 단어 발음이 ‘네이버’이기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네이버는 ‘배를 움직이다’, ‘항해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동사 ‘네비게이트(Navigate)’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er’이 붙어 탄생한 이름이다. 정리하면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는 사람’이란 의미가 된다.

IT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네이버의 창업 스토리는 대략 들어봤을 것이다. 삼성SDS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네이버는 독립 회사로 분리된 후, 온라인 게임포털 한게임과 합병해 NHN으로 재탄생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 두 거목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첫 만남도 이때 이뤄졌다. 김범수 의장이 바로 한게임의 창업자이기 때문이다.

이후 NHN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포털 검색 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물론 그 동안 회사 차원의 급격한 구조적 변화도 여러 번 진행됐다. NHN의 탄생의 한 축인 한게임은 ‘NHN엔터테인먼트’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수많은 계열사도 탄생했다.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새 식구를 맞기도 했고, 몇몇은 ‘사업 경쟁력 강화’ 명목으로 사내 사업 본부에서 별도 계열분리 되기도 했다. 모바일 플랫폼 및 콘텐츠 시장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여전히 굳건한 네이버의 영향력이다. 그동안 네이버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국내외 플랫폼의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네이버를 넘어서지 못했다. 야후는 이미 짐을 쌌고, 구글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카카오라는 경쟁자의 등장은 네이버를 다소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양 사의 경쟁이 격화되지는 않았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과 그 기반 시장에서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일찌감치 모바일 플랫폼 시장만큼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양사가 선정한 주력 시장이 달랐기 때문에 주도권 싸움이 그리 치열하게 전개되지는 않았다.

네이버의 성장 비결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고 있다. 이해진 의장의 혜안,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능력, 창의성을 유발하는 네이버의 조직문화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네이버 커넥트 2017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 행사장 모습. 사진=네이버

멀고 험난하지만 새 길을 뚫는 뚝심

네이버는 적어도 국내 IT시장에선 소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네이버 검색창에 축구 선수 박지성을 검색하면 우리는 박지성과 관련된 뉴스, 이미지, 웹사이트, 웹문서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잠시 시계 바늘을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만약 20년 전 사이트에서 박지성을 검색했다면, 우리는 그저 박지성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웹사이트의 목록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 검색어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소위 ‘통합검색’이라고 한다. 이 같은 통합검색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곳이 바로 네이버였다. 2017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서비스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이다. 설사 네이버가 통합검색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았다 해도 언젠가는 나올 서비스 혹은 기술이었는지 모른다. 기업은 언제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없던 사용자 니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을 우리는 ‘혁신’과 ‘창의’라고 부른다. 네이버의 역사 속에서도 바로 이런 혁신과 창의를 상징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 것이 있다. 바로 ‘지식인 서비스’다.

학계에선 당시 ‘집단지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계 혹은 학계의 전문가 1인보다 머리를 맞댄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집단지성의 예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위키백과(Wikipedia)’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집단지성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위키백과가 막 탄생했던 때, 우리나라에도 자체적으로 탄생한 일종의 집단지성 플랫폼이 있었다. 바로 네이버의 ‘지식인’이었다.

지식인은 일반 사용자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을 올리면, 수많은 네티즌들이 답을 달아주는 서비스다. 2002년 시작된 지식인 서비스는 10년 만인 지난 2012년 누적 질문 개수 1억 건을 돌파하는 등 각종 기록을 써내려갔다. 이후 네이버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일종의 ‘전문가 Q&A’ 세션을 별도로 만들었다.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끔 만든 서비스였다.

주목할 점은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와 위키백과 한국 서비스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는 점이다. 당시 전 세계에서 ‘집단지성’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위키백과의 한국 서비스는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언론에서도 위키백과 한국 서비스에 누적될 집단지성의 힘을 주목하며 이 서비스가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위키백과 한국어 서비스는 네이버 지식인과의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위키백과의 창시자인 지미 웨일스도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가 집단지성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위키백과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며 한국시장에서의 부진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플랫폼의 아성을 무너뜨린 네이버 지식인의 차별성은 무엇이었을까? 윤상원 한양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말한다. “네이버는 근본적으로 위키백과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성향입니다. 위키백과는 마치 ‘학자들이 모인 토론의 장’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애초에 위키백과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표방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위키백과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공익적인 정보에 활용되는 것에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했죠. 심리적, 지적인 만족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네이버 지식인은 달랐어요. 일종의 놀이터 같은 개념이었죠. 질문과 대답을 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 겁니다. ‘내공’이라는 이름의 리워드 시스템 적용도 이 같은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지식인으로 시작된 네이버의 혁신전략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네이버의 수많은 혁신전략이 국내 인터넷 포털과 이와 연계된 시장에서 일종의 ‘규범’으로 자리잡았다는 부분이다. 사실 네이버가 뜨기 전까지 동종 시장의 표준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로 점유율을 높여온 다음(Daum)이었다. 다음이 선보이는 서비스 모델은 후발주자들의 시장 안착과 성공을 담보하는 정답으로 여겨졌다.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웹메일과 커뮤니티 서비스, 배너광고에 집중한 것도 다음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전략적으로 다음과 다른 스탠스를 취했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한다’는 사명의 의미처럼, 검색 서비스 고도화와 지식검색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검색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리고 인터넷 포털 시장의 정의를 새롭게 쓰겠다는 네이버의 전략적 선택은 적중했다. 검색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선점하며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막강한 지위를 누리게 됐다. 윤상원 교수는 말한다. “네이버는 꽤 영리한 회사임에 분명합니다. 시장 1등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기존 전쟁에 뛰어드는 대신, 좀 멀고 험난하지만 새로운 길을 뚫어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네이버의 전략은 구글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수많은 인터넷 포털 서비스가 초기 사업전략으로 ‘외연 확장’에 나설 때, 구글은 오롯이 검색 기능 강화에 집중했었거든요. 그렇게 강화된 독보적인 검색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금은 전세계 IT시장을 주무르는 혁신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발걸음에서 구글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말하곤 하죠.”
 

네이버가 지난 2013년 국내 인터넷기업 최초로 오픈한 데이터센터 ‘각(閣)’ 전경. 사진=네이버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서버실의 내부 모습. 사진=네이버

한국의 구글을 꿈꾸다

전문가들이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하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난 4~5년간 구글의 행보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였던 구글이 어느 순간부터 하드웨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공급에서 한 발 더 나가 스마트 디바이스인 ‘넥서스’ 시리즈를 직접 선보였다. 이어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기기인 ‘넥서스Q’와 안드로이드 기반 TV셋톱박스인 ‘넥서스 플레이어’를 선보였다. 사실 넥서스의 성공과 실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구글이 ‘하드웨어 제품’을 선보였다는 것, 그 자체였다. IT업계에선 하드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구글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어떤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했는지, 어떤 기업을 새롭게 인수했는지 등을 기반으로 향후 전략을 예측하는 데 집중했다.

네이버 역시 구글의 혁신과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서 하드웨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구글과 유사하다. 방대한 검색 데이터에 하드웨어 플랫폼을 더해 사용자 개개인 대상의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현재 네이버가 선보인 미래 혁신 전략의 핵심이다. 이러한 혁신 기술은 이동통신, 전자, 자동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기 때문에 IT기업인 네이버가 보여줄 결과물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수일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연구원은 말한다. “네이버는 이번에도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요. 카카오가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O2O 사업자’로 위상 강화에 나섰다면, 네이버는 거기에 맞불을 놓기보단 전혀 다른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가 네이버가 만든 전쟁터에 참전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만요. 여하튼 지금까지의 행보를 종합해보면 네이버의 미래 전략은 명확합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합해 사용자의 성향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에 부합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거죠. 이동통신사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무인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세부적인 결과물은 다르겠지만요.”

네이버 관계자들의 말에서도 이 같은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사용자가 굳이 검색, 혹은 지시나 명령을 하지 않아도, 미리 그들이 원할 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네이버 하드웨어 전략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말한다. “예를 들어 볼까요? 몇 명의 사람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죠. 이 상황에서 네이버 서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스마트폰 내 모바일 앱, 모바일 페이지에서만 구동되는 네이버는 차량 탑승자에게 어떤 서비스도 먼저 제공할 수 없어요. 그저 검색하는 대로, 클릭하는 대로 그에 맞는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할 뿐이죠. 그런데 만약 네이버 플랫폼이 자동차에 내장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현재 몇 명이 타고 있는지,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탑승자의 평소 검색 성향은 어떠한지 같은 정보를 알고 있다면? 아마 차에 타는 순간부터 탑승자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예상 목적지를 검색해 내비게이션에 노출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저희가 하드웨어에 투자하려고 하는 이유에요. 하드웨어를 알지 못하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니까요.”

지난 2015년 선보인 네이버의 ‘프로젝트 블루’는 이러한 미래 전략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만남을 기치로 시작된 ‘프로젝트 블루’의 첫 결과물인 자율주행차가 최근 세상에 공개됐다. 그동안 현대차 등 완성차 제조사나 서울대, 카이스트 같은 대학 연구기관에서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적은 있었다. 하지만 IT업체 중에서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최근 국토부의 임시 운행 허가를 받고 시범 운행에 돌입했다. 실제 주행환경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인공지능 비서 같은 부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IT업체가 만드는 자율주행차는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어차피 네이버가 자동차 생산업체는 아닌 만큼, 차량을 직접 판매할 가능성은 없다. 네이버가 개발 중인 건 ‘자율주행차’가 아닌 ‘자율주행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구글과 우버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구글과 우버는 자율주행차량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련의 사례로 고려할 때 네이버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계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네이버가 차량공유 서비스 그린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선보인 국내 IT업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사진=네이버

금융기업과 손잡고 4차 산업혁명 대비?

“과연 이번 이슈도 네이버의 미래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요?”

지난 6월 IT공룡 네이버와 거대금융사 미래에셋대우(이하 미래에셋)의 자사주 교환 이슈를 접한 IT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양 사의 자사주 교환에 대해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네이버라는 회사를 잘 아는 일부 전문가들은 ‘무언가 숨겨진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우선 당시 이슈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 보자. 양 사는 각각 5,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상호 교환했다. 결정의 이유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한 전략적 선택’, ‘글로벌 시장 선점’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단 미래에셋 측의 입장과 내막은 논외로 하자. 과연 네이버는 왜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과 손잡은 이유에 대해 ‘금융시장 진출’을 첫손에 꼽았다. 이미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한 만큼, 네이버도 자연스레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이 글로벌IB를 꿈꾸는 거대 금융사라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네이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네이버는 카카오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무슨 뜻일까. 오랜 기간 네이버에 몸담았던 업계 관계자 A씨는 말한다. “생각해보세요. 그동안 금융업계에서 네이버에게 함께 일하자며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다수 금융사들이 한번 쯤 네이버의 금융서비스 진출을 타진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네이버는 ‘금융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유는 명확해요. 창업 이후 지금까지 네이버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를 지향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경쟁사가 진출했거나 선점한 시장에는 굳이 무리해서 진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네이버가 이제 와서 미래에셋과 손잡고 금융사업을 시작한다? 저는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선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이 전 의장은 지난 3월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에게 남은 직함은 현재 ‘창업자’ 뿐이다. 경영 일선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수천억 원 규모의 거래에 이전 의장이 관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 전 의장은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이유에 대해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란 말을 했다. 알다시피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사 중 가장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 까닭에 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해외시장에서 우선적으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과물이 무엇일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떠돌고 있다. 분명한 건 양 사가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디지털 금융’의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 B씨는 말한다. “지난 이야기지만 미래에셋도 한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여를 유력하게 검토했었습니다. 결론적으론 참여하지 않았죠. 지금도 그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협력은 아마도 이전과 전혀 다른 금융서비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네이버 연구의 산실인 네이버랩스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인공지능(AI)과 로봇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미래에셋의 금융데이터가 결합해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적어도 양 사의 협력에 따른 결과물이 이전에 볼 수 있었던 무언가는 결코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은 IT업계와 금융업계에서 가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관심이 큰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해왔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땐,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의 출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30여 년 간 네이버가 보여준 혁신은 IT업계를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였던 네이버는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야 할 큰형님의 노릇을 해야 한다. 과연 네이버는 어떠한 새로운 혁신으로 미래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까? 향후 네이버가 보여줄 ‘이전에 없던’ 혁신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 새 밀레니엄이 포문을 연 포털 서비스 시장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으로 전 세계가 들떠 있었던 지난 1999년 무렵, 국내에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을 연결하는 관문, 이른바 ‘포털’을 표방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독보적인 1등은 미국계 서비스인 ‘야후(Yahoo)’ 였다. 당시 야후의 인기는 엄청났다. 야후의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의 방한 소식이 9시 뉴스 오프닝을 장식할 정도였다. 그 뒤를 쫓은 곳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현 카카오)였다. TV 광고 속 ‘검은 개’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라이코스 역시 다크호스로 불렸다.

글로벌 서비스의 강세 속에서 국내 토종 서비스들은 알음알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국내 시장에 걸맞은 특색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노력을 이어갔다. 일부 토종 서비스 업체들은 일종의 연합플랫폼을 만들어 글로벌 서비스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후의 아성을 넘기는 힘들어 보였다. 더구나 글로벌시장에서 센세이셔널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던 구글의 한국 진출도 가시화되어 있던 시점이었다. 다른 국가가 그랬듯, 인터넷 시장 역시 글로벌 플랫폼 천하가 될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엄청난 반전이 이뤄졌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야후의 아성은 이미 붕괴된지 오래다. 그리고 1등을 차지한 주인공은 토종 서비스 ‘네이버’였다. 네이버가 수년간 부동의 시장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혁신’이다.

기존 서비스들이 점유율 확장에 사활을 걸 때, 네이버는 1999년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던 ‘개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술 고도화 역시 네이버의 차별화된 행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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