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4분의 1인치 '로고’

2017-10-16     Rob Walker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 로고에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로고는 단순한 시각적 상징을 넘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람들이 터치하는 새 아이콘이 되었다. 로고를 경솔하게 바꾸려다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기업들이 큰 화를 입기도 했다.

 

이미지=US 포춘



우버가 1909년 설립된 회사라고 가정해보자(디지털 시대 대표 기업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았다). 그 때의 사업 모델은 스마트폰 앱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당시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효율적으로 돕는 서비스였다면, 우버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역주: 시각적 정체성 , 즉 로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회사 이름을 좀 더 화려하게 장식했을 수도 있다: 가령 ‘우버 퍼스널 컨베이언스 컨선 Uber Personal Conveyance Concern’이라는 회사명을 코카콜라 로고 글씨체처럼 로코코 스타일로 새겼을 지도 모른다. 혹은 본사 건물을 아주 세세한 석판화 느낌으로 그려 넣어 회사의 업계 영향력을 나타냈을 지도 모른다.

우버는 실제론 2009년 창업한 회사다. 당시에는 이미 로고와 여타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 요소들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해 있었다. 더욱 주목할만한 점은, 이 같은 생각이 2009년 이후 또 다시 엄청나게 변했다는 사실이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연지 이미 2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로고는 단순한 회사명이나 아이콘이 아니다. 회사의 서한 용지나 게시판, 기타 홍보 장소에 쓰이는 시각적 서명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 주머니나 가방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스크린을 좌우로 넘겨보라. 당신은 이런 행동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하고 있다. 어딜 가든 수십 개의 브랜드 아이콘을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유명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 Pentagram의 파트너 마이클 비에루트 Michael Bierut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이런 브랜드의 상징물들과 전례 없는 방식으로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스냅챗, 우버 같은 기업들을 설명하며 “고객은 단순히 브랜드를 넘어 브랜드를 대변하는 상징 로고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디지털 중심 기업들을 초월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날로그일지라도, 고객을 상대하는 사업들은 거의 모두 고객과의 소통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부분적으론 앱 버튼이나 트위터 아바타 같은 것도 소통 환경에 해당된다. 바로 이것이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다(디자이너와 고객사들은 로고를 포함해 더 큰 범위의 시각적, 언어적 기표를 ‘비주얼 아이덴티티’라고 정의한다).

 


디지털 시대는 동시에 아이덴티티의 체계를 더욱 변덕스럽게 만들었다. 기업들의 잦은 시각적 스타일 업데이트나 전면적인 브랜드 새 단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은 기성 디자이너 세대들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금까진 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돼 오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현대 기업들에게 로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역주: 텔레비전, 사진, 그래픽 디자인 따위의 시각적 수단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일 은 라스코 Lascaux의 동굴 벽화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귀족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나 십자군의 빨간 십자가처럼 단체를 나타내는 기호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상업 시대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드넓은 장터에서 고유의 마크를 보고 특정 제조업자의 제품을 구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본 아이디어는 석판화 기술에서 컬러 인쇄술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의 영향을 받아 산업화 시대 동안 변화를 가속시켜왔다. 최초의 상업 로고로 평가 받는 배스 에일 Bass Ale 맥주의 빨간 삼각형은 1870년대 상표가 등록됐다(이 로고는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의 1882년 작품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A Bar at the Folies-Bergere)’에 등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들어 실용적인 측면에 가까웠던 등록상표(trademark) 개념이 ‘기업 정체성(corporate identityoCI)’이라는 좀 더 추상적인 아이디어로 변모했다. 로고 및 기업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의 다른 측면들이 브랜드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쪽으로 포지셔닝 된 것이었다. 이에 일조한 것이 한층 전문화된 디자인 업계였다(이들은 현대적인 심미성과 산업에 준하는 엄격성을 수용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콘이 된 놀랄 만큼 많은 로고들이이 시기에 탄생했다. 그 중 대다수가 일부 기업과 개인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레이먼드 로위 Raymond Loewy는 혁신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그는 스튜드베이커 Studebaker 자동차, 시어즈 로벅 앤드 코 콜드스폿 Sears Roebuck and Co. Coldspot 냉장고, 그레이하운드 Greyhound 버스 같은 많은 작품들을 디자인했다). 그는 “외관이 좋아야 잘 팔린다”는 말로 고객들을 설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자인과 스타일에 투자하면 결국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이 믿음은 러키 스트라이크 Lucky Strike 담뱃갑 포장의 그래픽 작업부터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Air Force One, 셸 Shell, 엑손 Exxon, 미국 체신부의 로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 솔 배스 Saul Bass(영화 포스터와 타이틀 시퀀스 *역주: 제목이 나오는 동영상 부분 작업으로도 유명하다)는 벨 텔레폰 Bell Telephone과 걸 스카우트 Girl Scouts, 미놀타 Minolta 카메라, 유나이티드 항공 등 오랫동안 사용된 로고를 디자인했다. 디자인 회사 처마예프 앤드 게이즈마 Chermayeff & Geismar는 모빌과 NBC, PBS, 체이스 같은 기업들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오랫동안 맡아왔다. 아마도 기업 비주얼 디자인 황금기의 정점을 찍은 인물은 폴 랜드 Paul Rand일 것이다. 그는 IBM, UPS, 웨스팅하우스, 예일대학교 등 수많은 로고를 디자인했다

 

(왼쪽부터) 모빌,NBC, PBS, 체이스 로고. 

 

디자이너 제리 코이퍼 Jerry Kuyper는 이 중 많은 로고들은 지금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초 배스와 함께 AT&T의 벨 모양 로고를 대체한 글로벌 로고를 디자인한 바 있다. 그 후에는 시스코와 시그나 Cigna 등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을 맡아왔다. 바로 이 시기에 ’눈에 띄고, 기억에 남고, 유연하고, 단순해야 한다‘는 로고에 대한 철학이 완성됐다. 코이퍼는 “당시 로고들에는 그러데이션 gradation *역주: 색을 단계적으로 점점 엷게 하거나 점점 진하게 하는 미술 기법 이나 가는 선 등이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 마커로 쓱쓱 그린 것처럼 생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1차 스케치 정도는 마커로 그리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로고에 많은 종류의 색깔이나 기울임, 복잡한 디테일 사용 등을 피하는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다. 전화번호부나 신문의 안내 광고, 혹은 팩스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저해상도의 흑백 인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로고 법칙들은 현재는 중요하지 않다. 위치토에 위치한 가드너 디자인 Gardner Design의 사장 빌 가드너 Bill Gardner 는 디지털 기반에선 다양한 색상의 그러데이션이나 복잡한 그래픽 효과를 문제없이 만들고 재구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는 CI와 연관된 크고 작은 변화와 트렌드를 집요하게 다뤄 온 로고라운지닷컴 Logolounge.com 이라는 인기 웹사이트를 15년 동안 운영해왔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아이콘에 들어가 있는 그러데이션도 휴대폰 화면에서 잘 보이는 색상이다.

이는 기술 변화가 CI 디자인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다. 디자이너들은 20여년 전에도 컴퓨터를 이용해 손쉽게 로고에 그림자와 하이라이트 효과를 넣고, 입체감을 불어넣었을 수 있었다. 당시 랜드가 만든 1차원 UPS 로고도 3차원 광채가 더해져 다시 태어났다. 프린트 기반의 채색 공정(외부 빛에 반응한다)에서 스크린 기반 채색 공정(후면에서 빛을 쏴 더 강한 색감을 만들어낸다)으로 채색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투명도나 기울임 같은 효과도 줄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대 초 엠에스엔닷컴 MSN.com이 복잡한 색으로 이뤄진 다중 레이어 위에 나비가 그려진 로고를 선보였을 때, 많은 디자이너들은 “인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가드너는 “그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쇄할 생각이 전혀 없다. MSN은 완전 디지털 서비스다’라는 대답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UPS 로고. 


‘처마예프 앤드 게이즈마 앤드 하비브 Chermayeff & Geismar & Haviv’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디자인 업체의 파트너 새기 하비브 Sagi Haviv에 따르면, 회사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펜이나 연필을 이용해 종이에 흑백으로 1차 스케치를 하고 있다. 그는 파트너들이 새 사업을 시작한 후 여러 변화가 나타났지만, 특히 ’심플함‘과 같은 특정 원칙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세기 중반 생산 공정의 제약 아래 탄생했던 로고들 중 다수가 “예상과는 달리 디지털 미디어나 앱에서도 여전히 잘 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첫번째 붐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특정한 예술적 기교의 혼합이나 기업 스타일의 정교함 등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뚜렷한 선을 이용한 랜드의 IBM 디자인처럼) ‘이름 그대로’를 로고로 쓰든, 아니면 (처마예프 앤드 게이즈마의 추상적인 8각형 도형처럼) 상징 기호를 사용하든, 디자이너는 그 기호가 어떻게 쓰일지를 아주 세세하고 정교하게 묘사하는 두꺼운 ‘기준 매뉴얼’을 만들었다. 예컨대 IBM의 한 매뉴얼에는 사내 서한 봉투에 로고를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까지 파이카 *역주: 행의 폭으로 활자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1파이카는 12포인트 단위로 명시돼 있었다. 카네기 멜런 예술 대학(School of Design at Carnegie MellonUniversity) 교수 댄 보야스키 Dan Boyarski는 “그 때는 정말 그랬다”며 “로고와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관련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르곤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좌) IBM, (우) 미 환경보호청 로고. 


이 매뉴얼들은 당시엔 특히 중요했을 것이다. 새 로고를 선보이면, 수 천대의 트럭이나 항공기 등 운송 수단의 도색을 새롭게 하거나, 전국에 있는 주유소 신호판까지 모두 교체해야 했다. 이런 기준이 지금도 계속 적용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젠 이런 체계가 계속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좀 더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이런 매뉴얼들은 이젠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다.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는 지난 1977년 처마예프 앤드 게이즈마가 제작한 미 환경보호청의 244 페이지 짜리 비주얼 기준 가이드를 재인쇄하기 위해 최근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매뉴얼들은 효과를 계량화하기 어려웠던 당시 업계의 상황 때문에 나온 부작용이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디자인 회사들은 고객사들에겐 생소했던 디자인 시장 초기단계에 전문성을 제공함으로써, 주술사에 가까운 해결사 대우를 받았다(IBM 사장 토머스 이 왓슨 주니어 Thomas J. Watson Jr.가 1973년 연설에서 했던 “디자인이 좋아야 사업이 성공한다”는 말은 디자이너들이 요즘도 사용하기 좋아하는 인용구이다). 특히 랜드는 의사가 진단을 한 후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처럼, 단 한가지 디자인 솔루션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1980년 대 한 고객이 랜드에게 ‘여러 옵션을 줄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안 된다. 나는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당신은 내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여러 종류의 디자인을 원한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랜드는 그 작업을 맡았고, PC 신생기업 넥스트 Next의 로고를 디자인 하는 대가로 10만 달러를 받았다. 당시 고객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이 비용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만해도 그런 대우를 받는 디자이너는 소수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 통용되던 시절이었다. 이와는 대조되는 사례로, 요즘 가장 잘나가는 IT기업 중 하나인 스냅챗 Snapchat의 로고를 살펴보자. 스냅챗 창업자는 스스로 유령 모양의 로고를 그렸다. 앱스토어를 훑어보다가 노란 색을 사용하는 기업이 많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노란색을 배경으로 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좌) 넥스트, (우) 스우시 로고. 


이런 엄격하고 처방적인 로고 디자인 체계를 무너뜨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다른 종류의 로고 체계를 확립한 브랜드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나이키다. 그 유명한 ‘스우시 Swoosh’ 로고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데비 밀먼 Debbie Millman은 나이키의 창립자 필 나이트 Phil Knight가 이 로고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다고 말했다. 밀먼은 스쿨 오브 디자인 아트 School Visual Arts‘ Masters의 브랜딩 대학원장으로, ‘디자인이 중요하다(Design Matters)’라는 팟캐스트의 진행을 맡고 있다.밀먼은 “어떤 ‘마크(mark)’를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 동안 광고와 프로모션에 쏟아 부은 수백만 달러의 ‘창의적 화력’이 없었다면, 스우시Swoosh 마크는 그다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밀먼은 마케팅을 통해

나이키가 상업 로고의 성배를 손에 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고에 회사명을 병기하지 않아도, 로고 그 자체가 브랜드로 인식되고 의미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작업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디자인 현대주의자들의 믿음은 더욱 강해지고 발전했다: 아이콘 혹은 어떤 형태의 로고든 연관성이 있어야 의미를 지닌

다는 것이다. 처마예프 & 게이즈마 & 하비브의 하비브는 “체이스 회장은 1950년대 중반에 디자인 된 추상적인 파란색 8각형 로고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장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야?’라고 반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체이스 회장은 6개월 후 체이스의 8각형 로고를 커프링크스 *역주: 드레스 셔츠의 소맷부리에 쓰이는 장식 단추의 총칭로 달 정도로 애정을 갖게 됐다.

하비브는 “로고는 체이스 은행의 상징이 됐고, 회장은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고는 연관성을 갖기 전까진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로고를 몇 가지 물으면 나이키, 애플, 페덱스, 아마존 처럼 그들이 자주 이용하거나 존중하는 기업들의 이름을 댈 것이다. 하비브는 “유명 디자이너가 만들어 멋지긴 하지만, 엔론 Enron 의 로고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엔론 로고도 폴 랜드가 디자인했다).

 

(좌) 엔론, (우) 페이스북 로고.


초기 웹 시대를 거쳐온 디지털 문화는 여러 문제와 기회를 동시에 낳았다. 차별화된 CI를 창조하는 것, 심지어(혹은 특히) 순수하게 추상적인 기호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랬다. 한편으론 회사 이름을 포함한 글자로 로고를 만들어 소비자가 쉽게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길거나 복잡한 로고를 만들면 소비자들이 인식하기가 어렵다. 8분의 3인치 사각형 안에 앱이나 소셜 미디어 아바타 형태를 집어넣으면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조차 없을 것이다. 일부 문제는 글자의 한 요소를 따서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 ‘Facebook’에서 소문자 f를 떼어내 파란 배경을 추가해 만든 로고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휴대폰을 잘 들여다보면, 여러 기호 중 많은 것들이 추상적이란 걸 알 수 있다. 펜타그램의 비에루트 Bierut는 “이 모든 것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새 알파벳을 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수십 년까진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에겐 그 효과가 매우 크다. 가장 최근의 스타벅스 로고 업데이트는 2011년 단행됐다. 로고에 있던 글자를 모두 지우고, 오랫동안 사용돼 온 인어 그림을 좀 더 멋지게 다듬었다. 이 로고 개편은 이론적으로 (소비자들이 서양 문자를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든 로고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로고가 주는 연관성도 커피에만 한정되지 않게 되었다. 펜타그램은 최근 마스터카드 Mastercard의 로고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회사 이름을 기존에 있던 익숙한 두 개의 원 밑으로 내려버렸다. 향후 로고를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좌) 마스터카드, (우) 에어비앤비 로고. 


비에루트는 로고에 사용되는 추상적인 선과 색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심지어 “이것들을 무작위로 나눠줄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2015년 새롭게 바뀐 에어비앤비의 로고는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이유로 소셜 미디어 상에서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비에루트는 “당시 에어비앤비는 새 로고를 어떤 모양에서 착안했는지 해명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우리는 지금부터 이 깃발을 앞세워 그런 가치들을 전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 입장이라면 그 깃발에는 거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의 발달이 CI 작업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대중이다. 과거에는 현대적인 디자인 대기업들이 인터넷에서 증폭되는 비난 등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역풍은 리디자인을 팝컬처 이벤트에 가까운 대상으로도 변모시킬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어느 브랜드도 2009년 트로피카나 Tropicana가 겪었던 대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사용되던 트로피카나의 로고는 리디자인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오렌지에 빨대를 꽂은 모양에서 컵에 담긴 주스의 추상적인 그림으로 변했고, 글씨체도 산세리프 sans serif *역주: 단순함을 위해 장식 없이 글씨를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식 로 바뀐 것이었다. 당시 이 회사 디자이너는 “트로피카나 주스 브랜드를 트렌드적인, 혹은 현대적인 것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새 디자인에 대한 불만 이메일이 폭주했고, 매출은 20%나 폭락했다. 그 후 현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구 버전 디자인이 바로 복원됐다. 그리고 1년 뒤에는 의류브랜드 갭 Gap이 디자인 개편을 발표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회사는 발표 며칠 후 그 계획을 철회했다(당시 유명잡지 배니티 페어 Vanity Fair는 ‘새 로고가 치욕적인 싸움에서 패한 뒤 곧 사라졌다. 따분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제 로고 디자인을 바꾸려는 회사는 새 디자인이 혹독한 검증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우버 같은 회사가 특히 그렇다. 우버의 디자인·제품 ·브랜드를 총괄하는 샬린 아민 Shalin Amin은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폰과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홈 스크린이나 세컨드 스크린 *역주: TV 시청 때 이용하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에 뭘 놓느냐는 것은 집에 가구를 놓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갑자기 누군가 와서 소파를 바꾸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우버의 새 로고 : 원 안에 작은 직사각형. 


우버는 창업 후 8년 여 동안 U자를 변형시키며 여러 번 로고에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아민은 회사가 2016년 공개한 아이덴티티 계획을 통해 “향후 10~15년간 우리에게 더 잘 맞는 콘셉트”를 모색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 로고는 원 안에 작은 직사각형을 그려 넣은 형태로, 두 개의 기하학적인 모양이 가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버는 이 깔끔하고 단순한 로고를 통해, U자형 로고가 큰 반향을 얻지 못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세기 중반까진 외주 디자인 회사가 새로운 해결책을 단숨에 제시하곤 했다. 그러나 우버는 이와 대조적으로 실리콘밸리 IT 중심 기업들이 취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따라했다: 직접 광범위한 사용자 조사를 실시하는, 길고 반복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었다. 아민은 “우리는 브랜드에 살고 브랜드로 숨을 쉰다”며 “우버 로고는 비트와 원자를 연결한 내부 콘셉트가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사각형이 비트고, 원이 물리적 세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이를 알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아민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로고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는 주장에 순순히 동의했다. 곧 우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예지력을 갖춘 편의성이든 유쾌한 무자비함이든-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미래는 로고에 달려있지 않다. 1959년이나 1909년과 마찬가지로, 다른 것에 달려있을 것이다.

 

아마존 로고. 


새 디자인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변화의 바람이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인 회사 터너 더크워스 TurnerDuckworth의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터너 David Turner는 “이들 기업의 실제 운영 방식에서 디자인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년 간 지속된 현재의 아마존 로고를 디자인 했고, 코카콜라와 리바이스 같은 유명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업데이트 작업도 해왔다. 터너는 “이들은 내부에 정말 탄탄한 디자인 담당 팀을 구축하고 있다. 그들에겐 거액의 돈을 지불할 능력도 있다. 항상 우리 직원들을 빼내가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순수 디지털 기업들이 로고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한 특정 앱에만 의존한다면, 비주얼 요소는 (인스타그램의 사례처럼) 급진적으로 변하겠지만, 곧 적응하게 될 것이다. 이는 좀 더 중요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많은 IT 기업들은 단순히 디자인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디자인을 중시한다. 다시 말해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앱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에 집중하고 있다.

정보 디자인 환경에선 명료함이 생명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애플은 스큐어모프 skeuomorphs 디자인을 대체하기 위해 모바일 운영 환경에 있는 아이콘들을 철저하게 수정했다. 스큐어모프 디자인은 아날로그 세상의 실물을 본 따 만든 아이콘으로, 나무로 된 ‘신문 가판대’나 노란색 연습장 모양의 ‘메모’ 기능 등을 말한다. 이런 변화의 영향은 인스타그램 로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교하게 묘사한 즉석 카메라 그림에서 최근 좀 더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인스타그램 로고. 


터너는 ‘상호작용 디자인’적 사고를 CI 디자인에 적용하면서 “매우 논리적이고 간소화한” 로고들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곧 개성을 잃어갈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을 연결하는 것이 브랜드라는 사실을 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호작용 디자인 추세가 왜 현재의 로고에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우리가 그것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중심 기업 입장에선 간단하고, 명료하고, 기억하기 쉬운 로고가 단순히 가치 있는 브랜딩의 잠재적 요소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 기능을 하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로고에 푹 빠진 분야는 디지털 환경뿐만이 아니다. 모든 커피숍과 인디밴드, 소형 양조업체, 푸드트럭, 또는 2인 IT 기업들도 멋진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현상이 아니다. 하비브는 “파트너들과 함께 로고 혁명을 시작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은 진정으로 독창적인 로고를 만드는 일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의 회사는 전 세계에서 비슷한 마크들이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새 로고를 법무팀에 제출할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을 상기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다수의 비슷한 마크를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겸허해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로고라운지의 창립자 가드너는 “과거에는 디자이너들이 매년 두꺼운 연감을 놓고 서로의 작업물을 대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엔 거물 디자이너들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신진 유망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디자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가 만들어낸 최신 아이덴티티 혁신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로고라운지 가상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로고만 해도 26만 5,000개가 넘는다. 가드너는 “뭐가 유행인지 말하기도 힘들다”며 “아이덴티티가 금세 식상하게 느껴져 새 디자인이 너무 빨리 구식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스쿨 오브 디자인 아트의 밀먼은 로고들을 더 빨리 바꾸고, 업데이트하고, 수정하려는 유혹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디자인을 진정으로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느끼게 해주는 요소와도 상충한다: 바로 시간의 흐름이다.

하지만 로고와 브랜드 디자인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보고 접하는 이들은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고객들뿐만이 아니다. 우리 같은 나머지 사람들도 있다. 밀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립된 브랜딩 법칙들을 이용해 여러 사회 운동의 심볼을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나가고 있다. 그녀는 이 같은 현상이 현대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의 가장 놀라운 발전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파리 테러공격 직후 퍼지기 시작한 ‘파리에 평화를(Peace for Paris symbol)’ 로고, 도널드 트럼프 취임 직후 진행된 ’여성들의 행진(The Women’s March)에서 주목받았던 ‘핑크 푸시 햇 pink pussy hat’ 모자 등을 예로 들었다.

 

(좌) 파리에 평화를, (우) 핑크 푸시 햇 로고. 


그녀는 “이런 것들이 모두 로고”라며 “로고는 가치와 비전, 사명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한 데 묶는 운동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이게 바로 브랜딩”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외국어를 자주 들으면서 서서히 터득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밀먼은 “좋든 나쁘든, 우리 시대가 내놓은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지난 한 해 가장 강력한 ‘브랜드’ 심볼로 ‘푸시 햇’을 꼽았다. 그녀는 “새로운 형태와 모양, 색상을 활용하고,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완벽한 마크였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로고 10선
브랜딩 기업 시겔+게일 Siegel+Gale이 3,000명의 미국인과 영국인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브랜드 로고가 무엇이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상위 4개 브랜드가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나이키 16%, 애플 15.6%, 맥도널드 11.1%, 코카콜라 9.7%, 구글 2.9%, 마이크로소프트 1.9%, 펩시 1.5%, 아마존 1.4%, 타깃 1.3%, 아디다스 1.2%

로고가 훼손되는 5가지 경로
로고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대중의 분노와 반발을 샀던 몇몇 기업들을 살펴보자.
 

트로피카나 [2009년]
트로피카나는 기존 로고를 위의 ‘현대적’ 로고로 바꾼 후 비난에 직면했다. 매출도 20%나 감소했다. 회사는 기존 로고를 즉각 복원시켰다.

 

갭 [2010년]
수 천명이 갭이 발표한 로고에 대한 패러디를 만들자 새 로고 적용이 즉시 보류됐다.

 

도쿄 올림픽 [2015년]
2020년 도쿄 올림픽위원회는 ‘벨기에의 한 극장 심볼을 표절했다’는 비난이 일자 로고를 폐기했다.

 

BP [2009년]
BP가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의 원유 유출 사고 후 새 친환경 로고를 선보이자, 그린피스가 ‘리브랜딩 캠페인’에 불과하다며 비난을 파부었다.

 


야후 [2013년]
CEO 머리사 메이어 Marissa Mayer와 그녀의 팀이 “주말 동안” 로고 수정작업을 해치웠다고 뽐내듯 발표하자, 디자인 팬들이 거세게 비난했다.

진화하는 로고
포드나 GE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랜 브랜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은 계속 로고를 바꿔왔다. 펩시 로고의 진화과정을 살펴보자.

 


1898 : 화려한 글씨체 ▶ 1898년 기준에선 새로웠던 이름 조합의 로고. 당시 스타일이었던 복잡한 글씨체로 디자인됐다.

 


1940 : 원작의 간소화 ▶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글씨체가 간결해졌다. 하지만 1940년 재탄생한 이 로고도 원작의 매끄러운 정로로만 보인다.

 


1962 : 병뚜껑의 시대 ▶ 병뚜껑 이미지로 이 회사의 로고가 교체됐다. 1962년에는 회사 이름을 좀 더 현대적이고 굵은 글씨체로 바꿨다.

 


1973 : 추상적 변신 ▶ 1973년 새롭게 디자인된 로고에선 병뚜껑이 좀 더 추상적인 배경으로 바뀌었다. 빨강과 하양, 파랑의 아이덴티티가 강조됐다.

 


1991 : 분리 준비 단계 ▶ 1991년 회사 이름이 심볼 위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코카콜라보다 ‘더 혈기 왕성하고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 글자와의 이별 ▶ 가장 최근인 2008년에도 로고 업데이트가 단행됐다. 파도 모양의 가운데 줄은 웃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새 버전은 펩시의 트위터 아바타 사진으로도 쓰이고 있다.

/로고=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