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 ‘페이스오프’ 성공공식 만들다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 '리테일미디어' 새 패러다임 집중 -명품 의존도 낮추고, 자체 콘텐츠 활성화 모색

2022-04-04     홍승해 기자

국내 백화점 3사(신세계, 현대, 롯데)가 혁신MD를 내세우며 지난해 이례적인 매출 성적을 기록했다. 명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 기존 백화점 공식을 버리고 ‘페이스오프’에 성공한 3사의 주요 점포들의 MD 경쟁력을 조명했다.  


신세계 강남점, 연 매출 2조 시대 열다  


매출 2조원 기록을 달성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외관 [사진=신세계백화점]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 국내 백화점의 개수는 총 11개. 2020년보다 6개점이 늘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한 소비자가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명품으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2조 매출 시대를 연 강남점을 포함해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대구점 등 총 3개점이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방 점포 중 처음으로 1조원 매출을 올린 부산 센텀시티,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 샤넬)’를 등에 업은 대구점이 각각 1조5864억원,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2019년부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며 한국 유통사의 금자탑을 쌓았다. 2021년 신세계 강남점은 총 매출 2조4940억원로 집계됐다. 신세계 강남점은 명품 3대장인 에루샤 3개사를 모두 입점시키며 ‘오픈런’ 성지로 꼽히는 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에루샤를 포함한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신장율은 전년 대비 평균 30%를 웃돈다.   

신세계 강남점은 신세계 그룹에서 지난 2016년 대규모 증축과 확장 공사를 통해 영업 면적만 8만6500m²로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다. 지난해 1층과 2층 사이 중층 공간을 만들어 영업면적을 대폭 늘렸다.  

팬데믹 위기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 결과, 이세탄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 등 세계에서 매출1,2위를 다투는 명품 백화점과 매출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신세계 면세사업을 이끌었던 손영식 전 신세계DF 대표가 백화점 대표이사로 지난해 컴백하면서 ‘명품 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신세계의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해외명품 팀장, 패션본부장을 거쳤으며 특히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일하던 때 에루샤 3대 명품을 모두 유치하며 이름을 알렸다. 손 대표는 백화점과 함께 상품본부장도 겸임한다. 명품 및 해외 브랜드 유치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명품 진용 강화, 부문별 매장 분산 전략

신세계 강남점은 재단장과 동시에 명품 진용을 강화하고, 해외 명품 브랜드가 카테고리별로 돋보일 수 있도록 매장을 여러 개 분산 배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명품 쇼핑이 힘들어지자, 억눌린 명품 수요를 세분화해 흡수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백화점은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펜디 등 다양한 명퓸 브랜드 및 A.P.C 등 신명품 브랜드 매장을 남성, 여성으로 분리했다. 찾아오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매장 내 다양한 상품을 구성했고, 사실상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타 매장과 차별화된 공간을 구성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은 여성, 남성, 슈즈로 상품을 나눠 총 3개 매장을 이곳에서 운영한다. 샤넬은 백화점 2층에 RTW(Ready to wear) 부티크를 입점시켰으며, 4층에 국내 첫 슈즈 부티크를 열었다.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는 샤넬 뷰티 매장을 단독으로 유치, 루이비통과 마찬가지로 총 3개 매장을 운영한다.  

또 뷰티 사업을 강화하면서 최근 백화점 1층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백화점 내 화장품 전문관을 만들었다. 뷰티관은 리뉴얼 전에 비해 매출이 20% 신장해 리뉴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재 까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스위스퍼펙션, 지방시, 구찌 뷰티, 로라메르시에 등 신규 브랜드 7개를 포함해 총 50여개 브랜드를 유치했다. 

앞서 신세계 강남점은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럭셔리 화장품 단독 매장을 입점시켜 주목을 받았다. 백화점 1층에 들어섰던 명품 화장품의 공식을 깨고 맥, 샤넬, 조르지오아르마니, 시코르 등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유동인구가 많은 파미에스트리트로 전진 배치하는 파격적인 MD를 시도했다.  

최대 규모 엔터테인먼트 시설 구축

신세계 강남점은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갖췄다. 아트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3층에 명품 홈퍼니싱 매장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명화들을 매장 내에 전시했다.  

아트스페이스를 기획한 황호경 신세계 갤러리담당 상무는 “명품과 문화, 예술, 이색적인 공간으로 MZ세대를 끌어 모으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차별화된 쇼핑 콘텐츠를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최대 쇼핑 센터인 센트럴시티와의 시너지, 영화관, 대형서점, 키즈 놀이시설 등을 포함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비롯해 센텀시티점, 대구점 등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영업 면적의 30% 가량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구성하며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 기획력을 보여줬다. 

신세계 강남점은 오픈 당시 버스터미널이 있는 센트럴시티에 입점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비교했을 때 고급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초반에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신세계 강남점은 샤넬에 끈질긴 구애를 보내며 샤넬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이어 에르메스, 구찌, 생로랑 등을 줄줄이 입점시켰다.

당시 명품 브랜드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자체적으로 감당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백화점 매출 2조원 시대를 열며,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테일 패러다임 바꾼 더현대서울 


파격적인 MD로 최단기간 1조 클럽 가입을 예고한 더현대서울 외관 [사진=현대백화점]

최근 더현대서울이 현대 판교점의 기록을 깨며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화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명품 에루샤 없이 이뤄낸 성과다.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오픈 후 올해 2월 말 기준 총 매출 8005억으로 최단기간 1조 클럽 진입을 예약했다. 

오픈 당시 코로나19라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위기와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또 현대백화점이 파크원과 임차 계약을 맺을 때 여의도 상권이 지리적으로 다른 서울 상권보다 열악했고, 서울 시내 백화점이 포화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지난해 개점 후 더현대서울은 오프라인 유통의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례적인 흥행을 거뒀다. 주춤했던 소비 심리가 터진 것도 한 몫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압구정 본점이 매출 1조원을 넘으며 ‘1조 클럽’에 가입한 지점 수를 1개점 더 늘렸다. 2021년 기준 현대 판교, 현대 무역센터, 현대 압구정 본점 매출은 각각 1조2413억원, 1조860억, 1조809억원이다.  

특히 현대 판교점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복합 쇼핑몰을 한데 아우른 ‘체험형 공간’ 구성에 집중했다. 2015년에 문을 연 판교점은 당시 널찍한 백화점 공간 구성, 강남에서 20분 거리인 신분당선 판교역에 자리잡았다.

오픈 직후 루이비통을 비롯한 해외 명품 유치에 연달아 성공, 오픈 5년만에 1조원 매출을 달성하며 ‘최단기간 1조 클럽 백화점’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콧대 높은 ‘에르메스’가 경기권에서는 유일하게 이 곳에 입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백화점 답습 대신 자체 콘텐츠 강화  

더현대서울은 백화점 성공 공식과도 같은 해외 명품에 의지하지 않았다. 기존 백화점을 답습하는 대신, 자체 콘텐츠로 승부를 봤다. 오픈 직후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서울 상품기획팀에 '본인을 비롯한 임원급 인사들에게 생소한 브랜드로 백화점을 채워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무작정 새로운 것이 아니라, MZ세대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분석해 기획하라는 내용이다. 

더현대서울은 이후 에루샤 대신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신명품' 브랜드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예로 르메르, 메종마르지엘라, 메종키츠네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르메르의 경우 지난해 오픈 이후 약 10일만에 매출 2억450만원을 기록했다.

MZ세대 소비자를 위해 백화점과 쇼핑몰의 경계를 허물고 온라인 브랜드를 적극 큐레이팅했다. 중고거래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만든 리세일 매장 BGZT랩이 대표적이다. ‘리셀’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들이 원하는 신발과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을 감각적으로 꾸몄다. BGZT랩이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후 신세계는 센터필드에 ‘컬렉션 BGZT’를 선보였고 다른 대형 유통 업체들도 리셀 플랫폼을 오프라인 매장에 도입했다. 

더현대서울 내부

더현대서울은 사운드 포레스트와 같은 파격적인 실내 조경 공간을 조성하며 2030대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전체 면적 중 영업면적은 51%만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직접 구매가 아닌 고객을 위한 예술,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더현대서울의 실내 조경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롯데 타임빌라스 의왕, 신세계 대전 아트 앤 사이언스 등 신규 리테일 매장에서 가드닝 콘텐츠에 공을 들여 준비한 모습을 속속 포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무인 매장 언커먼 스토어, 문화 복합공간 알트원, 캐주얼 편집숍 피어 등 오프라인 리테일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도 이어진다.  

MZ세대의 반응은 SNS 상에서의 화제성으로 증명됐다. 더현대서울이 인스타그램에 태그된 수는 약 27만건을 넘어섰다. 연매출 2조원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만 8700여건, 신세계백화점 본점 8만 6300건과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SNS상에서 보여지는 더현대서울의 화제력에 힘입어 해외 명품브랜드의 팝업스토어도 끊이질 않았다. 디올, 구찌, 로에베, 바쉐론 콘스탄틴 등이 팝업 스토어를 열며 신생 백화점으로는 이례적으로 명품 팝업 스토어의 안테나 숍으로 자리매김했다.  

상반기 글로벌 브랜드 디올이 더현대서울에 입점 예정이다.

더현대서울은 올해 매출 9200억원, 내년까지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정조준했다.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핵심 명품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바쉐론 콘스탄틴, 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도 팝업스토어를 이어간다.  

이전에 티파니, 생로랑, 톰브라운 등 인기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바 있다. 물론 매출 파워가 절대적으로 큰 '에루샤' 브랜드 중 1개 이상을 빠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유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무 지구였던 여의도, 영등포 상권 지도 바꿔 

더현대서울이 상권 지도를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 영등포 등 다른 상권에 비해 유독 여의도와 영등포가 각각 업무지구, 상권으로 분리된 형태였다. 하지만 여의도에 지하철 9호선 개통되고 IFC몰이 오픈하면서 점차 상권으로 발전됐고, 더현대서울이 지난해 오픈하며 여의도 상권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더현대서울이 서남권 대표 백화점을 넘어 전국에서 찾아오는 백화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도 남아있다. 당장 명품MD에 강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오픈 초반부터 숙원과제인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 유치여부도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한 더현대서울이 기존 백화점 구성이었던 지하 식품, 1층 화장품, 2층 여성, 3층 캐주얼 4층 남성관 공식을 깨고 새롭게 시도한 MD도 나중에 브랜드가 추가 입점될 경우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이 추후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하고 영업 공간을 확보할 때 기존 브랜드의 레이아웃과 균형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맏형’ 소공동 본점 밀어낸 롯데 잠실점 


대표 매장 소공점을 밀어내고 롯데백화점 내 매출 1위를 달성한 잠실점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내 매출 1등 점포인 소공점 본점은 지난해 롯데 잠실점에 총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점포는 각각 1조7973억, 1조6670억원을 기록했다. 명동 상권을 개척한 점포라는 평가를 받는 소공동 본점은 특히 K뷰티, K패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15년부터 해외 관광객 유입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본점에 직격탄이 됐고, 매출은 하락했다. 쇼핑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본점은 내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올 하반기 대대적 리뉴얼을 진행한다. 안대준 롯데백화점 상무는 올해 초 “올해 해외 명품을 확대하고, 과거보다 더 활성화된 럭셔리 브랜드 안테나 숍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찾아올 수밖에 없는 백화점, 명동의 랜드마크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롯데 잠실점은 롯데의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으며 롯데백화점 점포 중 매출 1위, 전국 매출 2위에 올랐다. 잠실점은 구매력이 있는 잠실 주거 상권 덕분에 고공 성장했다.

재작년 1만 가구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잠재 수요가 늘어난 점도 주효했다. 이 외에도 위례신도시, 하남, 감일지구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어지며 소비자가 잠실 상권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 잠실 애비뉴엘 루이비통 매장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명품 비중 40% 늘려 전국 1위 자리 노린다 

잠실점은 경쟁력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적극 유치했다. 본점과 달리 잠실점 애비뉴엘엔 에루샤 세 브랜드가 모두 입점됐으며, 에루샤 및 해외 명품 입점은 이 지점의 매출로 직결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잠실점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해외 패션 명품 매출 증감률이 전년대비 4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본점은 32%로, 잠실점이 8% 더 높게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외명품 MD 특성상 운용 면적 자체가 넓은데, 본점에 비해 잠실점의 널찍한 공간 구성이 (브랜드 측에) 어필이 됐고, 강남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 잠실점 애비뉴엘은 지난 2014년 개점 후 두 자리수 매출 신장율을 보이는 효자 점포다. 2020년부터 해외 명품 비중을 30% 이상 가져왔는데, 올해는 전체 MD 중 40%가 해외 명품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MZ세대들이 구입한 해외명품 매출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 잠실점을 비롯해 롯데백화점은 2019년 20대, 30대 소비자가 명품을 구입한 매출 신장율이 각각 52.8%, 41.2%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9%, 2%대에 불과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2021년 2030대 매출 신장율은 전년대비 1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백화점 매출 큰손으로 떠오른 남성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남성 패션 매장을 늘린다. 다른 백화점에 비해 남성 명품관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의외로 구찌 맨즈, 페레가모 남성 매장, 에르메네질도 제냐 최근에는 루이비통 맨즈까지 입점시켰다. 특히 루이비통 맨즈는 롯데 본점보다 앞서 문을 열었다.

정준호 대표, 럭셔리 군단 대거 포진  

한편 롯데백화점은 최근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강자들을 하나 둘 모으며 ‘럭셔리 백화점’의 타이틀을 거머쥘 준비를 마쳤다. 

정준호 신임대표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섰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의 첫 외부 출신 CEO로, 그룹의 백화점 사업애 대한 강한 열의가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시작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등을 거친 '패션의 고수'로,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 재직 시절에는 '아르마니·몽클레어' 등 30여 개 해외 하이엔드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럭셔리 백화점, 강남 1등 백화점’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명품 3대장 에루샤를 유치한 점포 수가 백화점 3사 중 가장 적다는 점을 알고 이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럭셔리 상품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외부 인력을 적극 영입했다. 

대표적으로 샤넬 한국 지사를 거친 이효완 전무, 루이비통 코리아 출신 김지현 상무보 등이 있다. 또한 정 대표는 핵심 인력 230여명을 강남으로 불러들일 계획이다. 이들은 오는 5월부터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특히 해외 럭셔리 상품군을 담당하는 MD1 본부와 일반 패션과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MD2본부 이를 통해 명품 매출 증대 등을 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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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news ‘명품 백화점’ 타이틀 달았지만… 백화점의 ‘말못할 고민들’ 


백화점이 명품을 타고 훨훨 날았지만, 명품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그에따른 영향도 클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은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 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지고 면세점 사업 부문이 활발해질 경우를 대비한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매출에서 명품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기준 40%를 돌파했다. 또 점포수가 가장 많은 롯데백화점의 경우, 명품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입점된 수도권은 평균 명품 매출이 35%대이지만 명품 판매가 적은 지방 점포는 판매 매출이 18%대로 현저히 낮았다.

또 명품 브랜드에 매출을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가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 나오며 ‘유통-브랜드’ 갈등이 심화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팬데믹 속에서 일시적으로 명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에 반해, 내셔널 브랜드가 힘을 쓰지 못해 백화점에서도 앞에 나서서 (실적이) 좋다고 자랑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백화점에서 방을 뺀 국내 패션 브랜드 영업부장은 “국내 브랜드는 박스 매장은 커녕 아일랜드 자리도 잘 내어주지 않고, 구석으로 몰다가 결국엔 퇴점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대기업 브랜드 제외하고 중견기업 브랜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백화점 관계자들도 지금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모 백화점 패션기획 팀장은 “국내 브랜드와 유통 간의 갈등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명품에 너무 치중된 모습은 사실”이라며 “명품 판매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브랜드를 많이 유치할수록 백화점 측에선 수수료만 보면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백화점에 입점한 일반 브랜드는 판매액의 30%대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하지만 명품은 10%대에 불과하다. MZ세대가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추세도 백화점 입장에선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 측은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급성장했으며, 오프라인 성장세를 단숨에 따라잡았다”며 “이 흐름에 맞춰 백화점도 명품 판매 채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홍승해 기자 hae@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