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소고

2017-07-26     윤창현 교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새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핵심은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일자리를 늘리기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무원을 뽑으면 급여·복리후생비·퇴직금 등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 공공기관의 대부분이 적자인 상태에서 일자리를 늘리면 적자가 증가해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현명하게 추진되기를 희망해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 사항’은 일자리위원회 가동이었다. 사진=서울경제


기업의 목적은 적절한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잘 동원해 제품을 생산한다. 그리고 제품을 시장에 판매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그 돈으로 생산요소에 대한 보상을 한다. 따라서 노동 수요는 생산물 시장으로부터 파생된 수요가 된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잘 팔려 매출상승과 이익증가로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고용이 증가하고 임금도 올라간다는 얘기다. 반대로 제품이 잘 팔리지 않고 이윤이 감소하면, 문을 닫는 기업이 많아져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용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비용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고용수준과 임금을 유지하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생산물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 ,기업은 고용 조절을 통해 대응을 해야 한다. 고용부문이 경직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힘들다면 기업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도 이 같은 지점에서 갈등이 비롯된다. 정규직 채용을 하는 경우, 기업은 안정성 유지 때문에 뜻대로 고용을 조절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기업은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려 한다. 흔히 사람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만을 놓고 문제를 보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의 입장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그리 나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대기업들이 너무 높은 보상을 제공하다 보니, 그 격차가 부각되면서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나쁜 평가를 받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너무 많은 보상이 이뤄지는 쪽을 정상으로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은 쪽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논의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공무원 증원 정책이다. 그런데 그 논의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공무원 고용 비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가로 고용하는 공무원에 대해 첫해 인건비 부분만을 부각해 비용을 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 늘어나는 공무원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서도 보다 명시적인 언급이 필요하다. 첫해 고용 비용 정도만으로 비용 산정을 하는 건 비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하면 첫해부터 퇴직 시까지 지급되는 급여 외에도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 연금은 본인 사망 후에도 배우자에게 계속 지급된다. 결국 본인 말고도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국가의 부담이 지속 되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 숫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한다. 중앙부처가 약 63만여 명, 지방자치단체가 약 36만여 명이다. 직업군인은 약 20여만 명 이다. 이들에 대한 급여는 제외하고라도, 국가가 지급할 연금, 즉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이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계산한 국가부채는 약 750조 원으로 엄청난 규모이다. 그런데 새 정부 공약대로라면 17만 명의 공무원이 추가로 임용될 것이다. 간단하게 계산해보더라도 이들에 대한 연금의 추가부담액은 108조 원 정도가 된다.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무원 증원 비용을 좀 더 꼼꼼히 따져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할 납세자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은 소득이다. 하지만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 혹은 조직에겐 인건비, 즉 비용이다. 인건비는 가장 중요한 비용 중 하나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생산의 효율성이다. 비용을 낮추면서 제품의 질을 높여야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해당 기업도 유지·발전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인건비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근로자는 항상 더 많이 받고 싶어 하고, 기업은 인건비를 통제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근로자의 기여 혹은 공헌에 연동해서 급여를 책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 상황이 좋아지면 급여가 인상될 것이고 반대로 상황이 나빠지면 급여는 동결되거나 줄어들 것이다. 받는 쪽과 주는 쪽의 갈등요소를 감안해 최대한 중립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을 강화하는 경우, 인건비 상승이 일어난다. 공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국가가 주인이라곤 하지만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문제가 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건비가 크게 늘어나 기업 효율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인건비 지출이 늘면 조직에 부담을 주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다른 항목을 줄이게 된다. 당장 가능한 건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취직을 준비한 잠재적 인재들이 입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입사한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의 혜택을 누리지만, 입사를 준비 중인 청년들은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기업·사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공무원을 증원하려면, 기업과 국가 모두가 큰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들은 인건비와 효율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보다 현명한 접근을 기대해 본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