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CEO를 찾아서]천효만 그린팩 대표

화장품 용기 분야 기술력 앞세워 글로벌 강소기업 도약 노린다

2020-06-08     김병주 기자

그린팩은 국내 화장품 용기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K뷰티의 활성화에 맞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천효만 그린팩 대표를 만나 이 회사의 성장 비결을 확인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천효만 그린팩 대표가 본사 내부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 뷰티&코스메틱 시장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은 어제오늘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한국 뷰티산업을 일컫는 이른바 ‘K뷰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대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K뷰티의 높은 위상은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4,087억 달러(한화 약 5029,8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수출액 기준)2018년 기준 63억 달러(한화 약 77,500 억 원) 수준이다. 특히 전년 대비 34.9%의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세계 화장품 수출국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K뷰티 시장의 성장은 화장품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동반성장으로도 이어졌다. 화장품 제조사 뿐 아니라 제품을 포장하는 단상자, 제품용기, 포장인쇄 라벨 등 파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린팩은 이 가운데 제품 용기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5월 중순,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그린팩 본사를 방문한 기자를 맞이하는 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육중한 기계음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아랑곳 없이 바삐 움직이는 제조공장의 분위기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마침 공장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천효만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코로나19의 타격을 그리 크게 받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가 성장을 위한 또 한번의 동력이자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 온나라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웃을수만은 없지만, 저희의 일이 결국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에 열심히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잠시 멈칫했다. 기자가 알고 있는 그린팩은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코로나19의 극복과 화장품 용기는 그리 큰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작은 보탬이 될 것이라는 천 대표의 말이 쉽게 이해되진 않았다. 명쾌한 해답을 듣기 위해, 그리고 그린팩의 스토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창업의 길에 나서다

천효만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의 명함에는 두 개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다. 오늘 만남의 목적인 그린팩, 그리고 가원정밀이라는 낯선 이름의 회사였다.

천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에게 가원정밀은 지금의 그린팩의 경쟁력을 있게한 원동력이자 천 대표의 또 하나의 직장이었다.

그린팩, 가원정밀 모두 제가 창업한 회사입니다. 그린팩은 앞서 언급했던 대로 화장품 용기 제조사이며, 가원정밀은 화장품 용기를 포함해 제조산업의 기본 인프라인 기계설비를 개발·제조하는 회사죠. 지금은 제가 두 회사 모두 이끌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서로간에 시너지를 내며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천효만 대표는 지난 1995년 가원정밀과 그린팩을 창업했다. 창업 전 그는 화장품 용기 제조 기계설비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천 대표는 예상가능한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천 대표는 말한다. “바이어들에게 설비를 소개하고 설명을 하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설비의 매력을 최대한 어필해 계약을 맺어야 했죠. 그런데 거의 대다수의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사항이 있었습니다. 바로 직접 설비를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이었죠. 사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이 설비가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조해 공급하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설비가 마련된 전국 곳곳의 공장을 일부러 방문하는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하다보니 불현 듯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 개의 생산 라인만 회사에 갖추고 제품 제조과정을 포함한 설비의 성능을 보여주자는 거였죠. 그럼 동선도 줄어들고, 보다 큰 신뢰를 줄 수 있겠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산 라인 하나를 마련해 직접 제조하는 모습을 바이어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는 천 대표의 사업 방향을 완전히 틀게 하는 계기가 됐다. 현지 공장과 본사를 오고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낭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또 직접 설비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보니 바이어들의 신뢰도 쌓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천 대표에게는 수십년간의 경험으로 다져진 제조설비 개발 노하우가 있었다. 이는 그가 창업으로 뛰어들게 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천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설비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저 역시 꽤 오랜기간 제조설비 개발 분야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나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했죠. 특히 설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화장품 용기 분야 업체들의 다양한 니즈를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이를 구체화 시킬 설비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제 입장에서 직접 그들의 니즈를 해결해 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생겼어요. 직접 설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변해가는 뷰티 시장의 니즈를 충족해줄 수 있다면 분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믿었죠. 그래서 창업이라는 도전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렇게 그는 두 개의 회사를 창업했다. 제조설비를 개발·생산하는 전문기업 가원정밀’, 그리고 화장품 용기 제조 기업 그린팩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우선 천 대표는 가원정밀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었다. 그린팩에는 외부에서 경영자를 영입해 업무 전반을 위임했다.

 

기술력 강화에 집중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이미 유력 뷰티업체들은 용기, 상자, 라벨 등의 분야에서 오랜기간 파트너십을 맺어온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작은 틈새를 파고드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천효만 대표에게도 무언가 반전의 열쇠가 필요했다. 이때 그는 큰 결심을 한다. 많은 파트너사를 찾아 납품계약을 맺으려는 시도를 잠시 중단하고 기술력 강화에 올인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화장품 업계에서 화장품을 담는 용기, 특히 용기 분야의 기술력은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잘 보관하면 그만이었다. 디자인 부분을 제외한 용기의 형태나 재질, 모양 등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화장품 용기에도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특히 그는 기술력 싸움이 결국 제품 제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느냐의 싸움이라고 봤다. 제조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납기일에 맞춰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핵심이라게 그의 생각이었다.

[사진=차병선 기자] 그린팩 공장 설비.

천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화장품 용기 제조 설비의 핵심은 자동화입니다. 어떤 과정까지 자동화해 설비를 가동·관리하는 인력을 줄이느냐가 관건이죠. 물론 자동화를 할 경우,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제품의 품질 측면에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자연스레 설비 자동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했죠.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사출기기의 경쟁력이었습니다. 사출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이 좋아질수록, 정밀도는 높아지고 오류 발생빈도는 줄어들죠. 이를 위해 저희는 사내에 별도의 기술개발팀을 마련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노력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우선 관련 특허만 7개를 획득했다. 이는 동종 업계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천 대표와 임직원들의 노력을 파트너사들이 먼저 알아봤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저 제품을 더 많이 찍어내려는 기존 기업들과 달리,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천 대표와 그린팩의 도전에 많은 기업들이 공감했다. 그리고 이는 연이은 파트너십 체결로 이어졌다.

현재 그린팩은 한국콜마를 비롯해 유수의 화장품 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64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그린팩은 올해 80~9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상황과는 다소 역행하는 듯한 기분좋은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천효만 대표는 앞으로도 매출의 일정부분을 꾸준히 기술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된 코로나19

천효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작은 보탬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화장품 용기와 코로나19 극복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기자의 질문을 들은 천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발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최근에도 그린팩 제조설비 고도화를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생각지 못한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바로 마스크, 소독제 용기 등 방역과 관련된 제조설비를 만들 수 있겠냐는 거였죠. 못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바로 이와 관련된 작업에 착수했어요. 이미 관련 노하우가 풍부했던 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설비를 제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마스크업체들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요. 설비 물량만 따지면 하루 1~2억 장을 생산할 수 있는 엄청난 수량이죠. 특히 마스크 생산이 급한 해외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마스크를 받기 위해 아예 기계를 비행기에 실어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 평균 25만 장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최대한 기일에 맞춰서 설비 및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린팩의 제품은 전세계 곳곳에서 납품되고 있다. 미국, 인도 등 뷰티시장에 성장한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그린팩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현지 화장품 업체들도 그린팩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 해외시장을 뚫기 위해 천 대표는 꾸준히 해외 박람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름도 생소한 한국의 낯선 기업이 박람회장에서 얻을 수 있는 건 3평 남짓한 부스가 전부였다. 설비도 가져가지 못해 팜플렛으로 바이어들을 응대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천 대표는 해외시장을 놓지 못했다. 결국 제조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는 해외시장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천 대표는 “4년차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몇몇 해외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고, 지금은 뷰티 선진국의 관계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제품 퀄리티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천효만 대표이지만, 그의 당면 과제는 생각보다 단촐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특별한 전략을 짜기 보단 당장의 문제점을 찾아내 하나하나 극복하고 싶다는 천 대표의 당면 과제는 바로 이사였다.

천 대표는 말한다. “회사로 오시는 길에 보셨겠지만 회사건물이 여러동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꽤 높은 언덕빼기에 있다보니 지게차들이 이동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3년 내에 평지에 있는 공단으로 입주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저희 회사가 직면한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기술개발 노력을 이어간다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지향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그린팩을 주목해주시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