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US]코로나 경제 | 줌은 어떻게 깜짝 스타가 됐을까?

THE CORONAVIRUS ECONOMY | HOW ZOOM ZOOMED

2020-06-02     MICHAL LEV-RAM 기자

대 유행병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 사이에서 조용히 인기를 끌던 한 신생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Y MICHAL LEV-RAM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신규 사용자들이 예기치 않게 밀려들기를 꿈꾼다. 하지만 줌 Zoom의 창립자이자 CEO인 에릭 위안(50) Eric Yuan에겐, 9만 개의 학교가 새롭게 가입하면서—그리고 그들에게 줌 사용법을 교육해야 하면서—일종의 악몽이 시작됐다. 그는 4월초 줌을 통한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는 학교의 IT 부서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며 "우리가 그들의 IT 부서 역할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매우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억만장자보다 몇 배의 재산을 가진 갑부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대유행병 덕분에 급성장한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다만 지치고,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줌의 ‘가상 배경 선택’ 기능에서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금문교의 희미한 가짜 이미지 배경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그의 좌절감은 이해할 수 있다. 위안이 2,500명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조치는 캘리포니아 주 전체가 봉쇄되기 12일 전 취해졌다. 그 후 몇 주 만에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줌의 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줌을 하다’라는 표현은 요가 강사부터 포춘 500대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직장에서 갑자기 나오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모이다’라는 뜻의 일반 동사로 쓰이면서 뉴 노멀이 됐다. 줌 사용자는 작년 12월 하루 1,000만 명에서 3월 2억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가는 올해 80% 급등하며, 시가총액은 35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런 급성장은 CEO의 꽉 찬 일정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했다. 드러난 것처럼, 줌이 경쟁사들을 따돌리며 주목을 받게 된 주요 이유(사용의 편리성)가 오히려 눈엣가시 같은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줌이 암호를 기본 설정으로 요구하지 않으면서, 팬데믹 사전에는 새 표현 하나가 추가됐다. 바로 ‘줌폭격(Zoombombing)’이다. 이는 초대받지 않은, 종종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게스트가 사적인 회의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줌은 또한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사악한 속임수 중에서, 해커 원격 사용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선량한 사용자들의 카메라를 통제할 수 있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줌은 방심을 했다.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일반 대중보다는 기업 사용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위안이 블로그에 반성문을 쓰고, 수많은 언론 인터뷰를 가지는 등 사태 수습에 착수했다. 그는 보안상의 결함에 대해 “부끄럽다. 전부 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회의 시 비밀번호를 의무적으로 설정하는 등 더 많은 보안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반면, 이런 조치로 인해 사용자는 더 많은 클릭을 하게 돼 이용상 불편함이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위안은 "이번 사건이 확실히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신뢰 회복만이 아니다. 생각과 달리, 사용자 급증이 반드시 기업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유료 회원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투자 관점에서 보면, 그 문제가 보안상의 실책보다 훨씬 더 큰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RBC 캐피털 마켓 RBC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알렉스 주킨 Alex Zukin은 "무료 서비스를 너무 장기간 허용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줌은 완벽하지 못한 보안에 대해 예상치 못한 검증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줌은 누구나 다 아는 인기 서비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줌의 성공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줌은 크게 주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작년 4월 기업공개를 성공리에 마쳤다. 주당 36달러로 3억 5,7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주가는 순식간에 100달러 이상을 넘어갔다. 이로써 줌은 우버나 리프트 같은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실망스러운 데뷔를 한 후, 실리콘밸리에서 총애를 받는 기업이 됐다. 줌의 초기 사용자들은 대체적으로 대학들과 IT 중소업체들이었다. 그리고 화상회의라는 것이 특별히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시스코의 전 사업 개발 부서장이자 줌의 첫 투자자인 댄 셰인먼 Dan Sheinman은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분야를 레드오션으로 여겼다.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분야로 치부했다”고 회상한다.

시스코 입장에서, 줌은 많은 측면에서 ‘잡았다 놓친 물고기’ 같았다. 2007년 이 네트워킹 장비 대기업은 업무용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 웹엑스 Webex를 인수했다. 당시 위안은 이 회사에서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이었다. 그는 이후 시스코에서 4년간 근무했다. 그리고 웹엑스 같은 기업을 창업하기 위해, 40명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웹엑스를 퇴사한 개발자 중 한 명이자 줌의 최고제품책임자인 오데드 갈 Oded Gal은 "비디오 화면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에릭을 따랐던 엔지니어들은 최고의 화면공유 기술을 구축했다. 세상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 엔지니어들은 단순히 웹엑스를 따라 하려 하지 않았다. 위안은 “시스코가 제공하는 업무용 제품에 더욱 현대적인 기능을 더하고자 했다. 이동 중에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화상회의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한다. 기존 화상회의 시스템은 더 큰 대역폭을 쓰면서, 여전히 휴대폰 수준의 통화 품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따라서 더 나은 성능을 위해선 불안정한 인터넷 접속과 무선통신망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줌의 또 다른 초기 투자자인 이머전스 캐피털 Emergence Capital의 파트너 산티 수보토프스키 Santi Subotovsky는 "에릭은 줌의 핵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2년을 투자했다"며 "그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리고 어떤 요령도 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위안의 목표는 줌을 확장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울러 줌을 기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들려고 했다. 기존 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화상회의 스트리밍이 시작되기 전에 사용자는 여러 번의 클릭(그리고 다운로드)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시장에는 사용법이 복잡하지 않은 대체품들(구글의 행아웃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애플의 페이스타임에 이르기까지)이 많았다. 때문에 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어야 했다. 줌의 최고마케팅책임자이자 위안의 전 동료인 재닌 펠로시 Janine Pelosi는 "우리는 ‘고릴라(거대 경쟁사)’들로 가득 찬 시장에 있었다"고 말한다(12명의 줌 경영진 가운데 절반이 시스코에서 위안과 함께 일했다).

줌이 채택하고 있는 ‘프리미엄 Freemium 가격’ 정책—대부분의 사용자는 무료고, 추가 기능 사용 시 높은 비용을 내는 방식—이 기업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무료 버전은 무려 100명까지 최대 40분 동안 통화할 수 있다. 일대일 통화의 경우,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 줌의 유료 계정은 사용자당 월 15달러에 시작한다. 그리고 장시간 통화와 다양한 관리 통제 기능도 가능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버전들은 훨씬 더 많은 용량과 추가 기능을 제공한다.

본래 B2B에 집중했던 줌은 상장 당시 이미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2019년 1월 31일 기준, 줌은 3억 3,000만 달러의 매출과 거의 800만 달러의 이익을 달성했다. 1년 후 매출은 6억 2,3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이익은 2,200만 달러로 월가의 추정치를 거의 세 배나 넘었다. RBC 애널리스트 주킨은 "그들은 대단히 잘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주가는 상당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유행병의 영향이 중국에서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줌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빠른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미 중국에서 줌의 인기는 입증되고 있었다. 중국이 도시 봉쇄를 시작하자, 회사는 중국 사용자들을 위해 이용 시간 제한을 풀었다. 지난 3월 미국 직장인들도 격리되기 시작하면서, 줌은 몇 주 만에 실리콘밸리의 성공 스토리에서 세계적인 현상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이때부터 통제 불능의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위안이 공개 사과를 하고 줌의 기능을 재검토하는 동안, 자금력이 풍부한 거대 경쟁자들은 그 빈틈을 파고 들었다. 그의 전 직장이던 웹엑스 역시 사용량—3월 미국에서 월평균 회의가 3배 이상 늘었다—이 폭증했다. 이 회사는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에게 사생활 보호와 보안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적극 마케팅하고 있다. 웹엑스가 속해 있는 시스코 협업 사업부의 스리 스리니바산 Sri Srinivasan 대표는 "이번에 그런 차별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B2B 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MS Teams—화상회의 기능을 갖췄고, 개인 사용자 중심의 스카이프 서비스를 보완했다—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0만 개 기업들이 팀즈—Office 365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면 패키지로 제공한다—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줌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동안, 심지어 인터넷전화 업체인 링센트럴 RingCentral처럼 훨씬 더 작은 기업들도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4월초 링센트럴은 자체 화상회의 제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7년간 줌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자사 고객들에게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화이트 라벨 White Label’ /*역주: 예를 들어, 같은 제품이 서로 다른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경우. 링센트럴은 줌의 제품을 자사 브랜드로 붙여 판매하는 것/ 제품이라고 부른다. 링센트럴의 설립자 겸 CEO인 블래드 슈무니스 Blad Shmunis는 “드디어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며, 줌의 화상회의 장비에 대한 의존을 중단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줌의 성장 궤도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 켈리 스텍벨버그 Kelly Steckbelberg는 “링센트럴 같은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 줌의 보안 문제가 구설수에 올랐다고 해서, 회사의 신규 성장 능력이 잠식당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은 압도적으로 유용한 제품의 경우, 보안상의 결함이 있더라도 용서할 수 있다.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화상회의 수단으로써 줌의 새 역할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신규 사용자들이 사용료를 지불할까?’ 또 다른 업무용 협업 메신저 슬랙과 달리, 줌은 유료 계정 소유자의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무료 사용자들의 유료 전환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회사는 사용자 증가가 이익 마진을 잠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수치화 하지는 않았다.

줌의 시가총액이 자동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걱정스러워 한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메타 마셜 Meta Marshall은 한 보고서에서 "줌의 장기적인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4월 6일, 줌의 주식을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으로 낮춘 크레디트 스위스의 브래드 젤닉 Brad Zelnick은 더욱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최근 대부분의 사용자 급증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또는) 무료 사용자들이나 교육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수익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줌의 위안은 마치 회사가 히트 상품으로 뜨던 날을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지금 당장은 고객들을 열광시키는 것보다, 안심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미 모든 신규 기능—당신이 갈망해 온 스냅챗의 화장 필터 같은 기능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의 개발을 일시 중단했다. 대신 그의 팀은 보안 허점을 개선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위안 CEO는 "모든 것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보안상의 문제와 사생활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떤 요소라도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위안은 자신의 제품이 글로벌 위기를 조금 더 쉽게 헤쳐 나오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결국 그처럼 우리들 대부분도 언젠가 사무실로 복귀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그는 우리가 줌을 계속 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