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 COVER STORY] 제임스 다이슨이 세운 '기술 가전 왕국'

제임스 다이슨 인터뷰 집념으로 일군 기술 혁신 "실패에서 답 찾는 끈기가 중요"     

2019-12-11     하제헌 기자

▶포춘코리아가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가전 업체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창업자를 만났다. 다이슨은 기존 가전 제품에 혁신을 불어넣어 한국 소비자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글로벌 가전 브랜드. 제품에 혁신을 추구하는 다이슨 창업자의 집념과 관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다이슨의 혁신성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말레이시아 개발센터에서도 다이슨이 추구하는 기술 완벽주의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다이슨코리아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제임스 다이슨 경(Sir). 사진 차병선 기자.

제임스 다이슨 경(Sir)은 조금 지쳐 보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서울 강남 다이슨코리아 사무실로 이동해 인터뷰를 진행한 탓이리라 짐작했다. 1947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72세인 그에겐 조금 벅찬 일정이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난 며칠 뒤, 다이슨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전기자동차 사업을 포기했다는 뉴스가 외신을 타고 들려왔다. 제임스 다이슨 경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 당시 전기자동차 관련 질문에 대해 “시크릿(비밀)”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기존에 나온 이야기 외에 해줄 말이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외신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제임스 다이슨 경의 얼굴에 언뜻언뜻 비췄던 그림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이야기는 조금 뒤 다시 다루겠다.

결핍이 낳은 ‘다름’이 성공의 밑거름 됐다
제임스 다이슨 경이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슨 제품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기존에 있던 가전 제품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서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이슨을 각인하게 된 대표 제품은 ‘날개 없는 선풍기’다. 몇 년 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구매 후기를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이슨이 가진 기업 철학은 ‘일상 생활 속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127년 동안 변하지 않고 살아있던 선풍기에서 날개를 없애버렸다. 그는 왜 혁신에 매달리게 됐을까. 
제임스 다이슨 경이 말한다. “제가 9살때 교사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당시 영국에서도 아버지가 없는 아이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저 뿐이었고요. 남과 다른 존재였죠. 그래서 저는 뭐든 또래와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핍을 극복하려는 개인의 노력이 오늘날의 다이슨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시작됐다. 그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막내로 성장했다. 체력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꼬마 제임스 다이슨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육상을 시작했어요. 달리기는 어린 시절 제 스승이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법,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긴장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죠. 특히 저는 장거리 달리기를 잘했습니다. 그건 제 체격 조건이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남이 넘보지 못할 투지와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날개 없는 선풍기 이전, 지금의 다이슨을 있게 한 제품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시간을 30여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제임스 다이슨은 1993년 세계 최초로 싸이클론 방식을 적용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DC01’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술 기업 다이슨을 설립했다. 오늘날 다이슨은 매출액 44억 파운드(6조 3,841억 원. 2018년 기준), 직원 12,000명 이상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국 왕실은 그가 영국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007년 기사 작위(Sir)를 수여했다.
사실 제임스 다이슨은 공학 관련 자격증이나 학위를 가진 공학도가 아니다. 영국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RCA에 들어갔지만 학교에 입학해서는 목재를 가지고 놀다 플라스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산업 디자인에 빠지게 되었다. 
제임스 다이슨이 말한다. “공학이란 학위가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신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공학과 디자인은 시간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 둘은 장기적으로 회사를 살리고 나아가 국가를 살리는 힘입니다.”
RCA를 졸업한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 기술기업인 로토크(Rotork)에 취직했다. 그는 본인의 첫 프로젝트로 무거운 화물을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는 고속 상륙선 ‘씨트럭(Sea Truck)’을 개발했다. 그는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로토크에서 퇴사했다. 집에서 청소를 하던 제임스 다이슨은 사용할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진공청소기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먼지봉투에 담긴 먼지가 봉투 표면 틈을 막으면서 진공청소기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흡입력 저하가 없는 새로운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제재소에서 공기 회전을 이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싸이클론 시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려 5년간 시제품 5,127개를 제작하고 실패했다. 하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1993년 5,128번째 시제품을 성공시키며 싸이클론 방식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DC01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제임스 다이슨이 말한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기술은 시간을 두고 배우면 됩니다. 저는 사이클론 원리를 이해하기 한참 전에 시리얼 상자와 테이프로 첫 진공청소기를 만들어 봤어요. 아이디어를 실제 사이클론 기술로 완성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제품을 5,127번 만드는 끈기가 필요했고요. 집 차고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동안 셋째 아이가 태어났고 아내는 돈을 벌러 나가야 했습니다.”
결국 아이디어와 끈질김이 오늘의 다이슨을 만든 것이다. DC01 제품은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진공청소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외에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 서유럽 및 캐나다 시장을 주도하며 진공청소기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제임스 다이슨 경이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차병선 기자.

기술 집합소 ‘말레이시아 기술개발 센터’

다이슨 말레이시아 기술개발 센터. 사진 다이슨코리아 제공.

“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고, 그래서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제품을 끈질기게 관찰한 데 있습니다. 지금도 다이슨은 남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제임스 다이슨은 무박 1일 일정으로 서울을 들렀다. 그가 인터뷰에서 남긴 마지막 말은 기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끈질김’, ‘관찰’, ‘문제 해결’. 제임스 다이슨 경은 2010년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을 CEO로 영입했다. 현재 그는 다이슨 최고 엔지니어로 일하며 연구원 5,850명과 함께 신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진공청소기에서 먼지봉투를 제거하는데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이슨의 기술 혁신은 이후, 디지털 모터 개발과 날개 없는 선풍기, 공기청정기, 헤어 드라이어와 헤어 스타일러 등으로 이어져 왔다. 이 같은 성과는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Problem Solving Technology) 개발’ 철학과 끊임없는 기술 투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술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결국 제임스 다이슨 경을 인터뷰 하고 난 얼마 뒤, 말레이시아에 있는 다이슨 기술개발 센터를 취재했다. 말레이시아는 다이슨의 연구개발(R&D)과 공급망 및 운영 관리에서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다이슨 직원 1,200 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이슨은 현지 채용을 통해 10배 더 인력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내구성 테스트 중인 무선청소기. 사진 다이슨코리아 제공.
헤어드라이어 시험 모습. 사진 다이슨코리아 제공.
다이슨 연구원이 무선청소기 흡입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다이슨코리아 제공.

말레이시아 기술개발 센터에는 다양한 제품의 성능∙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시설과 함께 유체역학, 음향, 여과, 전기, 로봇 및 소프트웨어 기술 연구를 위한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다이슨의 철학을 볼 수 있었다.
“다이슨이 세계적으로 보유한 5,000여 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 중에 800명이 바로 이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이슨의 환경 제어 부문 글로벌 카테고리 디렉터(Global Category Director) ‘찰리 파크(Charlie Park)’가 말했다. 그는 현재 다이슨 엔지니어 팀을 이끌며 실내 공기 질과 거주 공간을 향상시키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말레이시아 다이슨 기술개발센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이 자랑하는 가장 중요한 시설은 ‘폴라(POLAR) 실험실’이다. 밀폐율이 높은 현대식 주거 공간의 실내 오염 환경을 재연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대 도시 주택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량 배기가스, 담배 연기 등은 물론, 목재 가구나 양초, 가스레인지, 스프레이식 청소 세제 등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기존 테스트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이슨은 이 최첨단 실험실에 30만 파운드를 투자했다. 실제 생활 환경과 같은 조건을 만들 수 있는 실험실을 만들고 테스트 하기 위해서다. 실험실 크기는 가로 6m, 세로 4.5m, 높이 3m이고, 총 면적은 약 27m2다. 평균적인 거실 크기와 비슷하다. 실험실 벽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고 스테인리스 강 구조 내에 있어 온도와 습도를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 완전 밀폐된 이 실험실에는 공기 질 센서가 9개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다이슨은 공기청정기를 테스트 하고 있다. 다이슨은 실제 가정에서 공기청정기가 사용되는 위치를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방 구석에 놔둔다. 
찰리 파크가 말한다. “테스트가 시작되면, 실험실에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고성능 센서 9개가 10초마다 실험실 전체에서 공기 표본을 수집합니다. 이후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공기 질이 가장 나쁜 곳과 가장 좋은 곳을 기록해요. 오염 물질의 농도, 그리고 공기가 가장 깨끗한 지점과 가장 더러운 지점의 범위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다이슨은 이 두 수치의 조합으로 공기청정기를 ‘매우 우수(Excellent)’에서 ‘허용 가능(Acceptable)’ 또는 ‘부적합’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후 다이슨 공기청정기의 필터링 효율을 평가하기 위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테스트 큐브’도 둘러봤다. 다이슨은 이 방에서 4일에 걸쳐 총 20개피에 달하는 담배에 불을 붙여 전체 공간을 독성 연기로 가득 채운다. 이 상태에서 필터가 VOC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거하는지를 테스트한다. 
제품 소음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음향 랩(Acoustics Lab)’에는 1천만 파운드를 투자했다. 다이슨은 이 실험실에서 아주 작은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모든 제품의 소리를 측정하고 개선한다. 이곳 덕분에 다이슨 공기청정기는 음향적으로 불쾌한 소음 톤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외에도 ‘전자파 실험실(EMC Lab)’과 ‘기계 테스트실(Mechanical Testing Lab)’도 핵심 테스트 시설로 꼽힌다.
다이슨은 제품이 험한 사용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찰리 파크가 설명한다. “견고한 기술을 생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테스트는 개발 과정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다이슨은 테스트 시설에 추가로 2백만 파운드를 투자했습니다.”
다이슨이 수행하는 모든 테스트는 최대 10년(일부 경우 그 이상) 동안 실제 사용 환경을 가속 시뮬레이션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양한 극한 환경, 예를 들면 높은 기온, 높은 습도에서 다이슨 제품의 사용과 오용 사례를 실험한다.
기계 테스트실에선 다이슨 제품들이 심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제품을 수천 시간 동안 회전시켜보고, 기계로 또는 사용자가 떨어뜨려 보기도 하고 케이블을 험하게 다뤄보는 등 다양한 유형의 험한 환경에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소음 때문에 직원들은 모두 공업용 귀마개를 쓰고 있을 정도다. 
다이슨은 오로지 ‘기술’에 집중하며, 제품이 최고 성능을 제공하고 실제 환경에서 오랫동안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었다. 대부분 제조업체는 업계 표준 테스트를 외부기관에 맡기고 있다.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다이슨은 자체 테스트 시설에 아낌 없이 투자했다. 스스로 높은 표준을 정립해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관찰과 끈기로 문제를 해결해 온 다이슨
말레이시아에서 서울로 돌아와 뉴스를 곱씹어 봤다. 영국 제조업의 자존심 다이슨은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갑자기 발표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다이슨은 2016년 20억 파운드(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혀 다른’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규 인력 500여명을 전기차 개발에 투입했다. 투자금 중 절반은 자동차를 설계하는데, 나머지 반은 전기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쓰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싱가포르에 전기차 제조시설을 짓겠다고도 발표했다. 2021년 첫 전기차 출시 목표로 2020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다. 첫번째 전기차 시제품은 이미 개발한 상태였다.
하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개발팀이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성이 없어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다이슨은 “전기차 개발팀이 구상한 전기차는 회사 철학에 충실하면서 접근방식도 독창적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의 구매자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양산 과정에서의 수익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다이슨의 전기차 포기에 대해 영국 BBC는 전기차 생산 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지만, 이윤은 적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의 경우 대량 생산과 판매로 박리다매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다이슨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이 심화되고 있다. 미래차로 옮겨가는 변혁기를 맞아 적자생존 싸움이 치열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에 펴낸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생산•판매•수출 모든 부문에서 자동차 산업의 완연한 하향 추세를 언급했다. 자동차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이고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각국의 환경규제와 보조금 등에 힘입어 전기차는 매년 20% 넘게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카 등을 제외한 순수 전기차 비중이 1.5%였지만 204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이슨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업계의 혼돈을 대변하는 단어는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이다. 반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자동차 시장은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을 다이슨이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었다. 이정도 선에서 손절한 것이 무척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임스 다이슨 경은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제품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남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문제를 푼 데 있다”고 말했다. 사진 차병선 기자.

다이슨은 전기차 프로젝트로 고용한 직원들에 대해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등 다른 제품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기술개발 센터에서 만난 찰리 파크는 이에 대해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확보한 배터리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선택은 다이슨에게 맞는 최적의 방향이었을까.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진공청소기는 1908년 만들어져 큰 개선이나 발명 없이 70년 이상 큰 개선 없이 사용되어 왔다. 1882년에 개발되어 130년 넘게 틀을 깨지 않은 선풍기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슨은 이런 제품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혁신했다. 제임스 다이슨 입장에서는 자동차도 이런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분명히 가능성을 보고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다이슨은 관찰과 끈기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번에도 분명히 순순히 물러나진 않았을 터다. 조만간, 혹은 몇 년 뒤, 다이슨 전기차가 헤성처럼 등장할 지 모를 일이다.

▶숫자로 본 다이슨
  5 현재 다이슨은 헤어 스타일링 툴과 유무선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환경 제어 제품, 핸드 드라이어, 조명 등 총 5가지 분야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이슨 제품은 현재 75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15억 파운드 다이슨은 미래 기술에 대해 15억 파운드 규모에 달하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 포트폴리오 4가지를 개발 중이며, 향후 4년 내에 전 세계에 신제품 100개를 출시할 계획이다. 

  500만 파운드 다이슨은 런던 임페리얼 컬리지(Imperial College)와 공동으로 로봇 연구소에 500만 파운드를 투자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는 공학 설계를 위한 다이슨 센터를 열고 800만 파운드를 투자하는 등 초기 단계 기술 개발을 위해 전 세계 45개의 대학교들과 협력하고 있다.

  12,000+ 다이슨은 전 세계적으로 1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 중 3분의 1은 엔지니어다. 다이슨은 지난 2014년부터 영국 본사 기반 근무 직원들을 70% 늘렸다.

  2006 다이슨이 처음 DC16 핸디형 무선 진공청소기를 판매한 해다. 이 모델은 다이슨의 첫 번째 디지털 모터가 탑재된 제품이다. 

  2016 다이슨이 처음으로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 드라이어를 선보이면서 헤어 케어 카테고리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해다. 슈퍼소닉 헤어 드라이어에는 다이슨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디지털 모터 V9가 탑재됐다.  

  4,000만 2017년 다이슨은 디지털 모터 4,000만개를 생산했다.

  1억 2017년, 다이슨이 제조한 제품 개수가 1억개를 달성했다. 

▶다이슨 기술 공학 대학(Dyson Institute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 
제임스 다이슨은 오랫동안 영국의 엔지니어 부족 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영국 내 관련 직종으로 진출하는 공학자들의 수는 매해 69,000명씩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영국 내 기업들이 다른 나라 출신의 인재들을 고용하고 있다. 다이슨은 이러한 영국 내 엔지니어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 4월 영국 왕실의 승인을 받은 ‘고등교육 및 연구 법안’에 입각해 다이슨 기술 공학 대학을 설립했다. 2017년 9월 개교한 이 캠퍼스는 다이슨 맘스베리 건물 내에 설립되었다. 2017년 신입생 34명을 2020년에는 학생 수가 2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이슨 기술 공학 대학은 정규 대학 과정으로 총 4년의 학부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각 분야 전문가이자 영국 워릭 대학교에서도 교육을 병행하는 다이슨 과학자와 엔지니어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첫 2년동안은 기본 공학 원리를 학습하고, 그 후 2년 동안 심도 있는 전자∙기계 엔지니어링을 공부한다. 동시에 다이슨 엔지니어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R&D 팀과 다이슨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수를 받으며 실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즉, 재학 기간 동안 급여를 받으며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 졸업 후 반드시 다이슨에 입사할 필요는 없다. 학생이 자유롭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다이슨 기술 공학 대학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제임스 다이슨 경. 사진 다이슨코리아 제공.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제임스 다이슨 재단(James Dyson Foundation, 2002년 설립)이 개최하는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디자인 공모전이다. 전 세계 젊은 인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창작품을 국제 무대에 선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차세대 엔지니어를 양성하고자 2004년부터 매년 개최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더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처음 개최됐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 또는 콘셉트를 제출하면 된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19은 한국, 미국, 영국, 호주, 독일을 포함한 27개국의 제품 디자인, 산업 디자인 또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과 최근 4년이내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