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US]활짝 날개를 펴는 슬랙

SLACK SPREADS ITS WINGS

2019-10-31     Michal Lev-Ram 기자

인기 있는 이 업무용 채팅 앱 업체는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쳤다.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By Michal Lev-Ram

업무용 메시징 서비스 기업 슬랙 Slack의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 STEWART BUTTERFIELD가 지난 6월 회사의 주식 시장 데뷔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을 때, 그는 경영진과 일부 주요 고객들만 축하행사에 대동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 노마 버터필드도 데려갔다.

이 CEO는 최근 콜로라도 애스펀 Aspen에서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콘퍼런스에서 청중들에게 “내게 정말 의미가 있었던 일은 어머니를 모셔간 것”이라며 “당연히 그녀가 회사 주식의 거래시작을 위해 벨을 울려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실내에서 열린 축하 행사는 슬랙에는 ‘금융 이벤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일종의 ‘성인식(bar mitzvah)’이었다: 이 인기 있는 툴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접어드는 단계인 셈이다. 슬랙은 직원들이 서로 메시지로 소통하고, 서류 작업을 공유 및 협업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도록 돕는 도구다. 업무를 완수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들이다.

슬랙은 성장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당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회사는 최근에는 대기업 고객들까지 유치했다. 이들 중 다수는 규모가 비슷한 상장 협력업체들과 일하는 데 익숙하다. 버터필드가 IPO 기념식 무대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기업공개가 회사 신뢰도를 더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 CEO의 전언에 따르면, 슬랙의 대기업 고객사 중 일부는 회사의 재무기록을 요구해 왔다. 이제 그들은 분기별로 매출과 수익, 그리고 비즈니스 리스크 같은 세부사항에 접근할 수 있다. 분명, 고객사들만 슬랙의 기업공개를 요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회사를 통해 대박을 터트렸던 초기 개인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슬랙은 지난 6월 20일 상장 회사로서 인상적인 첫날을 보냈다. 주식은 전날 뉴욕 증권거래소가 정한 기준가 26달러보다 48%나 높은 38.50달러에 개장,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비상장 시절보다 거의 3배나 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요동치면서, 시가총액은 8월 초 150억 달러대로 떨어졌다.

슬랙은 ‘직상장’—신규 주식을 발행하거나, 주관사 없이 상장하는 비전통적 방식—에 성공했음에도, 현재 성장에 대한 훨씬 높은 기대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강적들에 직면하고 있다. 워싱턴 주 레드먼드에 본사를 둔 이 거대 기술회사는 최근 ‘슬랙의 라이벌 업무용 채팅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Microsoft Teams가 1,300만 명(슬랙은 1,000만 명)의 일일 실제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 소식에 슬랙 주가는 하루에 거의 4% 폭락했다.

버터필드는 마이크소프트의 이런 발표에 대해 “더 집중화된 소기업이 수십 개의 제품을 보유한 대기업보다 유리할 수 있다”며 “회사가 크면 클수록,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제고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슬랙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그의 어머니 노마 버터필드가 지난 6월 회사 주식의 직상장을 기념하며,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 밖에서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단순한 수치로 두 회사를 비교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 우선, 슬랙은 자사 서비스가 단지 또 다른 업무용 채팅 도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자사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대일로 소통하던 기존 방식—정보 저장고 역할을 하는 이메일이 대표적이다—을 정보 공유와 협업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그룹 ‘채널’로 바꿔 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슬랙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보통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매일 9시간 동안 자사 앱을 열어두고, 약 90분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비슷한 대상들의 비교가 까다로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팀스는 오피스 365(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업무용 응용 프로그램의 구독 기반 버전이다)와 함께 패키지로 구성돼 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슬랙보다 사용량이 훨씬 적고, 심지어 기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팀스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슬랙은 다른 상품들에 포함되지 않고, 독립적인 서비스로 판매된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 사용자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365 사업부의 재러드 스파타로 Jared Spataro 부사장은 “패키지 판매에 대한 이런 의문들이 회사가 전체 고객뿐만 아니라, 일일 실제 사용자 숫자를 발표하기로 결정한 정확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우리 관점에서 팀스를 사용하는 1,300만 명이 그 앱을 패키지로 사용하든, 공짜로 사용하든 상관 없다. 중요한 건 그들이 어쨌든 그 상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고객들이 매일 팀스를 사용하는 시간은 명확하지 않다. 슬랙과 달리, 이 회사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어쨌든, 애널리스트들은 팀스가 슬랙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투자회사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 바번 수리 Bhavan Suri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본력이 탄탄하고, 많은 대기업들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스를 개선하고 홍보하는 데 쉽게 현금을 쓸 수 있는 수익성이 높은 기업인 반면, 슬랙은 아직 적자를 보고 있다. 회사는 최근 회계연도에 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1억 3,9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희소식이 있다. 그 기간 동안 유료 고객이 전년 대비 거의 50%나 급증한 것이다.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다른 많은 업무용 IT업체들이 부러워할 만한 증가율이다.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슬랙의 흑자 전환을 이끌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슬랙의 행보가 항상 명확한 건 아니었다. 올해 46세의 버터필드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온라인 게임 제조업체 타이니 스펙 Tiny Speck을 창업했다. 하지만 2014년 그는 팀원들이 내부 소통을 위해 만든 채팅 도구 슬랙으로 선회했다. 원래 구상했던 게임이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진 시기였다. 캐나다 출신의 이 최고 경영자는 현재 실리콘밸리와 뉴욕을 오가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 물론 시간을 쪼개 다른 주요 거점들과 150개 국에 위치한 주요 고객사들도 방문한다. 

버터필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 Flickr를 공동 설립한 전력이 있다. 인터넷 거품 시대 이후, 가장 핫한 스타트업 중 한 곳이었다. 야후는 지난 2005년 이 서비스 업체를 3,500만 달러—당시로서는 꽤 괜찮은 ‘투자회수(exit)’ 사례였다—에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버터필드는 플리커의 총책임자로 야후에 남게 됐다. 하지만 3년 후, 이 웹 포털 공룡의 관료주의와 혁신 부족에 환멸을 느끼고 퇴사했다.

슬랙의 빠른 성장과 공개기업 전환에도 불구하고, 버터필드가 여전히 “더 큰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확신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고객사들도 그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

금융 서비스업체 TD 아메리트레이드 Ameritrade의 최고정보책임자 비제이 산카란 Vijay Sankaran은 “슬랙은 매우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한다(이 회사의 직원 1만 1,000명은 슬랙 채팅 앱을 사용한다). “우리는 그 CEO와 직접 소통을 한다. 제품 엔지니어링 팀과도 협업한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또 다른 고객인 전자상거래 회사 쇼피파이 Shopify의 ‘문화 전략가’ 케이틀린 노리스 Kaitlin Norris는 “우리 직원 4,000명을 위해 슬랙에 특정한 새 기능을 요청했고, 그 결과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현재 버터필드의 산하 팀원들이 또 다른 기능을 만들어 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능은 특정한 프로젝트나 주제를 위해 생성한 채널 등을 직원들이 직접 구성할 수 있어 유용하다. 그렇지 않으면, 채널들이 채팅 창에서 그저 알파벳 순서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슬랙에 매력을 느끼는 큰 이유는 다른 회사의 온라인 서비스와도 통합된다는 점이다. 현재 이 플랫폼에는 화상회의 서비스 줌 Zoom부터, 문서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저장 서비스 구글 드라이브 Google Drive까지 1,500여 개의 앱이 있다. 아울러 고객들에게 슬랙과 통합해 사용하도록, 자체 기능들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도구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쇼피파이는 탤리 Tally라는 인공지능 기반 봇을 만들었다. 탤리는 직원들이 사용한 비용을 추적하고, 그들이 지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모두가 슬랙 플랙폼 내에서 이뤄진다.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 수리는 “슬랙은 현대 기업들이 한 곳에서 모든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운영체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원스톱 앱이 되겠다’는 다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홍보문구와 상당히 비슷하게 들린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슬랙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월가의 눈에는 라이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대기업이 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버터필드는 그 뿌리—당초 슬랙의 성공을 이끈 단순함이다—를 잊지 않고, 회사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