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Interview]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 “기술, 고객 만족·행복으로 수렴”

2019-10-25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 IT그룹이 완벽한 전산 장애 제어와 온·오프라인 IT 최적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여의도전산센터에서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가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여의도전산센터 집무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Fortune Korea]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실은 소규모 상황실을 방불케 했다. 책상과 마주 보는 TV 화면엔 국내 은행 채널 IT 상황과 에러 등이 실시간 체크되고 있었고 장단기 업무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도표와 자료, 지도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개 커다란 테이블에는 많은 서류가 흩어져 있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도 일에 골몰 중이던 이우열 대표는 급히 한쪽 테이블 귀퉁이를 치워 인터뷰 공간을 마련했다. 대표실 전체 모습이나 벽면 도표 등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워낙 중요하고 기밀인 내용이 많아 안 됩니다. IT그룹인 만큼 보안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거든요. KB국민은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시스템 안정성인데 불확실성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한 그의 얼굴에 뜻밖의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 다양한 업무 경험이 중요

KB국민은행 IT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 IT그룹이 최근 은행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전산·접속 장애를 완벽히 제어 중인데다가 유니버설 허브 구축이나 무인·IT지점 오픈 등 다양한 시도로 오프라인 점포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IT그룹의 활약 덕분에 KB국민은행은 디지털 부문에서의 리스크 관리와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확대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IT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우열 대표는 은행 업무로는 산전수전을 넘어 공중전까지 겪은 인물이다. 일반 업무 부서는 물론 기획실, 조사실, 전략실, 지주 설립 기획단, 인수·합병·바젤 TFT 등을 두루 거쳤다. 은행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무를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그는 지난해부터 IT그룹 대표를 맡았다. 금융업은 돈과 자본을 다루는 특수 업종인 까닭에 IT 부문에서도 ‘업종 이해도’가 매우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IT 출신 인원들을 대상으로 타 업무 경험을 쌓게 한다든가 금융권 CIO 대부분이 업종 내 다양한 업무 경험을 거친 인사들로 구성됐다든가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우열 대표는 말한다. “다양한 업무 경험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은행권에서는 직원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마련하죠. 여의도 인사이트 영업점이 좋은 예입니다. 모든 은행 업무를 IT 인력이 담당하도록 했어요. 일선 업무를 직접 해봐야 현장에선 우리 IT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어떤 점이 불편한지 등을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고객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니즈를 반영하면 고객 만족도는 물론 IT 인력들의 업무 역량 역시 훨씬 올라가지 않을까요.”

◆ 특별한 인사이트 지점

지난 10월 25일 오픈한 인사이트 지점는 KB국민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특화 영업점이다. 앞서 이우열 대표의 언급처럼 100% IT 인력만으로 운용된다. 우리나라 금융권 최초 사례로, KB국민은행 IT 시스템 현장 피드백과 함께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방점을 뒀다.

인사이트 지점은 여의도 국회 앞 광복회관에 들어서 있다. IT나 핀테크, 기술 등 키워드의 인사이트 지점과는 일견 동떨어져 보이는 위치이다. 이는 현재 KB국민은행 IT그룹이 쓰고 있는 국민은행여의도전산센터와의 거리를 고려한 결과이다. 국민은행여의도전산센터 역시 국회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의사당대로를 사이에 두고 인사이트 지점과 마주 보는 위치이다. 이우열 대표는 센터와 인사이트 지점 간 신속한 정보 교류를 위한 위치 선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이슈가 되면서 금융권 모두가 IT 부문에 힘을 쏟고 있지만 KB국민은행은 특별히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인사이트 지점이나 국민은행여의도전산센터같이 별도 건물을 따로 쓸 정도로 공을 들이는 곳은 금융권에서도 사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KB국민은행이 이렇게까지 IT 부문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는 말한다. “IT부문의 덕을 크게 본 경험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이 현재 위상을 가지게 된 데에는 1980년대 우리나라 최초로 종합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한 영향이 컸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지점과 지점 간 데이터 연결이 안 돼 있어 자기가 계좌를 개설한 지점에 가야만 은행 업무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종합 온라인 시스템 개발로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이에 편리함을 느낀 당시 많은 사람이 KB국민은행의 고객이 됐죠. 현재까지도 KB국민은행이 국내 최대인 100조 원대 요구불예금을 유치하고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IT 부분에서 앞서나가는 게 얼마나 큰 경쟁력인지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거죠.”

인사이트 지점은 테크 데스크 창구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 및 기술 기업의 아이디어와 사업 제안을 즉각 접수·테스트하는 ‘테크 플레이그라운드’ 역할도 도맡아 눈길을 끈다. 최근 은행들이 핀테크 랩 등을 통해 다양한 기술 기업과 협업하고 있지만, 대부분 공모 방식이어서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나온 아이디어다.

이우열 대표는 말한다. “정말 좋은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서류 작성이나 PPT, 공개 발표 같은 걸 어려워해 주목 받지 못하는 팀들이 있을 겁니다. 기존 은행권 시스템에서는 빛을 보기 어려운 곳들이죠. 저는 이들에게 KB국민은행 IT그룹은 오픈돼 있다고, 여기로 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열린 문화, 열린 개발자들, 열린 사람들로 구성돼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와서 노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사. 사진=KB국민은행

◆ IT 시스템 발전 = 디지털 전환

이우열 대표는 인사이트 지점이 KB국민은행의 IT 시스템 발전은 물론 디지털 전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IT 시스템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크게 구별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우열 대표와 기자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이 대표 : 요즘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니까 마치 새로운 흐름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렇진 않아요. 사실 IT가 디지털이고 IT 발전의 과정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이죠.

기자 : 그렇다면 과거에도 디지털 전환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대표 : 물론입니다. 과거 사람이 수기로 다 하던 것들을 컴퓨터로 대신하게 된 것, 또 일일이 자판으로 쳐넣어야 했던 것들을 자동화한 것 등을 들 수 있죠. 디지털 전환이 시대별로 달리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자 :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 디지털 전환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대표 : 현재는 고객 편의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모바일앱 서비스 혁신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IT 프로세서를 개선해 고객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용을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미래는 IT 기술을 가지고 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 : KB국민은행이 선도했거나 강점을 보였던 사례 위주의 설명 같습니다.

이 대표 :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KB국민은행이 잘해서 그런 거겠죠. 실제로 잘하고 있고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 속도, 안정성, 커스터마이징 등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받혀주는 덕분에 전산 속도도 매우 빠르죠.

◆ 온·오프라인 고른 디지털화 추구

KB국민은행은 IT 기술 개발에 전략적인 구분을 둔다. KB국민은행이 반드시 직접 개발해야 할 기술과 핀테크 업체와 협업을 통해 개발해야 할 기술, 다른 업체로부터 사서 써도 무방한 기술 등 세 가지로 나눈다. A부터 Z까지 모든 기술을 직접 다 개발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구분이다.

최근 은행권이 모바일앱 서비스 혁신에 치중하는 데 비해 KB국민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도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한 무인점포나 인사이트 지점 등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더해 기존 점포 활용에서도 특별한 모습을 보여준다. IT그룹에서 IT 기술을 활용한 고객 편의 제고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덕분이다.

이우열 대표는 말한다. “창구 디지털화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거죠. KB국민은행 모바일앱인 스타뱅킹앱을 통해 모든 오프라인 점포의 고객 현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든가, 예약을 가능하게 한다든가 등입니다. 손바닥 같은 신체 인증을 통한 거래는 이미 일반화한 지 오래고요. 최근에는 원펌 등 시스템과 같이 KB금융그룹 계열사의 시너지를 결합·고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간단하게는 태블릿PC와 모바일 펜을 사용해 종이 사용을 극한까지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IT그룹은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의 고른 디지털화를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많은 사람이 온라인 위주의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아마존같이 온라인 비즈니스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조차도 최근 오프라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했다. 은행권 역시 앞으로의 경쟁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복합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는 말한다. “결국은 고객 만족과 행복으로 수렴합니다. KB국민은행의 미션이 세상을 바꾸는 금융인데, 이것 역시 고객의 행복을 근원으로 합니다. IT그룹의 미션은 기술을 통해 고객의 행복을 제고하고 그 결과 세상을 바꾸는 것 정도가 되겠죠. 새로운 테크놀로지 개발과 이를 통한 뉴 비즈니스의 도래를 통해 고객이 금융에서 행복한 세상을 그릴 수 있도록 KB국민은행 IT그룹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하 박스기사>

◇ 은행업의 미래는?

최근 오픈뱅킹과 금융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덕분에 핀테크 혹은 테크핀 기업들이 은행 라이선스를 갖지 않고도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은행과 이들 기업의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란 전망도 팽배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대표가 생각하는 은행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우열 대표는 말한다. “먼저 뱅크와 뱅킹의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뱅크는 은행을 말합니다. 뱅킹은 이 은행에서 취급하는 여러 업무를 말해요. 그러니까 은행 외 업체들은 뱅킹을 하고 있는 거죠. 큰 은행들은 여수신 상품을 만들고 또 유통까지 시키지만 작은 은행들은 취급까지만 합니다. 그리고 현재 핀테크 업체들은 상품을 별도 플랫폼에서 유통시키는 뱅킹 업무에 주력하고 있죠.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미래에는 크게 이 3개 축에서 각자의 새로운 역할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미래에도 덩치가 큰 곳들은 모든 업무를 아우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곳들은 점차 특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 보고요. 여러 업체가 난립하겠지만 결국에는 몇 개 기업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거칠 것 같습니다.”

◇ KB국민은행의 IT 개발 인력 규모는?

KB국민은행의 IT 인력은 현재 총 2,0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인원 1만 6,500명 대비 12% 수준이다. 금융권 중에서는 상당한 비율이지만 KB국민은행은 그래도 꾸준히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코딩 경진대회를 열거나 인사이트 지점 테크 데스크를 활용하는 등 여러 기회를 열어두고 IT 직원을 별도로 선발하려는 방식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