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인터뷰] 빅데이터로 국내 웨딩시장 ‘거품’을 뺀다.

주상돈 하우투메리 대표 인터뷰

2019-05-03     김병주 기자

결혼 정보 플랫폼 웨딩북을 운영하는 하우투메리는 수년 간 축적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예비부부들에게 거품 없는 결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범국가적 복지 인프라를 지향하는 하우투메리의 주상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주상돈 하우투메리 대표는 예비부부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하루'를 선사하겠다는 비전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일 언론 보도를 통해 결혼과 관련한 우울한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비혼(非婚)을 선택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는 5.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결혼을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 각종 지표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출산율 꼴찌로 나타났다는 소식은 이제 새삼 놀랍지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혼 남녀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요약하면 아마도 일 것이다. 한 국내 결혼정보업체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준비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23,000만 원 남짓이라고 한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과 혼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순수 결혼식 준비에만 드는 비용은 무려 6,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고비용에 대해 허례허식’, ‘과도한 낭비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입장에서는 인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을 보다 의미있고 멋지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하루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 찾는 것으로 귀결된다.

스타트업 하우투메리에서 운영하는 웨딩북(Wedding book)’은 이 같은 신혼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온·오프라인 결혼 정보 플랫폼이다. 주상돈 웨딩북 대표는 말한다. “저희는 철저히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현명한 결정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탄생한 플랫폼입니다. 소위 깜깜이 시장으로 전락해버린 웨딩 시장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가격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웨딩북의 목표죠. 현재 저희 웨딩북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타사 대비 평균 70~80만원 저렴하게 상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철저히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웨딩 시장을 바라보고, 합리적인 상품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초심을 유지하며 사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사실 웨딩북이라는 플랫폼에 기자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취재의 차원 뿐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도 포함돼있었다. 오는 9월 결혼을 앞둔 기자는 올 초부터 결혼 준비를 위해 주말마다 사설 결혼박람회, 웨딩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복 등을 준비하며 발품을 팔고 있다.

기자도 여느 예비부부와 다름없이 비슷한 경로를 통해 결혼을 준비해왔다. 결혼박람회를 통해 만난 웨딩플래너와 소통하며 각종 정보를 요청해 전달 받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살핀 뒤 계약을 하는 방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플래너를 만나 큰 문제없이 준비를 해오고 있지만, 일부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느끼기도 했다.

주상돈 대표도 기자의 이러한 아쉬움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리고 이것이 비단 기자만의 아쉬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웨딩 시장에 몸담으면서 만나온 대다수 예비부부들이 이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말한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예비 신혼부부의 거의 대부분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에요. 십여 년 전부터 결혼 시장의 정보 비대칭은 항상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죠. 이미 일부 결혼컨설팅 기업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다 보니 이러한 틀을 깨려는 시도는 항상 난관에 봉착했었거든요. 제가 웨딩북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혁신이 없는 웨딩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제대로 된 시장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주상돈 대표가 결혼 정보 플랫폼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건 약 7년 여 전이다. 당시 작은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그는 큰 시장에서 큰 변화를 이뤄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그렇게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던 그의 눈에 띈 것이 바로 결혼 정보 시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결혼 정보 시장은 몇몇 결혼 정보 인터넷 커뮤니티와 컨설팅 회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결혼 박람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물론 지금도 이러한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연간 20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웨딩 시장은 규모만큼의 혁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몇몇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웨딩 문화 혁신을 기치로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공고한 기존 업체들의 벽에 부딪혀 사업을 접기 일쑤였다.

[사진=차병선 기자] 웨딩북 청담 지하에 마련된 웨딩드레스&웨딩앨범 라이브러리 내부 모습.

도전과 실패가 반복되는 웨딩 시장에서 주상돈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도전에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상돈 대표는 웨딩 시장에 도전할 자신만의 무기를 설정했다. 바로 데이터였다.

주상돈 대표는 말한다. “당시 웨딩시장의 혁신을 기치로 내세우며 도전에 나섰던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컨텐츠를 내세웠습니다. 광고를 걷어낸 실제 예비부부들의 커뮤니티, 웨딩홀 역경매, 스드메 비교견적 등 눈에 보이는 컨텐츠로 승부수를 던졌죠. 하지만 저희는 생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기발한 컨텐츠가 출시 직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만 지속성의 측면에서는 떨어진다고 봤던거죠. 그래서 저희는 데이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결혼 준비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운영해보자는 거였죠. ‘빅데이터와 유사하다고 할까요? 웨딩 시장의 빅데이터를 구축해 기회를 엿보자고 결심하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지난 2014년 주상돈 대표와 학교 동기 4명은 웨딩북을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웨딩 정보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재밌는 사실은 창업 당시, 주상돈 대표를 포함한 웨딩북 공동창업자 5명 모두 미혼의 남자 공대생이었다는 점이다. 결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아직 결혼을 생각해본 적조차 없던 그들이 덜컥 웨딩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주변의 걱정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주 대표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계획대로 사업 스텝을 밟아나갔다. 그는 창업 초기 2년을 웨딩북 플랫폼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로 설정했다. 데이터를 모으기 전,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닦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 대표와 웨딩북 직원들은 국내 주요 웨딩홀의 업무 시스템에 주목했다. 당시 국내 대다수 웨딩홀에서는 모든 고객 상담 내용을 수기(手技)’로 기록·보관하고 있었다. 이는 최첨단 IT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다소 맞지 않는 방식임에 분명했다.

프로그래밍에는 도가 튼 공대 출신웨딩북 창업멤버들이었다. 그들은 직접 웨딩홀을 방문해 고객 상담 관리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알렸다. 다행히 웨딩북의 노력은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방문한 대다수 웨딩홀에서는 프로그램의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매기면서 도입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간 노력한 결과, 서울시내 기준 웨딩홀의 상당수가 웨딩북이 개발한 고객 상담·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구축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는 웨딩북이 현재의 플랫폼을 론칭·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비로소 2017년이 돼서야 웨딩북이라는 웨딩 정보 플랫폼이 공식 출시됐다. 웨딩북은 거품없고 투명한 웨딩 정보 플랫폼을 컨셉트로 내세웠다. 일부 웨딩 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장에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통한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웨딩북의 목표였다.

[사진=차병선 기자] 주 대표는 “궁극적으로 웨딩북이 가족이 탄생하고 만들어지는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가정 복지 플랫폼’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특히 주 대표는 스튜디오, 메이크업, 드레스샵 등 이른바 스드메업체들에 주목했다.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이들은 그동안 일부 웨딩 컨설팅 업체들의 갑질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갑질에 지친 이들에게 직접 홍보와 마케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업체 간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상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주 대표는 내다 봤다.

주 대표는 말한다. “사실 웨딩홀, 스드메 업체들은 홍보나 마케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어느 업체든 간에 홍보마케팅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타깃 고객이 누군지 알고 그들에게 자사의 장점을 꾸준히 노출해야 하죠. 하지만 웨딩 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잠재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먼저 자신들을 찾아줘야 비로소 그들이 고객임을 인지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이들이 궁여지책으로 찾는 곳이 바로 웨딩 컨설팅 업체입니다. 웨딩 컨설팅 업체들이 진행하는 박람회에 입점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홍보마케팅 창구가 없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컨설팅 업체들이 요구하는 무리한 입점비나 수수료 정책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조성됐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웨딩 정보 시장을 건강하게 바꾸는 비결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현재 웨딩북과 제휴를 맺은 스드메 업체는 약 70여개 수준이다. 스드메 업체와는 거래 성사에 따른 약간의 수수료만 오갈 뿐, 입점 혹은 제휴에 따른 계약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업체를 이용한 실제 고객들의 평점 및 후기에 따라 노출 순서가 결정된다. 이밖에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웨딩홀, 혼수, 예물, 폐백, 한복, 예복 등의 업체들도 자유롭게 웨딩북 플랫폼을 홍보마케팅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웨딩북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수년간 축적된 실제 이용자들의 생생한 후기다. 광고성 후기는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실제 후기만 확인할 수 있어 예비부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후기는 무려 8만 여건 이상으로 동종 업계에서 운영하는 웨딩 플랫폼의 후기를 질과 양, 두 가지 측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최근 웨딩북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오로지 온라인과 웨딩박람회에서만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예비부부들에게 직접 결혼 준비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웨딩북 청담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웨딩북 청담은 지하 1, 지상 2층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지하에는 직접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는 드레스피팅공간과 함께 웨딩북과 손잡은 스드메 업체들의 카탈로그, 웨딩홀 VR체험존, 남성예복 체험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1층에서는 웨딩북 소속 플래너들과 계약 유도 없는상담이 이뤄지며, 2층은 신혼집 인테리어와 가구, 혼수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아파트먼트공간이 마련돼 예비부부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주상돈 대표는 웨딩북 청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곳은 소비자와 플래너, 업체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을 지향합니다. 플래너와 소비자는 계약 성사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 없이 편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죠. 업체들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자사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홍보마케팅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저는 웨딩북 청담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분명 웨딩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리라 확신합니다. 또 향후에는 서울을 벗어나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으로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올해도 웨딩북은 쉼 없이 달릴 예정이다. 웨딩북 청담의 공간 개선과 더불어 사업을 안정화 시키고, 연말까지 스드메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역량있는 업체 발굴 및 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 대표는 궁극적으로 웨딩북이 가족이 탄생하고 만들어지는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가정 복지 플랫폼이 되길 희망한다기회가 된다면 아시아 웨딩시장에 진출해 한국 웨딩 문화와 노하우를 알리는데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