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US]맨해튼 5번가를 다시 접수하다

2019-05-02     Phil Wahba 기자

삭스 Saks 백화점이 2억 5,000만 달러를 들여 맨해튼 본점을 새 단장하고 있다. 이 대규모 투자는 초경쟁 상태의 백화점 전쟁에서 삭스가 감행하는 선제 공격이다.

이제 삭스 피프스 애비뉴 1층에는 더 이상 향수 코너가 없다. 가죽 제품 숍들이 입점해있다. 사진=포춘US

 

Saks Fifth Avenue의 사장 마크 메트릭 Marc Metrick이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 Rem Koolhaas가 디자인한 화려한 새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다. 그는 백화점 재개장을 앞두고 매우 설렌 표정이다. 에스컬레이터는 밝은 빨간색과 파란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천장에 설치된 대형 LED는 마치 파란 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공사 현장을 둘러싼 회색의 먼지막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맨해튼을 대표하는 백화점 1층에서는 이처럼 변화가 한창이다.

메트릭은 65만 제곱피트(약 1만 8,000평) 규모의 뉴욕 본점이라면, 쇼핑객들이 이 정도의 웅장한 극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확신한다(그는 허드슨베이컴퍼니(HBC)가 소유한 삭스 사장을 2015년부터 맡고 있다)

화려한 새 에스컬레이터는 1층-향수를 소개하는 판매 직원들로 분주했던 화장품 코너가 수십 년간 터줏대감으로 자리잡던 곳이다-을 확 트인 2층으로 연결한다. 새 1층 공간에는 5만 3,000 평방 피트 규모의 가죽 제품과 핸드백 코너-메트릭에 따르면, VIP고객을 유혹할 ‘미끼 약물 (Gateway Drug)’/*역주: 다른 독한 마약으로 가기 위한 초기 마약처럼, 더 고급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한 상품을 의미한다/같은 곳이다-가 입점한다. 올 늦은 여름쯤 리모델링이 종료되면, 지하 층에는 자체 보석 매장 ‘더 볼트 The Valut’가 들어설 예정이다. 원래는 창고로 쓰였지만, 앞으로는 쇼파드 Chopard 시계 같은 삭스의 고급 보석을 판매하게 된다.

삭스는 현재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 중이다. 이런 가운데, 리모델링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경영상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당시 분기별 매출과 시장 점유율 모두 줄어들고 있었다. 1924년 이후 뉴욕을 대표해 온 최고의 고급 백화점(Grande Dame)은 자기 색깔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삭스의 매출은 8분기 중 7차례나 증가했다. 그리고 최근 매출은 최대 경쟁사인 노드스트롬 Nordstrom과 니먼 마커스 Neiman Marcus를 모두 앞질렀다.

럭셔리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인 & 컴퍼니 Bain & Co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의 럭셔리 소매 시장 규모는 지난해 5% 성장한 8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극히 평범한 매장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향후 몇 년간 5번가 본점 리모델링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삭스의 결정은 적절했다.

메트릭은 “수억 달러를 들여 본점을 새 단장하는 이 때가 럭셔리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고급화 전략을 강화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삭스는 1930년대 선보였던 실내 스키장 같은 기이한 것들은 설치하지 않는다(오늘 최고재무책임자에게 한번 승인을 요청해봐라. 어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정신을 살려, 5번가 본점을 ‘현대적 명소’로 만들려 하고 있다.

지난 해 2층으로 재배치된 화장품 코너는 40% 더 늘어난 공간을 확보했다. 얼굴 마시지와 항셀룰라이트 치료법 같은 새로운 편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원래 이 코너는 쇼핑객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1층을 지켰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 덕에 한층 밝은 시야를 제공한다. 자연 채광은 2021년까지 전 층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쇼핑은 뉴욕 본점에 대한 메트릭의 비전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이 디자인한 고급 레스토랑 엘애비뉴 L‘Avenue가 최근 9층에 문을 열었다. 리한나와 비욘세 같은 VIP고객들이 즐겨 찾는 그 프랑스 레스토랑의 유일한 해외 분점이다. 오늘날 삭스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거대 유통기업 허드슨베이컴퍼니가 회사를 24억 달러에 인수한 2013년 후에도 최근까지 경영난에 허덕였다.

당시 경영진은 이탈했고, 전략은 부재했다. 그리고 삭스를 ‘한 물간 기업’으로 보는 시선이 팽배했다. 그래서 현재 23년차 브랜드 베테랑 메트릭이 2015년 삭스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즉각 ‘고객 인식(Customer Perception)’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를 시작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결과가 나왔다: 쇼핑객의 눈에는, 삭스와 최대 경쟁사 니먼 마커스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메트릭은 “삭스는 수년간 모든 고객에게 ’만물상‘처럼 모든 것을 팔려고 했다. 그러니 뭐하나 특별한 점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문제는 삭스의 브랜드 제품들이 쇼핑객들 마음 속에 2순위라는 사실이었다”라고 설명한다. 적절한 사례가 있다. 사실상, 삭스와 정사각형의 회사 로고가 광고의 중앙 전면에 배치되는 경우는 할인 기간이 유일했다. 그 외에는 항상 후순위였다. 회사 로고는 의류 브랜드 광고판의 맨 아래로 밀려났다. 그 이후 메트릭은 직원들에게 고객의 눈에 삭스가 ’영웅‘으로 비치도록 만들자고 호소했다. “사람들이 ’나 이거 삭스에서 샀다‘, 또는 ’최근 삭스에 가봤니?‘라고 말하도록 만들자.”

물론 만만한 목표가 아니다. 어느 고급 백화점에서 구매하든, 제품의 85%는 경쟁사 제품과 겹치는 상황이다. 아울러 브랜드 업체들도 자체 매장을 오픈하고, 제품 판매 방식을 통제하고 있다. 즉, 종종 지난 10년간 백화점 업계 전반에 만연된 할인 문화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고급 브랜드(특히 소규모 브랜드)만이 자체 홈페이지와 매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다. 백화점은 유입되는 유동 인구가 많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 고객들의 성향을 포함, 매우 세분화된 고객 데이터를 브랜드 업체에 제공할 능력도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당신이 삭스, 니먼, 노드스트롬, 구치 부티크, 혹은 고급 온라인 편집숍 넷어포터 Net-a-Porter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는 구치 스웨터를 사고 싶다면, 왜 삭스를 선택하겠는가?

메트릭이 본점 리모델링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동시에, 그 거대 백화점은 40개 다른 매장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다.

메트릭은 노드스트롬이 선두주자로 평가 받는 전자상거래 부문에도 집중하고 있다. 삭스는 지난 2017년 세일즈플로어 Salesfloor를 도입했다. 채봇이나 해외 콜센터 상담원 대신, 매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판매원이 온라인상에서 쇼핑객을 돕는 방식이다. 그 결과, 세일즈플로어의 반품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허드슨베이컴퍼니의 최고경영자 헬레나 포크스 Helena Foulkes는 전형적인 삭스의 쇼핑객을 언급하며 “그녀는 오늘 경험한 다른 온라인 사이트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삭스가 다른 모든 곳처럼 편리할까?‘라는 의문을 가진다”고 지적한다.

삭스는 심지어 안방에서도 세련된 쇼핑객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최근 새삼 깨달았다. 회사는 지난 1월, 개장 2년 만에 로워 맨해튼 Lower Mahattan의 여성 매장을 닫았다. 회사의 변화된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포크스는 “앞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매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말은 가장 실적이 좋은 사업인 ‘삭스’, 특히 본점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다. 비록 허드슨베이컴퍼니가 매장별 매출을 자세히 밝히진 않지만, 맨해튼 본점은 최소 연 6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한다. 삭스의 전체 매출 중 약 15%에 해당된다. 

스코티아뱅크의 소매 담당 애널리스트 퍼트리샤 베이커 Patricia Baker는 “삭스 브랜드는 피프스 애비뉴 본점처럼, 강해질 일만 남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삭스는 소위 다른 분점들이 ’퇴물‘로 간주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베트멍 Vetements과 자크뮈스 Jacquemus 같은 트렌디한 브랜드들은 맨해튼 본점뿐만 아니라 다른 분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다른 분점에 적용되고 있는 또 다른 아이디어는 전도유망한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더 컬렉티브 The Collective’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다. 메트릭이 “삭스의 패션 권위(Fashion Authority)”라 부르는 것을 공고히 다지려는 포석이다.

그는 “패션 생태계에서 우리 역할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메트릭과 포크스 체제 하에서, 회사는 훨씬 더 활발한 ’신진대사‘를 보이고 있다. 즉,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메트릭은 “VIP 고객들이 예전만큼 용서하는 아량도, 인내심도 없다”고 토로한다. 삭스가 소비자 경험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번역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