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아침식사 시장을 잡아라’···편의점·패스트푸드·식품업계 등 불꽃 경쟁

2018-08-07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편의점, 식품업계 등이 3조 원대에 이르는 아침식사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아침식사시장이 좀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매일 아침 출근 후 사무실 1층 편의점으로 향한다. 김 씨는 익숙한 듯 간편식 코너에서 도시락, 간편 시금칫국, 야채주스를 골라 7,200원을 계산한 후 테이블에 앉아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김 씨는 “7,000원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양과 품질, 영양에 편리함까지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아침식사 시장이 부쩍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아침식사시장 규모가 2009년 7,000억 원, 2015년 1조 원을 넘어선 후 지난해에는 3조 원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침식사 시장 규모가 최근 급격히 커진 데에는 1·2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아침식사 단가가 올라간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1,000~1,500원짜리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과채주스나 유산균 우유 같은 건강음료를 함께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30~40대 남성 소비자 가운데 김 씨처럼 ‘간편하면서도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 먹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객단가도 올라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더엔피디그룹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밖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남성은 여성보다 9%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이처럼 아침식사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자 생활밀접업종 업체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등이 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편의점은 1990년대부터 이미 삼각김밥이 아이코닉 상품으로 인식될 만큼 아침식사 시장에 깊숙이 한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그동안 편의점 업체들의 관심은 아침식사 시장보다 가정간편식 개발에 치중돼 있었는데, 편의점표 가정간편식이 아침식사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모양새가 됐다.

거리 곳곳에 포진해 있는 편의점은 ‘용이한 접근성’ 덕분에 아침식사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다. 더엔피디그룹의 2017년 조사에서도 아침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소비자의 42%가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편의점이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은 또 2010년대 들어 가정간편식의 프리미엄화에 힘쓰면서 아침식사시장의 객단가를 올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5년을 전후로 프리미엄 도시락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평균 3,000원 안팎이던 편의점 도시락 가격이 현재는 4,500원 안팎으로 크게 올라있다. 게다가 최근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아침식사 시장에 특화된 2,200원짜리 모닝세트를 출시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마트24는 “상품 구성을 달리한 모닝세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아침식사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올해 3월에 이어 6월에도 휴대성을 극대화한 새 모닝세트를 선보인 바 있다.

패스트푸드점은 아침식사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장 먼저 드러낸 업종이다. 맥도날드가 2006년 패스트푸드 업계 최초로 아침 메뉴인 맥모닝을 출시하며 아침식사 시장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맥도날드의 발 빠른 실행력 덕분에 맥모닝은 패스트푸드 아침 메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맥모닝은 ‘맥머핀 + 음료 + 해시 브라운’으로 구성된 세트 가격이 3,000원대에 걸쳐 형성돼 있어 특가 상품 이미지가 강하지만, 4,000~5,000원대의 빅 브렉퍼스트나 디럭스 브렉퍼스트 같은 고가 라인을 통해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최근 고객 니즈에도 대응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업계는 포화상태인 커피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아침식사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업계 대부분의 업체들은 2015년을 전후해 모닝 상품을 내놓으며 아침식사시장에 뛰어들었다.

커피전문점 중에선 특히 스타벅스의 유연한 전략이 돋보인다. 스타벅스는 베이글, 머핀 등 베이커리부터 케이크, 샌드위치, 수프, 라이스 상품, 푸딩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1~2달 정도의 빠른 주기로 식사 대용 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아침 식사 대용 수요가 많아지면서 푸드 판매가 매년 20%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담백한 상품에 대한 고객 니즈와 칼로리와 성분 등에 민감한 트렌드를 동시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역시 아침 대용 간편식을 내놓으며 아침식사시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동원F&B가 올해 3월 국내 최초의 액상형 간편식 ‘밀스 드링크’를 출시하자, 4월 롯데제과가 따뜻하게 데워먹는 아침 식사용 ‘오트밀 시리얼’ 제품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았다. 밀스 드링크는 우유에 고농축 영양 분말을 녹여 한 끼 영양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미래형 간편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시장 규모와 객단가가 모두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어 아침식사시장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저렴한 상품들이 인기였는데, 최근에는 어느 정도 가격대 안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죠. 앞으론 업체·업종 간 아침식사시장 경쟁이 좀 더 치열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