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매도의 허와 실

다시 불거진 폐지 논란…피할 수 없으면 활용하라

2018-05-04     조용준 기자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건이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에 불만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청원운동’까지 불러 일으켰다. 공매도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폐지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한다. 공매도 제도를 피할 수 없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공매도 정보를 이용해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용준 기자 heme121@naver.com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증권시장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합니다.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우선 불신을 없애야 합니다. 지금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가장 불신하는 것은 무엇일까요?두말 할 필요 없이 공매도 제도입니다.”

지난 4월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공매도 폐지’ 청원의 내용 중 일부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였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게 만든 도화선은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오류 사건이었다. 담당 직원이 주당 배당금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해 유령주식 28억 주가 직원에게 배당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치명적인 사고를 파악하고도 삼성증권의 내부 시스템은 임직원의 비정상적인 매도를 막는 데 37분이나 걸렸다. 그런 사이 16명의 직원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우는 모럴 해저드까지 나타났다. 이번 사태는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렸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도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한 형태의 거래였다는 점에서 공매도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차익 투자기법이다. 공매도에는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 두 가지가 있다. ‘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를 하는 것이고, ‘무차입 공매도’는 전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되어 있고, 대차거래를 이용해 주식을 빌려 팔고 다시 사서 갚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어 있다.  

 

▲삼성증권 사태와 무차입 공매 의혹 

그 동안 공매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 중에는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의 존재 여부에 의심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관계 기관과 금융 당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주식이 없어도 전산 상으로만 존재하는 주식을 찍어내 매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인터넷 주식카페 등에선 증권사들이 그동안 들키지 않을 정도의 가상 주식을 찍어내 시장을 교란시켰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많다.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면, 기관투자자는 계좌에 주식이 없어도 매도 주문을 낼 수 있어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가 시스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기관이 보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일반 매도로 허위보고 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체크를 할 수 없다는 거 보도의 주내용이었다.

금융당국이나 전문가들은 삼성증권의 배당주식이 ‘없는 주식’으로 인식됐는데도 팔렸다면 무차입 공매도지만, 정상적인 주식으로 판단돼 거래가 체결됐기 때문에 형식상 무차입 공매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주식들이 공매도가 아닌 일반 거래를 통해 거래되었다는 점도 그 주장을 뒷받침했다. 주식을 근거 없이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었던 삼성증권의 배당 시스템과 주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거래를 체결해준 증권 거래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삼성증권 사태는 회사 내부의 허술한 통제 시스템과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 지나친 탐욕이 결합해 나타난 문제다. 이번 일과 공매도 제도는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공매도 제도가 없었어도 이 문제는 생길 수 있었으므로 원인을 공매도 제도로 돌리는 건 합당한 접근법이 아니다”라고 삼성증권 사태와 공매도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악의적인 ‘무차입 공매’가 현실적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런 점에서 공매도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공매도의 역기능과 순기능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왜 공매도라고 하면 치를 떨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매도를 하는 세력들로 인해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많아지면 매도가 매수보다 커져 주가가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주도하는 국내외 기관들이 막대한 매도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 주가의 우상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불만이다. 이번 배당오류 사태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의심하는 것도 이런 불만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그 외에도 공매도 투자세력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몇몇 정황도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6년 9월 한미약품이 해외업체와의 대규모 계약해지를 발표하기 전 대량의 공매도가 쏟아진 게 대표적 사례이다. 그해 11월에는 대우건설 실적공시를 앞두고, 이 회사 감사보고서가 ‘의견 거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공매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엔씨소프트가 대형 악재를 발표하기 전날, 이 회사 주식 공매도 물량이 평소의 12배로 급증해 상장 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부자 간 불공정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반복되면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가들의 불신이 크게 증폭되었다.  

이처럼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공매도는 당장이라도 없어져야 할 제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에는 역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정보가 주가에 즉각 반영돼 버블이 생겼을 때 거품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효율적인시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거래량을 확장시켜 시장의 유동성을 늘려주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공매도 활용 전략은?

공매도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공매도 정보를 이용해 적절한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매도는 시장 및 기업 관련 정보를 빠르게 주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 잘만 활용하면 투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공매도를 정보로 활용해 투자 결정 시 고려하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 중에서 조만간 숏커버링(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주식매수)에 들어갈 종목들을 가려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또 하나의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들은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펀더멘털에 따라 머지않아 숏커버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공매도 투자자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이 대량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공매도 비중이 높고, 업황 및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숏커버링 대상이 될 수 있다. 숏커버링을 하게 되면 주가가 올라가는데, 이를 예상하고 미리 사두는 투자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된 정보는 지난해 오픈한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사이트’(short.krx.co.kr)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여기서 공매도 거래 현황을 파악해 일반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금융 홈페이지에 있는 종목별 화면에 공매도 섹션을 마련해 공매도 종합 포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뷰 / 공매도 빅데이터 플랫폼 ‘트루쇼트’ 하재우 대표 

삼성증권 배당사고로 인한 공매도 폐지 여론 속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공매도 전문가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공매도 플랫폼 사이트 ‘트루쇼트’(trueshort.com)를 운영하고 있는 하재우 대표(39)다. 하 대표는 공매도 관련 업무만 10여 년 간 해온 베테랑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아시아퍼시픽(홍콩)의 상무까지 지냈다. 그는 “업계에 몸담으면서 공매도 분야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실감하게 됐다”며 “개인투자자들도 피해를 보지 않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트루쇼트’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공매도 제도는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엄격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 홍콩 등에선 차입 이전에 차입 물량만 확보하고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거래의 편의성을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서다. 나는 공매도가 제도의 문제라기 보단,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이슈가 더 크다고 본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관련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고, 또 직접 공매도를 하기에도 제약이 많다. 

- 공매도 정보의 비대칭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공매도 정보의 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금융당국과 증권사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같이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더 많은 정보를 공공데이터로 제공해 국민, 스타트업을 포함한 누구나가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밖에도 기존에 공시된 공매도 잔고와 같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용할 수 있을 지에 관한 노력도 부족한데, 그 같은 빈틈을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메울 수 있도록 정보의 이용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개인들이 공매도를 쉽게 하려면 대주거래의 활성화도 시급하지만, 개인들이 쉽게 차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금융당국이 관련 
 

하재우 ‘트루쇼트’ 대표. 사진=트루쇼트

 

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그 같은 업무를 지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공매도 정보를 활용해 일반 주식투자자들이 세울 수 있는 투자전략은? 

무엇보다 주식을 사고팔기 전에 공매도 잔고, 대차 잔고, 공매도 거래량, 숏커버 소요기간(Days-to-cover)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공매도를 하지 않는 투자자에게도 해당된다. 해외에선 공매도를 하지 않는 롱온리(Long-Only) 투자자들도 꼭 확인하는 정보다. 특히 공매도 잔고를 20일 이동 평균거래량으로 나눈 값인 ‘숏커버 소요기간’은 그 기간이 길수록 주가가 급반등할 여지가 크다. 공매도 세력들의 매수 물량, 즉 숏커버가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경우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그 밖에 주식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대여수수료율’도 공매도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라 할 수 있다. 대여수수료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주식소유자에게 주는 수수료를 말한다. ‘대여수수료율’ 등급이 낮은 종목의 경우, 대체물량이 많아 주가가 급반등할 여지가 적다. 결론적으로 공매도를 활용해 투자전략을 짤 땐, 어느 한 지표 수치로 개별종목 주가의 흐름을 파악하지 말고, 모든 지표들을 참작해 그 종목이 가진 상황을 두루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트루쇼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트루쇼트는 공매도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숏(Short, 공매도)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루고 있다. 이미 시장에 공시된 정보뿐만 아니라 해외 데이터 업체로부터 받은 정보를 가공해 공매도와 대차거래 관련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제공한다. 왜 공매도를 하는가에 대한 정보(TS INSIGHT)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롱(Long, 일반주식매매)에 관련된 정보는 넘쳐났지만, 숏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트루쇼트는 업계 최초로 ‘대여수수료율 등급’과 ‘숏커버 소요기간’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또 종목마다 공매도 및 대차에 관련된 활동을 한눈에 보여주는 종목별 등급인 ‘TS SCORE’를 제공해 투자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매도 및 대차와 관련된 수요와 거래가 많고 대여 수수료가 높은 주식일수록 그 수치가 높다. 업계에선 그 수치가 높을수록 핫(hot)하다고 표현한다. 

- 그 밖에 한국 공매도 제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시장의 활력소가 되어 개인들이 공매도에 대해 더욱 많은 이해를 하고 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좋은 아이디어, 기술력이 있어도 비금융 기업이 금융업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테스트베드(Testbed)도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다. 증권사는 개인들이 더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외인이나 기관만큼 공매도를 더 잘 이해해서 그들보다 더 현명하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트루쇼트’를 주목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