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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제맥주 업계의 새 ‘골목 대장'

China's New Craft-Beer Bully

  • 기사입력 2017.06.16 16:11
  • 최종수정 2018.09.03 16:49
  • 기자명 Scott Cendrowski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버드와이저를 소유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 인베브 AB INBEV는 미국의 수제맥주 붐에 편승할 기회를 놓쳤다. 이 회사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중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치열한 맥주 전쟁 : 페이 핑 머신 브루어리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한 술집. 이 곳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3분의 2는 중국 브랜드지만, AB 인베브의 구스 아일랜드도 팔리고 있다. 사진=US 포춘

2015년 말, 챈들러 주린카 CHANDLER JURINKA는 누군가가 그의 회사의 맥주 판매량을 몰래 추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린카와 그의 파트너는 슬로 보트 브루어리 Slow Boat Brewery라는 베이징 소재 수제맥주 제조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 내 12개 도시에 맥주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밤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베이징 유흥가에 ‘신개념 3단계 브루 펍 *역주: 직접 제조한 맥주를 파는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펍의 이름은 주린카가 프랭크 로서 Frank Loesser의 1940년대 사랑 노래 ‘온 어 슬로 보트 투 차이나 On a Slow Boat to China’에서 따온 것이다). 펍 사업의 운영비는 중국 수도 베이징의 식당과 술집에 맥주를 공급해 얻은 이 회사의 수익에서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베이징은 시애틀이나 캔자스시티처럼 맛 좋은 맥주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홈 플레이트 비비큐 Home Plate BBQ도 슬로 보트 브루어리의 맥주를 공급받는 인기 식당 중 한 곳이다. 한때 생맥주 탭 9개 중 5개가 슬로 보트의 맥주였다. 슬로 보트는 매주 펍에 직원을 보내 탭을 관리했다. 주린카는 “우리 회사는 맥주 판매 외에도 설치와 관리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회사 직원이 펍에 ‘유량계’라는 장치가 설치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량계는 탭으로 흐르는 맥주의 양을 측정해 식당들의 매출을 산정하는 장치다.

홈 플레이트의 유량계는 해당 식당이 아니라, 세계적인 맥주 대기업 AB인베브가 설치한 것이었다. 주린카는 식당 주인들로부터 이 유량계가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를 생산하는 AB 인베브가 제공한 무료 특전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를 통해 AB인베브는 식당 주인들의 호감을 살 수 있었고, 경쟁사에 대한 정보-슬로 보트의 매출도 실시간으로 집계된다-또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부진 체격의 미 육군병장 출신 주린카는 “우리에겐 맥주를 탭에서 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당시의 분노를 떠올렸다.

그러던 작년 여름, 홈 플레이트가 4일 동안 AB 인베브를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인베브가 수제맥주 브랜드 구스 아일랜드 Goose Island’를 베이징에 첫 공개하는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그 곳에서 무료로 맥주를 마시며 거위 마스코트와 셀카를 찍을 수 있었다. 중국 뉴스 사이트들은 이 행사를 일종의 패션 쇼처럼 소개했다. 가을이 되자, 홈 플레이트는 단 1개의 슬로 보트 생맥주 탭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맥주로 교체했다. 그때부터 이 식당에서 제일 잘 팔리는 3개의 생맥주 탭이 모두 구스 아일랜드 맥주가 되었다.

유량계 설치는 AB인베브가 펼치고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술의 시작에 불과했다. 회사는 이제 막 싹 트기 시작한 중국 수제맥주 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특히 작년 초부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구스 아일랜드의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벨기에와 브라질 기업 합작사인 AB인베브는 2011년 시카고 수제맥주 브랜드 구스 아일랜드를 인수했다). 구스 아일랜드는 프랑스 포도주 통과 버번 통에서 일정 기간 양조되는 이국적인 맥주로, 귀여운 거위 로고가 달려 있어 중국인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현재 이런 캠페인은 AB인베브의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의 부유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구스 아일랜드를 고급 맥주로 홍보하고 있다. 하이네켄 Heineken과 두블 Duvel 같은 경쟁사들은 자사 수제맥주를 중국으로 수입하고 있다. AB인베브처럼 열정을 갖고 수제맥주를 파는 곳은 중국에 아직 없다.

AB 인베브는 또 다른 우위도 누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허술한 중국의 규제망을 이용해 미국에선 통하지 않을 방식으로 중국 수제맥주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회사는 주류 도매상들이 경쟁사 수제맥주를 거래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술집들이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 대신 적극적으로 구스 아일랜드를 판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미국에선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다). 현지 수제 맥주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연봉도 제시하고 있다. 마스터 가오 Master Gao라는 난징 소재 수제맥주 브랜드를 운영하는 가오 얀 Gao Yan은 “AB인베브는 수제맥주 제조사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하는 행태는 꼭 대형 양조업체 같다”라고 말했다.

이 주류 거대기업은 이제 세계 최대 맥주시장인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AB인베브는 과거 미국의 수제맥주 혁명에 편승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범한 실수를 중국에서 만회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 수제맥주는 금액 기준으로 미국 맥주 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수제맥주가 성공을 거두는 동안, AB인 베브의 버드 와이저와 버드 라이트 같은 대중적인 라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이 회사의 2016년 미국 매출은 2% 하락했다. 그 중 버드 와이저 매출이 2008년 이후 35%나 감소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퍼드 번스타인 Sanford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트레버 스털링 Trevor Stirling 은 작년 12월 웹사이트 저스트-드링크스 Just-Drinks와의 인터뷰에서 “AB인베브의 자회사 앤 호이저 부시 Anheuser-Busch가 수제맥주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다른 어떤 개별 기업도 이렇게 수제맥주 시장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B 인베브는 지난 6년 동안 미국에서 9개 수제맥주 회사를 사들였지만-구스 아일랜드 인수액은 3,900만 달러로, 최대 규모 거래 중 하나였다-매출 부진은 여전한 상황이다. 중국 수제맥주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성장을 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인 수제맥주 붐을 활용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맥주 제조사들은 수제맥주의 정의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여왔다. 일반적 정의는 소규모 제조업체가 만든, 일반 식료품점에서 파는 맥주보다 (보통의 경우) 맛이 더 깊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다(수제맥주 제조사들이 AB인 베브 같은 대기업에 인수된 후에도, ‘수제’ 라벨을 붙일 만큼 계속 소규모로 인식돼야 하는지는 논란거리다).

그 정의야 어떻든 간에, 현재 수제맥주는 ‘중화 왕국’에서 뜨고 있다. 12개 수제맥주 제조사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청두, 난징, 선전, 우한과 다른 도시에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중국 음료 중 소비 1위는 차, 2위는 맥주다. 전세계 맥주 생산량의 4분의 1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유로모니터 Euromonitor에 따르면, 소매점 맥주 매출은 2008년 이후 2배로 뛰었고, 중국의 연 맥주 소비량은 5,500억 위안(약 8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사진=US 포춘
수제맥주 전쟁 : 중국 수제맥주의 선구자격인 슬로 보트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 직원(위), 베이징의 펍 홈 플레이트 BBQ에서 현재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맥주는 AB인베브의 구스 아일랜드다. 사진=US 포춘

애널리스트들이 여러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전체 중국 맥주 소비량 중 수제맥주 비중은 극히 적은 게 사실이다. 민텔 Mintel의 글로벌 주류 애널리스트 자니 포사이스 Jonny Forsyth는 “현재 점유율이 0.1% 정도 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시장 전체가 그렇듯, 수제맥주는 시장이 성숙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유통업체 톱 셸프 아시아 Top Shelf Asia를 소유한 게리 브라운 Gary Brown은 “AB인베브의 중국 진출은 향후 수제맥주시장의 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스타벅스와 같다고 보면 된다. 한 지역에 커피숍이 여럿 들어서기 시작한다면, 그건 시장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AB인베브에게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이유는 또 있다: 불공평할 정도로 규제가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선 맥주 회사가 술집을 직영하거나, 술집이 판매하는 맥주 종류를 독점하는 것이 불법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술집 소유가 합법이며,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제조사가 유통업자들을 통제해 맥주 공급을 장악하기까지 하고 있다. 제품 안전에 관한 규제도 대기업에 유리하다. AB인베브는 미국 규제에 따라 미국에서 구스 아일랜드를 제조, 중국으로 수입을 한다. 반면 중국 맥주 제조업체들은 훨씬 까다로운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 병 라벨에는 반드시 품질 인증 도장이 있어야한다. 이 인증은 시간당 최소 1만 2,000병 생산 라인을 갖춘 제조사만 받을 수 있다. 수제맥주 평균 생산량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또 중국에서 제조된 맥주는 반드시 살균과 여과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제맥주 특유의 풍미를 살리는 효모와 침전물이 사라진다.

이런 규제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규모 수제맥주 제조사들은 통 단위의 맥주를 브루 펍에서만 현장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수입 ‘수제’ 맥주는 어디로든 쉽게 유통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맥주 시장은 자국 기업보다 해외 대기업에게 더 유리한 몇 안 되는 중국 시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AB인베브는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AB인베브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G 캐피털’이라는 사모펀드 공동창립자인 세 명의 브라질 투자자들이 당시 쇠락하던 ‘브라마 Brahma’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2004년 브라마와 벨기에 대기업 인터브루 Interbew의 합병을 통해 ‘인베브 InBev’가 탄생했다. 이어 이 회사는 2008년 세인트 루이스 소재 미국 최대 맥주 회사 앤호이저부시 Anheuser-Busch를 무려 520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리고 새롭게 탄생한 AB 인베브가 지난해 라이벌 기업 사브밀러 SABMiller를 1,030억 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200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AB인베브의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은 3분의 1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AB 인베브의 매출은 142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몸집 작은 다윗들이 거대한 골리앗에게 계속 타격을 가하고 있다. AB인베브의 실적은 7분기 연속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밑돌았다. 버드와이저와 버드라이트의 매출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브랜드의 매출이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B인베브는 다른 다국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AB인베브의 핵심 전략은 무엇일까?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갖기 전에 그들을 짓누르거나 아예 인수해 버리는 것이다.

이 사업 전략은 AB인베브의 ‘파괴적 성장(Disruptive Growth)’이라는 부서가 이끌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들을 “수제맥주 파괴 부서”라고 부른다. 전략의 첫 단계는 술집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중국으로 이주한 미국 양조기술자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은 이 전략에 대해 “미국에선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세계 맥주 페스티벌에서 중국에 첫 메달을 안긴 상하이 주류업체 ‘복싱 캣 Boxing Cat’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조던은 “AB인베브 같은 회사들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건 서구 국가에선 불법”이라며 “그러나 중국에는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AB인베브가 홈 플레이트와 맺었던 종류의 계약을 얼마나 많은 술집들과 체결했는지는 분명치가 않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AB인베브가 ‘맥주 탭 정복’ 전술을 점점 더많은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베이징의 산리툰 Sanlitun 지역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AB인베브가 그와 경영 파트너에게도 접근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그는 향후 사업 차질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봄 AB인베브의 대리인이 찾아와 월 6만 위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가게 월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조건은 구스 아일랜드를 포함해 AB인베브 맥주 여러 종류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 업주는 AB인베브 관계자로부터 “회사가 이 지역 모든 옥외광고판을 사들일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건 업주가 지역 관리들과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는 “관료들은 ‘한 가게만 크게 광고를 하고 주변 가게들은 하지 못하면 불공평하게 된다’는 말을 항상 한다”며 “그러면 AB인 베브가 주변 가게의 광고판도 사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주와 파트너는 뭔가 께름칙했다. 그들은 하이네켄이 후원하는 럭비 경기를 가게에서 계속 틀 수 있을까? 이미 판매 중인 캘리포니아 산 파이어스톤 워커 Firestone Walker와 캔자스시티 산 불러바드 Boulevard는 어쩔 것인가? AB인베브와 계약하면 이 맥주들 가격을 AB인베브 맥주보다 낮게 받을 수 없었다. 이 업주는 “구스 아일랜드가 20 위안일 때, 다른 맥주를 25위안 받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그와 파트너는 AB인베브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 모든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B인베브의 제안이 너무 무리했을 수도 있지만, 중국에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술집을 장악하려 했다면, 80년 역사를 가진 독점 금지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금지법 시행 전에는 주류업체들이 술집을 소유할 수도, 자사 제품을 싸게 팔 수도 있었다. 당시엔 술집이 이윤을 짜냈고, 바 매니저들에겐 도박과 매춘을 알선해 마진을 남기도록 유혹했다. 금지법이 번복된 후, 3단계 유통 시스템-중간 유통업자가 술집과 협상하는 것도 포함한다-이 주류 규제의 주요 골자가 되었다. 근본적으로 대형 주류업체가 술집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중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중국 술집들 입장에선 AB인베브 같은 회사가 제안하는 금전적 혜택은 거절하기 힘든 조건이다. 말이 빠른 호주 출신 존 가이 John Guy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술집 체인 매콜리스 McCawley’s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의 작년 매출은 1,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그는 100만 위안(15만 달러) 제의를 받은 사장들도 있다고 말했다. 판매하는 모든 생맥주를 AB인베브 제품으로 바꾸는 조건이었다. 자신이 판매하는 수입 수제맥주에 자부심이 큰 가이는 “절대 그런 계약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다른 술집 업주들도 같은 선택을 하긴 어렵다. 그는 “장사를 해봐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탭 맥주 판매 보너스(연간 1만 5,000달러 정도)에서 마진을 남기는 가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AB인베브의 제안이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유통업체들도 AB인베브의 타깃이 되고 있다. 포춘이 입수한 AB인베브와 중국 전역에 맥주를 유통하는 업체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유통업체는 다른 맥주 제조업체와 수제맥주 계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AB인베브에 보고를 해야 한다. 지난해 작성된 계약서에는 ‘양측이 합의를 하기 전, 유통 딜러들과 AB인베브는 최고급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와 그 판매 규모에 대한 통계 자료 및 확인 서면을 공유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유통업체가 다른 회사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거부권을 AB인베브가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과거에는 유통업체들이 중국에서 비슷한 계약을 해도, 보조 계약을 통해 다른 제조업체의 맥주를 유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약 같은 경우에는 AB인베브가 유통업체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포춘은 한 유통업체 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기업과의 적대 관계를 피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한 그는 “AB인베브로부터 구스 아일랜드 유통 계약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을 하면 창고에 경쟁사 제품을 보관할 수 없었다. 이는 그의 소규모 유통 회사가 사실상 AB 인베브의 라이벌 업체와 거래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선 이런 형태의 계약이 폐기되기 십상이다. AB인베브가 최근 몇 년 간 북미 소재 주류업체들을 인수했을 때, 수제맥주 업체들은 ‘맥주 거대기업이 유통업체들과 비슷한 계약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려 한다’고 불만을 제기한바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런 관행을 면밀히 조사했고, 작년 7월 AB인베브와의 합의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회사 측에 이런 계약을 자제하게 하고, 추후 인수 건에 대해선 법무부의 정식 검토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중국에는 이와 비슷한 규제가 전혀 없다.

AB인베브 대변인 레베카 쿠오 Rebecca Kuo는 중국 술집과의 관계에 대해 “상업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인베브가 유량계를 제공한 건 제품 가용성을 개선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어떤 맥주를 판매할지에 대한 최종 선택은 도매업자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스 아일랜드 사장 켄 스타우트 Ken Stout도 “미국보다 중국에서 우리 맥주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수입 맥주라면 고급 맥주로 간주되는 중국에선 버드와이저 같은 대중 브랜드도 럭셔리 대접을 받는다. 이를 통해 AB인베브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1.7%에서 2015년 15.7%로 증가했다. 인베브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는 전세계 판매 1위 스노 Snow를 생산하는 현지 대기업 중국 화륜 그룹(China Resources Holdings)과 칭타오 Tsingtao뿐이다.

AB인베브는 수제맥주 판매량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6년 첫 9개월 동안 중국 전체 매출이 4% 성장한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EBITDA(법인세·이자·감가 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9% 급증한 9억 7,300만 달러였다. 전체 이익 마진으로 치면 30% 정도 된다는 얘기다. 중국이 세계 최대 맥주 시장 중 수익성 최하위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인상적인 비율이라 할 수 있다.

현금을 축적한 AB 인베브는 지출 여력도 충분하다. 중국 맥주업계 전문가들은 “AB인베브가 수제맥주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의 3~4배 가량을 경력직에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주린카는 “지난해 영업 사원 두 명이 슬로 보트를 떠났다”고 밝혔다. 게리 브라운의 유통회사에서도 두 명이 퇴사했다. 선전에서 소규모 양조업체 탭스 Taps를 운영하는 대니얼 덤브릴 Daniel Dumbrill은 AB 인베브의 아시아 지역 매니저가 자신의 직원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왜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느냐’고 말해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인베브는 중국 수제맥주 인기의 토대를 다진 전문가들도 가로채고 있다. 업계에서 유명한 상하이 출신 두 여성과 애완견 치와와는 브루걸 BrewGirl이라는 팀 명으로 활동을 했다. 이들은 2년 동안 미니 쿠퍼를 타고 다니며 홈 메이드 수제맥주를 팔았고, 지난해 AB인베브에 입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AB인베브는 고객까지 ‘고용’하려 하고 있다. 작년 9월 구스 아일랜드는 중국 소셜 미디어에 젊은 직원들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올렸다.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구스 아일랜드 마시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공짜라면 더욱 좋아하시겠습니까? 이벤트 참여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구스 패밀리가 돼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 보세요.’ 이 회사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20~40대 맥주 소비층에게 ‘마음껏 맥주를 마시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고 약속했다. AB인베브가 기왕 중국의 바를 장악하기 위한 어려운 도전에 나섰다면, 손님으로 꽉 들어 차 있는 편이 낫기 때문이었다.
 

‘수제맥주 애호가들’ : 슬로 보트의 베이징 펍에서 저녁을 즐기는 손님들. AB인베브와 경쟁업체들은 수익성 높은 자사 수제맥주가 중국의 젊은 부유층에게 어필하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US 포춘

AB인베브는 구스 아일랜드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술집에 무료나 할인 형태로 맥주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이다. 수제맥주 양조 기술자들은 인베브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제 맥주 가격을 떨어뜨려 영세업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선전 소재 바이오닉 브루 Bionic Brew의 조 핀켄바인더 Joe Finkenbinder가 들은 바에 따르면, 구스 아일랜드 제품은 그가 파는 맥주와 비교해 한 통당 3분의 1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는 “판매 단가 후려치기는 빙산의 일각이다. 가격을 밑도 끝도 없이 떨어 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모든 이가 AB인베브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덤브릴 탭스 사장은 “그들의 행보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덤브릴은 스촨성 충칭에 바를 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곳이라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왜 수제 맥주가 일반 맥주보다 비싼지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다. 그는 이 거대 다국적 기업이 벌이는 마케팅 전략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IPA *역주: 표면에 떠오르는 효모로 발효시킨 영국식 맥주 에일의 한 종류 맥주와 라거의 차이점 등을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구스 아일랜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술집들이 손님을 끌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론적으론 손님들이 술집에서 다른 맥주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5세인 리 웨이 Li Wei는 중국 CCTV 방송 진행자다. 베이징에서 페이 핑 Pei Ping이라는 브루 펍을 공동 운영하는 그는 작년부터 구스 아일랜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AB인 베브는 그 대가로 지난해 10월 구스 아일랜드의 버번 카운티 브랜드 스타우트 Bourbon County Brand Stout 2통을 무료로 제공했다. 미국에서 매년 한정판으로 단기 판매되고 있는 이 맥주는 수제맥주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리는 이 맥주를 잔당(8온스) 14달러에 판매했다. 그는 현재 AB인베브를 사업 파트너라 부르고 있다.

AB인베브가 진행하는 무료 프로모션 행사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수제맥주가 어떤 식으로 판매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유로모니터의 주류 담당 애널리스트 애나 워드 Anna Ward는 버드와이저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의 경우, 기존 광고 방식을 따르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수제맥주를 광고할 땐 대중 브랜드의 특성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가 트랜스포머 같은 최신 블록버스터와 독립 영화를 같은 방식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처럼, 맥주도 종류별로 다른 광고 방식이 채택된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유명 대중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미국에서 수제맥주 붐을 일으켰고,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이 현상이 중국에서도 곧 재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체 맥주 판매량은 2014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AB인베브는 애널리스트들에게 프리미엄 맥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방식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중국 전체 맥주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현지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AB인베브는 최근 구스 아일랜드 홍보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아직 그 대가는 미미한 상황이다. 작년 여름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이벤트와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지만, 판매는 저조했다. 한 내부 인사에 따르면, AB인 베브는 어느 순간부터 구스 아일랜드 제품이 상하기 전에 원가만 받고 술집과 식당에 밀어내기하는 식으로 대량 판매를 했다고 한다.

중국 수제맥주 시장이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에, 이런 잡음에 따른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수제맥주 시장 역시 굉장히 작았던 시절, AB인베브도 흐름에 편승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이제 회사의 목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인베브는 3월 초 금액은 밝히지 않은 채 맥주 제조사 복싱 캣을 인수해 그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 양조 기술자 조던은 지역에 새로 진입한 이 대기업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한 팀이 됐기때문이다.

▶ 중국 맥주업계의 4대 천왕

스노 SNOW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이 페일 라거 맥주의 맛은 밍밍하다. 하지만 중국에선 가격이 저렴해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칭타오 TSINGTAO
‘칭-도우’라고 발음되는 이 맥주는 중국 맥주 중 유일하게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00년대 초 독일인들이 세운 이 회사는 현재 중국 정부 소유다.

칼스버그 CARLSBERG
이 덴마크 라거 맥주는 중국 공산당이 1970년대 개방 정책을 펴면서 중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중국 서부에서 인기가 높다. 이 지역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옌징 YANJING
베이징에선 이 지역 맥주업체의 녹색병이 식당 테이블과 보도에 나뒹구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 페일 라거는 시장 점유율을 잠식 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 4번째로 인기 있는 맥주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COTT CENDR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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