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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로레알의 '체계적 혼란’ 관리하기

MANAGING L'OREAL'S 'ORGANIZED CHAOS'

  • 기사입력 2017.06.04 15:33
  • 최종수정 2018.09.20 10:03
  • 기자명 Erin Griffith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0년 넘게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CEO로 재직 중인 장 폴 아공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유연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뛰어난 수완의 경영자 : 장 폴 아공이 2006년 CEO로 부임한 이후, 로레알 매출은 거의 70% 증가했고 주가도 두 배 이상 뛰었다. 사진=US 포춘

1978년 로레알 L‘Oreal에 입사한 장 폴 아공 Jean-Paul Agon은 원래는 이 화장품 대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삼을 계획이 없었다. 이 회사의 다섯 번째 CEO가 되리라곤 더더욱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설립 108주년을 맞은 로레알의 ‘체계적 혼란(organized chaos)’으로 인해 아공은 새로운 도전과 광범위한 지역에 펼쳐진 모험으로부터 꾸준히 동기를 부여 받아왔다. 그는 그리스, 독일, 아시아에서 지부를 운영했고, 2006년 CEO에 오르기 전 에는 뉴욕시 외부에 있는 로레알 USA의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아공의 CEO 임기 동안 로레알의 매출액(2016년 2,860억 달러)과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세계시장 진출, 발 빠른 인수합병, 그리고 공격적인 디지털 집중 전략 덕분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지난해 로레알의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33%나 증가했다). 아공(60)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쇼핑몰의 미래, 브랜드 진정성, 그리고 ‘디지털 쓰나미’ 대처법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다음은 인터뷰 발췌 내용이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소비재와 소매업은 인터넷과 그것의 영향력을 부정해왔다. 언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나?
7년 전쯤, 인터넷 업계의 몇몇 지인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때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걸 느꼈다.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전쟁이나 국가 총동원령을 선포하듯, 나는 2010년을 로레알의 ‘디지털 해’라고 선포했다. 당시 아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로레알의 장점은 직원들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그 해 회사의 모든 사업부(모든 국가와 모든 브랜드)는 물론, 개인들까지 갑자기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 체계도 없고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모두가 갑자기 다가오는 격변을 인지하게 되었다. 디지털 덕분에 과거에 비해 현재의 모든 것들이 더 재미있고 강력해졌다.

성공한 일과 실패한 일은 무엇인가?
로레알에는 4개 사업부와 34개 브랜드, 140개 전세계 지부가 있다. 디지털은 곧 분권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수백 가지 계획과 실험이 존재한다. 이 중 일부를 시도하면 실패도 하고 성공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4년 동안 외부에서 1,600명의 디지털 인력을 고용했고, 그들을 모두 마케팅 팀에 투입했다. 다음 단계로, 모든 마케팅 팀 신입 직원들에게 1월 1일부터 디지털 자격증을 따게 했다. 요즘엔 디지털을 다루지 못하는 마케팅 담당자를 두는 건 미친 짓이라 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부상으로 화장품 매출이 급증했다. 사람들은 셀카를 찍을 때 예쁘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한다. 다른 한편으로 젊은 세대는 온라인에서 더 많은 진정성을 갈구하기도 한다. 그 결과 진정성과 대중성이 다소 상충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두 특성이 상충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두 특성 사이에) 긴장이 있을 순 있다. 물론 브랜드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브랜드 진정성이란 투명하게 표현 속에 진심을 담아내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로레알이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다. 키엘 Kiehl’s 같은 브랜드는 규모도 크지만, 완전히 진정성을 담아낸 브랜드이기도 하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이기 쉽지만, 나는 규모가 크다고 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원칙만 지킨다면 말이다.

로레알은 활발한 기업인수 활동도 벌이고 있다. 돈을 떠나 어떤 방법으로 기업에게 회사 매각을 유도하고 있나?
우리는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 문화, 정신, 그리고 영혼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한국, 중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 어떤 키엘 매장에 가든, 2000년 로레알이 인수했을 당시 키엘이 지녔던 정신, 영혼, 정체성이 그대로 녹아있다. 우리는 브랜드 정신에 충실한 것을 넘어 그것을 가꿔왔다. 현재 10억 달러 가치를 지닌 브랜드라는 점만 제외하고 모든 게 그대로다. 이것이 사업가로서 배턴을 다른 이에게 넘길 때 매우 중요한 점이다. 그리고 로레알은 그걸 보장하고 있다. 어번 디케이 Urban Decay를 한 번 보라. 이 브랜드의 크리에이터들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일하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 당신은 로레알이 2006년 인수한 화장품 유통업체 더 보디 숍 The Body Shop의 회생을 낙 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그 회사를 매각했다. 무엇이 바뀌었나?
우리는 계속 노력을 해왔다. 아마도 이 경우가 로레알이 너무 브랜드 정신에 충실했던 사례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충분히 변화를 주지 못했다. 항상 균형을 맞추는 건 힘든 과제다. 진화해야 하지만 브랜드 존중도 해야 한다. 10년 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더 보디 숍이 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아름다운 브랜드라 생각한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천연 화장품이라는 더 보디 숍의 정신이 지난 10년 간 더 유의미해지고 대세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은 놀라운 일이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세가 됐다는 건 어찌 보면 독특한 특성을 잃어버렸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항상 동전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다.

당신도 많은 디지털 혁신가들처럼 쇼핑몰의 종말을 예상하나?
내일 당장 전자상거래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가 내다보는 미래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와 경험 사이의 선택권을 제공하는 세상이다. NYX(2014년 로레알이 인수한 전문 뷰티 브랜드)는 전자상거래와 독립 매장이 결합된 브랜드로,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타깃 Target이나 얼타 Ulta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좀 더 한정된 제품들을 구입할 수도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미래에는 소비자들이 다른 유형의 서비스와 경험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쇼핑몰 매장들도 이 같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유명한 경구가 있다. 당신은 어떤 것에 집착하고 있나?
우리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열망에 집착한다. 우리는 영원히 소비자의 요구와 욕망, 꿈에 적응하거나, 심지어 그것들을 예상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갖는 강박관념이다. 트렌드 변화에 계속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주 오랫동안 경쟁자들은-특히 여기 미국에서-우리를 ‘체계적인 혼란’이라 불러왔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가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의도적인 것이다. 체계적 혼란이 항상 새로운 생각에 열린 태도를 갖게 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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