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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지주회사와 기업지배구조

FORTUNE'S EXPERT |

  • 기사입력 2017.05.03 13:49
  • 최종수정 2018.08.30 18:06
  • 기자명 윤창현 교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주회사 제도는 자회사를 이용한 모회사 이익 극대화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을 백안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던 삼성그룹이 이를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보면 지주회사의 장점을 잘 알 수 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지휘 아래 빠른 사업 재과편 철저한 자회사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US 포춘 DB

최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실 지배구조에 정답이란 없다. 각각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각각의 구조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예컨대 ‘전문경영인 체제냐, 오너경영 체제냐’라는 해묵은 주제만 해도 그렇다. 한 체계의 장점은 다른 체계의 단점이 된다. 많이 지적되는 것이 단기 업적주의다. 전문경영인의 임기가 대부분 길지 않다 보니 자신의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투자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는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경영인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삼성그룹이 과거에도 지금 수준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투자 회수 기간이 너무 길어서 임기 내에 수익이 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진출은 신화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오너 경영 체제에는 문제가 없을까. 소위 ‘터널링’, 쉽게 말해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 각종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전횡 등 권한 집중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땅콩 회항’ 같은 오너의 갑질 문제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앞서 설명한 두 체제를 잘 혼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오너가 지주회사 CEO가 돼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자회사 대표를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면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다. 지주회사 회장이라는 지위가 부여된 오너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지고, 지주사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회사들이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따로 또 같이’ 목표를 추구할 경우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원래 지주회사 제도는 자회사를 이용한 모회사 이익 극대화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이하 GE)을 보면 지주회사의 장점이 잘 보인다. GE는 지주회사로서 자회사들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이들 자회사의 일부를 매각하기도 하고 새로운 회사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유지하는 자회사에 대해선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 모회사가 배당을 받아 챙긴다. 성과가 조금이라도 부진한 자회사는 매각해 자금을 챙기고, 그 자금으로 유망 업종에 해당하는 우량 자회사를 사들이면 모회사 주가는 상승한다. 지주회사 경영진은 지주사 주주의 이익에 철저하게 봉사하는 펀드매니저 같은 존재가 된다. 자회사를 사고 팔거나 성과를 향상 시키는 방법으로 지주회사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이러한 전략을 잘 실행한 유명 경영인이 바로 잭 웰치 GE 전 회장이었다. 그의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때 GE는 금융회사들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금융부문 중간지주회사까지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금융업과 제조업 두 분야에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하던 GE가 이젠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인프라 같은 새로운 업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재편도 빠르고 자회사 관리도 철저하다. 지주회사 경영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지주회사 모형이 재벌 개혁을 위해 도입되었다. 재벌 회장의 지위를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특정해 무소불위의 경영전횡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취지로 도입이 되었더라도 지주회사 체제 나름의 장점을 잘 살리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회사를 사고 팔면서 지주회사 가치 극대화를 꾀하는 건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전략을 시행한 바 있다. 실적 좋은 일부 자회사들을 타 그룹에 매각해 업종 범위를 줄이는 등 지주회사와 유사한 전략을 실행한 바 있다. 자회사를 매각해 사업 범위를 줄이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건 지나친 확장을 자제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새로운 기업가치 창출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중심 경영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주회사 본연의 전략을 구사하고 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해 지주회사가 특혜로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주회사 자체가 특혜나 정경유착의 상징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분이 과거보다 증가한다’고 특혜라고 몰아붙이는 건 지나친 측면이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도 유인이 있어야 한다. 지배권이 강화되면 경영권 방어에 집착하지 않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장점도 갖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없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어 있으면 불투명 경영, 전근대적 경영이 이뤄진다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를 특혜로 몰아가면 기업들은 갈 길이 막막해진다. 30여 만 명의 직원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좋은 보상과 많은 세금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에게 약간의 유인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 기업의 설 땅이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1,306만 주 정도 보유하고 있는 데,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이 한 종목으로 7조 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기업이었기에 국민연금이 이 종목에 많은 투자를 해 이익을 낸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한 회사에게 약간의 유인체계를 부여한다고 비판의 칼날만 번뜩이는 건 문제가 있다. 도움은 못 줘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려면,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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