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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커스단을 운영한다면

IF I RAN THE CIRCUS

  • 기사입력 2017.05.31 11:05
  • 최종수정 2018.08.31 17:34
  • 기자명 Michal Lev-Ram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1초 단위까지 정확히 구분하는 스펙터클한 곡예로 지난 30년 간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왔다. 하지만 무대 뒤편이 항상 같은 식으로 운영된 건 아니었다. 이 서커스단을 인수한 새로운 사모펀드 소유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공연업체를 잘 관리된 비즈니스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
 

사진=US 포춘

◇ LAS VEGAS(라스 베가스)
필자는 ‘세르소 cerceau’-와이어로 천장에 매단 가늘고 하얀 후프-안 쪽 모서리에 앉아 있다. 지면으로부터 무서울 정도로 떨어진 높은 곳에서 다리를 대롱거리며 세르소 측면을 손가락으로 꽉 잡고 있다. 편안해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이 정도로 높은 횃대에 보호장비도 입지 않은 채 매달려 있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가입한 보험 약관의 세부사항에까지 생각이 미친다(공중 후프 사고는 근로자 보상 적용이 될까?). 그러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가끔씩 후프가 회전할 때 손으로 후프에 매달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마침내 대지-발을 디딜 때마다 필자를 비틀거리게 만든 파란색 체육관 매트. 속이 스티로폼으로 가득 차있다-로 다시 내려온 필자는 “내가 얼마나 높이 있었나”라고 자문을 했다. 유명한 실황 엔터테인먼트 기업 ‘태양의 서커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제임스 길퍼드 James Guilford는 “아마 딱 3미터 정도였을 거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오 O’의 무대 뒤켠 미로 같은 공간 내부 깊은 곳에 위치한 훈련실이다(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되는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 쇼 가운데 하나다). 임시로 지은 체육관에는 운동기구, 트램펄린, 공중그네 등이 가득했다. 이런 기구들은 포니테일 스타일의 머리를 한 프랑스 태생 곡예사 피에르 코탱 Pierre Cottin에겐 단순한 장난감에 불과했다(함께 자리한 그는 세르소에 서툴게 오르려는 필자를 도와주기도 했다). 필자의 오른편 벽 높은 곳에는 코탱의 여자친구로, 금발에 빛나는 눈을 가진 올림픽 수중발레 선수 크리스티나 존스 Christina Jones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코탱과 존스는 모두 태양의 서커스단 소속이다. 필자가 보기엔 두 사람 중 그 누구에게서도 체지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는 지금 본업이 아닌 분야를 경험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길퍼드가 이 공중 곡예를 통해 지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그리고 길퍼드 자신도 스스로의 본업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강사 출신인 그는 현재 태양의 서커스에서 스파크 Spark-기업의 팀워크를 조성하기 위한 수행으로, 매우 신비스럽고 높은 생산적 가치를 담고 있다-라 불리는 새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구글, 어도비 시스템 Adobe Systems, 케이마트 오스트레일리아 Kmart Australia 같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스파크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는데, 참가자들은 태양의 서커스 인재들과 함께 직접 곡예훈련을 받았다. 그 덕분에 길퍼드는 특별하고 야심 찬 실험의 일부를 맡게 되었다. 그는 거리 공연가들이 기초를 다진 특이하고 자유분방한 서커스단을 최적화, 금전화, 전략적 관리화가 가미된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1984년 퀘벡 Quebec에서 창립된 이 공연계의 강자는 현재 미국과 멕시코에서 ‘오’를 포함한 10개의 상설형 공연을, 그리고 전세계 130개 도시를 도는 8개의 순회형 공연을 아우르고 있다. 전통적인 서커스들이 오랜 기간 하락세에 있었음에도-146년간 공연을 이어온 링링 브로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는 지난 1월 조만간 공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지난해 태양의 서커스 관람객 수는 자그마치 1,000만 명에 이르렀다. 매우 화려한 태양의 서커스는 저돌적인 곡예, 저속한 광대 코미디, 팝송과 뉴에이지 스타일의 음악, 그리고 대담한 디자인의 융합으로 높은 명성을 쌓았다(예컨대 ‘오’의 경우 약 570만 리터 물이 담긴 수조 안과 위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최근 태양의 서커스는 더 큰 수익 잠재력을 가진 전례 없는 분야로 확장을 하고 있다. 놀이공원과 아동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는 계획과 뉴욕 타임스 스퀘어 Times Square에 대화형 NFL 매장을 디자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대박을 치겠다는 당연한(?)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요약하면 공연계의 강자가 거대 기업 세계로 진입하길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도전을 이끄는 업체가 사모펀드 TPG 캐피털 TPG Capital이다. 이 회사는 2015년 태양의 서커스 공동창립자 기 랄리베르테 Guy Laliberte로부터 14억 달러에 태양의 서커스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했다.

스팽글 장식이 들어간 레오타드 복장의 세상에서, 새로 태양의 서커스를 관리하게 된 사람들은 정장 차림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 1년 전 태양의 서커스는 8억 4,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난 시즌 브로드웨이 공연 총 매출은 13억 7,0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예술 분야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TPG는 훨씬 더 담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인수합병 이후 TPG는 폭넓은 변화를 꾀하면서, 기회를 발굴하고 극대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좀 더 느긋한 방식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는 걸 선호했던 태양의 서커스 초기 관리자들이었다면 적대시했을 법한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실제로 볼 수 있었던 초창기 관리자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18개월 동안 TPG는 거의 대부분의 경영진을 교체했다(본 기사와 관련해 그 어떤 전 직원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포춘과의 인터뷰에 동의한 랄리베르테도 마찬가지였다). 거대 사모펀드 TPG는 태양의 서커스의 재정 관리 방식을 재정비하고, 주로 감으로 이뤄지던 부분에 데이터 분석법과 규율을 도입했다. 새 경영진은 당연히 비용절감 방법도 찾아나갔다. 2006년부터 태양의 서커스 CEO를 맡아온 대니얼 라마르 Daniel Lamarre-그는 인수합병 이후 남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경영진 중 한 명이다-는 “태양의 서커스에겐 몇 가지 큰 변화가 필요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것을 계속하면서 결과가 달라지길 기대할 수는 없었다.”
 

줄타기 곡예사: CEO 대니얼 라마르는 태양의 서커스가 인수되기 전부터 계속 자리를 지켜온 몇 안 되는 이사진 중 한 명이다. 그는 “1인 공연 체제가 막을 내려 이젠 파트너십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진=US 포춘

실제로 태양의 서커스가 보였던 가파른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대침체(Great Recession)가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손해가 막심했던 곳은 높은 마진을 냈던 라스베이거스 공연들이었다. 그 곳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이던 공연 비바 엘비스 Viva Elvis가 조기 종연됐고, 태양의 서커스 최초로 2013년 사고가 일어나 라스베이거스 공연단 소속 여성이 공중곡예 도중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해 처음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해 5,000명의 직원 중 400명을 내보내기도 했다. 랄리 베르테가 서커스 경영권을 매각한 부분적인 이유도 잇달아 발행한 이런 문제들 때문이었다(그는 현재 10%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TPG 입장에서도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는 공동 CEO이자 공동창립자인 짐 콜터 Jim Coulter와 TPG의 파트너 데이비드 트루히요 David Trujillo가 태양의 서커스 이사진에 참여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콜터는 “태양의 서커스에 존재하는 창의적 천재성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선 매우 민감한 전환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팀은 태양의 서커스를 통해 더 거대하고 반직관적인 트렌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황 엔터테인먼트를 더 선호하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특히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스크린이나 기기가 제공할 수 없는 경험, 다시 말해 셀카로 찍을 만한 경험에 돈을 더 지불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태양의 서커스 공연에는 셀카 촬영 시간 자체가 포함돼 있다).

만약 TPG가 성공적으로 서커스를 확장한다면, 실황 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해야 할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브랜드 공연을 만드는 것 외에도 모든 형태의 기업 고객을 위한 이벤트와 경험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눈 여겨 봐야 할 포인트는 TPG가 창의적인 조직의 예술적 영감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매뉴얼을 다시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과거 불을 뿜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사람들이 만든 조직임에 분명하지만, 동시에 기업들만큼 혁신적이다. TPG와 태양의 서커스 양측을 모두 잘 아는 한 인사는 “그들은 서커스를 사들였다.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서커스를 매입한 것이다”라고 묘사했다. 그 누구도 회사 경영을 광대 짓과 비교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TPG가 해야 할 일이다.
 

대형 천막을 위한 작업장: 태양의 서커스 몬트리올 본사에 있는 의상 작업장 내부. 공연자들의 가발과 모자를 디자인하고 수리하는 데 사용되는 개인별 두상. 사진=US 포춘
사진=US 포춘
카K a(위)와 아마루나 Amaluna (아래) 공연을 위해 의상을 만들고 있는 예술가. 사진=US 포춘

◇ MONTREAL(몬트리올)
몬트리올 최대 규모의 쇼핑몰로부터 멀지 않은 도시 노동계급 거주지역 앙주 Anjou 자치구에는 수천 개의 두상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다. 러시아계 체조선수, 몽골계 곡예사, 서아프리카계 댄서들의 머리 모형이다. 이 두상들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자들의 머리를 눈썹 사이 거리와 콧구멍 지름까지 정확하게 형상화한 것들이다. 이런 틀을 만드는 건 수십 년 동안 태양의 서커스에 입단하는 과정의 일부였다. 새로 입단한 사람들은 석고 반죽이 자신의 머리 주변으로 어렵게 모양을 잡는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있곤 했다. 그 결과물로 나오는 조각상에는 각 공연자의 이름이 표시됐다. 의상부서가 완벽한 비율을 갖춘 개인 두상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솜털 같은 마스크와 복슬복슬한 광대 모자를 생각해보라). 두상은 수선에도 이용됐다. 누군가의 모자가 순회공연 도중에 찢어져 본부로 보내지면 모자 제작자가 두상의 정확한 수치를 활용해 수선을 진행했다.

이 두상들 중 일부는 수 마일 떨어진 미로 같은 태양의 서커스 본사 건물에도 전시된다(이 빌딩 입구는 광대 신발 한 짝을 표현한 거대한 금속 조각상이 지키고 있다). 복도 벽면으로부터 튀어나온 작은 받침대에 붙은 머리 장식품은 고대 다문화 묘 같은 사무실 느낌을 전해준다. 태양의 서커스 일상 운영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TPG 파트너 트루히요는 “모퉁이를 돌아 이렇게 머리가 즐비한 벽을 보면 약간 충격을 받게 된다”라며 “가까이 다가서면 모든 두상이 개별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누구이며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TPG는 예술가들에게 2류 시민이라는 열등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자업체 중 한 곳이다. 1992년 창립 이후, IT(우버 Uber), 소매업(제이 크루 J. Crew), 항공업(콘티넨털 Continental) 분야 기업들에 투자하며 탄탄한 실적을 이어왔다. 이 투자업체는 창의 분야에 지분을 가진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TPG의 포트폴리오에는 몇몇 영화제작사, 거대 연예기획사 CAA, 그리고 기타 록스타를 위한 제작업체 펜더 뮤지컬 인스트루먼트 Fender Musical Instruments 등이 포함되어 있다(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U2의 간판스타 보노 Bono는 TPG의 ‘특별 고문’이자 펜더 이사진 중 한명이다). TPG는 마진이 미미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74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트루히요가 “DVR 방지책”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황 이벤트에 TPG가 처음으로 막대한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한 건 2014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기회가 찾아왔다. 태양의 서커스가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말을 CAA에 있는 TPG의 지인이 전해준 것이었다(태양의 서커스와 CAA는 음악과 영화 캐릭터 같은 외부 지식재산을 실황 공연에 제공하는 것을 기반으로 이미 업무 협력을 하고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매력적인 조직이었다. 대부분의 서커스가 스러져가는 시기에도 특별하고 멋진 느낌을 풍기며 실황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실상 독보적인 역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 리더들은 곡예사와 광대를 모집하기 위해 세계적 규모의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역대 최고의 정교한 무대 세트를 고안하기도 했다. 벨트 버클을 염색하는 일, 몸집이 작은 사람들을 위한 신발을 디자인하는 일, 잘 늘어나는 벨벳 레오타드를 4,000개의 작은 거울과 155개의 크리스털로 채우는 일에 관해서도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창의적인 힘이 기업적 측면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태양의 서커스 리더들은 연륜을 쌓았지만, 정세에는 밝지 못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디지털 마케팅 도구를 활용하지 못했고, 티켓 가격 책정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하지 못했다. 재정 보고 또한 답답할 만큼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트루히요는 라마르가 진행하는 경영 프레젠테이션 참석차 몬트리올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인수 제안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태양의 서커스 팀이 다년간의 전략 계획 개요를 설명하는 동안, 트루히요는 한가지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회사가 기초적인 기업 업무를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TPG는 확신을 얻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눈을 돌렸다.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 당시 매킨지 McKinsey 몬트리올 지사 매니징 파트너였던 조너선 테트로 Jonathan Tetrault의 힘을 빌렸다. 테트로는 태양의 서커스를 대상으로 기업 고객층 충성도를 가늠하는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를 측정했다. 테트로는 “태양의 서커스라는 브랜드는 매우 강력했다”며 “심지어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브랜드를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TPG에겐 이 결과가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가 됐다. TPG는 중국 투자그룹 포선Fosun과 캐나다 연금 펀드 께스 드 데뽀 Caisse de Depot 같은 파트너를 모집해 태양의 서커스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있던 랄리베르테에게 최고의 조건을 제시했다. 골드먼삭스에 의해 입찰 절차가 진행된 후, 창립자 랄리베르트는 TPG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그렇게 인수합병 절차는 2015년 7월 마무리됐다(랄리베르트는 이후 부동산과 다른 벤처업체에 투자를 진행했다. 그 중에는 공동묘지도 있었다. 그는 언젠가 방문객들이 홀로그램과 기타 폭죽 같은 기술들을 활용해 이 곳에서 고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거의 하룻밤 사이에 서커스가 변하기 시작했다. 나이트클럽과 레스토랑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걸림돌은 제거됐다. TPG는 그 대신 새로운 매출 신장 기회와 기존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향상시킬 방법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 희망 목록을 실현하기 위해선 태양의 서커스에 딱 맞는 절차와 인물이 있어야 했다. 테트로가 그런 인물이었다. 새 소유주들은 테트로를 설득해 매킨지에서 태양의 서커스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직하도록 만들었다. 회색 재킷과 바지를 입고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테트로의 모습은 ‘격식’을 잘 갖춘 태양의 서커스 경영팀의 캐리커처와 닮아있었다(여기서 ’격식‘이라는 표현은 최소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랄리베르테는 2009년 우주 여행 당시, 발포 고무 광대코를 착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 그는 3,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Soyuz에 탑승, 12일을 우주에서 보냈다).

그리고 새로운 ‘정장 부대’는 팀 제도와 일련의 새로운 경영 수단-대부분의 기업에겐 기본이었지만 태양의 서커스에겐 낯선 것이었다-을 도입했다. 태양의 서커스 초대 최고 마케팅책임자(CMO)가 된 크리스티나 헤니 Kristina Heney가 처음으로 디지털·소셜미디어 마케팅 프로그램과 새로운 고객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랫동안 공기업 이사를 지낸 스테판 르페브르 Stephane Lefebvre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했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가 애당초 창립자 소유의 사업이었기 때문에 규율 있는 회계 절차를 도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르페브르는 “기업 소유주가 단 한 명이고 보고 일정이 월요일에 잡혀 있다면, 보고서를 당일에 보내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된 게 확실하다.

전면적인 경영 변화는 ‘레오타드 부대’와 ‘정장 부대’ 사이에 불가피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라마르도 이를 인정한다. 파란 색조 안경과 물방울 무늬의 넓은 넥타이를 착용한 그의 모습은 태양의 서커스의 비교적 다채로운 문화를 시각적으로 상기시킨다. 그러나 새로운 구조는 그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해 주었다. 라마르는 “기 [랄리브리테]에 의한 1인 공연 체제가 막을 내려 이제는 파트너십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랄리베르테를 “창의적인 천재”라고 칭찬하고 있다. 예술적 조언을 얻기 위해 여전히 그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은 이 사업체의 창의적 부문이 거의 그대로 예술가들에게 맡겨졌다는 점이다. 라마르는 “당시 TPG에 ‘정말로 원한다면 내 사무실에 하루 10번 찾아와도 좋다. 필요한 모든 재정 및 운영 정보를 줄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중심인 창의 부서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TPG는 의상 및 창의 공간 부서를 오랜 동안 책임졌던 브누아 마티외 Benoit Mathieu부터 캐스팅·퍼포먼스 부문 부사장 베르나르 프티오 Bernard Petiot까지 태양의 서커스 창의 부문 리더들을 그대로 유임했다.

다른 예술분야 리더들도 이 같은 변화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창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블루맨 프로덕션 Blue Man Productions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한 바 있는 뉴욕 퍼블릭 시어터 Public Theater 총 책임자 패트릭 윌링햄 Patrick Willingham은 “누군가는 전문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매출을 중시하는 사람과 예술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동일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태양의 서커스 본사에선 그런 줄타기가 분명히 보인다. 치밀하게 계산하는 매킨지 출신 컨설턴트도 있지만, 반짝거리는 실을 염색해 뭉치로 만드는 베테랑, 가발 제작자, 곡예사도 존재한다. 그렇게 많진 않지만 두상도 있다. 요즈음에는 가발과 모자를 위한 두상 작업을 외주업체에 아웃소싱 하는데, 석고가 구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공연자 개개인의 머리를 컴퓨터로 스캔해 몬트리올 외곽에 있는 업체에 파일을 보낸다. 필요한 경우에만 그곳에서 자동 절삭 끌을 사용해 렌셰이프 Rensahpe라 불리는 합성 소재로 두상을 만들고 있다. 의상 부문 책임자 마티외는 “훨씬 가볍고, 빠르고, 저렴하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매번 만들 필요가 없다.”
 

유연성 훈련:아마루나에서 이단평행봉 곡예를 담당하는 멜리사 페르난데스가 코치와 함께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US 포춘

◇ SAN FRANCISCO(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 코 파이낸셜 디스 트릭트 Financial District 중심에 있는 TPG의 널찍한 본사는 태양의 서커스의 다채로운 캠퍼스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절제미를 뽐내는 듯한 이 사무실은 1996년 오토바이 제조업체 두카티 Ducati 인수에서부터 2011년 제이 크루 기업담보 차입매수까지 TPG의 가장 큰 거래 대부분을 계획한 곳이다. 이 곳이 실리콘밸리와 가깝다는 점은 태양의 서커스에게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을 위해 기술 중심 쌍방향 소통 경험을 개발하는 신생업체 투비트 서커스 Two Bit Circus의 CEO 브렌트 부슈널 Brent Bushnell은 “수 세기 동안 서커스는 인간의 강한 역량을 보여준 놀라운 공연이었다”며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Airbnb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TPG는 태양의 서커스가 이를 해내도록도와주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지난해 말 태양의 서커스가 멕시코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쇼 ‘루치아 Luzia’로 샌프란시스코 순회 공연을 했을 때, 공동 CEO 콜터는 IT 업계 이사를 맡고 있는 지인들을 그 공연에 초대했다. 어떤 가상 현실이 공연에 추가될 수 있는지 그들과 의논을 했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태양의 서커스 관리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라마르는 “예전에는 그런 일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페이스북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정지 동작:‘오’의 한 장면. 태양의 서커스가 새롭게 제공하는 이 기업 팀워크 조성 프로그램은 공중곡예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진=US 포춘

물론 어린 세대 청중에게 다가서기 위해선 기술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할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미 알려진 캐릭터와 음악을 융합해 더 많이 공연을 만드는 것을 우선시 해왔다(비틀즈를 주제로 한 러브 Love 같은 공연의 성공을 재현하려고 한다). 브랜드 역시 중요하다. 태양의 서커스가 4월 몬트리올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공연 볼타 Volta는 스노 보드와 BMX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 처음으로 에너지음료 레드불 Red Bull을 ‘콘텐츠 파트너’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 6개를 올리고 있는 MGM 리조트 MGM Resorts의 사장 빌 혼버클 Bill Hornbuckle은 이런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태양의 서커스, 그리고 그들의 주요 상품을 위한 자리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고말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또 다른 서커스 공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TPG가 보기에 서커스 공연이 필요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다수의 태양의 서커스 공연자를 배출한 국가지만, 정작 서커스가 이 시장에 진출한 적은 없다. TPG는 중국에 20년 넘게 투자하며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주목할 만한 거래로는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 Lenovo의 지분을 인수한 것과 2014년 중국의 호니 캐피털 Hony Capital과 손 잡고 중급 예산 영화에 초점을 맞춘 영화 스튜디오 STX 엔터테인먼트 STX Entertainment를 설립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이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말 태양의 서커스는 베이징을 포함해 6개 도시를 돌며 중국 순회 공연을 시작한다. 2018년에는 항저우 Hangzhou에서 중국만을 위한 독점 공연을 진행한다. 기술자(그 어떤 태양의 서커스 제작도 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현지 학교도 만들 계획이다. 라마르는 “중국은 조직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TPG에겐 또 다른 성장의 묘수가 있는데, 그 야심은 거대해 보인다. 콜터는 시작이 미약했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태양의 서커스에 비교했다. 그는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더 큰 존재가 됐다. 태양의 서커스는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의 서커스가 그런 규모에 도달할지 여부와 상관없이, TPG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분을 유지할 지는 중요한 관건이다. 사모펀드는 구조적으로 ‘출구’를 찾게 마련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공기업이 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 투자자나 대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예컨대 아이언맨 Ironman 경기와 딕 클라크 프로덕션 Dick Clark Productions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Legendary Entertainment를 이미 인수한 바 있는 다롄 완다 Dalian Wanda처럼 현금을 많이 보유한 인수자라면 태양의 서커스를 쉽게 인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거대 도시들은 지금의 라스베이거스처럼 상설 공연을 통해 여행객들을 끌어 들일 수도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향후 10년간 태양의 서커스는 2년 전과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변화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멈춘 채로 있는 것보단 좋을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전통적인 서커스들에겐 없었던 생존 DNA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기억 속에 있는 그 어떤 서커스도 이만큼 많은 자금과 적극적인 지원군을 갖지 못했다.

●창의적 혼돈을관리하는 법 : TPG는 태양의 서커스를 사업체로 성장시키면서도 창의적 영감은 억누르지 않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매뉴얼을 소개한다.

테이터를 능숙하게 활용하라 ▶ TPG는 태양의 서커스에 변동형 티켓가격 책정 방식을 도입했다. 예술 단체들은 공연이 히트를 때 최적의 매출을 올리고, 하락세를 보일 때 더 많은 티켓을 할인가로 제공할 수 있다.
신중하게 확장하라 ▶ 태양의 서커스는 대중 노출도는 높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은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나이트클럽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인수자 TPG의 구상은 전반적인 매출과 대중성 확장 측면에서 더 명확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괴짜를 괴짜로 남겨두라 ▶ TPG는 태양의 서커스 사업 부문 경영팀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최고 창의 부문 의사결정자들은 그대로 놔두고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성공적이고 창의적인 브랜드의 핵심은 독특함이다. 외부인이 이를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TPG가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 TPG의 장난감 수집 : TPG는 창의적인 DNA와 충성도 높은 추종자를 가진 브랜드에 오랫 동안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 중에는 효율적 경영방식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브랜드들도 있다.
 

사진=US 포춘

두카티 Ducati ▶ 1996년 TPG는 이 이탈리아 오토바이 메이커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TPG는 두카티가 새로운 시장에 집중하고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후회사를 매각했다. 현재는 아우디 AG 소유다.
 

사진=US 포춘

STX 엔터테인먼트 STX Entertainment ▶ 신생 영화 스튜디오는 흔치 않은 투자처다. 하지만 TPG와 파트너들은 승리 공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설립된 STX는 제작이 쉬운 중급 예산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 배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사진=US 포춘

펜더 Fender ▶ 이 기타 제조업체가 상장 계획을 보류하자, TPG는 새 CEO를 영입하고 보노를 이사진에 임명했다. 처음으로 고객들이 온라인 기타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US 포춘

제이 크루 J.Crew ▶ 소매업은 지난 10년간 고전을 해왔다. 제이 크루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7년부터 이 기업에 투자를 한 TPG는 제이 크루를 상장시킨 후, 2011년 주식매입을 통해 비공개로 전환했다. 최근 보유주식 가치를 80% 이상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US 포춘

CAA ▶ TPG는 최근 이 연예기획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CAA의 대주주가 됐다. TPG 하에서 CAA는 새 경영진을 영입하고, 비용을 절감했다. 스포츠와 라이선싱 같은 새로운 영역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US 포춘

바이킹 크루즈 Viking Cruises ▶ 지난해 TPG는 강과 바다로의 최고급 여행을 제공하는 이 업체의 소수 지분 인수에 2억 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TPG는 바이킹의 성장(특히 중국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회사의 재정 상태를 탄탄하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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