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리더에게 뇌물은 ‘치명적 유혹’이다

  • 기사입력 2017.11.12 18:00
  • 최종수정 2018.09.07 14:03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힘있는 자리에 오른 리더는 여러 가지 유혹의 손길에 노출되기 쉽다. 그중 하나가 ‘뇌물’이다. 뇌물은 일단 받게 되면 언제든지 리더를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뇌물이다. 뇌물은 리더의 판단력과 도덕성을 흐리는 것은 물론 사회적 평판을 한순간에 날릴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조직에서 직급이 낮을 때에는 한 가지만 잘해도 인정받는다. 주변의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급이 높아지면 한 가지만 실수해도 많은 것을 잃는다. 주변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리더의 힘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리더에게 치명적인 위험 가운데 하나가 ‘뇌물’이다. ‘꿩 잡는 게 매’란 말이 있듯이 리더를 잡는 것이 바로 뇌물이다.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반칙을 저지르게 된다. 뇌물을 준 사람의 요구와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자주 하게 되고, 결국 빠져 나오기 힘든 덫에 걸려들게 된다. 나아가 뇌물 수수 사실이 밝혀지는 날에는 사회적으로 재기 불능의 ‘사망선고’를 받는 재앙을 겪을 수도 있다.

리더가 뇌물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차는 있겠지만 물질적인 욕구와 더불어 남들이 자신에게 굽실거리고 아쉬움을 호소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힘을 확인하는 교만함이 뇌물의 접근을 허락하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면 리더는 더 쉽게 뇌물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다면 뇌물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되는 걸까? 조직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들키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뇌물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윤활유 같은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런 생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뇌물은 근본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결코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살펴본다.

첫째, ‘뇌물 제공자는 반드시 기록을 남긴다.’ 뇌물은 전적으로 제공자의 비겁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선택된 수단이기 때문에 제공자는 반드시 기록을 남겨 후일을 도모한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약속을 어기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면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가 바로 기록이다. 물론 법적인 효력도 있다. 뇌물 제공자에게 기록은 차용증과 동일하다. 그래서 그들의 기록은 꼼꼼하고 구체적이다. 때때로 녹취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받은 사람보다 준 사람의 절박함은 기록에 대한 집념을 더욱 철저하게 만든다. 습관적으로 뇌물을 받는 사람은 뇌물의 위험을 잘 알기 때문에 그 과정을 신중하게 관리하겠지만, 서로 관계가 틀어졌을 때는 작정하고 뇌물을 준 사람을 이기기는 어렵다. 또한 어쩌다 뇌물을 받은 경우에도 본인이 잘나가는 인물이라는 믿음 때문에 뇌물을 힘의 증거로 착각하여 곧 다가올 위험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질 수 있다.

둘째, ‘사소한 위장술로 접근한다.’ 뇌물은 처음부터 뇌물로 포장되어 다가오지 않는다. 뇌물 제공자는 처음에 지극히 가볍고 인간적인 친분을 내세우며 다가온 후에 점차 벗어나기 어려운 올가미를 던져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뇌물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뇌물 제공자는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킨다. 처음부터 뇌물을 덥석 물어버리는 어리석은 리더는 드물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 할지라도 뇌물 제공자의 유연한 유혹에 서서히 길들여지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렵다. 과분한 친절을 처음부터 거절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뇌물 제공자가 더 노련하고 고수일 확률이 높다. 받는 사람은 주는 뇌물을 먼저 보지만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셋째, ‘자기중독에 빠진다.’ 뇌물은 달콤한 유혹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얻는 공짜 이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수자의 자만심이 합쳐지면 뇌물은 더욱 감칠맛 나는 약물로 변한다. 뜻밖의 이득을 처음에는 경계할지 몰라도 이 또한 익숙해지면 길들여지고 중독되는 법이다. 끝까지 뇌물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속으로는 불안하겠지만 들킬 확률보다 들키지 않을 확률을 더 믿게 된다. 더욱이 뇌물은 은밀하고 비공개적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누구와 의논하거나 자문을 받기도 곤란하다. 오로지 본인의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판단 과정을 아예 생략하게 되면 점점 뇌물 중독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결국 뇌물 수수 사실이 발각된 후에나 이 중독 증세는 끝난다. 물론 본인의 사회적 운명도 함께 끝난다.

넷째, ‘판단력이 파괴된다.’ 뇌물 제공자는 정상적으로는 얻기 힘든 결과를 바라기 때문에 뇌물이라는 수단을 쓰는 것이다. 당연히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뇌물 제공자의 편의를 먼저 고려하다 보면 공정성은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뇌물을 받는 순간 리더는 판단력을 가장 먼저 상실하고 끝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잘못된 판단은 잘못된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 다른 판단 오류와 위험을 산출하기 마련이다. 뇌물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의 판단력이 파괴되면 공정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여러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된다. 리더 또한 그 곤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옳지 못한 판단의 대가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결국 뇌물은 소탐대실이라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다.

다섯째, ‘의리가 없다.’ 뇌물은 원초적으로 순수하지 못한 목적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신뢰와 약속이 지켜질 리 없다. 한마디로 의리가 없다. 뇌물 거래가 밝혀져 위기에 처하면 뇌물 제공자는 당연히 준비해둔 기록을 빌미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수수자를 협박하거나 공범으로 끌어들인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을 때 돈독했던 관계도 자신이 위협을 받게 되면 철저하게 배신하기 마련이다. 불륜이 아름다울 수 없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리더가 뇌물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피나는 노력으로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을 한순간에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게 만드는 뇌물을 경계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리더십의 기본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리더도 사람인지라 기본 원칙을 명심해두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뇌물의 유혹에 감염될 수 있다.

둘째, 뇌물이 조직과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유념해야 한다. 뇌물 같은 부당거래가 밝혀지면 본인 외에도 조직과 주변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될 수 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셋째, 한번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명예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랫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평판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보다 회복해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넷째, 뇌물 수수라는 기록은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니며 삶 자체를 망가뜨린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들키지 않을 경우의 수보다는 들켰을 때 겪어야 하는 고통의 경우의 수가 더 크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남은 인생의 시간을 후회와 원망으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을까. 리더가 되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존경받는 리더로 기억되기 위한 노력도 힘겨운 것이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