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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 기사입력 2017.11.11 17:58
  • 최종수정 2018.09.07 13:59
  • 기자명 윤창현 교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지=셔터스톡

거시경제학 내용 중 에 ‘국민경제 순환모형’이란 게 있다. 경제주체가 여러 시장에서 서로 거래하는 것을 모형화한 것이다. 국민경제 순환 모형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가계와 기업이 등장한다. 생산물 시장에서 가계는 소비 주체, 즉 생산품의 수요자다. 기업은 생산 주체로 생산품의 공급자다. 그러나 ‘요소시장(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노동,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가 거래되는 시장)’에선 그 입장이 바뀐다. 가계는 노동을 공급하는 공급자 역할을 하고, 기업은 고용을 통해 노동에 대한 수요자 역할을 한다. 두 경제 주체가 두 개 시장에서 서로 만나는 셈이다. 기업은 생산물 시장 공급자이자 노동시장 수요자이고, 반대로 가계는 생산물 시장 수요자이자 노동시장 공급자가 된다. 그 둘은 두 개 시장에서 서로 접점을 갖게 된다. 가계가 생산물을 사들이기 위해 필요한 소득은 요소시장에서 기업이 가계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통해 제공된다. 가계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통해 기업에게 돈을 지불하고, 기업은 이 돈으로 가계에 임금을 지불한다. 돈이 돌고 도는 것이다. 기업이 많아져 가계의 노동공급이 원활해지면 더욱 많은 돈이 경제 내에서 돌게 되고, 그렇게 되면경제는 성장한다. 이렇게 1년간 도는 돈을 다 합치면 한 경제 내의 연간 GDP가 된다. 국민소득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민소득 순환모형을 보면 기업이 가계에 지급하는 임금을 늘릴 경우 가계 소득이 늘어나고, 가계는 이 돈으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기업으로 더 많은 돈이 흘러간다. 그럴 경우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된다고 볼 수도 있다. 가계 구매력 증가가 기업소득 증가로 이어져 경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된다는 식의 논의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 바로 생산물시장과 요소시장 사이의 관계다. 경제이론에서 요소시장은 생산물시장에서 파생되는 파생적 시장이고, 요소 혹은 노동에 대한 수요는 생산물 수요에서 파생되는 수요(derives demand)라고 파악된다. 요소시장이 아닌 생산물 시장이 경제를 견인하고 요소시장은 이에 따라간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 경제의 특징 중 한 가지는 내수만이 아닌 외수, 즉 수출의 비중과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기업들은 국내만이 아닌 해외에서 번 돈까지 합쳐서 국내에서 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결국 이는 국내 임금 상승이 일어나도 이 돈 만으론 국내기업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수출기업의 경우, 국내임금을 상승시켜도 국내수요만 늘릴 뿐 더 중요한 해외수요는 못 늘려 주기 때문에 기업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이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임금은 이를 받은 가계입장에선 소득이 되지만 이를 지불하는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된다는 점이다. 임금 인상은 인건비 증가로 직결돼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글로벌 경제 체제 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생산하는 것이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피터지게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시장에서, 기업들은 질 좋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생산하기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기까지 한다. 제조업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발생하는 이유다.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경제를 활성화 하는 경우,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이 국내 고용을 줄이고 해외생산기반을 더 확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고용은 오히려 정체되거나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건 내수중심 경제 내에선 몰라도 수출기업들이 중심이 된 경제 내에선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국민경제 순환모형에선 부가가치 창출 역할에서 정부가 제외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수를 통해 얻은 돈을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일부 부가가치를 증대시키는 면은 있지만, 경제 주역으로서의 역할보단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공무원 숫자를 늘려 고용을 증가시키겠다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세금수입의 가변성이 클 뿐만 아니라 그 세수가 경제 성장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돼도 공무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국민들이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 또한 공무원을 고용하면 정부가 재직 중 급여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퇴직 후 연금 뿐만 아니라 본인 사망 후 유족에게까지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고용된 공무원과 직업군인에 대한 공무원연금과 군인 연금에 대한 지급예정액 현재가치가 750조 원이라는 통계가 발표된바 있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지만, 공무원 고용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은 상황이 악화되면 부득불 고용을 줄일 수도 있지만, 공무원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정부가 혁신성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가진 한계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인다. 경제에선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s)”가 중요하다.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은 결국 기업이 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기본으로 인식하고, 모든 초점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분야로의 진출과 투자를 지원하는 등 기업부문에 방점을 찍고 경제 활성화와 고용증가를 도모하는 정책이 혁신성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선수가 아니라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 혁신성장 어젠다에서 제시될 다양하고 새로운 정책을 기대해본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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