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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륙한 마린 에콰시옹 마샹, 시계 기술의 최정점을 찍다

시계 속의 시계|브레게

  • 기사입력 2017.10.29 03:44
  • 최종수정 2018.09.07 13:20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브레게는 올해 3월 열린 ‘2017 바젤월드’에서 신제품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이하 마린 에콰시옹 마샹)’을 선보였다. 여러가지 복잡한 기능을 한데 담은 마린 에콰시옹 마샹은 시계 기술의 정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계 애호가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마린 에콰시옹 마샹이 드디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한국에서 판매가 허락된 마린 에콰시옹 마샹은 단 2점 뿐이다.
 

사진=브레게

직경 4cm가 조금 넘는 손목시계 마린 에콰시옹 마샹은 세상의 중심인 양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동그란 시계 얼굴은 근사했다. 얼굴 안 작은 구멍 속에서 휙휙 돌아가는 태엽이 특히 멋졌다. 월, 날짜, 요일까지 보여주는 작은 창과 태양 모양 액세서리를 달고 있는 바늘도 예사로운 시계가 아님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었다.

올해 3월 스위스에서 처음 선보였던 마린 에콰시옹 마샹이 드디어 서울에 왔다.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급 호텔에 모셔진 마린 에콰시옹 마샹은 브레게가 지닌 시계 제작 기술을 한껏 뽐냈다. 브레게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은 시계는 지구와 태양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다. 덕분에 3억 원에 육박하는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판매용으로 한국에 들어온 건 단 2점뿐이다.

 

기품 넘치는 마린 에콰시옹 마샹 모습. 파도 문양과 투르비용 장치가 눈에 띈다. 사진=브레게

브레게는 브랜드 창시자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선보였던 시계 기술들을 마린 에콰시옹 마샹에 모두 집어넣었다. 퍼페추얼 캘린더(긴 달과 짧은 달, 심지어 윤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월, 날짜, 요일을 알려주는 기능), 투르 비용(지구 중력으로 인해 생기는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부품), 균시차(실제 태양의 시간을 나타내는 태양시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표준시간의 차이) 표시 기능이 모두 모인 ‘종합판’이다. 시계 세계에선 이를 고상하게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라고 부른다. 브레게가 세 가지 복잡한 기능을 모두 담은 시계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에서도 균시차 표시 기능을 구현하는 제품은 드물다. 태양시와 표준시는 하루 -16분에서 +14분 정도 차이가 나는데, 둘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1년에 단 4일 뿐이다.

보통 균시차 표시 기능을 탑재한 시계들은 다이얼 내에 별도의 창을 마련해 태양시와 표준시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사용자가 태양시를 확인하기 위해선 표준시에 이 차이를 더하거나 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마린 에콰시옹 마샹은 다르다. 별도 분침을 사용해 태양시와 표준시를 동시에 나타내준다. 태양 모양 장식을 더한 바늘이 태양시를 나타내는 분침이다. 보다 명백하고 단순해 보이는 디스플레이 방식이지만 그 뒤에는 복잡한 설계 기술이 숨어 있다.

10시와 11시 방향, 1시와 2시 방향에 달린 2개의 창은 요일뿐만 아니라 월과 윤년 주기도 나타내준다. 날짜는 닻 모양으로 만든 시계 바늘이 가리킨다. 80시간 동안 시계를 풀어놔도 자동으로 구동되는 파워리저브 기능도 갖추고 있다.

생김새도 화려하다. 푸른빛 시계 얼굴 위에는 파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반사된 빛을 담은 바다가 나타난다. 시계 뒷면에는 프랑스 왕정 당시 해군 최고 함선으로 꼽혔던 로열 루이호가 새겨져 있다. 플래티넘 모델과 로즈 골드 모델이 각각 딱 1점씩만 국내에 들어온 마린 에콰시옹 마샹 가격은 각 2억 8,550만 원, 2억 6,647만 원이다.

* 무브먼트: 오토매틱 Cal. 581DPE
* 기능: 시, 분, 퍼페추얼 캘린더, 균시차, 80시간 파워 리저브 표시창
* 케이스: 직경 43.9mm 플래티넘·로즈골드 소재 케이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 10 bar(100m) 방수.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초상. 사진=브레게

270년을 이어온 브레게의 시계 기술

1747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Abraham Louis Breguet)는 시계 제작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로 손꼽힌다. 브레게는 1775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공방을 열었다. 그는 5년 뒤 퍼페추얼이라 불리는 오토매틱 시계(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기계식 시계)를 선보였다. 이후 브레게가 만든 시계는 프랑스 상류 사회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 1783년에는 미닛리피터(정해진 시간마다 소리를 내 알려주는 기능)의 핵심부품인 스프링을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 둘레로 감싸는 형태를 고안해냈다. 1786년에는 다이얼 위에 일정한 무늬를 새겨넣는 기술(기요셰)을 선보였고, 1790년엔 충격방지 장치(파라슈트)를 개발하는 등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1801년엔 그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 ‘투르비용’을 개발했다. 프랑스어로 ‘회오리 바람’을 뜻하는 이 장치는 지구 중력에 의해 생기는 시간 오차를 보정해 주었다. 정밀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이 장치를 개발하면서 브레게는 같은 해 프랑스 내무부로부터 특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프랑스 왕 루이 18세는 브레게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1814년엔 브레게를 파리 경도국(Bureau des longitudes)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파리 경도국 위원회는 천체학, 지리학, 항해학 등을 발전시키는 임무를 띄고 있었다. 당시 해군에겐 바다에서 정확한 경도를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이를 위해선 실제 태양의 시와 분(진태양시)을 알아야 했다. 브레게는 진태양시를 측정해 경도를 파악하고, 현재 배의 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브레게는 이 기술을 인정받아 1815년 프랑스 해군을 위한 시계 기술자로 공식 임명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마린 에콰시옹 마샹 케이스 뒷면. 로열 루이호가 새겨진 걸 볼 수 있다. 사진=브레게

최고의 시계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유명인들의 브레게 주문이 이어졌다. 1783년 브레게는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자 그에 맞는 정교한 시계를 제작하기도 했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닛리피터, 온도계, 크로노그래프, 파워리저브 표시창 등을 장착한 시계를 제작했지만, 당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폴레옹 황제가 찼던 브레게 시계는 그가 군사 회의 때마다 챙길 만큼 소중한 물건이었다. 나폴리의 여왕이자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었던 카롤린 뮤라는 화려한 여성용 브레게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다녔다. 긴 시간 동안 기술력을 쌓아온 브레게는 1999년 스와치 그룹에 인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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