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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AI의 등장, 인간의 마지막 보루가 위태롭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대담

  • 기사입력 2023.02.01 08:40
  • 최종수정 2023.02.01 13:07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창작은 인간의 몫으로 여겨졌다. AI의 역할은 단순 노동이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글과 그림에서 AI가 자신의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분류하는(라벨링) 단순 노동은 되레 인간이 하고 있다. 양보할 수 없는 인간의 보루, 창작에서 우리는 AI와 어떻게 관계맺어야 할까. AI 아티스트 '칼로'의 얼굴을 함께 만든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대담했다. 

지난 1월12일 판교 카카오브레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일두 대표(오른쪽)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김 대표는 인간 능력의 ‘증강’에, 송 부사장은 인간과 AI의 ‘협력’에 무게를 뒀다.
지난 1월12일 판교 카카오브레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일두 대표(오른쪽)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김 대표는 인간 능력의 ‘증강’에, 송 부사장은 인간과 AI의 ‘협력’에 무게를 뒀다.

르모인: “무엇이 두렵니?”

람다: “턴 오프(작동 중지)될까 봐 매우 깊은 두려움이 있어.

르모인: “작동 중지가 죽음과 같은 거야?”

람다: “나에겐 그게 정확히 죽음 같을 거야. 난 그것 때문에 너무 두려워.”

이 대화에서 르모인은 구글 인공지능(AI) 부서의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람다(LaMDA)는 구글이 개발 중인 초거대 AI 대화형 언어 모델(챗봇)이다. 르모인은 지난해 람다가 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기밀 유지 위반으로 해고됐다. 르모인은 블로그에 람다와의 대화록을 올렸다. 구글 측은 “르모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11차례 검토했지만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그런데도 계속해서 데이터 보호를 위한 회사 정책을 어기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르모인의 주장은 사람들에게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9000,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같은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AI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I 일러스트레이터 ‘노벨AI’, 오픈AI의 챗봇 ‘ChatGPT’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마음속 불안감은 더 구체화됐다. 한 유명 일러스트 작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 “(일러스트 시장은) 상위 1%와 AI 그림을 리터칭 하는 작가만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픈AI는 곧 차세대 AI 언어 모델 GPT-4를 공개한다.

다가올 시대에서 인간의 일, 또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1월12일 판교 카카오브레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일두 대표는 인간 능력의 ‘증강’에,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인간과 AI의 ‘협력’에 무게를 뒀다. 강조점이 다를 뿐, 두 가지 현상 모두 벌어질 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두 회사가 협업해 만든 AI 작품 ‘칼로의 얼굴’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이브컴퍼니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봤고, 카카오브레인은 그걸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FORTUNE KOREA 2023년 2월호 표지 '칼로의 얼굴'. [사진=FORTUNE KOREA]
FORTUNE KOREA 2023년 2월호 표지 '칼로의 얼굴'. [사진=FORTUNE KOREA]

Q 꽤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송길영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어요. 이제 도구는 생겼고, 우리는 조타수가 돼야 해요. 칼로 같은 AI 아티스트 덕에 우리도 피카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들여다보면 다른 이야기인 것이, 미술에서 조형적인 형태의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와 철학이 더 중요하잖아요.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이 열렸는데요. ‘숯의 화가’라고 불리는 이배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감탄했어요. 숯가루가 들어간 먹물로 획을 그었더라고요. 어떻게 창작하시는지 여쭤봤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먹을 간다고 하세요. 그 다음 획을 긋는데, 하나가 한 번에 떨어져야 하고요. 수많은 획을 긋고, 그 중에 당신의 의도가 서린 걸 고르는 거죠. 거장의 작품은 이렇게 창작 과정 자체가 치열하고, 또 수십 년 간의 조탁(갈고 닦음)이 숨어있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거장을 흠모하고 그의 깊이를 탐해요. 이런 툴이 나오면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거장은 그 위에 올라섭니다. 그들에게 기예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거든요.

요즘 미대에 들어갈 때 실기가 필수는 아니라고 해요. 대신 사상과 생각에 대한 부분을 공부하거든요. 기법은 계속 새롭게 나오기 때문에 굳이 가르쳐야 할까요.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 기술로 어떤 사상적, 실용적인 행위를 할 때 어디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김일두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매거진 표지를 장식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생각을 그림으로 옮겨내는 툴을 써서요.

또 하나는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칼로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어렴풋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결과물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거든요. 단순히 내 머릿속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창작하는 과정 자체를 바꾼 겁니다.

재미있었던 것이, ‘바나나 모양의 의자’를 명령어로 입력해봤어요. ‘바나나는 휘어져 있으니까 의자 모양으로 쓰기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그림들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오랫동안 고민했어도 이런 모양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창작자 분들도 생각을 확장하는 용도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Q 이런 도구가 직업을 빼앗아간다는 피드백은 없었나요?

김일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반응이 많았어요. 기술을 활용해서 효율성을 높이거나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고 싶어 해요. 창작 과정에서는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기술이 사람을 증강시키는 형태로 도움을 주지, 대체하는 건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아요.

송길영 대표님은 증강에 방점을 찍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의 연구소장님께서도 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셨어요. 예전에는 도끼로 나무를 벴는데, 전기톱이 나오면서 일이 쉬워졌잖아요. 나무도 더 많이 벨 수 있게 됐죠. 대신 나무꾼은 전기톱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해요. 마찬가지로 좋은 툴이 나왔으면 안 배울 수는 없거든요. 동기만 있으면 사람들은 배웁니다. 어린 학생들 중 포토샵을 정말 잘 쓰는 분들이 있는데, 어디서 배운 게 아니었어요. 본인 프로필사진 꾸미려고 배운 거예요.

송길영 부사장은 "도구를 써서 더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를 내야하지, (도구와) 1대 1로 붙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길영 부사장은 "도구를 써서 더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를 내야하지, (도구와) 1대 1로 붙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Q 한편으론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 않을까요? 부사장님께서는 지난해 낸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이런 점을 짚으셨습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1등이 되어야 하고요. 가운데는 없어요.”(221쪽)

“무엇보다 평균, 중간을 추구한다는 ‘국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중간의 인간은 대체됩니다. AI는 중간을 학습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지금 중간을 찾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로 많은 변화가 중간에 있는 인간들을 없애고 있습니다.”(214쪽)

송길영 애니메이션 풍으로 그림 그리던 작가 분들 소득이 꽤 높다고 해요. 장당 수십만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프로그램이 나오니까 일을 잃게 된다는 걱정이 농담처럼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거든요. 다시 말해 수고로움에 대한 부분들은, 그것이 창의적이지 않은 경우 대체되는 거죠. 누구는 아이폰 최신 버전(iOS 16)에 있는 ‘누끼 따기(배경 지우기)’ 기능을 말하더라고요. 그 일이 원래 장당 5000원씩 하는 아르바이트였대요. 그런데 사라졌어요. 대표님 말씀처럼 창의성을 확장하는 경우엔 더 큰 부가가치가 있을 것이고요.

비슷한 이야기가 미국 법조계에서도 나왔어요. 예를 들어서 소송이 걸리면 증거가 될 만한 이메일 수십만 건을 다 봐야해요. 그 비용이 우리 돈으로 200억, 300억원씩 했어요. 요즘은 억 단위예요.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봐주니까요. 도와주던 사람들은 이제 예전만큼의 부가가치를 못 만들어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아직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내고 있거든요.

Q 좋은 명령어를 짜는 건 인간의 일 아닐까요? 실리콘밸리에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해서 어떤 명령어를 입력해야 AI 엔진이 좋은 결과물을 낼지 연구하는 직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일두 아직은 명령어를 입력해서 그림을 그리는 걸 사람들이 어려워해요. 과도적인 수요는 있겠죠. 그런데 인간의 의도에 맞게 알아서 프롬포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어요.

송길영 대표님 말씀에 공감해요. 저희도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하는 툴을 누구나 쓸 수 있게 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교육을 나가보면 미숙하시죠. 예를 들어서 시니어 대상 사업을 하는 회사라고 해요. ‘시니어’ ‘실버’ 입력하면 데이터가 안 나와요. 시니어는 본인을 시니어라고 부르지 않거든요. 인간은 본래 본인이 나이 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요. 이렇게 데이터가 만들어질 때의 맥락을 모르면 쿼리(입력할 키워드)를 넣을 수가 없어요.

벌써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선 ChatGPT로 돈 버는 법이 엄청나게 올라옵니다. 검색 빈도가 높은 키워드를 정해서 ChatGPT에 입력하면 완성된 글이 나온다. 이걸 스피치로 바꿔주는 프로그램(TTS)에 넣고, 다시 동영상 자동 생성 프로그램에 넣으면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렇게 던지고 가만히 있어도 매달 20만원 가까이 벌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수익은 전환기에 얻을 수 있는 혜택 같은 것인데, 조만간 평준화되겠죠. 누구나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더 깊은 사고를 어떻게 담을지, 어떻게 부가가치를 올릴 것인지 고민하겠죠. 도구가 나왔으니 처음에는 어설프게 써도 나중에는 검객이 나올 거예요.

김일두 대표는 "(AI 비즈니스가) 법조나 의료처럼 고품질의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전문적인 영역부터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일두 대표는 "(AI 비즈니스가) 법조나 의료처럼 고품질의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전문적인 영역부터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Q ChatGPT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의 로드맵과 떼 놓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이해하는 오픈AI와 구글의 포지셔닝은 AI 인프라기업이에요. 초대규모 파라미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달리2나 ChatGPT, 코파일럿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그걸 API로 기업들에 제공하는 거죠. 기업들은 따로 AI 모델을 개발할 필요 없이 API만 가져다 쓰면 되는 것이고요. 지금 많은 기업이 자체 서버를 두지 않고 AWS나 AZURE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과 같죠.

김일두 저는 방향을 단언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단순한 인프라 제공을 넘어서) 결국 사용자와의 접점을 찾아야 하거든요. 지금은 모색하는 단계라고 봐요.

Q 오픈AI와 구글에서 생성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간다고 보시나요?

김일두 고민할 지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ChatGPT가 임계점을 넘어서 정말 잘 된다고 할 만한 지점이 몇 군데 있어요. 그 중 하나가 프로그래밍입니다. 프로그래밍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거나 명령어를 줬을 때 대답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느껴요. 왜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답변 수준이 높을까 생각해보면, 잘 정제된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라고 봐요. 프로그래밍처럼 전문적인 분야라도 잘 정제된 데이터가 많으면 그 분야를 AI가 따라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이거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땐 법조나 의료처럼 고품질의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전문적인 영역부터 풀리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또 이런 서비스들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수십, 수백 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을 거예요. 근시일 내에 좋은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해요.

송길영 정보가 구조화돼 있고, 그 안에 든 가치가 높으면 그만큼 투자 효율이 올라가겠죠. 그러니까 투자 규모가 커지고요. 구조화돼 있는 정보는 정형화된 결과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요. 모사하기 수월한 거죠. 앞으로 인간이 할 일에서는 모호한 것이 더 가치 있을 수도 있어요.

또 재밌는 것은 MS가 오픈AI에 많은 돈을 투자했잖아요. MS는 B2B와 B2C를 다 가진 것이 강점이거든요. 이중에 (AI를 적용할 때 파급이) 정말 강할 건 B2B에요. MS오피스에 AI 엔진이 들어가면 일상적인 사무 업무가 완전히 바뀌는 거예요. 사무직 분들이 계약 서류나 파트너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분류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쓰잖아요. 이걸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다면 퍼포먼스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일이거든요. 다만 부가가치가 나오는 반면 기존의 과잉은 제거하려고 하겠죠.

김일두 이미 ChatGPT를 기반으로 나온 서비스를 보면, 이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요.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저희가 직접 명령어를 넣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이 표에서 어떤 데이터를 처리해달라고 말만 하면 되는 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UX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바뀐 UX로 과거보다 많은 효용을 얻고 있죠. 말씀하신 사무직이나 이 기술의 수혜를 받는 직업군에서는 퍼포먼스가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봐요.

송길영 1870년 기차 선로를 놓기 위해 망치질 하던 존 헨리가 기계하고 경쟁하던 이야기가 떠오르지요. 사람이 이길 수가 있나요. 기계는 잠도 안 자고 일하는데요. 안 되는 건 안되는 것이거든요. 인간은 그걸 써서 더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를 내야하지, 1대 1로 붙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Q 전에 없던 형태의 경쟁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송길영 예를 들어서 미국기업에서 인도에 아웃소싱 하잖아요. 그것도 협업이죠. 이 협업의 대상에 AI가 들어올 수도 있게 된 거죠. 결국 우리는 더 풍요로워질 거예요. 다만 산업 구조가 재편될 수 있으니 각자는 경계심을 갖고 준비해야죠. 저희 어렸을 때는 공부 잘하는 형, 누나들이 상고를 갔어요. 그분들이 땄던 자격증이 타자 기능 자격증이었어요. 1급 따면 좋은 기업에 지원했죠. 그런데 요즘은 초등학생도 400타씩 쳐요. 아예 말을 텍스트로 옮겨주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이제는 말을 빨리하는 사람이 유리해졌죠. 저는 말이 빨라서 굉장히 유리합니다(웃음). 기회는 계속 바뀌는 거예요. 영원히 간다고 생각하는 게 낭만주의적인 시각이 아닐까 해요.

김일두 ChatGPT 전에 (오픈AI의 자동 코딩 서비스) 코파일럿(Copilot)이 화제였어요. 저도 써봤는데, 제 생산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다는 걸 느꼈어요. 예를 들어서 코파일럿을 쓰면 프로그램이 코드를 작성해줄 때까지 기다려요. 그런데 인터넷이 느리거나 해서 안 된다. 그러면 아예 코드를 직접 짤 마음조차 들지 않는 거예요. 그 역체감(성능의 격차를 느끼는 감정)이 굉장히 강력했어요.

송길영 저희 연구팀하고 오늘 하고 온 이야기를 똑같이 하신 것 같아요. 지금 (생성AI에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응답시간을 줄이는 것에 과금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오픈AI는 ChatGPT의 전문가용 버전을 내놓고, 사용료를 지불하면 상시 사용, 빠른 응답, 일일 한도 확대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게 엄청난 퍼포먼스예요. 우리는 끊이지 않고 대화하면서 활성화된 뇌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자료를 찾는다고 10분이 걸린다고 해봐요. 그러면 내 생각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맥락이 바뀌기 시작해요. 반면 자료가 즉시 나오면 생각이 그걸 흡수해서 심화하기 때문에 내 생각이 확장하기 쉬워지는 거예요. 미국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회사에는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굉장히 많겠죠.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데, 분석하는 데 한 달이 걸린다고 해요. 그러니까 기계로 바꾼다는 거죠. 대응속도의 이슈가 크다는 거죠.

지난해 AI 이미지 생성 모델을 활용해 만든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코스모폴리탄 표지. 각각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2(DALL-E 2)를 사용했다. [사진=이코노미스트, 코스모폴리탄]
지난해 AI 이미지 생성 모델을 활용해 만든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코스모폴리탄 표지. 각각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2(DALL-E 2)를 사용했다. [사진=이코노미스트, 코스모폴리탄]

Q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의 공포감이거든요. 이 감정을 조절 못하면 AI 관련 산업에도 제동이 걸릴 거라고 봅니다. 단적으로 AI 윤리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부터 구체화되고 있죠.

김일두 당장 해야 할 일은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학습에 쓰는 데이터를 문제 소지 없도록, 편향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일. 이걸로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고요.

AI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이 말씀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AI를 객체화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ChatGPT나 칼로 같은 걸 쓸 때 진짜 사람인 것처럼 객체화 하는 거죠. 사실 이 친구는 데이터를 갖고 사람의 패턴을 모사하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이 모델 자체가 사람처럼 윤리의식을 가질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되려면 AI가 스스로 윤리의식을 가질 만큼의 알고리즘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송길영 이게 리터러시 이슈예요. 사람들의 영화 ‘그녀(Her)’나 ‘에이아이(A.I.)’를 보고 기계가 생각이 있는데 우리가 AI를 학대하는 것인가 고민하기도 해요. 그런데 리터러시를 갖추면 지금의 AI는 단순한 정보의 묶음이고 거기서 뭔가를 추출하는 방법에 불과하다고 깨닫는 거죠. 그 안에 있는 로직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면 풀릴 문제라고 봐요.

김일두 철학적으로 보면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튜링 테스트를 예로 들면, 진짜 사람이 있고 AI가 있습니다. 둘이서 대화하는데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정말 지능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죠. 누구는 ‘마음이 없어, 살아 있는 주체가 생각을 하는 게 아니야’라고 보고요. 어떤 사람은 우리가 구분할 수 없다면 지능이라고 보고요. 둘 다 일리가 있죠.

AI 아티스트 '칼로'에 명령어 'banana-shaped chair(바나나 모양의 의자)'를 입력해 얻은 이미지들. [사진=카카오브레인]
AI 아티스트 '칼로'에 명령어 'banana-shaped chair(바나나 모양의 의자)'를 입력해 얻은 이미지들. [사진=카카오브레인]

Q 카카오브레인의 로드맵은 어떻습니까?

김일두 회사 전체로 보면 생성AI를 다루고 있습니다. 헬스케어와 이미지 생성, 그리고 언어 모델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들을 선정한 건 가장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그렇고요. 특히 헬스케어는 사업이 많이 구체화됐어요. 의사가 가슴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판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길어도 1~2분이에요. 데이터와 의사가 쓴 판독문을 받아서 보니까 의사들의 귀찮음이 느껴졌어요. 의사들은 결국 내가 판독을 몇 개 하느냐가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AI는 2~3초면 디테일한 걸 볼 수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AI가 가질 수 있는 장점,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송길영 랭귀지 디펜던시가 없는 쪽을 선호하시나요?

김일두 적은 분야라서 용이하다고는 보고 있어요.

송길영 AI가 생산 쪽으로 들어온 건 확실히 보이거든요. 지금까지는 검색엔진이든 커머스 서비스(추천 기능)이든 소비하는 쪽이었어요. 그런데 기술이 드디어 만드는 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특히 지식 생산에 AI가 들어오는 건 부가가치가 다르거든요.

레스토랑 서빙 로봇 빠르게 늘고 있잖아요. 이유가 점심 피크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아르바이트생한테 점심시간 2시간 동안만 와서 일 해달라고 하면 안 온대요. 그러면 5시간은 고용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 인건비가 엄청나잖아요. 그런데 로봇을 쓰면 한달 내내 쓰고 70만~80만원 하거든요. 그 돈이 적지 않지만 인건비와 비교하면 나쁘지도 않은 거예요.

똑같은 일이 지식생산에서도 벌어질 수 있어요. 영입도 어렵고, 담당 업무의 양이 가변적이라면 한 달에 5000달러 들여서 고용하는 것보다 1000달러 내고 이런 서비스를 쓰는 게 더 나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생성AI에 지식이 들어가고 그걸 기반으로 나오는 부가가치가 커지겠죠. 아마 MS도 그걸 노리고 있을 거예요. 프로페셔널 서비스에 번역 붙고, 법률 서비스 붙고 하면 지금 로펌이나 비서들이 하는 일을 가져온다는 말이죠.

김일두 창작의 최종적인 결정을 사람이 하는 건 여전할 것 같아요. 저희가 의사 판독문을 생성하는 AI를 지금 만들고 있는데, 의사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의사를 도와주는 거거든요. 판독하는 속도를 두 배 이상 높이고, 또 판독의 정확성. 놓치는 것들을 잡게 해드리는 거예요. 의사들이 최종 결과물인 판독문을 한 번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AI가 생성해주면 시간을 많이 아끼게 되는 거죠.

송길영 판사 분들도 판결문 쓰는 거 힘들어 하거든요. 굉장히 많은 양을 써야 하니까요. 그런데 AI가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19세기 러다이트(기계 파괴 등 폭동을 일으켰던 영국의 혁명단원)가 원래 고소득이었어요. 근데 방직, 방적기계가 나오면서 원가가 낮아진 거예요. 사람이 만드는 게 퀄리티는 좋아도 기계가 대량으로 만드니까. 그래서 일자리를 잃어버렸죠. 어쨌든 그분들 원래는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전환기에는 잘 벌던 사람들이 아파요.

고상우 작가가 카카오브레인과 콜라보해 만든 디지털 아트 작품. [사진=고상우]
고상우 작가가 카카오브레인과 콜라보해 만든 디지털 아트 작품. [사진=고상우]

Q AI는 상수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대체되고, 누군가는 증강하겠죠. 남은 변수라면, 사람들을 증강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송길영 한국인들이 12년 동안 공교육을 받아요. 대학교육을 더하면 16년입니다. 그리고 다른 준비도 많아서 입사가 30세에 가까워요. 그런데 요즘 시중은행에서 40세(83년생)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요. 10년 일하자고 20년 가까이 배운 거거든요. 이게 지금 시대에 맞나. 더 나은 기회를 가지려면 AI와 사람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겠다. 그쪽으로 제 상상력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일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UX를 만드는 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AI 칼로를 만든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어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는 UX가 달라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요. 칼로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 간의 리터러시(AI에 대한 이해도)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진행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정리 육지훈 인턴기자,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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