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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the CEO] 김승연 회장 “기존 성공 방정식 허물어야”

  • 기사입력 2023.01.17 14:00
  • 최종수정 2023.01.17 17:20
  • 기자명 채수종 기자

Midas Touch 마이다스의 손

한화그룹은 인수합병(M&A)으로 성장했다. 김승연 회장은 1981년 취임 이후 연 이은 굵직한 M&A를 통해 그룹을 재계 7위로 키워냈다. 김 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해 알짜기업으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누구보다 산업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경영계의 ‘마이다스 손(Midas Touch)’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은 그랬다. 그는 이번에는 부담스러운 상대인 대우조선해양에 손을 댔다. 그의 마이다스 손이 또 작동할까? 김 회장은 2022년 10월 취임 41주년 기념사를 통해 “(기존) 성공 방정식을 허물어서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자”고 강조했다.

M&A로 쌓아 올린 성공신화

한화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자산총액 80조원으로 7위에 올랐다. 6위인 포스코(96조원)와 16조원 차이가 난다.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산총액은 92조원으로 불어난다. 포스코를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하면서 ‘100조원 클럽’ 가입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그룹 지주사인 ㈜한화는 매출 461억 7120만 달러로 ‘2021 포춘글로벌500’에서 306위를 차지했다. 5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16개 기업 중 8위다. 방산부문과 화학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그룹의 모태는 1952년 설립한 한국화약이다. 1957년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성장의 시드 머니(Seed Money)를 만들었다. 이후 한화의 성장사는 M&A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김 회장은 취임과 함께 M&A에 시동을 걸었다. 다우케미칼이 한국에 세운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취임 다음 해인 1982년 인수했다. 다우케미칼은 제2차 오일쇼크 여파로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한 상태였다. 당시 두 회사의 적자규모는 각각 75억원, 430억원이었다. 김 회장의 인수 결정에 대해 주위의 만류가 심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기업도 포기한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밀어붙였다. 이들 기업은 인수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금은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으로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대표 사업이 된 태양광 부문도 M&A로 만들어 냈다. 2012년 파산한 유럽 태양광 시장 1위 업체인 독일큐셀을 인수해 한화솔라원과 합쳐 한화큐셀을 출범시켰다. 한화솔라원은 앞서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만든 업체다. 국내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던 시점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한화도 상당기간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에 시달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모듈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의 흐름도 좋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값이 치솟으면서 태양광 도입을 서두르는 국가가 늘고 있다. 또 경영계의 화두인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실시로 태양광 분야는 오히려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그룹을 지탱하는 큰 축인 방위산업은 2014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구축했다. 삼성종합화학(한화종합화학), 삼성토탈(한화토탈), 삼성테크윈(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 등 4개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역시 당시에는 “부실기업들을 떠 안았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화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로 손꼽힌다. 이들 화학계열사들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산 계열사들은 한화의 미래 먹거리인 우주항공 사업의 초석이 됐다.

레저·유통사업은 1985년 정아그룹 명성콘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인수를 통해 진출했다. 1986년 한양유통(한화갤러리아)에 이어 2000년에 대전지역 1위 백화점이었던 동양백화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을 인수해 중화학 분야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했다. 백화점·유통사업을 맡고 있는 갤러리아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7% 성장한 5147억원, 영업이익은 약 10% 늘어난 289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사업은 2002년 인수한 대한생명(한화생명)과 2008년 인수한 제일화재(한화손해보험)를 기반으로 생보·손보·증권·운용·저축은행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는 당시 재계를 놀라게 했다. 누적결손금이 3조원에다 보험의 핵심인 영업조직은 붕괴 직전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인수 6년 만에 누적손실을 완전히 털어내고 흑자로 전환시켰다. 2010년에는 푸르덴셜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과 합병)을 인수해 금융부문이 그룹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김 회장의 M&A 본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 회장은 배임혐의로 경영활동 중단 7년만인 2021년에 경영복귀를 했다. 그는 복귀 1년이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했다. 김 회장의 M&A 대장정에서 대우조선이 피날레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 구축

한화그룹은 2023년 상반기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하고, ㈜한화에서 물적분할 한 방산부문과 합병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국방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가 발표한 ‘2022년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에 따르면 세계 1위인 록히드마틴은 2021년 매출 644억 5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화그룹은 47억 8700만 달러로 30위에 올랐다. 이번에 인수하는 대우조선의 특수선 매출 5억 1600만 달러를 합치면 53억 달러 수준이다. 랭킹 10위인 미국의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149억 2400만 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아직은 톱10의 장벽이 너무 높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이번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의 틀을 갖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양에서 우주까지 글로벌 토털 디펜스 솔루션(Global Total Defense Solutions)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

김승연 회장의 고민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기존 투자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번에도 거꾸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대우조선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

대우조선은 세계 톱클래스의 조선소다. 매력이 있다. 2021년 107억 7000만 달러, 2022년에 104억 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모두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특히 특수선에 강점이 있다. 1980년대말 KSS-I급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2021년 8월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설계·건조한 KSS-III급 도산 안창호함을 인도한 잠수함 명가다. 또 한국 해군의 주력인 4000톤급 구축함과 대양작전이 가능한 5000톤급과 1만톤급 구축함도 성공적으로 건조했다.

김 회장이 2008년 6조 3200억원을 투자해 대우조선을 인수하려 한 것도 이 같은 장점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김 회장은 그러나 2022년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KDB산업은행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대우조선의 인수대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원을 투자한다. 김 회장은 12월에 본계약을 채결해 대우조선을 품에 안았다.

김승연 회장이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출처=한화그룹]

김 회장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을 어떻게 ‘한화의 가족’으로 만들 것인가가 고민이다.

대우조선은 지금까지 김 회장이 인수했던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선업은 막대한 자본과 풍부한 노동력,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복합산업이다. 해운업과 철강업을 전후방 산업으로 하며,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임직원이 1만명에 육박하는 대기업이다.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인력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인력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난이 길어지면서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비해 급여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 조선소 전체의 공정 흐름 상 특수선 만을 떼어내 육·해·공 방산체제로 편입시킬 수도 없다.

대우조선은 2022년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이 12조4000억원, 부채가 11조600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290%나 된다. 2021년 영업손실은 1조7546억원, 2022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조1974억원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경영 부담을 줄 수 있는 규모다. 실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로 매출이 65조 6166억원으로 늘어나지만, 당기순이익은 반토막인 1조 472억원으로 줄어든다.

노조도 그동안 상대하던 수준이 아니다. 한 때 대한민국 노동계를 이끌던 강성노조의 뿌리가 남아있다. 노조는 이번 한화그룹의 인수에 대해 고용보장,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인적·물적 분할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 경영과 관련된 내용들이어서 인수 뒤 노사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강성 노조와 인력난, 연속 적자와 누적된 부채 등 어느 것 하나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가 위태로워 보인다.

3세 승계도 마무리해야 한다.

김 회장은 올해 71세로 회장 취임 42년이 됐다. 아들 삼형제에게 승계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한화 아래에 방산·화학·태양광, 금융, 백화점·호텔·리조트 사업을 수평 배치해 분할하기 쉬운 구조로 만들어 놨다.

㈜한화는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했다. 이에 따라 한화건설 아래에 있던 한화생명은 ㈜한화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한화->한화건설->한화생명 구조에서 ㈜한화->한화생명으로 단순화됐다.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해 삼형제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 내에서 한화솔루션을 이끌며 주로 태양광 사업 육성에 매진해 왔다. 부회장 승진과 함께 지주사인 ㈜한화 전략부문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아 방산 및 항공우주 분야도 책임지게 됐다. 그룹의 핵심 3대 축을 모두 이끄는 위치에 올라섰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금융부문 승계를 위한 포석이다.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을 맡아 2023년 3월 인적분할을 앞둔 갤러리아 승계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자신을 대신해 그룹 대표로 대외활동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 놓았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칼훈 보잉 회장을 만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 대해 협의했다.

또 같은 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차담회에선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20대 그룹 회장들과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그룹을 확실하게 지배하기 위해서는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으로 22.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 부회장은 4.44%, 차남 김동원 부사장과 3남 김동선 전무는 각각 1.67%씩 보유하고 있다.

삼형제가 ㈜한화의 지분을 늘리려면 한화에너지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전무가 각각 25%를 갖고 있다.

한화는 창업 이래 70년간 부실기업을 인수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부실기업 M&A 만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김승연 회장이 취임 41주년 기념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자”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경영안정, 3세 경영승계, 100년 기업으로 패러다임 혁신이란 짐을 진 채 새 해를 맞았다. 그에게 2023년 계묘년은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 포춘코리아 채수종 선임기자 be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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