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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인사이트] 리뷰로 보는 망해가는 스타트업의 특징

  • 기사입력 2022.07.26 08:30
  • 기자명 박보희 컴퍼니타임즈 기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마켓컬리), 버킷플레이스(오늘의 집), 직방, 당근마켓…. 이름도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누구도 더이상 이들을 ‘작은’ 스타트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수년 전만 해도 대기업 입사가 사회 초년생들의 꿈이었다면, 이제는 다르다. 작은 스타트업에 입사해, 으쌰으쌰 함께 회사를 키워 유니콘,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 화려하게 떠오른 스타트업들을 보면 한번쯤 꿈꿔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시대다.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해 스톡옵션을 받아 ‘경제적 자유’를 찾았다는 이들을 보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의 뒤를 잇겠다는, 아니 그 이름 앞에 우리 회사의 이름이 먼저 불리게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 창업에 몸을 던지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스타트’(한 기업)는 많은데 ‘업’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화려하게 등장한 스타트업이 어느 순간 시장의 관심 뒤편으로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은 흔하다. 

성공한 스타트업과 사라진 스타트업,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이템이 안좋았다고?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고? 정말 그게 다 일까? 창업자도 모르는 이유를, 함께 일했던 구성원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이들이 잡플래닛에 직접 남긴 리뷰를 통해 이유를 찾아봤다. 흔들리는 스타트업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을. ‘망해간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다보면 진짜 곤란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 징표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초기 멤버’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그들만의 리그…
텃세에 왕따까지”

“실력없는 고인물 초기 멤버들 중심으로 일진놀이 중. 왕따를 다 큰 어른이 돼 겪어볼 수 있음.”

“그들만의 리그. 능력없는 초기 멤버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사업 초기 멤버만 우선시 되는 회사. 초기 멤버들의 텃세. 이들 등살에 일을 못함.”
유난히 ‘초기 멤버’라는 리뷰가 단점 키워드에서 많이 보이는 곳들이 있다. ‘고인물’ ‘그들만의 리그’ ‘텃세’ 등의 단어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요약하면 ‘초기 멤버들을 중심으로 회사 업무가 돌아가는데, 이들과 친하지 않으면 적응이 어렵다’는 내용들이다. 

스타트업이 시작할 때를 생각해 보자. 가진 것은 아이디어 뿐, 아무 것도 없던 그때, 대표와 창업 멤버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출발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 새로운 인력이 필요해지고, 새로운 멤버들이 영입된다. 

사업 초기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한 이들의 관계는 아무래도 돈독하기 마련이다. 맨땅에 함께 몸을 던진 동료가 아니던가. 그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겨 번듯한 회사로 키워냈다면 끈끈하고 믿을 수 있는, 공적인 관계를 넘어 사적으로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보다 늦게 조직에 합류한 조직원 중에는, 이들의 ‘이너서클(Inner circle)’ 밖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나 가족, 친구, 지인 등이 모여 사업을 시작했다면, 여기 속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소외감은 더 크다. 가족이라서, 친구니까, 대표와 친한 사람들 몇몇을 중심으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나는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경영진 입장에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해도, 조직원들에게 그렇게 인식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대표님은 아시나요?”

“부서별로 다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름. 회사 내부에서도 공유가 안됨. 윗 사람들이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르겠음.” 

“일주일마다 회사 체계와 내 업무가 바뀌는 기적을 볼 수 있음.”

“구체적인 사업 목표가 없고 분기마다 바뀜. 그래서 해야할 일도 바뀜.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지만…혼돈 그 자체.” 

이런 상황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구성원들은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구체적인 사업 목표가 매번 바뀌고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바뀌는데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야 할 구성원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사실 사업 초기 스타트업이 사업 방향을 바꾸는 일은 흔하다. 신속한 피보팅(pivoting), 즉 빠르게 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은 몸이 가벼운 스타트업의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나 트렌드에 민감한 요즘 시장에서 피보팅을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하는지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이유와 방향을 조직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알고 있느냐다. 당연하게도 이들이 우리 회사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왜 바뀌었는지,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목표로 한 지점에 도달하기란, 사막에서 무작정 걷다보니 오아시스가 나왔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 아닐까? 
 
“능력자들은 줄퇴사 중… ‘젊은 꼰대’만 남았다” 

“전문지식 부족한 사람들의 아는 척으로 연명함.”

“초기 멤버와 나중에 합류한 경력 직원간 실력 차이가 큼.”

“초기 멤버들끼리 이사, 부장, 팀장 타이틀 달고 창업 놀이에 푹 빠졌음.”

“한때 실력자들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떠나고 있는 중…경력자들 줄퇴사 중.”

“팀장급들 대거 퇴사. 경력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판단일까. 빈자리를 주니어들이 채우고 있다.”

“능력없고 어린 꼰대들만 남아버린 안타까운 곳.”

이런 불만들은 결국 경력 입사자들의 이탈이 시작되면서 실질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스타트업 초기, 조직에 합류한 인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짜잔’ 창업을 이룬 창업자와 동료들이다. 두 번째는 실무를 위해 채용한 이들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사실 중소기업, 그것도 수익 구조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기업이 뽑을 수 있는 인재는 한정적이다. 큰 보상이나 화려한 근무 조건 제시가 힘들 때 회사가 뽑을 수 있는 인재란 어떤 방식이었을지를 생각해보자. 친한 사람, 아니면 다양한 경험은 아직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작은 조직에는 적합했지만 큰 조직을 이끌 경험은 없는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초기 멤버들 입장에선, 자신보다 경력이 화려하고 능력있는 경력직이 들어오면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한 시간은 더 긴데’, ‘지금 이 회사 내가 이만큼 키웠는데 내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같은 위기감이 든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이 회사에서의 경험’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의 문제제기에 “우리 회사는 다르니까” “내가 여기서 해봐서 아는데” “너는 모르겠지만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냥 해” 식의 업무 지시가 이어진다. 이른바 ‘젊은 꼰대’의 탄생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구성원은 회의감이 든다. ‘스타트업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다 똑같다’ 싶다. 능력자들은 더 나은 조건과 비전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직도 쉽다. 그렇게 능력 순으로 회사를 나가기 시작한다. 능력자들이 줄퇴사를 시작하면, 다른 이들은 ‘능력 있는 사람들은 다 나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인력 이탈이 심해지면, 결국 영입이 쉬운 신입으로 빈 자리를 채우는데, 신입은 명확한 업무 지시와 멘토링 없이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들다. 당연하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제 이들을 중심으로 멘토가 없다는 토로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물경력만 쌓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이들 역시 다른 곳을 찾아 떠나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이렇게 퇴사와 입사가 반복된다. 

남아있는 이들은 초조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영진들은 ‘뭐가 문제인거지?’ 답답하고, 조직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일방적인 지시와 의사결정 구조는 더 강해진다. 조직 안팎에서는 “회사에 젊은 꼰대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문제 말하면 뭐해 대표는 침묵…
능력보다 대표와 친분이 중요”

“대표가 직원을 믿지 못해 하나하나 다 참견, 대표가 참견할수록 프로젝트는 산으로….”

“대표한테 잘보이면 승진. 승진하려면 능력이나 성과보다 대표 마음을 얻는 게 더 나음.”

“회사 문제를 대표에게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음.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함.”

조직의 인력 이탈이 심해지면, 경영진은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진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이들이니, 경영진이 실무 하나하나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역시 회사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나뿐,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긴다. 전문성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보다 내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회사를 책임질 이는 나니까. 

또 초기 멤버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더 강해진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아무 것도 없을 때부터 함께 시작해, 힘들 때 고민을 함께 나눴던 이들이 아닌가. 

그러니 초기 멤버들의 능력과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오면 당황스럽다. 그래도 이만큼 회사가 크기까지 이들의 역할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힘들 때 함께 했고 끝까지 내 옆에 남아있을 이들은 결국 이들 아닌가. 

각종 문제가 쏟아져도, 이들 사이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경영진은 답을 찾지 못하고 침묵한다.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대표가 친한 사람들 문제는 다 모르는 척 한다” “문제를 알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한다. 이미 어떤 식으로든 의견 대립을 한 조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답이겠구나” 싶다.

이렇게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비단 스타트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자. 혹시 내부적으로 조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지는 않은가? 

중요한 것은 지금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지금이라도 조직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문제를 바로 잡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바뀔 수 있다.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22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 박보희 컴퍼니타임즈 기자 press@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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