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사무실로 복귀하라"…골드만삭스의 정상근무 강행 이유

  • 기사입력 2022.05.19 08:30
  • 기자명 Geoff Colvin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그만두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기를 원한다. 일례로,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직원들이 주 5일(또는 그 이상)은 출근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은 전통적인 기업 문화에 집착함으로써 월가의 차세대 인재들을 놓칠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일까?  

골드만삭스가 2월 1일 아침 로 맨해튼에 위치한 44층짜리 본사를 다시 열었을 때,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출석률’에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코로나 변종인 오미크론이 도시 전체를 강타하면서 이 건물은 한 달 동안 폐쇄됐다. 이제 마침내 운 좋게도 솔로몬의 강력한 바람대로 솔로몬의 직원들은 더 이상의 폐쇄없이 현장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요일 늦은 아침, 2주 이상 전에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사 직원 1만명 중 5000명만 출근했다. 모든 직원을 가능한 한 빨리 사무실로 복귀시키려는 솔로몬의 확고한 의지에 반기를 든 것처럼 보였다.

이런 부진한 출근율이 이례적일까? 아니면 앞으로 벌어질 일의 전조일까?

사무실 복귀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는 솔로몬은 원격근무가 전세계적으로 대세인 상황에서 미개인처럼 보이는 위험을 무릅썼다. 세일즈포스, 트위터, 메타(페이스북의 모기업), 스포티파이 등 최고의 IT 기업들은 수천 명의 직원들에게 전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상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티그룹과 UBS 등 골드만삭스의 일부 월가 경쟁사들도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정책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경쟁우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솔로몬은 정반대 입장이다. 그가 2021년 2월 열린 금융업계 콘퍼런스에서 “재택근무는 우리에게 이상적이지도, 새롭지도 않다”며 “우리가 가능한 빨리 이런 비정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변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 선언을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솔로몬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2월 1일 밝힌 사무실 복귀 입장에 대해 “우리 조직의 성공 비법은 수천 명의 아주 훌륭한 젊은 인재들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골드만삭스에 와서 배우고, 일하고, 뛰어난 다른 사람들과 인맥을 형성한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강조했다. 솔로몬은 이어 “골드만삭스의 또 다른 비법은 직원들이 한데 모여 자신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선배들과 협업하는 것이다. 물론 모두 각자 흩어져서 업무를 보더라도-즉, 원격근무가 뉴 노멀이 되더라도-계속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솔로몬은 팬데믹 기간 내내 출근했다.
솔로몬은 팬데믹 기간 내내 출근했다.

골드만의 실적은 솔로몬의 마지막 발언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지난 2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골드만은 2021년 216억달러(약 26조4800억원)의 기록적인 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그리고 솔로몬은 작년에만 43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솔로몬은 “하지만 우리 조직을 독보적으로 만든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가 그런 문화적 근간을 유지하려면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다면 솔로몬이 쓸데없이 대세에 역행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믿음처럼, 다른 기업들이 팬데믹의 일시적인 현상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인간적인 유대’가 가진 유서 깊은 장점을 무시하는 걸까? 분명 모든 기업들이 그런 질문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해관계도 걸려있다.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 모두를 수용하는 기업들은 몇 년 후, 대면근무 감소가 회사 문화와 창의성의 점진적인 소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지 모른다. 그런 장점들이 일단 사라지면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상근무를 고집했던 기업들은 사무실 유지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한 셈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최고 인재들을 영입하고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골드만의 경험은 극단적인 사례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 어떤 대기업도 골드만보다 출퇴근 이슈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곳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팬데믹이 닥쳤을 때 골드만은 유달리 큰 위기감을 느꼈다.

6개 대륙에 사무소를 둔 골드만은 코로나의 위협을 조기에 예견했다. 2020년에 접어든 직후, 각 부문별 책임자들과 다른 임원들은 팬데믹 대비를 위해 매주 두 번, 때로는 그보다 더 자주 글로벌 화상회의를 가졌는데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몇 가지 사실이 곧 분명해졌다.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북미로 확산할 것이다. 둘째, 공급망이 신뢰할 수 없을 만큼 교란될 것이다. 셋째, 사무실 폐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골드만 최고 경영진은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 사내에서 널리 존경받는 수석 파트너인 존 화이트헤드가 1979년 회사의 12개 원칙을 정했을 때, 그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팀워크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팀원들이 집에 혼자 있다면 그 팀이 정말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과거 존슨 앤드 존슨에서 근무했던 호주 출신의 인사 책임자 벤틀리 드 베이어는 팬데믹이 닥친 2020년 1월 골드만에 합류했다. 그는 사내 팟캐스트 방송에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입사하자마자 근무 정책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당시 일부 경영진의 큰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심각성이 좀 더 명확해 질때까지 그래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에게는 무척 괴로운 순간이었다. “사내에서 너무 신성시돼 비판하지 못했던 기존 정책과 관행을 바꿔야 했다. 누구도 감히 손대거나 평가 혹은 조정하지 못한 성역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즉시 행동에 옮겨야 했다.”
골드만은 다른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과 보조를 맞춰 3월 중순 미주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모든 사무실을 폐쇄했다. 아시아 지역 사무실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문을 닫았다. 뉴욕 본사 출입이 가능했던 사람들은 극히 제한됐다. 그 건물에 설치된 첨단 장비를 활용해 ‘시장 조성’을 해야 했던 소수의 트레이더들과 일부 고위 경영진으로 한정됐다. 팬데믹 기간 내내, 솔로몬은 계속 출근했다

코로나 초기에 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여름에 입사할 신입 직원들이었다. 대부분 기업들도 비슷한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골드만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이유와 골드만이 왜 그렇게 팬데믹에 트라우마를 갖게 됐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기업만의 독특한 인사 운영 모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53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월가의 대기업이라는 통념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매우 젊은 회사다. 4만 3900명의 직원들 가운데 73%가 밀레니얼 세대 또는 Z세대이며 50%가 20대로 구성돼 있다. 매우 단순화된 사내 서열구조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낮아진다. 신입 사원과 최고경영진을 구분하는 기본 직급은 애널리스트, 어소시에이트, 부사장(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전무이사로 불린다), 그리고 총괄 책임자 등 4개에 불과하다. 1999년 골드만이 상장된 이후 공식적으로 파트너 제도는 없어졌지만, 소수의 총괄 책임자가 파트너라는 직함을 추가로 갖고 있다. 지금의 파트너들은 별도의 보너스를 받는 총괄 책임자라고 보면 된다.

매년 여름 약 3000명의 신입 사원들이 들어온다. 이들 대부분은 학사 학위를 막 취득한 졸업생들이다. 월가 오아시스라는 교육 기관에 따르면, 이런 1년 차 애널리스트들은 전세계적으로 평균 13만6400달러(약 1억6700만원)의 급여와 보너스 등 꽤 괜찮은 보수를 받는다. 주요 은행 신입 사원들의 평균 보수인 14만3000달러(약 1억7500만원)에는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원자들이 골드만의 교육과 인맥, 평판을 매우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감수하는 것이다. 신입 직원들은 보통 2년 코스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 기간이 끝날 무렵, 골드만은 상위 성적자들이 다른 곳에 가지 못하도록 러브 콜을 보낸다. 심지어 경영대학원도 가지 못하게 붙잡는다. 나머지 대부분 신입사원들은 다른 직장으로 옮긴다. 이들의 80%가 2년 후에 사라지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이런 인사 운영의 모델은 회사와 젊은 애널리스트들, 그리고 심지어 회사를 떠나는 대다수에게도 여러 모로 득이 된다. 골드만은 매우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인 후, 이들을 면밀히 관찰한 끝에 소수의 최고 인재를 가려낸다. 나머지는 빛나는 ‘골드만 자격증’을 손에 쥔 채 세상밖으로 나간다. 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다른 금융회사에 입사한다. 은퇴한 한 시니어 파트너는 “KKR과 블랙스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기업들은 정말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에 의존한다. 그리고 채용된 골드만 출신 사원들을 교육하고, 그 중에서도 최고 인재를 가려내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이 신입사원들은 때로 글로벌 기업들에서 높은 지위까지 오르고, 이 기업들은 종종 골드만삭스의 고객사가 된다.

솔로몬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우리는 매년 수천 명의 대학 졸업생을 채용한다. 회사 내 모든 부문에서 정말로 뛰어난 인재를 고른다. 이들 중 일부가 회사에 남는다. 나머지 대다수는 다른 기업으로 간다. 하지만 그들은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경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골드만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게다가 전세계 각국에서 온 그들은 아주 똑똑하고 정말 흥미로운 인재들이다. 그들이 쌓은 인맥은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평생 친구로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회사의 생태계다. 매우 강력한 생태계 말이다.”

경쟁업체와 업계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공감한다. 포춘이 최근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심사위원들-업계 최고경영진과 이사회 멤버, 그리고 업계 담당 주식 애널리스트로 구성됐다-은 골드만삭스를 인사관리 부문 1위로 평가했다. JP모건 체이스, 모건 스탠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 HSBC, 그리고 기타 기업들을 앞선 것이다.

골드만 뉴욕 본사로 출근하는 직원들의 모습.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골드만이 지난 2년간 왜 그렇게 괴로워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솔로몬은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가 절감한 사실 중 하나는 ‘집에서 많은 업무를 하고 남는 시간에 TV만 본다면’ 오직 골드만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멋진 경험들을 놓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평생 인맥과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 놀랄 만큼 뛰어난 동료 수천 명이 만드는 활기찬 분위기 등이다.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이런 기회들이 사라졌다. 아울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사가 가진 독특한 매력과 아우라도 잃을 수 있다. 골드만 입장에서 원격근무는 단순한 도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 그것은 바로 ‘회사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에 골드만 애널리스트 겸 어소시에이트로 일했던 애덤 코터릴은 “사무실에서 많은 일을 하면 다수의 동료들과 교류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그런 소통에 굶주리게 된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상사들과 일하고, 고객들과 대화하게 되니 일이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장점들이 일정 부분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네이선 리서는 2019년 1월 골드만삭스의 런던 지사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후, 2021년 4월 퇴사했다. 번아웃 증후군을 겪으면서 건강을 돌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과 그에 따른 봉쇄로 가장 암울했던 시절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기사를 썼다. 리서는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깨달은 점은 의료센터와 사내 체육시설과 같은 골드만의 복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였다”며 “심야근무를 하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든, 동료들과 함께 뭔가 특별한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알게 됐다. 가상 환경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포춘에 “내가 맡은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퇴사를 결정했다. 다른 이유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한 경험은 흔한 일이었다. 골드만 애널리스트들에게 팬데믹은 두 가지 이유로 잔인했다. 첫째, 그들은 평소처럼 힘든 업무를 집에서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견디고 가치있게 해준 회사의 장점은 누릴 수 없었다. 둘째, 갑자기 업무 강도가 더 세졌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골드만의 2년짜리 애널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은 늘 ‘고난의 시험대’였다. 매주 80~100시간에 달하는 업무량과 극심한 압박감, 그리고 불가능한 마감 시한을 감당해야 했다. 팬데믹은 많은 산업에 ‘창조적 파괴’를 가했다. 일부 업종(전자상거래, 비디오 스트리밍, 인터넷 서비스)에는 더 긍정적으로, 다른 업종(호텔, 여행, 에너지)에는 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업종을 불문하고, 모두 금융 서비스를 긴급하게 필요로 했다. 그 결과 골드만의 매출은 2020년 22% 증가했고, 2021년에는 33%나 급증했다.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업무 시간과 압박감이 더 가중됐다. 

뉴욕 포스트는 나중에 ‘이 애널리스트들은 일찍이 2020년 4월부터 사무실의 고성능 컴퓨터 대신 집에서 자신의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다. 아울러 사무실에서는 오후 8시 이후에 받던 25달러의 식사 수당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증가하는 업무량으로 시간에 쫓기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에 짜증이 폭발한 것이다. 10개월 후,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 13명은 상사에게 자신들의 고충을 상세히 설명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냈다. 여기에는 ▲전 주에 평균 105시간, 전 달에는 주당 98시간 근무한 사례 ▲평균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든 사례 ▲그리고 정신력과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사례 등이 포함됐다.

골드만은 2020년 6월 뉴욕 사무실을 다시 열었지만 가능하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계속할 것을 권장했다. 1년 후 백신 수급이 더 원활해지자, 회사는 2021년 6월 아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각지에서 사무실 복귀 일정을 발표했다. 권장사항이 아니라 예상했던 ‘통보’에 가까웠다. 작년 9월 7일 기준으로, 골드만의 미국 사무실에 복귀한 모든 직원들은 2차 접종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올해 2월 1일 기준으로, 모든 직원들이 2차 접종을 포함해 부스터삿까지 맞아야 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골드만삭스의 정규 재택근무가 끝났다고 믿는 것이 현실이 됐다.
골드만삭스는 지금부터 매우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의 3%만이 주 5일 출근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많은 직원들은 출근을 강요한다면 퇴사하겠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근로 환경에서 골드만의 엄격한 모델-많은 직원들이 주 5일이 아닌 6~7일을 출근하도록 강요한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월가의 투자 은행가 출신으로 언론인 겸 작가로 활동하는 윌리엄 D.코핸은 “내가 1987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말 그대로 투자은행 아니면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고 회고한다(그의 저서 중에는 <돈과 권력: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나>가 있다). “지금 당신이 MBA를 취득하고 월가에서 어소시에이트로 취직하면 약간 실패한 진로로 평가받을 것이다. 훨씬 더 좋은 진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월가에서 애널리스트 일자리를 얻은 후, 가능한 한 빨리 사모펀드에 스카우트되는 것이다.”

골드만이 높게 평가하는 아주 똑똑하고 야심찬 인재들을 계속 영입하더라도, 회사는 다른 방식으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시니어 파트너 데버라 로비치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사무실 복귀를 강요해선 안된다. 우리 통계자료에 따르면, 흑인·라틴·아시아계와 여성 등 다양한 인재들은 모두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그런 취향을 충족시켜줄 다른 고용주가 나타나면 당신 기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녀는 “그것은 분명 나쁜 소식이다. 다양성이 더 나은 제품과 혁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는 엄청나게 많다. 따라서 당신 기업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과제는 ‘모든 직원을 사무실로 복귀시킬까’가 아니라, 오히려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실제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솔로몬은 그런 우려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측면이 있거나 잘못된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그는 인력의 다양성을 우선시 해왔다. 그 사례로, 그는 입사하는 애널리스트 가운데 적어도 50%를 여성으로 뽑고 있다고 주장한다. 골드만은 2020년 5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 회사는 현재 다른 대형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소수인종 대표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골드만의 숫자는 동종업계에서 중간 수준이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흑인 직원은 미국 전체 직원의 6.8%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의 절반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고, 이를 늘리는 것은 관리자들의 보너스를 책정할 때 참작하는 한 요소이다.  

솔로몬은 최고의 인재 영입과 관련하여, ‘월가 대 IT 공룡’이라는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게 과한 단순화”라고 믿고 있다. 각 산업별로 다양한 일자리에 다양한 지원자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골드만이 모든 일자리에서 다른 모든 기업들보다 더 뛰어날 필요는 없다. 단지 적절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된다. 솔로몬은 자신이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좀 더 광범위하게 말하면, 화이트칼라 직원의 3%만이 사무실에서 풀타임 근무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골드만은 그 인재풀 중에서 극히 일부만 채용하면 된다. 여성들과 소수인종들은 원격근무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솔로몬은 (사무실 근무를 희망하는) 그 평균 집단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종종 간과되는 좀 더 미묘한 사실이 있다. 평상시에도 많은 골드만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업의 문화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집에 있어야 하는 직원들을 항상 배려해 왔다. 또한 관대한 육아휴직 정책을 시행 중이다. 업무에 지친 네이선 리서가 상사에게 휴가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그들은 즉시 그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리고 그가 필요한 만큼 쉬라고 배려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평소에는 상사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무언가를 요구하면, 곧바로 ‘그렇게 해’라며 흔쾌히 들어준다”고 말했다. 솔로몬은 “골드만의 문화는 직원들이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에서 막 깬 후 ‘비가 와서 출근하고 싶지 않다’고 게으름을 필 수 있는 회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유능한 젊은 인재들 다수가 그런 기업 문화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은퇴한 한 시니어 파트너는 “골드만뿐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사무실 복귀를 가장 많이 거부하는 부류는 대부분 젊은 직원들이다. 상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상사들은 그런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말한다.

현재 솔로몬은 미국 재계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재택근무는 뉴 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고층의 사무실 건물들은 콘도로 바뀌고 있고, 초록이 무성한 교외 저택들의 가격은 궁전처럼 치솟고 있다. 하지만 솔로몬은 이런 광범위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골드만 고유의 색깔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근무 방식이 5년 전에 비해 크게 변한 건 없다. 또 앞으로 5년 후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느 월가의 뛰어난 은행가처럼 그도 기꺼이 대중의 뜻을 거스르려 한다.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려 있다. 

 

/ Geoff Colvin  on@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