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업분야에 관계없이 성장 가능성 만을 보고 지원하는데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터전 확보에 중점을 두는 육성체계, 매칭펀드가 가능한 법인형 엔젤투자 등 다른 대기업 지원에 비해 장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허재균 신사업개발팀 상무로부터 스타트업 투자배경과 발굴 및 육성, 협업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 들어보았다.

Q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지원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허재균 상무: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현재 주류 산업의 성장성은 한계에 봉착했고, 경쟁사 간 시장 경쟁도 너무 치열하다. 미래 100년에 대한 고민 끝에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유망한 스타트업,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종 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엔젤투자는 100년 기업으로서 새로운 사업발굴의 기회이자,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Q 하이트진로는 국내 1호 법인형 엔젤투자자다. 어떤 장점이 있는가?
법인형 엔젤투자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운영 중인 엔젤투자 매칭펀드를 신청할 수 있다. 법인형 엔젤투자자가 기업에 선 투자 후 엔젤투자 매칭펀드를 신청하면 한국엔젤투자협회 및 한국벤처투자의 심의 후에 선 투자금액의 1~2배수 추가 투자금을 기업이 받을 수 있다. 투자자도 엔젤투자매칭펀드 투자지분의 일부를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게 된다.

Q 스타트업 발굴은 연간 몇 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고 지원하게 되는가?
스타트업 발굴에 대한 연간 목표는 따로 없다. 다년간 구축해온 신사업 네트워크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심의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실무진과 경영진의 투자 심의 검토를 통해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직접투자 형식이어서 전문투자사보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주금 납입까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다. 또 투자 전 검토 단계에서부터 어떤 지원과 협업이 필요한 지를 미리 파악해 투자 이후에 실질적인 업무 지원과 협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Q 스타트업 발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스타트업을 발굴할 때 산업의 환경과 기업의 경쟁력, 성장성을 우선적으로 본다. 초기 시장인지, 성숙한 시장인지,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지, 그래서 성장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또 창업자나 주요 멤버의 자질과 비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해당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비전을 추구하는 추진력이 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Q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다른 대기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재무적 투자(FI)보다는 전략적 투자(SI)에 무게 중심을 더 두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이미지, 역량, 인프라 지원은 타 대기업과 차별화되어 있다. 해당 스타트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영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협업 통해 홍보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해당 스타트업이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경우 매우 긍정적인 후광 효과를 준다.

Q 스타트업에게 자금 이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경영활동에 관련된 재무, 회계, 법률 지원을 한다. 또 시너지 개발을 위한 영업, 마케팅 협업, 투자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Q 스타트업과 하이트진로의 계약조건은 어떻게 되나?
계약조건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동반자라는 점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Q 스타트업이 하이트진로와 협업관계로 성장한 사례가 있는가?
최근 두꺼비 라이선스를 활용하여 스타트업의 상품을 개발한 사례들이 있다. 이디연의 병마개스피커, 투스티의 두꺼비 치약들에 두꺼비 IP를 제공하여 마케팅에 도움을 주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인 퍼밋과 수산물 중계 플랫폼인 푸디슨의 경우 투자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온라인 PB 제조 전문 기업인 ‘놀이터 컴퍼니’는 기존 창업자와 협의 하에 대표이사의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더 큰 성장을 위해 그룹 계열사인 서영이앤티의 자회사로 편입을 했다.

Q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시장은 그대로 있지 않는다. 변화 무쌍하게 움직인다. 주류 시장만 보더라도 예측 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비 패턴이 가정 중심으로 바뀌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의 트랜드와 미래 기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도전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투자한 스마트팜 산업도 하이트진로와는 직접적으로는 무관하지만 큰 틀 안에서 ‘식(食)’산업에 포함되어 있고, 앞으로 우리 나라의 농업이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최근 후속 투자까지 집행하게 됐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와 성장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채수종 선임기자 be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