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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비거노믹스’ 新문화가 되다

- 2022년 라이프 캐시카우 [2]

  • 기사입력 2022.02.17 15:34
  • 기자명 홍승해 기자

[포춘코리아(FORTUNE KOREA)=홍승해 기자] MZ세대들에게 ‘비거니즘’은 하나의 문화다. MZ세대 3명 중 1명은 간헐적 채식을 하고 최대한 동물 실험을 배제한 화장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무조건 육식을 배제하는 과거 비거니즘의 개념에서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관련 산업의 발전 가능성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비거노믹스: 비건(Vega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비건 대상 전반의 산업을 뜻함.

리얼 가죽과 가장 친했던 명품들의 ‘변심’ 

리얼 가죽을 앞세워 고가에 판매해온 패션과 자동차 브랜드가 먼저 비거니즘을 외치고 있다. 날로 확산되는 비건 트렌드에 탑승하겠다는 의지다. 이로 인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죽인 비건 레더는 지금,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존재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비건레더로 만든 핸드백을 내놓으며 비거니즘에 동참했다.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진짜 가죽과 비슷한 촉감을 내는데 성공,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해도 구매 대기자가 줄을 잇는다. 

에르메스가 비건 레더로 핸드백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저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비건 레더의 원가가 더 높다. 이 말은 즉 이제는 식물로 만든 가죽이 럭셔리 라인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다.  

에르메스가 비건 레더에 눈을 돌린 이유에는 고객의 목소리가 컸다. 최고의 악어 가죽 백을 만드는 브랜드라 악어를 키우는 농장이 따로 있을 정도인데, 이것이 동물 학대라고 지탄을 받으면서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큰 돈이 되는 리얼 레더 라인을 포기할 순 없겠지만 식물성 가죽을 조금씩 내놓으면서 소비자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브랜드 구찌는 목재 펄프와 비스코스 등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비건 레더를 개발해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구찌는 직접 개발한 비건 레더 소재를 ‘데메트라’로 상표 출원한 후 이 소재를 신발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 전 라인에 적용할 계획이다. 

구찌 역시 MZ세대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글로벌 브랜드다. 비거니즘이 MZ세대가 선호하는 문화가 되었기에 당연히 브랜드에서 는 비건 제품 개발을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다. 

럭셔리 브랜드만큼이나 가죽과 친한 분야가 자동차 업계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으로 돌아서기 위해 전기차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차 내장재까지 세심한 변화를 주고 있다. 

먼저 벤틀리,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비건 레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식물성 비건 레더를 직접 개발한다고 알려졌다.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의 경우 비건 레더를 가죽 시트로 사용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 

벤틀리는 100주년 기념 모델 시트에 제작할 때 쓰인 가죽이 와인을 만들 때 발생하는 포도 껍질과 줄기로 만든 비건 레더를 활용했다. 이 외에도 테슬라, 폭스바겐 등도 내부에 비건 레더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버섯균으로 가죽을 만드는 비건 레더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리미엄 자동차 라인을 시작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페이크 레더조차 사용하지 않은 자동차도 있다. 볼보는 순수 전기차 모델 C40을 개발할 때 처음으로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고 BMW, 아우디, 벤틀리 등도 ‘노 레더’ 자동차 라인을 론칭했다. 

테슬라 역시 먼 훗날 비건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리얼 가죽 사용을 줄이는 추세다. 비건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인식변화도 있겠지만,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ESG 경영의 흐름과도 분명 맞물리는 움직임이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동물학대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 ‘구해줘 랄프’ 캡처 화면 
동물학대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 ‘구해줘 랄프’ 캡처 화면 

크루얼티 프리 실천을 위한 ‘데일리 비거니즘’ 

2011년 4월, SNS를 강타한 단편 애니메이션 ‘구해줘 랄프’의 짧막한 영상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랄프는 실험실 토끼로, 화장품의 인체 안전성 테스트용 동물로 매년 50만 마리가 립스틱, 선크림, 마스크라 등 화장품 연구에 이용되며 여기에 희생되는 랄프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모님 모두 실험에 동원되어 죽었고, 나도 그렇게 될 것이다. 어떤 동물이든 인간의 아름다움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굵직한 메시지를 남기고 영상은 막을 내린다. 

처음 비건 시장 규모가 커진 이유는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서 출발한다. 국내에서는 2019년 기준 실험에 동원된 토끼의 수만 2만70001마리,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총 386개 기관이 371만2380마리의 실험 동물을 사용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화장품 분야 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통과되어 동물 실험을 금지했지만 자외선 차단제나 보존제 등 기능성 제품과 수출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허용하고 있다.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초창기 비건은 육식을 하지않는 ‘채식주의자’에 국한됐다. 고기를 전혀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비건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 비건을 실천할 수 있도록 그 의미가 확장됐고, ‘데일리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돕는 브랜드도 많이 생겼다. 실제로 이들을 찾는 소비자의 구매율은 매년 두 자릿 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포춘코리아는 데일리 비거니즘을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대표 브랜드 3곳을 소개한다.  

[사진=비건타이거] 
[사진=비건타이거] 

비건타이거, 비동물성 소재로 만든 패션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입은 호랑이 티셔츠 한장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양윤아 디자이너가 이끄는 비건타이거다. 비건타이거는 예능 등장 전부터 이미 대표 비건 전문 패션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브랜드는 ‘크루얼티 프리’라는 슬로건 하에, 동물의 희생으로 만든 소재를 철저히 배제한다. 가죽, 모피, 실크, 양털, 오리털 등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소재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해 비건타이거를 만들고 수익금의 일부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다. 양윤아 대표는 스스로를 비건 패션과 문화를 선도하는 디자이너라고 강조한다.

얼핏 보기에 일반 디자이너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비건 브랜드 비건타이거의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단순히 동물 소재를 배제한 옷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비건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자체 행사도 열고 해마다 여름이면 동물관광산업으로 착취 당하는 동물들의 해방을 염원하는 캡슐 컬렉션도 만든다. 

비건타이거는 제대로 된 비건 패션은 소재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동물성 섞여 있는 소재는 철저히 배제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발품을 팔고 돌아다녔다고.  

양 대표는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 이렇게까지 하면서 비건 패션을 만드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론칭 후 7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인식도 비건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많이 변했다”며 앞으로 비건 패션과 나아가 일상 생활에서 비건이 퍼져 동물의 희생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인스팅터스]
[사진=인스팅터스]

이브, 국내 최초 비건 콘돔 인증

비건 콘돔 브랜드 ‘이브’는 콘돔의 안전성을 테스트할 때 거치는 동물 실험에 너무나도 충격을 받고 탄생했다. 가장 잔인한 실험 중 하나가 토끼를 대상으로 하는 질 자극 테스트인데, 암컷 토끼 질에 콘돔 조각을 넣고 봉합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토끼의 질을 적출해 독성 유무를 확인하고 검사가 끝난 토끼는 모두 안락사 시킨다. 

이런 비극이 없길 바라며 비건 콘돔을 만들자고 기획했고, 사람을 위해 동물 희생이 없는 크루얼티 프리를 다짐했다. 비건 콘돔 이브를 만드는 섹슈얼 헬스케어 기업 ‘인스팅터스’는 건강·자연·평등이란 가치를 바탕으로 콘돔, 윤활제, 외음부세정제, 생리컵 등을 판매한다. 

이브가 만든 콘돔의 주요 소비층은 2030세대다. 건전한 성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는 ‘이브(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나 콘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착향료·착색제가 없고 고무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 등 상품력이 인정을 받았고 자신이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거니즘에 공감하고 비건 제품을 찾으려하는 소비층이 폭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치가 점차 전달되면서 이브를 만든 인스팅터스는 지난 2015년 설립 이래 매년 277% 성장했으며 2020년 매출액은 약 50억원을 기록했다.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는 “이브 콘돔은 과거 제품 데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해 추가적으로 동물 실험을 차단하고, 현재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의 비건 인증까지 받은 상태”라며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사진=멜릭서]
[사진=멜릭서]

멜릭서,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이슈

국내에서 처음 비건 스킨케어 시작한 브랜드 ‘멜릭서’는 100%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탄생한 브랜드로, 제조 과정은 물론 화장품 패키지도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소재를 활용한다.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원료를 사용하는데 이 화장품 원료들은 미국의 환경과 건강 관련 미영리 단체 EWG 안정 등급도 획득했다. 

이하나 대표는 “처음에는 비건보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업을 준비하고 또 내 삶을 돌아보니 비건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고, MZ세대에게 필요한 트렌드 중 하나라서 비건을 접목한 화장품을 론칭하게 됐다”고 전했다. 

멜릭서는 지난 2018년 4월 법인을 설립한 후 8월에 제품을 선보였고 같은 해 10월부터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하고 있으며 아마존에서 멜릭서 립밤이 1위를 차지하며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브랜드는 미국 아마존에서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비건 립 버터 단일 아이템으로 립 버터 카테고리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호성적을 쏟아냈다. 이 브랜드는 꾸준히 매달 35%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차세대 기대주 뷰티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비건 라인으로 비타민 세럼과 페이스 오일 총 2개 제품이 있는데, 앞으로 6개 정도로 늘리고 고객의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홍승해 기자 hae@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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