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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 파고는 재기할 수 있을까?

FORTUNE 500 : 미국 500대 기업 25위 웰스 파고

  • 기사입력 2017.08.30 16:29
  • 최종수정 2018.09.06 15:59
  • 기자명 Geoff Covin 기자

FORTUNE 500 : 미국 500대 기업 25위 웰스 파고
 

이미지=US 포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은행은 마치 바이러스(소매 사업부를 불법 강매 텔레마케팅 부서로 변형시킨 질병)에 감염된 것처럼 보였다. 스캔들이 터지자 큰 대가가 뒤따랐다. 현재 의문점은 165년 역사를 가진 이 은행이 병든 문화를 치유하고 주주들을 다시 열광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웰스 파고 CEO 팀 슬론이 지난 5월 파사데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기업 타운홀 행사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US 포춘

2016년 회사 프로파일 : 웰스 파고
매출 942억 달러
영업이익 219억 달러
직원 26만 9,100명
연평균 주주 총수익률(2011~2016) 7.5%

지난해 9월 웰스 파고의 유령계좌 스캔들 소식이 터졌을 때, 회사 주가는 평소와 다름 없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미국 하원의원은 곧바로 웰스 파고에 “범죄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심야 TV 호스트도 이 은행을 맹비난했고, 고소인들은 (회사가 최근 추산한 바에 따르면) 수십 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9월의 그 목요일(이 날 기억 속에 있는 금융 스캔들 중 가장 이상하고 충격적인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에도, 웰스 파고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은행 직원들이 고객 몰래 210만 개의 가짜 입출금 계좌와 신용 카드 계좌를 만들었다는 소식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이하 CFPB)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불법적 관행’이었다. 스캔들이 터지자 정부감독기관인 CFPB는 웰스 파고에 1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은행은 LA 검찰과 미국 통화감독청(the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에 8,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서 25위에 오른) 이 회사를 심사한 30명 이상의 전문가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긴급 재심사’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3주가 흘러 언론의 관심이 다소 수그러들자, 당시 웰스 파고 CEO였던 존 스텀프 John Stumpf가 하원위원회에서 “그 스캔들은 완전히 실체가 없다”고 차분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좁은 의미에선 옳았다. 회사는 스캔들이 터진 다음 분기에도 53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 3월 마감한 최근 분기에는 이익이 55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18분기 연속 50억 달러 이상 영업 이익을 달성한 놀라운 기록이 계속 이어진 것이었다. 기업 역사상 이런 성과를 낸 또 다른 회사는 애플 밖에 없다. 지난해 웰스 파고는 애플과 JP모건 체이스,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이익을 기록했다.

은행 예치액도 크게 증가해 역대 최고치인 1조 3,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당연히 회사 주가도 지난해 10월 일시적인 하락에서 반등해 20% 상승했다.(갑작스럽게 은퇴한) 스텀프가 스스로 회사에서 물러난 것을 제외하곤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외부인은 유령계좌 게이트에서 파생된 ‘실질적’ 피해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상사로 모셔온 스텀프에 이어 CEO에 오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슬론 Tim Sloan은 지난 5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작년 여름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에게 ‘향후 6개월 동안 발생할 일을 감안할 경우, 웰스 파고가 분기당 50억 달러 이상 영업 이익을 계속 창출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당연히 ‘글쎄, 불가능 할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보라”고 말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슬론이 솔직히 밝혔듯, 스캔들은 상당한 후유증을 낳았다. 웰스 파고는 분기별 실적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비용’을 안고 있다.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미시건 출신 슬론(57)은 “평판이라는 관점-고객이 우리와 우리 팀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이해 관계자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에서 일부 영향이 분명 있었다”고 시인했다(그는 최고경영진에 오르기 전, 웰스 파고의 법인금융 파트에서 근무했다). 그 여파로 경쟁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중 하나(2016년 포춘 순위에서 25위였다)로 꾸준하게 꼽아왔던 웰스 파고가 올해는 아예 순위에서 탈락했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해리스 폴 Harris Poll의 최근 기업 평판 조사에서도, 이 은행은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100대 기업’ 70위에서 99위로 추락했다. 웰스 파고보다 순위가 뒤인 기업은 불량 에어백 생산업체 다카타 Takata 뿐이었다(미국 정부에 따르면, 몇 건의 자동차 사망 사건에도 관련돼 있다). 해리스는 “18년 동안 진행해온 기업 평판 조사에서 이번이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도시는 웰스 파고가 최근 부패했다고 여겨 최근 신규 사업 추진을 회피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거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6월 초 무렵, 샌프란시스코 연방 판사는 소비자들이 제기한 유령계좌 관련 집단 소송에 대해 웰스 파고가 제안한 1억 4,200만 달러의 합의금을 검토 중이었고, 승인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사 직원과 주주 등이 제기한 추가 소송들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어 앞으로 더 큰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은행은 최근 ‘합리적으로 추정 가능한’ 손실액을 20억 달러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연방 및 주 검찰이 은행 측에 정보 요청을 하고 있다. 그들은 형사 기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일들이 165년 역사를 가진 은행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때 건전했던 평판이 더욱 실추될 수도 있다.

(실체가 없어 보이지만) 그런 우려를 가늠할 수 있었던 일이 지난 4월 연례 주주총회 투표에서 일어났다. 부러움을 살만한 이익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사들은 가까스로 재신임을 받았다. 이사회 의장 스티브 생거 Steve Sanger는 전체 투표수의 56%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웰스 파고 주주 겸 델라웨어 대학 존 엘 와인버그 기업 지배구조센터(University of Delaware’s John L. Weinberg Center for Corporate Governance) 소장인 찰스 엘슨 Charles Elson은 “겨우 절반 정도의 지지를 받았는데, 반대 없이 계속 간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라며 “이사회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5년 혹은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이사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슬론은 그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시급하게 잘 처리하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위반 사항들을 모두 재검토해 시정하면서 더 나은 회사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첫 번째 과제는 직원과 고객들과의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재적소에 유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집중하는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소한 지금까진 가장 잘 알려진 최대주주 워런 버핏이 웰스 파고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유 중인 웰스 파고 5억 주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웰스 파고를 바로 잡을 열쇠는 우선 ‘고장’의 원인 파악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빌 조지 Bill George는 “그렇게 성공한 은행이 어떻게 그런 큰 문제에 빠질 수 있을까”라고 의아해했다(전 메드트로닉스 Medtronic CEO인 그는 현재 골드만 삭스 이사를 맡고 있다. 웰스 파고의 고객이자 주주이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을까?

그건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포춘은 지난 몇 개월 동안 그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 그 사례 연구의 결론을 쓰진 못했다. 당분간 계속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이야기는 정신을 번쩍들게 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존 스텀프 전 CEO가 2016년 9월 20일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US 포춘

그 중 하나는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교훈이다. 하버드의 빌 조지 교수가 그것을 잘 요약했다: “어느 누구도 ‘그런 일이 우리에겐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다.”

기업 스캔들의 모든 이야기는 조직 문화로부터 시작된다. 웰스 파고의 경우도 최소한 매우 중요한 한 사업부의 문화가 문제가 됐다. 그로 인해 영업 최전선에 있던 직원들이 통제를 받지 않았다. 수 백만 개의 고객 계좌를 위조해도 될 만큼 방종을 만끽했다. 경영진이 그런 행위를 은폐하고 최소화하는, 한발 더 나아가 고의적으로 외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사건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좋게 해석하면 그 최악의 문화적 특징들이 은행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1990년 말, 주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운영됐던 업계 9위 웰스 파고는 한 때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은행이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중국공상은행(Industrial and Commercial Bank of China)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은행에 등극하기도 했다. 현재는 세계 순위 2위로 JP모건 체이스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법과 성공이라는) 이분법적 모습은 웰스 파고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웰스 파고의 소매 금융사업부 분위기에 중요한 요소였다. 내부적으로 커뮤니티 은행(Community Bank)으로 알려진 그 사업부는 은행 전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수익성이 높았다. 대외적으로도 회사 간판 역할을 했다.

소매 은행 경영진은 스스로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가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 상품을 파는 소매업자로 봤다. 스캔들 이후, 웰스 파고 이사회가 설립한 특별위원회는 조사 보고서에서 ‘그들은 평상시에 소매 은행을 비은행 소매업자에 비유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그 은행 지점들은 ‘지점(Branch)’대신 ‘매장(Store)’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12개월 직원 이직률이 41%에 이르자(걱정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경영진은 그 수치가 일반 소매업체 기준으론 정상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높은 이직률은 미숙한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점이 고객들에게 추가 금융 서비스를 판매하는 부분에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교차 판매(Cross-Selling)’라는 전문용어가 있다. 사실상 모든 은행들이 이 교차 판매를 더 많이 하고 싶어한다. 당좌 예금이나 보통 예금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자동차 대출, 초과인출 수수료 방지(Overdraft Protection) 서비스 혹은 신용 카드를 원할 수도 있다. 한 고객이 한 은행에서 더 많은 금융 상품에 가입할수록, 은행은 더 많은 수익을 남기고, 그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더 낮아진다. 이것이 모든 은행들이 교차 판매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어느 은행도 웰스 파고처럼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았다.

교차 판매에 대한 집착은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노웨스트 Norwest가 웰스 파고를 인수한 1998년 시작됐다. 당시 노웨스트의 CEO였던 리처드 코바세비치 Richard Kovacevich는 인지도가 더 높았던 웰스 파고를 통합 회사의 사명으로 채택했다. 그는 직원들이 고객 1인당 평균 8개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고 포 그레이트 Go for Gr-eight’ *역주: 위대하다는 뜻의 Great와 8을 뜻하는 Eight의 합성어 캠페인을 종용했다. 이는 매우 야심 찬 목표처럼 보였다. 대부분 은행의 목표가 평균 2~3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바세비치는 그 목표치를 고집했다. 노웨스트 출신으로, 코바세비치의 후임이 되기 전 소매 금융을 총괄했던 스텀프도 마찬가지였다. 또 한 명의 노웨스트 출신 인물이자 스텀프가 “미국 최고의 은행원”이라고 치켜세웠던 캐리 톨스테드 Carrie Tolstedt 도 그랬다. 그녀는 2007년 56세에 은퇴하기 전까지, 소매 사업부를 운영했다(톨스테드가 물러나고 6주 후 유령계좌 스캔들이 터졌다). ‘고 포 그레이트’ 캠페인은 작년까지도 소매 사업부의 명백한 목표였다. 웰스 파고는 이런 ‘돌격 앞으로’ 영업 문화의 결과물 때문에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은행은 고객 1인당 상품 판매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업계 평균은 2.7개였지만, 웰스 파고는 6.1개 상품을 판매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떻게 그들이 그런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모든 경영 방침은 영원할 수 없다. 직원들이 방침이 어떻게 조작됐는지 깨닫거나, 환경 변화로 본래의 유용한 목적이 유지되지 못하기도 한다. 목표치를 달성해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가 ‘고 포 그레이트’ 캠페인

에 해당됐다. 그러나 경영진은 그 한계를 망각한 것처럼 보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캠페인의 강도가 세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통제하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경고음이 울릴 때마다, 회사의 부조리하고 암울한 카프카적인(Kafkaesque) 관료주의가 필요한 조치를 가로 막았다.

초기 경고는 2002년 봄에 울렸다. 실제로 콜로라도 지점의 모든 직원들이 영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이 요청하지도 않은 직불 카드를 발행하는 등 공동 조작에 가담했다. 이사회 보고서도 ‘연방법이 규정한대로 모든 직원을 해고했다면, 지점은 사실상 텅 비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웰스 파고는 규제 예외 조항을 이용해 일부 말단 직원들만 남기는 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모든 직원들은 은퇴하거나 해고됐다.

웰스 파고에선 고객이 요청하지 않은 계좌를 개설하거나 카드를 발행하는 행동이 과거나 지금이나 규정 위반 사항이다. 은행이 직원들의 불법 행위를 인지했을 때(2002년 이후 더 많이 적발됐다), 관련 직원들은 해고됐다. 고위 경영진은 그 문제가 잘 처리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비윤리적인 직원들은 ‘고장(Dysfunction)’의 원인이 아니라 대부분 그 결과였다. 문제는 달성 불가능한 영업 목표와, 일반적인 자동차 영업판매소가 한가한 명상 휴게실처럼 보일 정도로 압박이 심한 영업 문화였다.
 

스캔들 이후 실시된 웰스 파고에 대한 조사에선 ‘캐리 톨스테드 전 소매 은행 최고경영자가 도전을 받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사진=US 포춘

많은 영업 조직들이 매주 혹은 매달 결과 보고를 했다. 일부 지역 웰스 파고 지점장들은 지역 관리자(District Manager)들에게 매 시간 전화를 걸어 영업 성과를 보고해야 했다. 그 결과 지점장들은 직원들의 판매량에 심하게 의존하게 됐다. 일부 사례에선 창구 직원들이 분기 당 최소 100개의 금융 상품을 팔아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직원들은 지점, 지역, 광역지구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영업 실적 평가를 받았다. 창구 직원부터 지역 관리자, 그들의 상관까지 모든 단계에서 영업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축하를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때론 강등되거나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한 전직 직원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될 만한 영업 관행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았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해고됐다”고 털어놓았다. 전직 지점장은 2013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맥도널드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지속적으로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전직 지점장은 “직원들이 여성 노숙인을 설득해 월 39달러 수수료가 나가는 당좌 및 예금 계좌를 6개나 개설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기사가 LA 검찰의 조사를 촉발시켰고, 결국 검찰과 다른 관계당국의 조치로 이어졌다(지난해 9월 웰스 파고와 합의를 했다).

LA 검찰은 소장(訴狀)에서 ‘관리자들이 달성 불가능한 할당량을 채우게 하기 위해 직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화를 내고, 비하하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관리자들은 종종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채우는데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목표 미달성 직원들은 초과 근무수당 없이 정규 근무시간 후에도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또는) 계약 종료 위협도 있었다.’

이런 메시지는 모든 소매 은행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됐다: 이사회 조사에 따르면, 그 메시지는 ‘성공으로 가는 길은 동료들보다 더 많은 판매를 하는 것이었다. 수익성이나 고객 만족보단 단순히 고객당 더 많은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모든 직원들은 회사의 목표치가 대다수 지점과 직원들에게 ‘달성하기 힘든 꿈의 성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부 지점의 경우, 방문 고객수가 적거나 지역 주민들이 너무 가난해 여러 개의 금융 상품이 필요하지 않았다. 은행 경영진은 전체 할당량을 “50 대 50 플랜”이라고 불렀다. 지역의 절반 정도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변명도 용납되지 않았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예상 가능한 결과는 유령 계좌 개설이었다. 직원들은 기존 고객들이 요청하지 않은 신용 카드를 발급하거나, 가짜 이메일 주소(예를 들어, noname@wellsfargo.com)로 예금 계좌를 추가 개설하기 시작했다. 고객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약간 더 안전한 방법은 친구와 가족 명의의 유령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었다. 이사회 조사에 따르면, 한 지점장에겐 24개 계좌를 가진 10대 딸, 18개 계좌를 가진 성인 딸, 21개 계좌를 가진 남편, 14개 계좌를 가진 오빠, 그리고 4개 계좌를 가진 아버지가 있었다.

죄질이 충분히 나빴다. 하지만 기업 문화 측면에서 훨씬 더 나쁜 문제는 경영진의 대응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효과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는 신호들이 수년간 놀라울 정도로 쌓여 갔지만, 경영진은 계속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떤 것도 웰스 파고나 은행업계에만 국한된 독특한 이유는 아니었다.노웨스트가 인수한 이후, 이 은행은 각 사업부 책임자의 권한을 존중하는 강한 전통을 유지했다. 그들은 “자기 회사처럼 경영하라”는 말을 들었다. 코바세비치는 스스로를 “CEO들의 CEO”라고 불렀다. 이론상으론 위험 관리를 포함한 모든 결정이 고객 중심으로 내려졌을 때 성과가 더 좋았다. 따라서 소매 은행 최고경영자였던 톨스데드는 자기 사업부의 모든 문제를 100프로 책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권한 존중의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그녀는 조작 사건의 후반부까지도 유령 계좌 문제에 대한 심한 압박을 받지 않았다.

특히 대표였던 톨스테드에게 그런 문화에 대한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입증됐다. 이사회 조사는 ‘그녀가 배타적이고 방어적이면서도 도전을 받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듣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 ‘심지어 커뮤니티 은행 내부의 고위 임원들은 반대 의견 표출을 억압당하거나, 자주 두려워했다’고 결론을 내렸다(톨스테드는 은행을 떠난 뒤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변호사를 통해 전달한 포춘과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그녀의 변호사는 “우리는 그 조사 보고서 자체와 톨스테드에게 비난을 뒤집어씌우려는 의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사실 관계를 전체적으로 공정하게 조사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제 2 방어선’도 제 기능을 못했다: 은행 내 관료주의가 너무 널리 퍼져 있어 모든 구성원들이 스캔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그럴듯하게 회피할 수 있었다. 일례로, 기업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는 소매 은행의 위기관리책임자에 대해 어떠한 관리권한도 행사할 수 없었다. 그 책임자는 오로지 톨스테드에게만 보고를 했다. 인사부는 직원의 불법 행위를 교육과 인센티브 보상, 성과 관리의 문제로만 여겼다. 내부 조사 및 감사 부서는 문제를 찾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영업 및 서비스 수행 감시팀도 마찬가지였다. 법무팀의 고용부서는 주로 직원 해고에 따른 소송 위험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개인과 영업소, 위원회, 이사회, 부서, 단체, 대책 본부, 그리고 소매 은행의 영업 문제를 조사했던 팀 등 모두가 이 문제에 어느 정도씩 관련돼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않았거나, 은행 전체에 미칠 결과를 생각하지 못했다. 미시간대학의 리더십 분야 권위자인 노엘 티시 Noel Tichy는 “관료주의자들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가장 어려운 일은 그들을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6일 파사데나 타운 홀 행사에 참가한 슬론 CEO. 그는 최근 상품 판매량 대신, 고객 만족도가 높은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향으로 소매 은행의 인센티브 방식을 재정립했다. 사진=US 포춘

내부적으로 보고된 영업 조작 사례들은 2000년 63건에서 2004년 680건으로 증가했다. 2007년 2분기, 회사 경영진은 288건의 불법적인 직원 영업 행위를 접수 받았다. 그 수치는 2013년 4분기에 1,469건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소매 사업부가 매년 전체 직원의 1%를 영업 정직성 위반으로 해고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스텀프는 그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여겼다. 99%는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슬론에게 보낸 메일에서 그런 점을 되풀이했다: ‘우리 직원 중 약 1%가 시스템 조작으로 해고되고, 그들 중 3분의 2는 전화번호 변경 등 시스템 감시 조작으로 해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금융 상품을 고객에게 강매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어떤 경우든 정의는 승리하고 우리는 정의롭다. 일부 직원들이 잘못된 일을 했을까? 당신도 알다시피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스텀프는 변호사를 통해 포춘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스텀프와 그 밖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내부 문제를 볼 때 너무 협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시스템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외부 문제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업 조작으로 고객에게 원치 않은 수수료와 위약금 등 직접적인 금전적 손해를 입혔지만, 웰스 파고 전체로 보면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하긴 했지만, 너무 좁게 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평판에 손상이 간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언론 매체와 SNS가 ‘200만 개의 가짜 계좌’라는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2016년 9월 8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웰스 파고는 합의금 1억 8,500만 달러를 LA시와 소비자금융보호국, 통화감독국에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대중의 반응은 은행 경영진이 그 발표의 영향을 상당히 과소평가했음을-비록 주주들은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명백하게 보여줬다.

상하원 위원회는 스텀프를 소환해 증언하도록 했다. 그러자 은행 임원들과 이사들은 ‘위기 모드’로 전환했다. 은행의 자산과 투자 관리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캐럴 David Carroll은 “존 (스텀프)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전에, 팀 슬론이 앞장서서 회사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웰스 파고는 5일 만에 ‘소매 은행의 모든 영업 목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9월 말 쯤, 이사회는 톨스테드에게 지급했던 1,90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환수했다. 그녀의 퇴직금이나 2016년 보너스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책임을 지고 해고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이사회는 (보도에 따르면 CEO 자신의 요청으로) 스텀프에게 지급한 4,100만 달러 규모의 언베스티드 스톡(Unvested Stock) *역주: 높은 연봉에 스카우트된 임원들에게 주는 일종의 스톡옵션. 계약된 임기를 문제 없이 마쳐야 소유권이 인정된다 도 취소했다. 스텀프는 지난해 10월 12일 회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사회의 명백한 지지를 등에 업은 슬론은 기업 문화 개혁에 기초가 되는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줬다. 심지어 스캔들이 공개되기 전(합의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때), 톨스테드의 은퇴와 후임자 메리 맥 Marry Mack의 영입 등을 진두지휘했다. 2008년 웰스 파고의 와초비아 Wachovia 은행 인수 때 입사한 매리 맥은 브로커리지 사업부를 맡고 있었다. 지난 1월 1일 그는 소매 은행의 새로운 인센티브 보상 계획안을 마련했다. 그 계획안에 따르면, 직원들은 상품 영업 목표치가 아닌 고객 만족과 팀 목표 달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지점들은 더 이상 ‘매장’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점’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젠 어느 누구도 고객 1인당 상품 판매 수에 따라 평가를 받지 않는다. 은행은 거의 20년이 흐른 후에야 더 이상 영업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보고하지 않게 되었다.

치명적인 조직적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슬론은 위기 관리와 인사 기능을 완전히 중앙집권화했다. 각 사업부의 위기 관리 및 인사 책임자들은 ‘사업부 상관’들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고, ‘기업 상관’들에게 직접 보고를 하면 된다. 슬론은 대부분의 방대한 위기 관리 조직들을 하나의 윤리, 감시 및 청렴 조직으로 통합해 이사회의 위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 2월, 이사회는 추가로 4명의 소매 은행 임원을 고용계약 위반으로 해고했다. 4월에는 추가로 톨스테드 연봉 중 4,700만 달러와 스텀프 연봉 중 2,800만 달러를 환수 조치했다.

슬론이 진정으로 문화 개혁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 이런 조치들이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조직 문화가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문화는 경영진의 일상 행동에서 나오는 것, 폭포수처럼 전 직원들에게 흘러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직접 보고 내용으로 무엇을 요구할까? 누가 승진을 할까? 최전방 영업직원들은 어떤 평가과정을 거쳐 승진과 연봉이 결정될까? 이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직원들이 윤리신고 핫라인(Ethics Hotline)으로 전화를 걸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시간 대학의 티시 교수는 “직원 26만 9,000명 중 일부가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훔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경영진이 위법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발견 시 이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웰스 파고의 모든 직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것이다.

웰스 파고는 문화 개혁 노력에 있어 대부분의 크고 오래된 성공한 기업들보다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메리 바라 Mary Bara 제너럴 모터스 CEO는 지난 2014년 점화 스위치 스캔들 이후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했을 때,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반면 여러 은행들의 통합으로 탄생한 웰스 파고는 GM처럼 뿌리 깊고 오크나무처럼 강력한 문화가 없다. 노웨스트 출신의 스텀프와 톨스테드가 물러나고 노웨스트 모델의 주요 요소들(극단적인 분권화와 ‘고 포 그레이트’ 캠페인)이 사라지자, 슬론은 새로운 것을 만들 기회를 잡게 되었다: 웰스 파고만의 독특하고 강력한 문화를 은행 전체에 불어 넣은 일이다.

그러나 결과가 빠르게 나타날 순 없다. 2000년 초, 문화 개혁을 통해 캠벨 수프 Campbell Soup를 구한 더글러스 코넌트 Douglas Conant는 “문제에서 벗어나 당신이 꿈꾸는 회사를 만드는 데는 수 년이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웰스 파고는 현재 ‘구조(rescuing)’가 아니라 ‘수리(fixing)’ 정도가 필요하다. 올바른 문화를 심어줄 누군가도 있어야 한다. 만약 슬론이 65세까지 CEO로 남아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8년 동안 매일 모든 행동을 통해 자신이 구축하려는 것이 기업 문화라는 것을 보여준다면, 그는 결국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이익 창출 머신
웰스 파고는 18분기 연속 순이익 50억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의 기업 역사에서 애플만이 유일하게 이 기록을 뛰어 넘었다. 라이벌 은행 중 JP모건 체이스만이 지난 15개월 동안 영업 이익에서 웰스 파고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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