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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하워드 슐츠의 도전

FORTUNE 500 : 미국 500대 기업 131위 스타벅스

  • 기사입력 2017.08.30 10:03
  • 최종수정 2018.09.06 15:50
  • 기자명 Beth Kowitt 기자

 

이미지=US 포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워드 슐츠는 장기간 재임했던 스타벅스 CEO직을 내려놓고 회장으로 퇴진했다. 그는 현재 스타벅스의 고급 커피전문점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어쩌면 회사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인지도 모른다.
 

사진=US 포춘

2016년 회사 프로파일 : 스타벅스
매출 213억 달러
영업이익 28억 달러
직원 25만 4,000명
연평균 주주 총수익률(2011~2016) 13.2%

워드 슐츠는 매년 스타벅스 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오면,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Pike Place Market에 위치한 본점으로 향한다. 에스프레소 도피오 마키아토 *역주: 에스프레소를 기본의 2배로 추출하고 우유거품을 얹은 커피를 마시면서 30년 넘는 동안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반추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특히 의미가 컸다. 3월 22일 열린 주주총회는 슐츠의 두 번째 CEO 임기 마지막 행사였다. 그는 이를 기념하기로 했다.

슐츠는 시애틀 본점에 새벽 6시 30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이 만든 ‘하워드 타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는 일찍 움직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날 참석자들은 6시 15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슐츠를 아예 못 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슐츠의 후임 CEO로 내정된 케빈 존슨 Kevin Johnson도 마찬가지였다. 그 날 아침, 두 사람은 정장 재킷을 벗어두고 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원두 봉지를 사이에 두고 몇 분간 대화를 나눴다. 슐츠는 그 자리에서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그 후 슐츠는 약 35년간 주머니에 넣고 다닌 시애틀 본점의 열쇠를 존슨에게 공식적으로 건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6시 22분,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존슨은 문을 나서며 무대 위의 연극배우처럼 “절대 열쇠를 잃어버려선 안 돼”라고 독백을 했다.

그러나 사실 존슨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 달 반 후 스타벅스 시애틀 본사에서 포춘과 만난 슐츠는 “열쇠가 하나 더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올해 63세인 슐츠는 4월 3일부로 CEO직을 공식 사임했다. 회사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기업의 실질적 창업주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경우라면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슐츠는 완벽한 통제를 추구하는 결벽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이런 사람이 통제권을 내려놓을 때, 완벽주의적 성향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퇴진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슐츠가 경영인으로서 저지른 가장 큰 실패는 바로 지난 2000년 스타벅스 CEO직에서 사임한 것이었다. 이후 회사는 천천히 하락세를 탔고, 결국 슐츠는 화려하게 복귀를 해야 했다. 이번 퇴진만큼은 진심으로 잘 하고픈 이유다. 그는 “상장기업 CEO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승계가 3위 안에 들 것”이라며 “나는 첫 번째 시도를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월가는 그 동안 스타벅스가 새로운 리더십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도 슐츠가 좀 더 머무르길 바랐다. 완벽한 모순이었다.

존슨(56)에겐 이 모두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전설적인 리더의 뒤를 이어야 한다(존슨은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의 크기가 ‘벤티 사이즈 *역주: 스타벅스에서 가장 큰 음료 사이즈’라고 표현한 바 있다). 펄펄 끓던 스타벅스의 매출 상승세가 미지근해진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주요 실적지표인 동일점포매출은 여전히 상승세지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5분기 연속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케빈 존슨 신임 CEO는 자신의 IT업계 경험을 활용해 스타벅스의 디지털 주문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US 포춘

그래도 스타벅스의 야망은 거침이 없다. 지난해 매출 213억 달러로 포춘 500대 기업 131위를 기록한 스타벅스의 2021년 매출 목표는 350억 달러다. 매출을 64% 늘리기 위해, 스타벅스는 앞으로 5년간 약 1만 2,000개 점포를 신규 출점해 총 3만 7,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규 매장은 스타벅스가 향후 매출 1위 국가로 예상하고 있는 중국에 집중될 예정이다. 미국에 개설될 신규 매장 수는 3,400개다(멕시코식 패스트푸드 체인 치포틀 Chipotle의 전체 매장 수는 2,300개 정도다).

스타벅스의 계획은 카페로 지구를 뒤덮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존슨 신임 CEO는 “회사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으로 2대 성장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그 중 하나는 스타벅스의 디지털 및 모바일화로, 존슨이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이었고, 이후 통신기기 업체 주니퍼 네트워크 Juniper Networks CEO를 역임한 그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주문이나 결제로 전체 주문의 25%를 처리하는 등 이 분야에서 이미 앞서 나가고 있다. 신속성과 편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 기다림과 짜증을 유발하지 않도록, 양적 확대와 함께 세부사항도 개선할 계획이다.

두 번째 이니셔티브는 슐츠가 이끈다. 회장으로서 그는 대형 매장보다 소규모 상점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공략하는 스타벅스의 고급형 브랜드 겸 ‘실험적 공간’의 개발을 지휘할 예정이다. 이 전략의 3대 핵심은 다음과 같다. (1)‘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일부 영감을 받아 설계된 초호화 대형 카페 로스터리 Roastery (2)단일 산지, 희귀 원두를 내세운 신규 원두 브랜드 리저브 Reserve. (3)일반 스타벅스보단 한 단계 높지만 로스터리보단 하위 매장 브랜드인 리저브 체인이 그것이다. 목표는 스타벅스 매장에 발도 들이지 않는 커피 순수주의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들은 블루보틀 Blue Bottle 같은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artisanal)’ 커피 전문점에서 단일산지 핸드드립 커피 한 잔에 16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는 충성 고객층이다.

그러나 모든 요소가 서로 들어맞는 상황은 아니다. 슐츠는 월가의 존경과 일일 방문고객 9,000만 명 규모 도, 커피 애호가들의 존중을 받고 싶어한다. 그는 열정적인 인물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개인적인 동기도 없지 않다. 그가 도피오 마키아토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거품을 낸 우유로 ‘얼룩진’ *역주: 이탈리아어 macchiato의 원래 의미 에스프레소인 이 음료는 스타벅스 일반 고객보단 서서 커피를 마시는 로마 어느 카페의 손님들이 더 선호할 메뉴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은 이탈리아 커피 맛의 모방이 아닌 미국적 변형이었다. 한 소규모 경쟁 업체는 스타벅스 메뉴를 ‘통큰 커피와 우유(Big Gulp version of coffee and milk)’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에서 21년간 경영에 참여한 하워드 베허 Howard Behar는 슐츠가 프라푸치노 도입을 두고 망설였다고 증언했다. “슐츠의 순수주의적 커피관에 맞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는 그가 초창기부터 꾸준히 던져온 질문이었고, 이제는 그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당분간은 슐츠가 경영 일선에 남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2000년 사임 당시, 경영자 교체는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됐다. 후계자 오린 스미스 Orin Smith는 CFO와 COO직을 수 차례 맡는 등 스타벅스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슐츠의 신뢰를 받아온 인물이었다. 그 땐 사업도 성장 중이었다.

그러나 5년 후 스미스가 은퇴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슐츠가 2011년 출간한 책 ‘온워드 Onward’에 따르면, 후임자 짐 도널드 Jim Donald와 슐츠의 관계가 점점 ‘복잡’해졌다. 도널드는 월마트 임원 출신인 외부 인사였으며, 주요 인사를 결정할 때마다 슐츠와 의견이 엇갈렸다. 슐츠의 창업자병(자신이 세운 기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병)도 점차 드러났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 대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때는 떠나야 할 필요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지금만큼 되어 있지 않았다.”

회장직만 유지했던 슐츠는 회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2008년 CEO로 복귀했다. 스타벅스의 어려움은 미국 경기 침체와 (슐츠가 도널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자면) ‘스타벅스 경험의 범용화(commoditization)’가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돌아온 슐츠는 실적 반전을 이끌었고, 이후 매출이 잇달아 치솟았다.

성공이 연속되면 기분은 좋아질지 몰라도, 경영권 승계는 어려워진다. 존슨의 선임이 발표된 12월 1일, 스타벅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2%까지 하락했다. 요식업계 전문 애널리스트 존 졸리디스 John Zolidis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 사안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번 슐츠가 퇴진한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슐츠는 “경영은 존슨의 몫이지만 스타벅스의 기업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작년 12월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그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 질의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발언을 사전 공개했다. “존슨이 스타벅스의 다음 CEO라고 단순히 알리는 걸 넘어 여러분들께서 이 점을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 최종 결정은 존슨이 내린다. 회사는 이제 그가 이끈다.” 그 후 슐츠에게 직접 보고했던 임원은 두 명(크리에이티브, 글로벌 디자인·혁신 담당 수석부사장인 리즈 뮬러 Liz Muller와 로스터리·리저브 담당그룹 사장인 클리프 버로스 Cliff Burrows)을 제외하고 모두 존슨의 휘하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적응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사람들을 다독이려는 슐츠의 시도에서조차 늙은 사자가 후계자를 깔보는 듯한 분위기가 희미하게 감지됐다. 존슨이 공식 선임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27일, CEO 교체 이후 첫 실적발표가 진행됐다. 슐츠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존슨이 애널리스트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슐츠는 “첫 발표를 축하한다. 정말 잘 했다”며 그를 칭찬했다. 그리고 “꼭두새벽부터 중국에서 날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스타벅스 중국법인 CEO 벨린다 웡 Belinda Wong을 격려했다.

존슨이 발표를 진행했지만, 참가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기 전 슐츠에게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슐츠는 “진행 순서에는 없지만, 발표된 내용에 대한 요약 담당”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슐츠는 이번 승계가 지난 번과는 다를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가지 다른 점은 존슨이 외부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존슨은 2009년부터 이사로 재직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IT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었다. 그가 COO 겸 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시점은 이전 후계자 후보였던 트로이 앨스테드 Troy Alstead가 회사를 떠난 2015년이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존슨의 업계 경험 부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슐츠는 34년간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존슨의 경험을 강조했다. 스타벅스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디지털 사업은 슐츠 자신의 “주요 역량”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또, 슐츠는 로스터리와 리저브의 잠재력과 중요성 뿐만 아니라 두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했다. 그는 “일상적인 경영 업무와는 병행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계기를 통해, 나보다 케빈(존슨)이 스타벅스의 미래를 이끄는 데 더 적임자라는 걸 진정으로 깨달았다.”

슐츠가 카페인 함량이 높은 도피오 마키아토형 경영자라면, 존슨은 무(無)카페인 바닐라 라테에 가깝다(본인이 밝힌 커피 취향은 트리플 마키아토 *역주: 에스프레소를 보통의 3배로 넣은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다). 경영자로서 본능적인 감에 의지하는 슐츠와는 달리, 존슨은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대응을 한다. 말투도 전형적인 CEO다. 포춘이 지난 5월 슐츠와 존슨을 한 자리에서 인터뷰했을 때, 존슨은 1분 30초간 두 사람의 리더십 차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 끝난 후, 슐츠는 “케빈이 나보다 차분하고 끈기가 있다. 나는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뮬러 수석부사장은 중국 출장 중 갑자기 슐츠의 호출을 받은 적이 있다. 시애틀 로스터리 매장 부지를 찾았으니 당장 귀국해서 둘러보라는 것이었다. 슐츠는 이후 남아공에서휴가를 보내던 뮬러에게 전화를 걸어 매장을 더 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부사항을 중시하는 슐츠의 성향을 고려할 때, 스타벅스는 그가 혼자 경영하기에 너무 커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슐츠는 몇 년 전 매장의 아침 샌드위치 메뉴에 온 정신을 쏟았던 적이 있다. 치즈 (특히 체다 치즈의) 녹는 냄새가 매장의 커피 향을 덮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도널드가 CEO였을 당시, 슐츠는 모든 샌드 위치 메뉴를 매장에서 퇴출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 CEO로 복귀한 슐츠는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고, (샌드위치 속 치즈의 위치를 바꾸는 등) 일련의 절차를 도입해 치즈 냄새를 없앴다.

스타벅스의 선임고문 데이브 올슨 Dave Olsen은 “통제광(狂) 한 명이 2만 개의 매장을 혼자 전부 관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화기에 단축번호 기능이 생기기 전까지 슐츠는 50~70개 매장 번호를 외우고 다녔다. “자신의 열정과 추진력을 많은 매장에서 모두 펼치기 위한 방편이었다.”

슐츠의 완벽주의는 첫 은퇴가 실패한 한 가지 이유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승계의 성공을 도울 수도 있다. 한 번 실패는 운을 탓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슐츠의 문제로 보일 것이다. 그는 이 일이 경력의 오점으로 남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시애틀의 로스터리를 방문한 슐츠. 사진=US 포춘

2009년 스타벅스의 실적 반전이 무르익고 있던 시점에서 슐츠는 포스트잇에 몇 가지 문구를 적었다. ‘커피의 월리 웡카 *역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등장인물’, ‘고객에게 마술 양탄자를 타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 ‘즐거움에 완벽히 몰입되는 소비자 경험’, ‘최상의 커피’ 등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슐츠가 완벽한 커피 공장 부지를 발견한 2012년에야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애틀 파이크 스트리트 Pike Street에 위치한 1,393㎡(약 422평) 규모의 건물이었다. 한때 볼보 매장이었던 이 건물을 변신시키기 위해 슐츠는 스타벅스의 크리에이티브 및 디자인 총괄인 뮬러를 집으로 불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를 함께 시청하기도 했다.

2014년 12월 스타벅스는 로스터리를 오픈하고 ‘커피의 신전’이라 명명했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연상시키는 면이 몇 가지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훨씬 우아하다. 원두는 관을 따라 움직이고, 로스팅을 마친 후 매장에 도착한다. 고객은 대서양 카보베르데제도 내에 있는 포고 섬(Fogo Island), 르완다 마라바 Maraba 등에서 재배된 마이크로랏 micro-lot *역주: 커피콩 재배 단계에서부터 특별하게 관리된 고급 커피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케멕스 Chemex 드리퍼, 핸드드립, 최첨단 머신인 클로버 Clover, 프렌치프레스, 사이폰, 수제 에스프레소 등 추출 방식도 일반 스타벅스 매장보다 훨씬 다양하다(일반 매장은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매장 인테리어는 손때 묻은 재활용 목재와 구리로 꾸며졌다.

매장에선 커피를 특정 온도로 맞춰 주는 보온병(149.95달러), 콜드브루 보틀 전용 캐리어를 부착한 로스터리 고객 전용 미르 맥콜 크루저 Miir McCall Cruiser 자전거(1,499.95달러) 등 각종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수준도 이에 부응한다. 로스터리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20달러 정도로, 일반 스타벅스의 4배에 달한다.

로스터리는 일반 스타벅스와 달리 오후와 저녁 시간에도 상당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오후 시간대에 하루 중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스타벅스는 일반 매장에서도 오후~저녁 시간대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브닝 Evening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400개 매장에서 와인과 맥주를 판매하는 이 행사는 향후 수천 개 매장으로 확대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스타벅스는 상당수 매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스타벅스는 앞으로 뉴욕, 시카고, 도쿄, 상하이 등에 로스터리 매장 20~30곳을 열 계획이다. 이들 매장에선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원두인 리저브를 사용할 예정이다. 리저브는 스타벅스의 매장 브랜드이기도 한데, 일반 스타벅스보다 매장이 2배 큰 일종의 ‘미니 로스터리’라 할 수 있다. 1,000개 지점 개장이 목표다. 리저브의 1호 단독매장은 올 가을 본사 건물 내에 개점할 예정이고, 2호점은 2018년 시카고에 오픈할 계획이다. 리저브의 점포당 목표 매출액은 300만 달러로, 일반 스타벅스 매장의 두 배다. 전체 매장의 20%에 리저브 코너를 마련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스타벅스는 로스터리와 리저브에서 판매되는 음식 메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고급 제과 브랜드 프린치 Princi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들 프로젝트의 목적은 커피 맛보기 메뉴나 사이폰 아래 밝은 전구 조명 등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쇼핑을 마치고 매장에 들르는 쇼핑몰 고객들에게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수백만 명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시대가 온 이상, 이제는 직접 고객을 유치해야만 한다.

로스터리와 리저브는 점점 거세지는 프리미엄 카페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스타벅스의 대응책이기도 하다.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의 마케팅 교수 팀 캘킨스 Tim Calkins 는 “최근 커피업계는 소형 제조업자들이 한데 뭉쳐 큰 힘을 내고 있는 맥주업계의 추세를 닮아 가고 있다. 이 흐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향후 스타벅스의 고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벅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미국 식당에서 내놓는 커피는 한결같이 묽고 밍밍했다. 90년대 초 스타벅스의 진한 로스팅과 라테 메뉴는 커피 업계의 혁명이었다. 스타벅스 메뉴는 당시 대중에게 무척 낯설었다. 뉴욕타임스가 1993년 미 동부지역 스타벅스의 성장을 보도하면서 ‘latte’의 발음을 따로 표기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스타벅스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대량생산 식품이라는 측면에서 맥도널드와 비교될 정도였다.

그리고 ‘제3의 물결’, 즉 커피의 품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카페의 약진이 시작됐다. 순수성, 진정성, 생산자와의 관계 등을 중시하는 식품업계 전반의 경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스타벅스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호박라테 같은 신상품을 출시하는 동안, ‘제3의 물결’ 카페들은 특정 지역에서 재배된 (그리고 설탕을 뺀) 단일 지역 원두 커피를 제공했다.

스텀프타운 커피 Stumptown Coffee, 블루보틀 같은 이들 체인의 규모는 스타벅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몇몇 체인이 상당한 투자를 등에 업고 세를 굳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투자사인 JAB 홀딩 JAB Holding이 피츠 Peet‘s 등 여러 커피업체를 인수했다. 곧이어 스텀프타운 커피를 손에 넣고, 인텔리겐차 Intelligentsia 지분도 인수했다.

이미 이들 업체는 과거 스타벅스가 그랬듯, 커피 소비자의 취향과 습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미 전국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가 진행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전날 ‘고급(gourmet)’ 커피를 마셨다고 응답한 소비자 수가 사상 처음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협회 분류상 ‘고급’에 속하는 스타벅스가 당장 곤경에 처할 것 같지는 않다. 성장의 여지가 여전히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커피업계의 역동성은 콜드브루나 니트로(질소를 주입한 커피)의 유행처럼 점차 소규모 신생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이를 쫓아가는 형국이다(규칙이 비교적 느슨하고 실험이 가능한 로스터리는 이런 측면에서 유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로스터리에서 니트로 커피가 하루 100잔씩 팔린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해당 메뉴 판매를 일반 매장으로 확대했다). 캘킨스는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커피의 이미지를 잃을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미 기존 위상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의견도 있다.”

소형 카페가 더 이상 스타벅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시대가 변했다는 징후다. 독립 카페 운영자들은 10여 년 전만 해도 개인 창업자가 감히 스타벅스 근처에 매장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들이 스타벅스와 다른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로스터리 내부 로스팅 구역에서 커피콩을 붓고 있는 한 직원. 튜브를 따라 가며 볶아진 커피콩은 뒤 켠 구리 통에서 식히는 과정을 거친다. 사진=US 포춘

스타벅스도 새 경쟁자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라 콜롬브 커피 로스터스 La Colombe Coffee Roasters의 공동 창립자 토드 카마이클 Todd Carmichael은 스타벅스 R&D팀이 자사 상품인 드래프트 라테 캔 *역주: 카페라테를 캔에 담은 제품 을 상자 단위로 주문했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자체 ‘스텔스 매장’ *역주: 홍보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고객들에게 은밀하게 브랜드를 알린다 으로 제3의 물결 카페를 열기도 했다. 시애틀의 로이 스트리트 Roy Street에 위치한 이 매장에선 녹색 앞치마 대신 플란넬 셔츠를 입은 바리스타가 라벤더 코르타도 lavender cortado *역주: 라벤더 설탕을 넣은 카페라테의 일종 를 만들어 준다. 스타벅스는 (진정성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신뢰도 결정 요인(credibility cues)’을 연구했고, 그 연구를 통해 문신이 있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더 잘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로스터리는 그런 점에서 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방어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제3의 물결’ 측이 로스터리를 조롱하는 이유다. 커리 체인 스타트업 로콜 Locol에서 커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커피업계 베테랑 토니 코네스니 Tony Konecny는 “스타벅스는 프리미엄급 카페들이 뭘 하는지 빠짐없이 알아낸 다음 그대로 따라했다”고 말했다. “하워드는 고급 카페 시장에 혁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스타벅스가 여전히 우월적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하워드 슐츠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2009년 ‘커피가 아닌 모든 것: 스타벅스로부터 배우는 미국(Everything but the Coffee: Learning About America From Starbucks)’이라는 책을 저술한 템플대학교 역사학 교수 브라이언트 사이먼 Bryant Simon은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창업주의 강한 의지를 꼽았다. 슐츠는 스타벅스가 변화의 최전선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사이먼은 슐츠가 스타벅스를 맥도널드와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그게 스타벅스가 중간 밑으로 내려가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가 현 위상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슐츠의 야심 찬 비전이다.” 사이먼은 로스터리와 리저브에 대해 “뭔가 새로운 것을 하면서도 브랜드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싶은 슐츠의 생각을 만족시켜 줄 것이다. 그러다 보면 회사의 누군가가 새로운 유니콘 Unicorn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4월 색이 변화는 ‘네온 프라푸치노’ 유니콘 제품을 일주일간 한정 판매해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스미스는 이런 정통과 혁신의 긴장 상태를 ‘완벽한 스타벅스적인 순간’이라고 불렀다. “이 전쟁은 스타벅스에서 지난 15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포춘이 존슨과 슐츠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존슨은 스타벅스의 핵심 사업은 커피와 사람을 중심으로 따뜻한 환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필자와 존슨의 대화는 좀 더 이어졌지만, 몇 분 후 슐츠가 개입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유니콘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 세계의 한 현상이다. 시각적으로 화려한 메뉴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 만한 특성까지 갖고있다면 브랜드에 부가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슐츠는 말을 이었다. “그런 메뉴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즐거움을 통해 변화의 촉매가 되고, 브랜드에 가치를 더해주기도 한다. 그게 왜 나쁜 일이겠는가. 비유적으로 말해 스타벅스가 유니콘 같은 걸 계속 하려 한다면, 커피의 본질에 관한 한 모든 분야에서 리더임을 재확인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가능성의 예술 *역주: 얻을 수 있는 것을 얻는다는 실용주의적 태도 , 그리고 힘이 있어야 한다. 스타벅스는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아주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이탈리아의 금융 및 디자인 중심지인 밀라노는 스타벅스의 탄생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을 이끌던 슐츠는 1983년 무역박람회 참석 차 현지 출장을 갔다가 이탈리아식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스타벅스의 주요 사업은 원두 로스팅이었다. 매장이 4곳 있었지만 커피 중심 공간이라는 개념은 희박한 상황이었다. 귀국 후 슐츠는 밀라노식 카페 이미지를 기반으로 회사를 재창조하자고 제안했다. 상사들이 이를 거부하자, 슐츠는 직접 창업에 나섰다. 브랜드명은 밀라노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의 이름을 딴 일 조르날레 Il Giornale였다. 1987년 스타벅스가 매물로 나오자 그는 38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해 회사를 인수했다.

슐츠는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진출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1998년 ‘뉴요커 New Yorker’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에베레스트산 정복’에 비유한 바 있다. 당시 슐츠는 시장 진출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스타벅스는 올 2월 밀라노의 옛 중앙우체국 건물에 로스터리를 세우는 형태로 이탈리아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이 매장을 개장한 후, 일반 스타벅스 매장도 추가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유럽 거의 모든 국가를 정복했지만, 이탈리아 시장에선 고유의 커피 문화가 진입 장벽의 하나로 작용했다. 이탈리아에는 15만 개의 카페가 있다. 손님들은 대체로 선 자리에서 에스프레소(한 입에 마실 수 있는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이탈리아 커피업체 일리 Illy의 안드레아 일리 Andrea Illy 사장은 이탈리아식 커피를 뜨거운 음료가 아닌 소량의 농축액이라고 정의했다. “커피는 생리학적 효과를 얻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커피는 음식이 아니다. 만병통치의 묘약이다.”

이탈리아에서 관광객 티를 내는 한 가지 방법은 오후에 카푸치노를 시키는 것이다. 로스터리의 이탈리아 진출 자문역인 패션전문가 파올라 바이 Paola Bay는 “이탈리아인은 점심 이후에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필자는 밀라노 출신으로 현재 런던에 거주 중인 바이와 함께 마르케시 Marchesi와 코바 Cova 등 밀라노의 카페 여러 곳을 방문했다. 프라다와 LVMH가 최근 이들 브랜드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커피가 갖는 문화적 위상을 짐작케 한다. 바이는 스타벅스가 밀라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탈리아 카페에서 마실 수 없는 프라푸치노나 기타 미국식 신메뉴가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야기는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진출과 함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밀라노에서 영감을 받어 시작한 기업이 미국화된 커피를 들고 밀라노로 귀환하는 것이다. 회사 초창기부터 약 20년간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크리스틴 데이 Christine Day는 “슐츠는 이탈리아 카페가 제공하는 진정성 있는 경험에 대해 깊은 열정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스타벅스는 성장을 위한 노력 과정에서 이탈리아식 카페가 아닌 혁신적 신메뉴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묘비에 커피 한 잔을 조각하는 것으로 한 사람을 영원히 기릴 수 있다면, 슐츠는 분명 더블샷 마키아토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프라푸치노로 기억할 것이다.
 

리저브 코너에서 ‘사이폰’을 활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 사진=US 포춘

■ 로스터리와 리저브를 소개합니다
스타벅스는 고급 원두 브랜드와 2개의 새로운 매장 브랜드로 프리미엄 카페들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초호화·대형화를 추구하는 커피의 전당 ‘로스터리’와 로스터리의 소형 버전인 ‘리저브’가 그것이다(리저브 코너는 일부 기존 스타벅스 매장에도 추가될 예정이다). 리저브는 고급 원두 브랜드 명으로도 사용될 것이다.

- 20~30개: 출점 계획 중인 로스터리 매장 수. 현재 영업 중인 매장은 단 한 곳으로, 2014년 12월 시애틀에 오픈했다.
- 1,393제곱미터: 로스터리 1호점의 면적. 시카고에 새로 오픈하는 매장 면적은 그 3배에 육박하게 된다.
- 20달러: 로스터리 고객 1인당 매출액. 일반 스타벅스 매장의 경우는 5달러다.
- 1,000: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목표 점포 수. 면적을 일반 스타벅스 매장의 2배로 키울 예정이다.
- 300만 달러: 리저브 매장 1곳의 예상 매출액. 기존 스타벅스 매장의 2배다.
- 20%: 전체 스타벅스 매장 중 프리미엄 커피를 제공하는 ‘리저브’ 코너가 신설될 매장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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