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21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포춘코리아(FORTUNE KOREA)=홍승해 기자]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메타버스 시대는 어느정도 고도화된 걸까? 메타버스는 단순히 게임이나 가상현실(VR)에서 이뤄지는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을 뜻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VR에서의 취미활동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래의 메타버스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문화생활은 물론 재화를 소유하거나 투자해 돈도 벌 수 있다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 세상 메타버스의 현주소는?
영화에서 미리 본 ‘메타버스’ 완성판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 현실 ‘오아시스’를 배경으로 메타버스 기술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아바타로 변신해 가상 공간 즉 메타버스 안에서 또다른 삶을 영위한다.
시대는 2045년, 주인공 ‘웨이드’는 현실세계에서 딱히 희망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지만 오아시스 안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아시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기업활동이나 경제적 활동, 문화생활 심지어 연애도 이 공간에서 가능하다.
식생활을 제외하곤 현실세계와 같은 제 2의 세계인 것이다. 실제로 ‘IOI’라는 거대 기업이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즐길 만한 아이템을 제공하거나 하드웨어 장비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내는 등 경제적 활동을 펼쳤다.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
메타버스는 가상,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에서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크래쉬’에서 처음 쓰였는데, 특히나 올해 상반기부터 게임회사 로블록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에 불을 지폈다.
로블록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데, 미국 10대 절반 이상이 즐겨쓰는 플랫폼인 만큼 그 규모가 상당하다. 로블록스 측은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로 묶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유인 즉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등교를 못하게 된 미국 초등학생들이 다른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로블록스의 역할이 컸으며, 앞으로도 사람들을 가상의 공간에서 묶을 수 있는 유사한 플랫폼과 관련 시장의 역할은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블록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온라인 속 3차원 입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며, 놀이나 업무를 하는 등 현실 세계에서의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플랫폼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하루 평균 접속자만 4000만명에 육박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의 잇단 투자도 이어지고 있으며 관련주도 상승세다. 해외주식은 대표적으로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페이스북은 VR 관련 업체를 인수하고 VR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 중이다.
또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디지털 공간에서 회의할 수 있는 ‘호라이즌 워크룸’도 시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선제적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한 회사다. 관련 기업들에 투자를 하거나 인수전을 계속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의 경우 ‘제페토’를 만든 네이버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사실상 해외에서 제페토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게임 업계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터라 사업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게임즈, 블록체인 기술 기반 메타버스 사업으로 전향하면서 추후 성장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한 동맹을 맺었다.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 ENM 등 20여개 회사가 참여한 이 동맹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메타버스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금 올라타야 한다는 메타버스, 현주소는?
국내외 할 것 없이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메타버스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사업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서 열린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는 동시 접속자가 1230만명에 달했는데, 매출도 오프라인 콘서트를 가뿐히 앞질렀다.
3년 전에 열린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 매출이 170만달러였던 것에 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콘서트 매출은 무려 2000만달러. 그만큼 메타버스는 미래 수익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 국내 주요 업계가 메타버스에 탑승하며 변화하는 소비자의 라이프 패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은 네이버의 ‘제페토’와 손잡고 자동차업계 최초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섞어 놓은 메타버스 플랫폼 가상공간에서 쏘나타 N라인을 시승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권도 메타버스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동안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서로 탐색전을 펼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메타버스 장점을 앞세운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와 사업을 창출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디지털경험본부 조직 내 메타버스 전담조직인 디지털혁신TFT를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혁신TFT를 통해 원천기술 보유업체와의 비즈니스 협력, 투자 외에도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위한 세미나, 강연 및 상담 서비스와 MZ세대 고객과 소통을 위한 체험 공간 구축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추진 중이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와 유통가도 메타버스 흐름을 따르는 중이다. 일례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구찌 빌라’에서 직접 상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작했다. 또 자신들의 브랜드 제품을 가상공간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MCM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알로하 프로젝트’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의 움직임이 재빠른데, 편의점 CU도 제페토를 통해 가상 한강 점포를 개설했고 GS25도 오는 11월 싸이월드에 메타버스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자본 확장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되려면
메타버스의 현주소는 아직까지 1차원적인 상태다. 궁극적으로 메타버스 내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 상황이 일반화되었을 때 사람들은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적극적인 경제활동 등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내에서 경제활동을 암호화폐로 하고, 더 나아가 직업까지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유저들은 직접 상품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길 원하고, 현실세계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상세계에서 해소하는 것이 인간의 욕구와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메타버스의 관계성에 대해 덧붙였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누가 얼마의 금액을 주고 사고 팔았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인데, NFT 기술을 적용한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점차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건축가, 메타버스 디자이너… 취업도 가능?
메타버스 내에서 암호화폐로 경제활동이 기반이 된다는 가정하에 성미영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메타버스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새 직업까지 가질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성 교수는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 실물 화폐라는 함축적인 말로 표현이 되는데, 최근 메타버스가 부상한 이유는 유튜브처럼 누구든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창출되는 수익을 크리에이터와 배분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의 말에 따르면 메타버스 건축가나 아바타 디자이너, 가상패션 디자이너 등 메타버스의 새로운 직업과 업종들이 등장하고 소유권 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러한 새 직업, 업종과 결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명한 가상 경제 시스템 구현을 위한 ‘실명 인증 가상화폐계좌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성 교수의 의견이다.
메타버스 내 신종범죄 대응책 마련해야… ‘안전’과 ‘킬링 앱’ 부재
현실에서 하지 못한 일을 가상세계에서 된다면 얼마나 짜릿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상상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메타버스로 인해 생기는 ‘범죄’가 나올 수 있다.
특히나 메타버스는 익명의 아바타들이 활동하는데 언어폭력, 미성년자 대상 범죄 등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범죄에 대한 제도 마련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메타버스 세계화’를 주제로 한 웨비나에서 메타버스의 한계점에 대해 지적했다. “현재 메타버스의 콘텐츠가 주로 게임, 단기 이벤트 등에 치중되어 있다”며 단편적인 메타버스의 현상에 대해 꼬집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실제 생활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메타버스 세계가 탄생한다면, 오히려 메타버스 공간이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곳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의 개발 수준은 단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혹은 메타버스가 한때 유행으로 떠나갈지, 혹은 지금 이상으로 발전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논의해봐야 할 시기다.
홍승해 기자 hae@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