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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가계부채 문제와 글로벌 시장 환경

  • 기사입력 2017.08.19 15:38
  • 최종수정 2018.09.04 17:50
  • 기자명 윤창현 교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가계대출 증가는 통화정책과 연결되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팽창적 통화정책을 통해 돈을 풀었다. 통화량 증가는 가계와 기업의 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가계부채가 급증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계부채 문제만 보면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진=셔터스톡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잔액은 1,286조 원(가계신용은 1,359조 원)으로, 그 규모가 전 분기에 비해 17조 원 정도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1.3%,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1.1%다. 그런데 이 동일한 항목에 대한 숫자를 3개월 전인 2016년 4분기 말 통계로 확인을 해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2016년 4분기 말 가계부채 규모 증가분은 전 분기 대비 41조 원,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3.4%, 전년 동기 대비 11.6%였다. 이렇게 보면 3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전 분기 대비 증가분은 24조 원 감소했고,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2.1%P,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0.5%P 줄어들었다. 이런 식으로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에는 가계부채 규모 증가분과 증가율이 꺾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계부채 수준만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건 너무 단순한 접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우리 경제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였다. 이는 2015년 말 88.1%에 비해 4.7%P 상승한 것이었다. 증가분만 놓고 보면 통계가 파악되는 43개국 중 3위였다. 1위는 노르웨이로 6.3%P, 2위는 중국으로 5.6%P였다. 그러나 증가분이 아닌 비율 자체의 순위는 43개국 중 8위였다. 여전히 상위권이긴 하지만, 8위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통계에 대한 해석에도 다면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요인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팽창적 통화정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 후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세계 주요국들은 팽창적 통화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별별 정책이 다 등장했지만 역시 주요했던 건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었다. 사실 재정정책도 경기부양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팽창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경우, 국가채무 증가로 인해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통해 확인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의 중심이 통화정책으로 쏠려버렸다. 소위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등장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양적완화 정책은 금리가 제로가 되어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정책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금융기관이 남는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보관비용을 내는 식으로 중앙은행 예치에 벌금을 매겨 대출을 증가시키도록 만드는 제도다.

물론 우리는 양적완화 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전통적 통화정책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까지 하락시키는 등 팽창적 통화정책을 실행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 내에 통화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가장 기초적인 통화지표인 M1(민간 보유 현금과 은행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나타낼 때 지표로 사용한다)을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6%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3월 말 가계부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1.1%인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통화량은 현금과 예금의 합계인데, 예금은 대출과 연동되어 있다 보니 통화량 증가는 가계와 기업의 대출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가계부채 증가는 일차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그 동안은 돈이 풀리더라도 유통속도 부진 탓에 돈이 잘 안 돌아 경기회복이 더뎠었다. 통화를 증가시킨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돈이 돌기 시작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도 상당 부분 오르면서 자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주가는 글로벌 다우지수 기준으로 연초 대비 9.6%나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상당했다. 예컨대 뱅가드 부동산ETF 지수펀드 상승률이 올해에만 15.3%에 달했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의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8%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주택임대료도 5월에 전년 동기대비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팽창적 통화정책을 통해 풀린 돈이 한동안 완만한 속도로 유통되다가 최근 갑자기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해 돈줄을 죄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상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증가가 통화정책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때, 일부 과열된 지역에 대해 부동산담보대출과 연계한 자금유입 억제 정책을 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가계부채 억제정책을 시행하려면,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 때마침 미국은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고, 우리 경제 내에서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통화량 증가 속도는 줄어들 것이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꺾일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1분기 통계에서 나타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는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만 보면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채는 그대로인데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부채 부담능력이 현저히 악화되어 일본에서 나타났던 대차대조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가격은 물가상승률 정도의 완만한 상승이 가장 바람직하다.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글로벌 통화정책 추이, 자산시장 상황 그리고 대차대조표 위기 가능성까지 고려해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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