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스캐너·바코드 프린터글로벌 1위 기업,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성장동력 충전한다

INTERVIEW|우종남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한국지사장

  • 기사입력 2017.08.09 11:04
  • 최종수정 2018.09.04 17:10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브라 테크놀로지스(Zebra technologies. 이하 지브라)’는 일반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기업일 것이다. 지브라는 스캐너, 바코드 프린터, 산업용 모바일 컴퓨터, 전자태그(RFID) 등을 만드는 미국 기업이다. 지브라는 포춘 500대 기업 중 95% 이상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현재 지브라는 다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분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우종남 지브라 한국지사장을 만나 지브라가 펼치고 있는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종남 지브라 한국지사장이 스캐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이미지=지브라 테크놀로지스

# 택배회사 작업자가 물류창고로 들어갔다. 작업복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착용한 후 선반에 놓여있는 제품 상자들을 ‘슥~’ 훑어봤다. 그러자 안경 너머 눈 앞에 각 제품의 출고 날짜와 이동되어야 할 장소, 작업지시서 등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의 머릿속으로 작업지시서를 출력한 뒤 스캐너를 들고 일일이 상자에 인쇄된 바코드를 찍어댔던 옛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 한 물류회사 해외 배송업무 담당자는 업무 효율이 크게 좋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물상자의 가로, 세로 크기와 무게를 각각 잰 뒤, 운임표 상 더 비싸게 나온 가격을 배송비로 책정했다. 하지만 새로 들여 놓은 스캐너는 자동으로 상자의 크기와 무게를 잰 뒤 배송비까지 알아서 계산해주고 있다.

위 두 사례에 나온 안경과 스캐너는 모두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지브라가 개발 중인 제품이다. 안경은 내년에 정식으로 출시된다. 스캐너는 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지브라는 스캐너, 바코드 프린터, 산업용 모바일 컴퓨터, 전자태그(RFID) 시스템 등을 만드는 B2B 기업이다.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95% 이상이 지브라의 고객일 만큼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지브라는 지난해 매출 35억 달러를 기록했다. 1969년 설립된 지브라는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7,000명 이상의 연구 개발 인력과 4,500개가 넘는 특허 등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1969년 설립 당시 회사 이름은 ‘데이터 스페셜티즈(Data Specialties)’였다. 당시에는 릴테이프 형태로 말린 종이에 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기록했다. 데이터 스페셜티즈는 바로 이 종이에 구멍을 뚫는 천공기를 만들던 회사였다.

데이터 스페셜티즈는 1970년대 들어 바코드 기술로 눈을 돌렸다. 1982년 세계 최초로 바코드 프린터를 개발한 이 회사는 1986년 지브라 테크놀로지스로 이름을 바꿨다. 검은 세로줄이 특징인 얼룩말(지브라)이 바코드를 연상시켜 따온 이름이었다. 이후 지브라는 다양한 기업을 인수해 사업 아이템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키워왔다.

지브라는 2014년 모토로라 솔루션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인수한 뒤, 무선 모바일 프린터와 안드로이드 기반 재고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증강현실(AR) 기술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앞서 소개한 안경과 스캐너도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서 나온 제품들이라 할 수 있다.
 

우종남 지사장은 “올해부터는 헬스케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4가지 사업분야로 기술 변화에 대응

우종남 지브라 한국지사장은 말한다. “지브라는 단품 하드웨어를 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라는 성격이 강했어요. 하지만 모토로라 솔루션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많은 게 달라졌죠. 우선 무선랜 솔루션과 무선침입방지시스템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이 기술들이 산업용 모바일 컴퓨터와 IoT 기기로까지 제품군을 대폭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죠. 그 덕분에 기존에 만들었던 하드웨어 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브라의 주력 사업인 바코드, RFID 분야는 성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유통, 물류,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바코드는 물론, RFID 기술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RFID에 움직임·온도·위치 센서 등을 달아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더 수월해지기도 했다. IT 리서치 업체 가트너는 2020년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IoT 제품들이 208억 개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브라는 이 같은 변화에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 분야를 제조, 소매, 물류·유통, 헬스케어 네 가지로 구분했다. 우종남 지사장은 말한다. “(저희는) 각 사업군 별로 특화된 제품과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기존 제품을 각 분야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연구도 많이 하고 있고요. 올해부터는 헬스케어 시장을 더욱 본격적으로 공략할 겁니다. 지브라는 이미 GE헬스케어와 파트너십도 맺고 있습니다.”

지브라 한국지사도 본사와 동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지브라 한국지사 매출은 제조, 소매, 물류·유통 사업군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우종남 지사장은 말한다. “한국지사 역시 올 하반기부터 헬스케어 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에요. 헬스케어를 담당할 직원도 새로 채용했습니다. 병원 운영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우종남 지사장은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대해 “한국은 의료 장비 면에서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우 지사장은 말한다. “한국은 IT가 발달했지만, 의료 현장에서의 전자장비 활용은 아직 뒤처져 있습니다. 아직까진 헬스케어 분야에서 바코드나 RFID 도입률이 다른 국가보다 늦은 편입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뒤떨어진 분야도 있어요. 태국이나 필리핀 병원에선 의료진은 물론, 환자 도우미까지 산업용 PDA로 환자를 관리합니다. 처방이 뒤바뀌거나 엉뚱한 약이 사용되지 않도록 의료진이 현장에서 PDA로 실시간 정보를 입출력해 사고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지브라는 병원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스캐너와 모바일 컴퓨터를 출시했다. 환자 신원파악에서 투약, 시료 채취, 식이요법 관리, 재고관리까지 병원 업무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우 지사장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헬스케어 산업의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지브라는 다양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해 모든 의료 데이터들이 빅데이터로 쌓이게 만들 겁니다. 이를 활용하면 의료의 질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거예요.”
 

사진=지브라 테크놀로지스
사진=지브라 테크놀로지스
지브라의 헬스케어용 제품을 사용 중인 모습. 사진=지브라 테크놀로지스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에도 집중

지브라는 2000년 1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지브라 한국지사장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같은 사람이 맡고 있다. 바로 업계 베테랑 우종남 지사장이다. 우 지사장은 말한다. “1987년 처음 한국에 지브라 제품이 들어왔습니다. 지브라에서 총판권을 따와 제품을 수입해 파는 형태였죠. 국내에는 지브라 총판사가 3곳 있었어요. 저도 그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1998년 터진 외환위기는 지브라 총판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치솟는 환율 때문에 수입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제품을 사가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국내 총판사 3곳이 함께 모여 상황의 심각성을 지브라 본사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때 우종남 지사장이 한국 총판사를 대표해 지브라와 대화를 진행했다. 우 지사장은 말한다. “저는 호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업계에선 흔한 경우가 아니었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게 그 역할이 맡겨진 거였죠.”

우 지사장은 그후 지브라 본사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1999년 지브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한국에 지사를 낼 계획인데 지사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그 동안 우종남 지사장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쌓인 덕분이었다. 우 지사장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18년 동안 지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운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 비결이 궁금했다. 우종남 사장은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계 회사는 특히 실적을 중요시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지사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본사에서 기대하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꾸준히 달성해왔습니다. 한국지사는 그 동안 제조업 분야 비즈니스를 지키는 동시에 소매와 물류·유통 분야에도 집중했어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지사 매출의 90%가 제조업에서 나왔지만, 저는 대형 할인매장과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이 호황을 누리는 국내 시장을 보면서, 소매, 물류·유통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하나, 미국계 회사의 특징은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저는 18년 동안 지브라에서 일하면서 무리하게 재고를 떠넘기거나 비정상적인 할인 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저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쌓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브라가 만든 산업용 바코드 프린터 제품. 사진=지브라 테크놀로지스

한국은 지브라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제조업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지브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때마다 한국시장에서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 지사장은 말한다.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바코드나 RFID 관련 기기에 대한 신규 수요나 교체 수요가 함께 늘어나고 있어요.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장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생각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