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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세일즈포스의 힘

  • 기사입력 2021.07.27 15:30
  • 최종수정 2021.08.11 15:06
  • 기자명 Michal Lev-Ram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21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진=포춘US, 포춘코리아

세일즈포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는 위대한 쇼맨이자 선견지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속도로 성장시켜 왔다. 최근 약 280억 달러를 들여 업무용 메신저업체 슬랙 Slack을 인수한 조치가 그의 발목을 잡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 걸림돌이 될까?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는 인터뷰에 늦었다. 자기 집에서 하는데도 말이다. 그 동안 필자는 샌프란시스코 만이 내려다보이는 이 기술업계 거물의 뒤뜰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지역의 평소 날씨를 고려하면, 아주 화창한 봄날이었다. 안개가 한낮부터 걷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눈을 가늘게 뜨니, 수평선 위로 금문교의 붉은 철 기둥 조각들이 보일 정도였다. 갈매기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파도가 잔잔하게 물결쳤다. 그곳은 기다리기에 나쁜 장소는 아니었다.

소수의 세일즈포스 임원들도 베니오프와 미팅을 갖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최고디자인책임자는 화상회의로 참가할 예정이다. 그의 얼굴이 회의를 위해 마련된 모니터 위에 나타났다. 이따금씩 그는 큰소리로 “마크 거기 있나요?”라고 물었다. CEO가 어디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부재에 당황한 것 같지 않다. 30분을 지나 한 시간이 흘렀다. 베니오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영장류 동물학자 제인 구달과 문자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 혹은 이 CEO의 리더십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친구이자 배우인 매슈 매코너헤이와 어울리거나, 아니면 그룹 U2의 리더 보노와 화상통화를 했을 수도 있다. 안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베니오프와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면 이런 모든 일이 그의 ‘왕국’에서 통상적으로 벌어진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것이다.

베니오프처럼 습관적으로 지각을 하고, ‘월드 투어’를 통해 록 스타급 지위를 획득한 CEO는 거의 없다. 회사가 세일즈포스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주최하는 글로벌 행사(베니오프가 주로 초청 강연자로 나온다)는 무수히 많다. 그는 1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포함한 엄청난 수의 소셜 미디어 추종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다수의 책도 저술하고, 15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 린 베니오프와 2018년 공동 인수한 타임지 덕분에 잡지업계의 거물까지 됐다.

그는 ‘다보스’-스위스 알프스 산맥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엘리트들의 겨울 사교행사다-에서 가장 핫한 점심 모임과 인기 있는 파티를 개최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플랫폼을 회사 제품뿐만 아니라, 노숙자 구호부터 지구 살리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의 목록을 전파하는데 활용한다. 

키가 190cm가 넘는 이 장신의 CEO에게는 원칙적인 문제로 보일 것이다. 그는 미션이 크고 담대하지 않으면 절대 맡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세일즈포스를 이끄는 경영신조다. 그가 1999년 공동 설립한 후 20년간 경영해 온 세일즈포스는 지난 10년간 다른 주요 소프트웨어 회사들보다 빠르게 매출을 키워왔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술 기업 중 유일하게 페이스북만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세일즈포스보다 더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세일즈포스는 연 평균 29.1%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순위를 지난해 190위에서 올해 137위로 회사의 순위를 끌어 올린 엄청난 성장 속도다). 그리고 이 로켓에 브레이크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베니오프가 밟고 싶은 브레이크는 없다. 베니오프는 필자와 그의 말을 경청할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5년간 회사 매출이 213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2배 넘게 증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공동 설립자 겸 CEO
“세일즈포스는 슬랙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단지 돈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투자를 말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오랫동안 전 세계에 판매하기 위해 노력해 온 플랫폼 통합 같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베니오프는 이미 전 직장인 오라클(올해 80위)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고객관계 관리(CRM) 소프트웨어 같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15위)를 겨냥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아누락 라나 Anurag Rana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세일즈포스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는 곧 다른 분야에서도 경쟁할 것이다. 분산된 인력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업 툴 개발이 그 무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훨씬 더 중요해진 분야다. 베니오프는 미래를 내다보고,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려 한다. 그는 마치 선언이 5개년 계획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원격근무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베니오프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회사는 작년 12월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 슬랙의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277억 달러 규모의 이 거래는 올 여름 마무리될 예정이다. 베니오프는 슬랙이 회사 툴의 미래 인터페이스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가 “완벽한 매치”라고 부르는 이 대규모 합병은 세일즈포스 회사 역사상 최대 M&A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과도한 금액을 지급했다고 우려한다(이번 거래는 슬랙의 가치를 가장 최근 실적을 보고한 2021 회계연도 매출의 30배 이상으로 평가했다). 그들은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경쟁업체들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던 슬랙이 궁극적으로 세일즈포스의 이윤을 희석시킬 것이라 우려한다. 특히 이 시점은 세일즈포스가 매출 성장보다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라나는 “베니오프가 끊임없이 회사들을 인수하고 매출 성장만 추구하기 때문에 월가는 매우 짜증이 나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베니오프는 그의 가장 위험한 인수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슬랙이 모든 세일즈포스 소프트웨어의 중심 허브가 될 수 있고, 이런 통합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인수가 매출 5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품 경쟁력 제고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사진/편집=포춘US, 포춘코리아

이런 도전이 매우 힘들게 들리지만,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것보다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길 원하는 베니오프에게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그와 나눈 대화에서, 세일즈포스가 판매하는 제품(가령, 영업팀이 판매 실적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과 관련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대신 베니오프가 전 세계의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선언을 하고 있다.

그는 2030년까지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음으로써 대기를 식히고 정화하려 한다. 이 캠페인은 그가 친구 구달과 함께 작년 초 시작한 캠페인이다. 그는 바다도 청소하고 싶어한다. 베니오프는 필자에게 “내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오늘날 나의 많은 비전과 명상 그리고 사고들은 기후변화에 집중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 CEO는 세일즈포스 외부의 대의를 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의 50~75%를 할당하고 있다. 월가가 주목하고 궁금해야 할 데이터다. 약 6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언론, ‘활동가 CEO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도 베니오프를 주시하고 있다. 그들은 그가 회사를 운영하고, 슬랙을 합병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고, 주주들에게 2004년 6월 상장 이후 최소 연 평균 26%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꾸준히 안겨주면서, 어떻게 이런 원대한 박애주의 목표를 추구할지 지켜보고 있다.  

베니오프가 인터뷰 예정일에 자택에 도착할 때까지(약 1시간 반 정도 늦었다), 이런 무거운 질문들이 필자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그는 스포티한 감청색 코트와 어두운 색깔의 바지를 입은 채 느긋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실제보다 더 커 보이는 베니오프의 체격이 그의 주변에 모인 일부 임원들 위로 어렴풋이 보였다. 목 밑부분에서 곱슬곱슬하게 말아 올라간 그의 긴 머리는 젤을 발라 뒤로 단정하게 빗겨 있었다. 웃고 있는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유쾌해 보였다.

그는 광활한 샌프란시스코 만이 내려다보이는 뒤뜰 테라스의 대형 원형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네바다 주 블랙 록 사막에서 열리는 연례 예술축제와 향정신성 작용 물질을 언급하며, 필자에게 “이곳에서 바로 버닝 맨 Burning Man 행사 ⁎블랙록 사막에서 매해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9월 첫째 월요일까지 개최된다.

각 참가자는 플라야라 불리는 염전에서 공동 생활을 한다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뒤쪽으로 보이는 찬란한 해변을 가리킨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나는 그가 얼마나 예정보다 늦었는지 잊어버렸다.

베니오프는 “스튜어트 버터필드의 천재성은 누구나 어디서든 전화나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라고 슬랙의 설립자 겸 CEO에 대해 평한다. “그리고 그는 훨씬 더 쉬운 방법으로 그것을 해냈다. 버터필드는 이런 협업 인터페이스가 컴퓨팅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선구자다.”

JP 모건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마크 머피 Mark Murphy에 따르면, 작년 12월 1일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슬랙의 주가수익비율 멀티플과 밸류에이션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는 더 뛰어난 실적을 거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일즈포스 입장에서는 큰 실수가 될 것이다.” 그날 주식시장이 마감할 무렵 세일즈포스 주가는 8% 이상 폭락했다.

베니오프는 지난 5년간 3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이윤을 희생해가며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패턴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베니오프는 슬랙 인수가 과거 합병과는 완전히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즉, 고객들이 세일즈포스 업무용 툴에 접근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베니오프는 10여 년 전에 채터 Chatter라는 협업 인터페이스를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높이 평가했던 이 단체 채팅 기능은 결코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는 “채터에 대한 혁신을 중단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이 혁신이 실제로 우리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채터는 세일즈포스 내부용 기능에 가까웠다”라고 털어놓았다.

채터가 시대를 앞서갔을 수도 있고, 혹은 원래 세일즈포스의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준에 못 미치는 제품에 그쳤을 수도 있다. 이 회사가 잘하는 분야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기업팀들(영업, 마케팅 및 고객 서비스)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세일즈포스의 첫 제품들은 영업 사원들이 대상이었다. 고객관계 관리(CRM) 소프트웨어는 영업팀이 고객의 상호 작용을 추적하고, 개인화된 메시지와 다른 모든 종류의 메시지를 전송하는 용도로 사용한다(세일즈포스의 주식 코드명으로도 쓰이는 ‘CRM’은 현재 가장 느리게 성장하는 부문이지만, 오늘날 회사 매출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JP 모건의 애널리스트 머피는 여전히 베니오프가 미래를 예측하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세일즈포스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이해하는 회사다. 항상 시장보다 앞서 나간다.”

슬랙은 비약적인 성장을 한 기업은 아니다. 아울러 화상회의 붐을 몰고 온 줌같은 몇몇 동종업계 기업들이 누린 팬데믹의 엄청난 돌풍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특히 젊은 직원들이 있는 기업 고객에 매력적이다.

이 경우에서, 세일즈포스와 슬랙의 조합은 각각의 합보다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버터필드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세일즈포스가 슬랙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팔려고 노력해온 플랫폼 통합 같은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베니오프가 쇼맨십이 강한 인물이라면, 버터필드는 미묘한 뉘앙스의 언어 구사로 유명하다. 우리가 세일즈포스로의 매각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는 여전히 큰 도박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버터필드는 “대부분의 M&A는 성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이 예외라고 믿으며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재빨리 “이번 거래도 예외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가 낙관하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이 계약이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베니오프가 두 회사 제품의 긴밀한 통합계획에 전폭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버터필드는 “베니오프가 적극 참여하면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그는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원할 때 그것을 실제 현실화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입증해왔다”라고 밝혔다. 

두 설립자를 하나로 묶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바로 공동의 적, 마이크로소프트다. 이 회사가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팀스 Teams 제품은 광범위한 온라인 업무용 툴 제품과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고객들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팬더믹 또한 큰 도움이 됐다. 현재 매일 1억 4,500만 명이 팀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초기 3,200만 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슬랙은 작년 여름 마이크로소프트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반독점 혐의로 제소했다. 회사는 당시 “이 대기업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사의 오피스 제품군을 앞세워 부당하게 라이벌 툴을 밀어냈다”고 주장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도 마이크로소프트에 악감정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5년 세일즈포스를 인수하려 했지만,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두 회사는 수년간 경쟁 제품을 판매해왔다. 물론 세일즈포스가 대표 제품인 CRM에 관한 한 마이크로소프트를 크게 앞서고 있다. CRM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보다 4배나 높은 시장점유율을 누리고 있다. 

버터필드 본인은 세일즈포스에 또 다른 잠재적인 자산과 미래에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이모지에 더 능숙한 다른 세대지만, 선견지명이 있다는 점에서는 베니오프와 같다. 

내부 인사들은 현재 세일즈포스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브렛 테일러 Bret Taylor를 또 다른 자산으로 꼽고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회사에 합류했다. 테일러가 설립한 스타트업 큅 Quip을 2016년 세일즈포스가 인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 페이스북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역임한 테일러를 베니오프의 후계자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마크는 정말 범접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를 따라가려면 누가됐든 회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베니오프는 “처음에 내게 슬랙 인수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접근한 사람은 테일러와 버터필드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두 남자는 세일즈포스의 새 시대를 대표할 수 있다. 이들이 계속 회사에 남아 있다면 말이다. 세일즈포스는 인수 기업의 설립자들(때로는 임원들)을 계속 잔류시키는 문제에 있어 엇갈린 기록을 갖고 있다. 베니오프는 지난 2018년 당시 최고운영책임자였던 키스 블록 Keith Block을 공동 CEO로 승진시켰다. 

그러나 공동 CEO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블록은 입사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작년 2월에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베니오프는 다시 단독 CEO 역할을 맡았다(블록이 떠날 당시, 베니오프는 “키스의 전략적 사고와 탁월한 운영능력이 회사 역량을 크게 강화했다. 우리의 긴밀한 우정은 지속되고 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라나는 “그가 떠났을 때, 월가의 많은 동료들은 처음에 그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곧 투자자들은 베니오프가 여전히 회사를 직접 꾸려가는 한, 회사의 급성장 능력에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JP 모건의 머피는 “그가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사실이 가장 결정적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세일즈포스는 곧 베니오프를 의미한다. 머피는 “마크는 세일즈포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것이 바로 그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한다.

주주들과 고객들, 그리고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진 직원들이 갖는 질문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베니오프는 분명 일찍부터 그 자리를 원했지만, 항상 보스는 아니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 및 애플리케이션 제공업체 오라클의 설립자 겸 전 CEO인 래리 엘리슨 Larry Ellison(독불장군 같은 성격으로 악명이 높았다) 밑에서 경영자로서 초기 경험을 쌓았다. 베니오프는 “나는 불과 26세의 나이에 회사의 최연소 부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리더십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라고 고백한다.

그는 경험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표현처럼 집중하는데도 문제가 있었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수백만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남은 커리어를 또 다른 우두머리 남성을 위해 일하고 싶진 않았다. 아울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웹을 통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판매-에서도 큰 기회를 포착했다. 개인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은 이미 발전했지만, 기업들은 아직 온라인으로 사업을 운영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니오프는 1999년 오라클을 떠나 세일즈포스를 설립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엉성하지만 값비싼 소프트웨어 구입에 수백 만 달러를 쏟아 붓고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선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다. 대신 세일즈포스는 온라인 구독형 서비스로 구입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자 했다. 고객들은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컴퓨팅 성능을 직접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세일즈포스가 그들을 위해 클라우드에서 이런 모든 과정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웹을 통한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 판매는 오늘날에는 그다지 혁신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2004년 베니오프가 세일즈포스를 상장했을 때, 월가의 어느 누구도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또 다른 신생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뉴 렐릭 New Relic의 투자자 관계를 총괄하는 피터 골드마허 Peter Goldmacher는 “당시 베니오프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차세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떠벌리는 가운데 세일즈포스가 상장했다”며 “하지만 이때는 [닷컴 거품이 꺼진] 2000년대 초반이었고, 아무도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분위기가 아니었다”라고 회상한다. 

당시 골드마허는 세일즈포스를 담당하기 시작한 최초의 증권업계 애널리스트였다. 그는 “세일즈포스가 ‘오라클 올스타’ 출신들로 꾸려진 회사였기 때문에 나는 모든 임직원들을 알았다”며 “내가 클라우드나 SaaS에 대한 통찰력은 없었지만, 이들은 에스키모에게도 얼음을 판매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알아야 할 사실은 그걸로 충분했다”라고 말한다. 

골드마허가 옳았다. 베니오프는 이전 직장(오라클)에서 소수의 최고 영업사원들을 데려왔다. 이들은 힘을 합쳐 새로운 상품의 카테고리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판매 방식 및 월가의 밸류에이션 평가 방식도 변화시켰다. 투자자들에게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험난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베니오프였다. 

2004~2008년 세일즈포스의 투자 홍보팀에서 일했던 또 다른 소프트웨어 업계의 내부자인 도미닉 파셀 Dominic Passchel은 “이 대목에서 바로 그의 카리스마가, 꽤 솔직히 말하면 그의 실제 카리스마가 발휘됐다”라고 말한다. 파셸은 베니오프가 출장 중에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방식을 기억하고 있다. 비록 그의 투자 홍보팀이 준비한 요점을 벗어났음에도(혹은 그랬기 때문에), 베니오프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언론 또는 회사 영업팀과 이야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회가 베니오프의 쇼맨십을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골드마허는 “그는 그저 점점 더 자신이 원하는 원대한 삶을 살았을 뿐”이라며 초창기 세일즈포스 시절에 가수 닐 영을 무대에서 본 장면을 회상한다. 당시 골드마허는 “도대체 닐 영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뭘 알지?”라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베니오프의 친구였는데 안 될 이유가 있을까?”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그러나 베니오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쇼맨십은 더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수년간 베니오프와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해 온 액센추어의 CEO 줄리 스위트 Julie Sweet는 “마크는 쇼맨십과 실체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인물”이라며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마크는 자신이 열정을 갖고 하는 일을 실제로 이뤄내기 때문에 무척 신뢰가 간다”라고 말한다.

사회적·환경적 대의에 대한 그의 헌신에 관한 평가는 특히 사실이다. 세계경제포럼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 Klaus Schwab는 “그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썼다”라며 베니오프가 이 주제에 대해 쓴 책을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을 모두 언급한다.

 

피터 골드마허 뉴 렐릭의 투자자관계 책임자
"이 기술업계 베테랑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을 위한 세일즈포스 행사에 가수가 참석한 장면을 본 후 “도대체 닐 영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뭘 알지?”라고 의아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베니오프의 친구였는데 안 될 이유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매출 940억 달러의 델 테크놀로지스(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28위)의 CEO 마이클 델 Michael Dell은 베니오프를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냈다. 그래서 그를 “배다른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다. 델은 이 세일즈포스 설립자가 오라클에서 젊은 경영자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진보적인 대의를 옹호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델은 “그는 비즈니스가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라며 “그의 행동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해당사자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당연히 구식의 훌륭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크고 작은 기업들에 판매하는 일-은 일년에 한번 열리는 행사에서 펼쳐진다. 세일즈포스의 드림포스 콘퍼런스 Dreamforce conference는 회사가 매년 개최하는 대규모 이벤트로, 스타들이 자리를 빛내는 박람회 겸 회사 수련회 행사다. 콘퍼런스가 열리는 며칠간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체가 봉쇄될 정도다. 

드림포스는 이 소프트웨어 회사 CEO가 지칠 줄 모르는 이벤트 기획가 겸 대의 신봉자로서의 면모를 모두 선보이는 무대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집단- 베니오프가 “선구자”라고 부르는 영업사원과 프로그래머, 다른 이들-앞에서 무대에 오른 이 최고영업책임자는 회사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강매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영감과 소속감, 축하, 사명에 대해 역설한다. 그는 드림포스 2018 행사에서,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개인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드림포스 2019에서 그는 그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일련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지능 혁명”이라고 신나서 말했다. 드림포스 2020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외부에서(숭배하는 군중들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발언을 전하며, 그의 팀에게 비즈니스가 “변화를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라고 상기시켰다.

이 쇼맨의 관심 끌기 전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베니오프가 자신이 약속한 바를 투자와 행동으로 실천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는 1999년 회사 설립 당시 산하 자선단체인 세일즈포스 재단을 세우고, 이른바 ‘1-1-1’ 모델을 개발했다. 회사 설립 당시 지분 1%를 재단에 기부할 것을 약속하고, 매년 임직원 시간의 1%를 봉사활동에 할당하고, 제품의 1%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이 자비로운 접근방식에 대해, 베니오프에게 영감을 준 이는 전혀 예상 밖 인물이었다. 바로 전 국무장관 겸 4성 장군으로, 2014년 이후 세일즈포스 이사를 맡고 있는 콜린 파월 Colin Powell이다. 여전히 오라클에서 근무를 하던 지난 1997년, 베니오프는 파월의 한 연설을 들었다. 당시 파월은 재계 리더들에게 그들이 가진 특권과 플랫폼 및 자원을 활용,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결국 베니오프와 파월은 소개를 통해 서로 알게 됐다. 이 전직 장관은 적절하게 베니오프의 도움을 이용해 어려움을 겪던 워싱턴의 한 고등학교가 컴퓨터를 구입하도록 지원했다. 파월은 “정말 마크에게는 두 번 부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베니오프가 트럭 한 대에 노트북을 싣고 잠시 후 학교에 나타났던 모습을 회상한다. 

물론 베니오프의 박애주의 정신에는 그런 선행을 혼자만 간직하는 미덕은 없다. 파월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노트북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마크는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라고 전한다. 하지만 그런 반복이 세상을 바꾸는 전통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쨌든 영업사원이 제품을 팔아야 훌륭한 평가를 받는 것처럼, 베니오프에게도 자신이 강조하는 대의를 널리 전파해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61층 높이의 세일즈포스 타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우스꽝스럽게 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걸려 있다. 3월 중순 어느 날, 필자는 최고 층인 ‘오하나 Ohana’ 층에 있었다. 하와이 말로 ‘가족’을 의미하는 오하나라는 이름은 베니오프의 표현에 따르면, 건전한 미덕의 결정판을 의미하는 듯하다.

오하나는 세일즈포스와 베니오프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일종의 ‘영적 운명’이다. 하와이에 저택을 갖고 있는 베니오프는 일상 대화와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도 이 단어와 다른 하와이 말들을 자주 사용한다.

오늘날 베니오프는 매주 세일즈포스 전 직원이 참가하는 행사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회사는 1년 전 코로나가 터졌을 때부터 이 모임을 시작했다. 세일즈포스 타워는 여전히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베니오프와 그의 최고사업책임자인 라이언 에이테이 Ryan Aytay는 가장 화려하고 전망이 좋은 세일즈포스의 새 둥지에서 수천 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대규모 라이브 줌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세일즈포스 타워는 마침내 지난 5월 예방 접종을 한 직원들에게 다시 문을 열었다).

필자는 이 전원 참석 회의를 지켜볼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 회의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전 안내를 받지 못했다. 당연히 그날 당면 주제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그리고 베니오프의 평소 이미지대로, 깜짝 유명인 손님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런던 브리드 London Bread가 직접 등장한 것이다.

뉴욕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시장인 브리드(베니오프는 그녀의 선거캠페인을 전폭 지원했다)는 이 CEO가 직원들에게 어려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돕기 위해 참석했다. 이 주제는 바로 최근 퇴사한 세일즈포스 직원 몇 명이 “회사 문화가 여성들을 악의적으로 차별한다”고 비판한 주장에 관한 것이다.  

베니오프는 사회적 의식을 가진 행동주의 CEO로서 자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그는 많은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들에 차별적이라고 여기는 법안을 인디애나 주가 통과시킨 후,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회사 행사를 취소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펼쳐왔다. 노숙자들에게 주택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손에 살해된 작년 봄, 그 정도의 사회적 감수성으로는 부족했다. 이어진 사회적 불안은 경찰의 잔혹성과 더불어 인종·민족·성 평등을 위한 투쟁에서 기업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갑자기 실리콘밸리의 가장 진보적인 최고경영자들조차 많은 직원들로부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단지 직원들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세일즈포스의 흑인 여성 임원 중 두 명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평소 고상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세일즈포스도 나머지 기업들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이들은 각각 세일즈포스의 조직문화에 불만을 제기한 사직서를 공개했다. 디자인 리서치 수석 매니저였던 신시아 페리 Cynthia Perry는 링크트인에 올린 공개 항의서에서 자신이 “길들여지고 조정과 괴롭힘을 당하고, 무시 받고 대부분 지지를 받지 못했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해자의 이름은 공개 글에서 삭제했다. 페리는 “세일즈포스는 기회의 장소가 아니다. 한마디로 모두에게 평등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내부 성찰을 통한 성장세일즈포스 재단 이사장 에보니 벡위드(왼쪽)는 세일즈포스가 현재 인종 문제에 있어 자체적인 “맹점”을 안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CEO 스튜어트 버터필드(오른쪽)가 이끄는 슬랙-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성찰을 통한 성장세일즈포스 재단 이사장 에보니 벡위드(왼쪽)는 세일즈포스가 현재 인종 문제에 있어 자체적인 “맹점”을 안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CEO 스튜어트 버터필드(오른쪽)가 이끄는 슬랙-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포춘US, 포춘코리아

회사의 디자인 리서치 및 혁신 매니저였던 비비안 카스티요 Vivianne Castillo도 몇 주 후 발표한 서한에서 페리가 했던 주장 중 몇 가지를 되풀이했다. 그녀는 또한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세일즈포스의 다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무급으로 추가업무를 해야 한다고 느꼈던 구체적인 사례를 추가했다. 아울러 베니오프가 내세운 조직문화와 하와이어의 ‘도용’이 실질적인 행동이 결여된 공약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베니오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제기된 비판을 논의하기 위해, 즉시 모든 직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그는 브레드 시장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다른 많은 기업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인종과 성별에 대해 맹점을 갖고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다.

베니오프는 그녀에게 “코칭을 좀 해 달라. 흑인의 여성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브레드 시장은 워크숍 및 편견 개선 교육과 같은 몇 가지 증명된 방안을 제시했다. 그 다음에는 좀 더 심오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사람으로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다.”

세일즈포스 재단 이사장이자 회사의 최고자선책임자인 에보니 벡위드 Ebony Beckwith는 비록 줌 화상회의로 등장했지만, 이날 행사의 또 다른 ‘게스트’ 연사였다(그녀 또한 흑인이다). 벡위드는 회사 회의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크가 ‘도대체 왜 지금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거지?’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베니오프에게 “우리는 인생의 한 과정에 있기 때문에, 현재 미국 재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괜찮다. 과거에는 금기시되던 주제가 지금은 모든 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또한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을 부각시켰다”라고 답했다. 

벡위드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페리와 카스티요의 주장이 불거진 이후 직원들에게 미묘한 차별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교육같은 여러 조치를 취했다. 그녀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전에는 아무도 이런 주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며 “나 또한 흑인 여성으로서 미묘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꼈을 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베니오프의 경우, 그는 필자에게 “그 경험을 기회로 본다”고 밝혔다. 그가 회사 문화를 개선하고, 다른 기업들에 모범이 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는 설명이다. 페리와 카스티요의 주장이 불거진 이후, 사실 이 CEO는 직속 팀에 사내 평등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업데이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베니오프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기꺼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기성찰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강화됐다. 올해 56세인 베니오프는 인생의 다음 단계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 봄 자신의 뒤뜰 테라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인생을 4단계로 보는데, 이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베니오프가 세일즈포스에서 물러난 미래에 언젠가 공직에 출마할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이 CEO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고 부인한다. “나는 훨씬 더 창의적인 사람이다. 정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명상이나 대화에서 한 번도 떠오른 적이 없다.”

지금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도전과제는 기후변화다. 그는 뒤에 보이는 샌프란시스코만을 가리키며 “바다의 가장 큰 문제는 산성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다음 통계를 들어 인간이 1차 산업혁명 이후 배출한 탄소 양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3조 그루의 나무를 벌채했는지 그리고 그 밖의 우울한 사실들을 열거했다.

이것은 베니오프가 이른바 인생의 4단계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도전과제의 규모다. 그는 또한 다른 기업 지도자들의 가이드가 되고 싶어 젊은 사업가들의 멘토 노릇을 하고 있다. 베니오프는 “CEO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내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니오프의 모든 선행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부 유명인들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음악가 윌. 아이. 엠은 “가끔 마크가 내게 문자를 보내곤 하는데, 우리 둘을 연결해주는 실마리에는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와 크리스 록이 있다”며 “나와 래퍼 LL 쿨 제이, 가수 윌리 넬슨과 넬슨의 아들 사이에도 서로를 연결해주는 실마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다른 세계들의 아름다운 융합이다. 마크는 이런 세계들의 연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무대 위의 삶을 사는 CEO에게 스타들과의 이런 인간관계는 잘 맞는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베니오프는 회사의 엄청난 성장을 언급하며 “백만 년 동안 여기가 우리가 있을 곳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다소 과장되게 말했다. 인상적인 표현이었다. 그는 언론의 헤드라인을 고려할 줄 안다. 하지만 어쩐지 필자는 그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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