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인 이 석유 대기업은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최종 수용하라는 강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회사는 원유가격이 상승하며 전통적인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발적인 언어 구사에 있어서 엑손 모빌의 CEO 대런 우즈 Darren Woods는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나 NFL 댈러스 카우보이의 스타 출신 디언 ‘프라임 타임’ 샌더스와 정확히 비슷하지는 않다. 적어도 대중들 앞에서는 내성적인 이 석유 대기업 경영자는 전형적으로 모노톤에 가까운 저음에 가벼운 텍사스의 느린 말투를 섞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신중한 담백함을 보여주기 위해 단어를 매우 조심스럽게 선택해 사용한다. 이처럼 절제된 프레젠테이션 방식은 우즈가 엑손 모빌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4월 말 그대로 재연됐다. 그럼에도 그는 엑손의 발표 뒤에서 의기양양함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어쩌면 저항의 조짐까지 나타냈을지 모른다.
그는 월가 애널리스트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코로나 대유행과 이로 인한 봉쇄, 원유 소비의 급감 등 지난 1년간 이어진 혼란이 이 에너지 대기업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데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엑손이 올 들어 첫 3개월간, 유가와 가스 가격의 반등에 힘입어 27억 달러의 이익을 올린 사실은 회사 전략이 옳았다는 증거라고 제시했다.
우즈는 “우리는 경제가 회복하고, 인구와 생활 수준이 계속 성장해 궁극적으로 제품과 산업 회복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과 재투자를 위한 회사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전망이 개선된 더욱 강력한 회사로 거듭났다.” 그의 말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잘 봤냐, 이 나쁜 놈들아.” 한때 강력했던 엑손이 잇따라 고통스러운 수모를 겪었던 1년 후, 강력한 분기실적은 우즈와 그의 회사 모두에 절실히 필요한 승리였다. 유가 폭락으로 2020년 엑손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30억 달러나 감소했고, 올해 이 에너지 거인의 포춘 500대 기업 순위도 3위에서 10위로 추락했다.
20년 넘게 분기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던 회사는 지난해 224억 달러의 기록적인 손실을 입었다. 그 결과,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단연 최대 손실을 기록한 장본인이 됐다. 작년 8월 엑손은 30개 기업의 일원으로 92년간 지켜왔던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에서 제외됐다. 그 자리는 소프트웨어 대기업 세일즈포스가 대체했다. 더욱 뼈아픈 점은 엑손의 오랜 라이벌인 셰브런(올해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순위에서 12계단 내린 27위를 차지했다)은 다우 지수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 엑손에게는 분명한 상처였다.
지난 4월까지 무디스와 S&P 글로벌 모두 엑손의 부채를 이유로 불과 1년여 만에 2번째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압박의 가중과 엑손 역사상 가장 높은 부채 수준이 그 이유였다. 막대한 부채는 회사가 석유 및 가스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단행한 투자의 결과였다. 회사의 자본 대비 순부채 비율은 최근 5년 사이 16.5%에서 27.8%까지 치솟았고, 총부채 부담은 지난해에만 210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이런 좌절로 인해 엑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재운이 수년간 기울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엑손은 오랫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마도 석유 대기업 가운데 가장 탄탄한 사업자로 명성을 누려 왔으며, 그래서 풍부한 현금을 앞세워 경기 침체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는 그 결실을 누렸다. 회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엑손은 믿을 수 있는 석유 주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주가가 32%나 떨어졌다. 반면 셰브런 주가는 6% 상승했고, S&P 500지수는 102% 급등했다. 엑손은 같은 기간 동안 경쟁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16% 하락)과 셸(21% 하락)에도 뒤졌다.
‘엑손과 셰브런이 합병 예비 논의를 했다’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지난 1월 보도는 향후 회사의 방향에 대해 더욱 의문을 자아냈다(엑손은
보도 내용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이 모든 소동의 기저에는 ‘앞으로 수십 년간 석유와 가스가 경제 성장의 중심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엑손의 오랜 세계관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전환 시대에서 재무적으로 불확실하고, 매우 위험한 상황에까지 처했다는 의심이 깔려있다. BP와 셸, 프랑스의 토탈 같은 동종 기업들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이고, 풍력과 태양열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엑손은 핵심 석유와 가스 사업 이외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미뤄왔다.
엑손의 약점을 감지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엔진 넘버원 Engine No.1이라는 신생 투자회사를 주축으로 회사의 미흡한 대체 에너지 전략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결권 전쟁을 시작했다. 그들은 회사 이사회를 엑손이 오랫동안 지체해 온 발전을 이끌 수 있는 4명의 신임 이사진으로 재편하려고 한다. 이에 대응해 우즈는 일련의 개혁 방안들-특히 엑손의 저탄소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의 출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수의 회의론자들은 이런 방안들이 주의를 돌리려는 절반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호 기사를 마감할 즈음, 양측은 5월 말 엑손의 연례 주총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즈는 엑손 내부 문제도 직면해 있다. 회사가 전체 직원의 15%(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약 1만 4,000명)를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CEO 4년 차에 접어들며 모든 직급 및 부서의 전 현직 직원 등 회사의 많은 사람들에게 분열적인 리더로 비치고 있다. 그는 일부 직원들로부터 전임 CEO들이 가졌던 저항심과 패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은 그가 더 이상 비전을 갖고 변화를 이끌 인물이 아니라고지적한다.
우즈는 회사 전략이 고유가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배럴 당 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밀고 나
가라’는 고전적인 회사 전략의 성공에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 10월 말 37달러에서 5월 말 현재 68달러까지 급등한 원유가 상승할수록 이 전략이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리고 135년 역사의 그 어느 시기보다 회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지금, 다음과 같은 더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가 진짜 변화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가?’
우즈는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보였다. 그는 4월 초 포춘과의 전화통화에서 격랑의 지난 한 해를 반추했다. 우즈는 고통스러웠던 2020년이 엑손에 있어 “대유행과 경제상황 그리고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겹친 전환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경영진이 2019년 가을에 조직 개편 계획을 막 마쳤는데, 코로나 19의 여파가 조직 전체를 더 빨리 움직이게 했다고 설명한다. “ 대유행은 우리의 노력을 정말 가속화 했고 그 긴급성을 더 잘 이해하게 해줬다.”
우즈가 2017년 1월 1일 렉스 틸러슨 Rex Tillerson의 뒤를 이어 회장 겸 CEO로 취임했을 때, 엑손은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
다. 실제로 우즈가 경영권을 맡은 첫 1년간 회사는 197억 달러의 막대한 이익을 올렸고, 전통적으로 회사가 좋아했던 지표인 ‘자본이익률’이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9%에 달했다.
그러나 틸러슨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몇 년 전부터 부채는 급증했다. 그리고 회사 안팎에서 틸러슨이 우즈에게 뒤처리를 해야 할 엉망인 재무상태를 넘겨주고 갔다는 사실이 곧 분명해졌다. 틸러슨의 실수 중 하나는 셰일 가스 붐이 절정이던 지난 2010년, 텍사스 셰일 기업 XTO를 35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점이다.
우즈는 성장에 시동을 다시 걸기 위해 엑손 고유의 방식을 택했다. 그는 유가가 오르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조직 개편 계획으로 인해, 회사는 2025년까지 매년 300억~350억 달러의 운영비를 늘려야 했다. 이 계획은 텍사스의 퍼미안 분지에서 가이아나, 모잠비크에 이르기까지 특히 유망한 대규모의 ‘빅 5’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다른 자산들을 매각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었다. 우즈는 이 계획이 2025년까지 하루 500만 배럴까지 석유 생산량을 증가시켜 이익을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그 예상을 바꿔 놓았다. 국제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석유수요는 2019년보다 하루 880만 배럴
이나 감소했고, 가격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2020년 4월 배럴 당 가격은 심지어 마이너스 38달러까지 잠시 하락하기도 했다). 우즈는 즉시 자본 지출을 30% 줄였고 “2023년까지 6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엑손의 배당금은 손을 대지 않은 비용 중 하나였다. 대규모 손실의 여파로 2020년 배당금을 줄인 BP와 셸과 달리 엑손은 심지어 차입까지 하면서 지급액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리고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우즈는 이런 도전 속에서 회사를 이끌며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기반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의 전임 CEO 두 명은 범접하기 어려운 리더들이었다. 리 레이먼드 Lee Raymond는 에너지가 넘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1999년 엑손과 모빌의 합병을 이끌며 J.D.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에서 분사한 두 기업을 재결합시켰다. 그리고 2005년까지 합병 회사를 이끌었다.
그리고 틸러슨은 나름대로 대담하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였다. 반면에 우즈는 좀 더 내성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텍사스 A&M에서 공
학을 전공한 후 엑손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체계가 엄격한 보수적인 회사 문화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가 CEO직을 맡았을 때, 날카롭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일부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데 실패했고, 또 다른 직원들에게는 반감을 일으켰다.
전현직 직원들은 우즈가 CEO에 오르기 약 1년 전 대참사로 끝난 타운홀 미팅을 예로 든다. 우즈는 경쟁력과 성과를 엄격히 따져 직원 순위를 매기는 회사 제도를 갑자기 옹호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제도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이날 모임을 본 직원들에 따르면 그는 또한 울고 있는 여직원을 해고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그리고 그녀가 1년 후에 복직해 새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해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 회의의 전반적인 효과는 우즈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오만하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었다. 한 전직 고위 경영진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그의 출현 자체가 ‘웃지 못할 불상사’로 간주됐고, 회사 내부에서도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엑손의 대변인은 타운홀 미팅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런이 계속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울러 회사를 이끌며 타운홀 미팅에 참여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고 말했다.
엔진 넘버원은 공개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지체하지 않았다. 작년 12월 7일 새롭게 설립된 이 행동주의 투자회사는 공개시장에서
2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한 후 엑손을 겨냥한 첫 캠페인에 돌입했다. 이 펀드는 성명서에서 ‘석유·가스 역사상 엑손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엑손이 현재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산업과 세계가 변화하고 있고, 회사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헤지펀드 베테랑이자 파트너 펀드 매니지먼트 및 앤도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 제임스 Chris James가 만들었다. 미국 최대 연기금 중 일부가 엑손 캠페인을 지원했다. 이 펀드는 엑손 이사회에 에너지 산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진 멤버들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에 새로 합류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4명의 후보를 뽑았다. 한 후보자는 미국의 석유 및 가스 회사인 앤데버 Andeavor의 전 CEO이며 또다른 후보자는 핀란드 에너지 회사가 재생 가능 연료로 전환하는 혁신을 주도했다.
누군가는 엔진 넘버원 캠페인이 기후변화에 대해 엑손이 오랫동안 벌여온 저항의 역사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도전으로 볼지도 모른다.
레이먼드 전 CEO는 여러 차례 기후변화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틸러슨 밑에서 엑손은 기후변화가 실재하는 위험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은 보고서에서 ‘엑손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배후에서 엉터리 연구에 계속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엑손은 이 보고서가 기후변화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속한 업계 단체들을 “부정확한 근거를 들어 기후변화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반박했다.
엑손이 남긴 기록의 긴 그림자는 유명하면서도 법적으로 얽혀 있다. 컬럼비아대학 기후변화법 사빈센터 설립자인 마이클 제러드 Michael Gerrard는 “회사가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방 정부와 주정부로부터 20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엑손이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 관련 소송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상위 피고 기업이 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소송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뉴욕 주 검찰총장은 지난 2019년 회사가 기후변화로 인해 직면할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는 혐의로 엑손을 제소했다. 하지만 회사가 결국 승소했다.
우즈는 기후변화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접근법을 밝혔다. 그는 2015년 파리 협약에 대해 자주 언급했고, 오랜 비판가들조차 때
로 거슬리게 느낄 정도로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에서 오랜 시간을 이 문제에 할애했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에서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의 책임 캠페인을 총괄하는 캐시 멀베이 Kathy Mulvey는 “엑손의 한 연례 주총에서 우즈가 처음 20분간 환경에 대해서만 얘기했다”며 “당신이 갑자기 우주에서 행사장으로 떨어진 외계인이었다면 엑손이 기후변화 해결에 집중하는 회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비판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친절하고 온화한 그의 언사가 엑손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탄소 배출 감소가 파리 협약을 준수한다는 회사주장을 생각해보면 된다. 엑손의 목표-2025년까지 원유 생산의 탄소 집약도를 15%에서 20%로, 메탄 강도는 40%에서 50%로 줄인다-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벌이는 프로젝트의 탄소 배출에만 해당한다(엑손은 사업보고서에서 유정의 약 13%가 폐쇄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그 목표들은 엑손의 자체 배출 혹은 이런 프로젝트들에 사용되는 에너지-운영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혹은 ‘Scope 1’과 ‘Scope 2’
로 알려졌다-까지만 적용된다. 반면 BP와 셸은 석유 및 가스 관련 탄소 배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Scope 3’의 감소를 목표에 포함했다. Scope 3는 화석 연료를 연소해 자동차와 비행기의 동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엑손은 자신들이 Scope 1과 Scope 2의 배출량을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그 두 가지의 보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매우 투명하게 보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Scope3의 배출량 데이터는 일관성이 떨어지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Scope 1은 회사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설비자산의 탄소 배출, Scope 2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에너지 발전 과정상의 탄소 배출, Scope 3는 제품의 최종 사용 등 밸류체인 활동에 따른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우즈는 경쟁업체들의 보다 야심 찬 목표들을 무시해 왔다. 그는 2020년 3월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이런 동종업체들의 목표를 보기만 좋은 ‘미인 대회’라고 치부하며 “덜 효과적인 사업자들에게 석유와 가스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사실은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대신, 우즈는 이 문제를 좀 더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회사의 기후변화에 대한 접근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엑손 대변인은 “2000년 이후 회사는 저배출 기술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해소하고 해결책에 동참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전직 직원은 안타깝다는 듯 “엑손 내부의 진정한 태도는 소비자들이 회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사 제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돼지를 전혀 꾸미지 않는다. 돼지한테 립스틱도 바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모두 베이컨을 좋아하니까 입 다물어’라고 무시할 뿐이다.” 물론, 엑손의 유럽 경쟁업체들의 기후 친화적인 정책조차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기에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에너지기구는 5월 말 발표한 획기적인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석유와 가스전에 신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요 석유 및 가스 회사들 중 그 어느 곳도 하지 않았던 공약이다.
정확히 석유 및 가스 대기업이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한 엑손은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우즈는 지난 2
월 1일 회사가 개발해온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저탄소 솔루션이라는 신생사업의 출범을 발표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탄소 포집 및 저장(CSS)-화석연료를 연소하거나 추출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가둬 대기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과정이다-부터 시작할 것이다. 우즈는 엑손이 오는 2025년까지 저탄소 솔루션에 3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진 넘버원은 이 회사가 투자자들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즈는 그 시기가 아주 적절했다고 말한다. 그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중요하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며, 회사가 수년 동안 CCS 기술을 연구해 왔다고 강조한다. 우즈의 목표는 단순히 배출량을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사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의 탄소 중립 공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배출량을 상쇄할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치적 바람에도 변화가 있었다.
우즈는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었고, 그들이 강조하는 정책이 그 과정에 박차를 가했다. 정말로 우리가 기술과 탄소 포획을 위해 해왔던
그 일을 완전히 사업화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신생사업은 이미 공개한 것 이상의 어떤 프로젝트도 발표하지 않았다. 또한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은 무엇보다 2009년 이후 엑손 모빌이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탄소세 같은 새로운 인센티브가 없으면 현재 미국에서 대규모 CCS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엑손도 여기에 동의한다. 2018년부터 내부적으로 엑손의 CCS 신생사업을 맡아 저탄소 솔루션을 이끌고 있는 가이 파월 Guy Powell은 CCS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대해 “미국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인센티브와 규제 및 법적 구조를 도입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본다. 회사는 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다른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다.”
엑손은 자신들이 CCS 분야에서 전 세계 선두라고 주장하는 반면, 비판가들은 그 전문지식에는 다음과 같은 함정이 있다고 강조한다. 즉, 회사 방식이 이른바 ‘원유 회수 증진(enhanced oil recover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방법은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명시적 목적을 위해 장기간 탄소를 격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석유를 뽑아내기 위해 땅속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파월은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CCS노력의 대부분은 석유 추출을 위한 것이며, 수십 년간 석유와 가스업계가 사용해 온 이 기술
은 장기적인 격리보다는 ‘기술 및 운영의 다른 응용 방식’을 요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최종 결과는 같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른 과정이지만 어쨌든 이산화탄소가 안전하게 땅 속에 머물며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
일부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엑손 신생사업의 가치에 대해 공공연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엑손을 담당하는 시티의 알래스테어 시메 Alastair Syme 전무는 “하나의 개념 이상이지만 자본의 대규모 이동이라기 보다는 방향에 그치고 있다”며 “나는 그것을 로비 활동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엔진 넘버원이 공개적으로 엑손과의 의결권 전쟁을 선언한 후 몇 달간, 이 펀드와 에너지 대기업의 대결 양상은 꾸준히 고조돼왔다. 엔진 넘버원의 신임 이사진 임명 제안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엑손은 연초 이후 3명의 이사진을 새로 선임했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의 전 CEO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소재 헤지펀드 밸류액트 캐피털의 설립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제프리 유벤 Jeffrey Ubben 등이다.
그러나 엔진 넘버원의 캠페인은 계속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이 펀드는 1조 달러 이상을 굴리는 영국 자산운용사 리걸 앤드 제너럴 Legal &General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연기금 중 세 곳-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 뉴욕주 공동 퇴직기금-으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았다. 아울러 미국 내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기관투자자 서비스와 글래스 루이스 Glass Lewis를 포함한 4곳의 주요 의결권 대행업체들이 엔진 넘버원이 제안한 이사진의 일부를 지지하고 있다.
글래스 루이스는 보고서에서 “엑손이 주요 석유 기업들 사이에서 전략을 발전시키고 역사적으로 지도적인 위치를 고수해 왔다고 주장하
지만, 우리 조사는 회사 경쟁력과 재무 수익이 훼손된 사실을 발견했다. 실적 감소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엑손이 밝힌 전략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주총 전날 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엔진 넘버원의 이사 후보 4명 중 3명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오며 이 펀드의 캠페인은 또 한 번 승리를 거뒀다. 투표의 최종 승리 여부는 다른 거대 기관인 뱅가드와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지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우즈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다. 이 CE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해, 엑손 현 이사회의 전문지식을 적극 옹호하며 회사가 주주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받는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엔진 넘버원은 엑손이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한다. 엔진 넘버원에서 엑손 의결권 싸움을 총괄하는 찰리 페너 Charlie Penner는 “엑손이 캠페인 전 당당하게 내놓은 대답은 아무 것도 없었다”며 “하지만 일단 이사회 의석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논쟁을 벌이기보다 일단 ‘에너지 전환’이라는 옷으로 급하게 갈아입고 피하는데 급급했다”고 지적한다.
캠페인으로 엑손 이사진을 전혀 교체하지 못하더라도, 회사를 정말로 바꿀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 사람들은 이번 대결이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엑손은 무방비 상태’라는 경고를 보낸 계기가 됐다
고 분석한다. 다른 사람들은 특히 유가와 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이 과정에서 엑손 주식 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 석유 대기업이 평소처럼 사업을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5월 말 기준으로 엑손 주가는 연초 대비 41%나 상승했다.
우즈는 직원들이 회사 미래에 대해, 그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고 묻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내부에서 제기하는 질문들은 외부
질문들과 매우 일치한다”며 “탄소를 덜 소비하는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와 열망을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나며 그 요구가 어떻게 실현되는가?’ 아울러 ‘그것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한 ‘이런 전환을 통해 회사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설명한다. 그는 안심을 시키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이 문제에서 우리가 할 일은 진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역사적으로 해온 일이다.” 더 이상 그를 몰아붙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