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Korea]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 조짐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연내 금리 인상 시그널을 다시 한번 시장에 보냈다.
1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하반기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전보다 강도 높은 표현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전개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그리고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충격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진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면서비스업의 회복이 여전히 더디고 취약계층의 고용 사정이 아직 어렵지만,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며 소비도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인상 여건이 서서히 갖춰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한은의 움직임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조짐도 날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다. 다만 시점이 문제일 뿐이다. 재닛 옐런 장관은 지난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참석 중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 환경을 갖게 된다고 해도 이는 사회적 관점과 미연방준비제도(연준)의 관점에서 보면 보탬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헝가리가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비라그 버르너바시 헝가리 중앙은행 부총재는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면서 이달 하순 긴축 사이클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헝가리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팬데믹 이후 긴축 사이클을 시작하는 첫 사례가 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시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인상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감소해 자본이 유출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