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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GS 유통사업 부흥기…전면 리뉴얼 or 계열사 합병?

  • 기사입력 2021.05.26 15:09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J와 GS그룹이 장구한 유통사업 개편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CJ는 지난 2018년 CJ E&M과 CJ오쇼핑 합병이라는 큰 산을 넘어 최근 산하 유통 브랜드들을 CJ온스타일로 통합했고, GS는 과거 각자도생 분위기에서 벗어나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Fortune Korea] CJ와 GS의 유통사업 부문은 꽤 각별한 사이다. 둘 다 TV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그 과정에서 경쟁관계가 형성돼 엎치락 뒤치락하며 국내 TV홈쇼핑시장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런저런 교류가 많아 구성원들 간에도 친밀도가 높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둘은 위기도 비슷하게 맞았다. 두 그룹 모두 TV홈쇼핑 사양화에 유통사업부의 근간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로 찾기에 나섰다. CJ와 GS는 각자의 방법으로 사이좋게 일어설 수 있을까?

◆ TV홈쇼핑의 사양화

TV홈쇼핑 사양화는 TV 시청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TV 시청인구와 시청시간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 보고서의 ‘연령별 일상생활 필수 매체 인식 변화’ 항목에서 TV를 필수 매체라 생각하는 10대와 20대, 30대 비중은 각각 0.6%, 4.8%, 8.0%로 모두 10%를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돼 TV홈쇼핑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60대 60.9%, 70세 이상 89.3%에 비해 절벽에 가까운 내리막이다.

TV 시청시간 하락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TV 시청시간은 2013년 3시간 14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19년 2시간 42분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2013년 대비 32분 감소한 것으로 비율로 치면 16% 하락한 셈이다. 과거와 달리 주방에 TV를 설치한 가구가 늘고, TV를 보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TV를 켜놓는 인구가 많아진 데 따른 연착륙으로 해석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 시청시간도 조금 늘어 2시간 51분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9분(5.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OTT 이용률이 66.3%로 전년 52.0%보다 14.3% 상승했다거나,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1시간 55분으로 전년 1시간 39분보다 16분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폭이다. 어느 모로 보나 하락세가 뚜렷하다.

◆ CJ·GS 마이웨이

2014년 TV 시청시간이 최초로 줄고, 이에 홈쇼핑업체들의 TV채널 취급고 역시 사상 최초로 역성장하면서 CJ와 GS 유통사업 역시 위기감이 고조됐다. CJ는 유통사업이 TV홈쇼핑에 몰려있다는 측면에서, GS는 TV홈쇼핑과 함께 유통사업 양대 축을 이루는 편의점 채널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의식이 커졌다. 2013년부터 제기된 국내 편의점시장 포화 주장에 더해 신세계가 동 부문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 배경이었다.

CJ와 GS는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그룹 결속력이 강한 CJ는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고,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GS는 홈쇼핑·편의점 사업부 각각이 자체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다만 해외진출에선 CJ와 GS 모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CJ의 계열사 협업 방식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마케팅 채널 확장 전략이었다. 케이블 방송업계 1위 사업자인 CJ E&M(2018년 CJ오쇼핑과 합병해 CJ ENM이 됐다)과 그 채널을 전국으로 송출하는 CJ헬로비전(현재 LG헬로비전)을 통해 먼저 상품을 노출한 후 CJ오쇼핑 본채널에서 판매하는 식이었다. CJ제일제당이나 CJ푸드빌, CJ올리브영, CJ대한통운 등 계열사를 통해서도 PB상품 제조나 물류 영역 시너지를 끌어올렸다.

GS는 TV홈쇼핑 채널에서는 ‘모바일 퍼스트’를 모토로 한 e커머스 강화 전략을, 편의점 채널에서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택했다. GS홈쇼핑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발로 시작된 온라인 출혈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응전했고, GS리테일은 고마진 상품 개발 및 판매 확대를 위해 골몰했다. 10만 원대 안팎의 알뜰폰과 위스키, 와인 등 고급 주류가 매대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500~2,000원대 삼각김밥으로 대표됐던 간편식사류는 3,500원 이상의 도시락으로 확장됐다. 시장포화로 양적성장이 어렵게 되자 개별 점포 수익성 개선을 통해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도였다.

◆ 연착륙에만 성공

이들 노력은 연착륙에 기여했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CJ는 계열사 협업 방식을 통해 PB상품 제작과 노출에 많은 공을 들였으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시장 평가를 받았다.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PB상품 특성상 시장 환경이 나빠지면 오히려 영업이익률을 갉아먹는 일도 생겨났다. CJ는 PB상품 재고 해소와 소비자 접점 강화를 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GS는 TV홈쇼핑과 편의점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GS리테일이 질과 양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든 데 비해 GS홈쇼핑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2014년부터 e커머스 출혈경쟁 한복판에 섰지만, 프로모션 위주 전략 탓에 특별히 남는 게 없었다. ‘앱 월간 이용자 수에서 옥션을 이겨봤다’ 정도의 훈장만 남았다. 프로모션 외 경쟁력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리한 소비자들은 프로모션 열매만 취하고 이벤트가 끝나면 미련 없이 GS홈쇼핑 앱을 떠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 시기 CJ와 GS 홈쇼핑 쪽 이슈가 많이 부각됐지만 눈에 띌만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신규 사업 진출이나 관련 M&A도 꽤 많이 고려됐던 걸로 아는데, 비슷한 시기 해외진출 쪽으로 관심이 넘어가면서 흐지부지됐어요. 그렇다고 해외사업이 잘된 것도 아니었고요. (TV홈쇼핑) 성장이 정체됐다 뿐인지 주머니에 돈은 계속 쌓이니까 급할 게 없었죠. GS 편의점 사업에서도 의외로 양적성장이 착실히 나오면서 시장포화에 대한 공포를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

◆ 전열 가다듬은 GS

2016년 이후 GS는 막연한 프로모션 출혈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전열을 가다듬었다. GS는 이 기간 경쟁업체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두 가지 전략을 새로 짰다. CJ식의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제고와 쿠팡과 같은 물류 혁신이었다.

GS그룹은 다른 그룹사들과 달리 각 계열사 독립성이 매우 강한 조직이다. 지주사와 계열사 간 인적교류는 종종 있지만 계열사 간 이동은 매우 드물 정도이다. 2015년 인터넷 전문은행 지원 때에도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해 보는 이들을 의아케 했다.

하지만 2017년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핵심 사업 영역에서 협업에 나서면서 그간의 분위기를 반전했다. GS25 편의점에서 GS홈쇼핑 상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픽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첫발을 뗐다.

GS리테일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배송 고도화는 e커머스 업체들의 태생적 한계인 ‘즉시성’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GS리테일은 오프라인 업체, 그것도 가장 즉시성이 뛰어난 편의점을 주력 채널로 하는 업체임에도 배송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4~7시간 만에 배송이 완료되는 당일택배, 택배기사 위치와 정보를 알 수 있는 라이브배송 등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범 론칭했다.

◆ CJ ENM 공식 출범

CJ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2018년 7월 유통사업부인 CJ오쇼핑과 콘텐츠사업부인 CJ E&M을 합병한 CJ ENM을 공식 출범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커머스 기업과 콘텐츠 기업 간 결합이라는 유래 없는 합병에 시장 관계자들은 의문부호를 달았다. CJ는 시장 관계자들의 의문을 해소시켜주고자 마련한 합병전략설명회에서 그동안의 협업전략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당시 설명회에서 CJ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몇 년간 CJ오쇼핑과 CJ E&M이 콘텐츠 커머스 융합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시도했으나 생각만큼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중복 투자되는 부분도 많았고요. 커머스와 콘텐츠를 결합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조직 통합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CJ ENM 출범 이후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뒀을까? 업계 및 시장에선 부정적인 답변이 주류를 이룬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처음 합병 논의가 나왔을 때 등장했던 ‘CJ오쇼핑이 쌓아놓은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CJ E&M 콘텐츠 제작에 쓰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상당히 들어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유통사업 부문에선 딱히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홈쇼핑 계열사를 운영하는 다른 그룹사들도 다 비슷한 실정으로 홈쇼핑 쪽 자금을 가지고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CJ는 합병을 통해 좀 더 쉬운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CJ-네이버 동맹 결성

2020년 10월, CJ는 네이버와 6,000억 원 규모 지분 교환을 통한 ‘CJ-네이버 동맹 결성’을 전격 발표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CJ그룹 지분 교환 대상은 CJ ENM과 CJ대한통운, 스튜디오드래곤으로 콘텐츠와 유통에 방점이 찍힌 거래였다.

CJ-네이버 동맹은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웹툰 등의 풍부한 네이버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 콘텐츠가 CJ의 방송 콘텐츠 제작 기술을 만나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국내 톱티어 e커머스 사업자이지만 배송 부문에서 상대적 열세를 지닌 네이버가 CJ의 물류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CJ 유통사업부는 네이버 e커머스 플랫폼과 어떻게 연계될 것이며 어떤 효용을 얻을 수 있는가 등이었다.

CJ-네이버 동맹 결성 5개월 만인 올해 3월에는 네이버가 또 다시 지분 맞교환 형식으로 신세계와 동맹을 맺어 CJ-네이버-신세계 ‘3각 동맹’이 완성됐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의 합류는 CJ 유통사업부에 엄청난 호재로 평가받았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CJ 유통사업 부문의 가장 큰 약점은 오프라인의 부재입니다. 롯데 e커머스 사업이 나쁘다 나쁘다 하면서도 그래도 눈을 뗄 수 없고 역전 드라마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전국에 깔린 오프라인 점포망 때문이에요. 미래유통은 물류와 플랫폼을 넘어 결국엔 e커머스와 오프라인이 융합한 형태로 갈 거거든요. CJ는 CJ대한통운이라는 강력한 계열사가 있어서 안정적인 물류는 가능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온·오프 상의 획기적인 전략 구축엔 한계가 있죠. CJ-네이버 동맹에 신세계가 합류하면서 이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GS25 편의점에서 택배 접수를 받고 있다. GS리테일은 2017년부터 배송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러 실험적 성격의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GS25 편의점에서 택배 접수를 받고 있다. GS리테일은 2017년부터 배송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러 실험적 성격의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 GS리테일 X GS홈쇼핑

CJ-네이버 동맹 결성 발표 바로 다음 달인 2020년 11월, GS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 발표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GS는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을 책임지는 두 계열사의 합병으로 자산 9조 원에 연간 취급고 15조 원, 하루 거래액 600만 건에 이르는 ‘초대형 하이브리드 유통기업’ 탄생을 예고했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으로 합병법인 이름은 GS리테일을 사용하기로 했다.

GS는 합병법인 출범에 앞서 지난 4월 통합 e커머스 플랫폼 ‘마켓포(Market For)’를 론칭하고 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마켓포는 GS리테일이 GS25강남동원점 등을 통해 선보인 식품, 세탁, 청소 등 생활 밀착 서비스 제공이 핵심이다. 4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으나 앞서 설명한 특징적인 서비스는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다. 정식 출시는 합병 법인 출범과 같은 7월이다.

합병법인 출범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꽤 유보적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GS에서 차별점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이 합병법인은 돈(GS홈쇼핑의 사내 유보금)이 있는 기업이라는 것과 △편의점과 슈퍼 베이스가 있어 식품에 특화됐다는 점 △주류나 담배같이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품들도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팔 수 있다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해요. 쿠팡이나 네이버가 이미 다 자리 잡은 상태에서 너무 늦게 들어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많습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말한다. “GS가 ‘쿠팡이나 네이버를 이겨보겠다’라는 생각으로 합병을 추진한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이 합병이 무용한 건 아니에요. 합병 자체에만 집중하면 효용이 높습니다. GS홈쇼핑이 혼자 e커머스를 헤쳐나가겠다는 건 사실 희망이 없었는데 합병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됐고요, 또 GS리테일도 합병을 안 하면 e커머스 쪽 IT 인프라 구축에 계속 돈이 나갔을 텐데 이 부분을 세이브하게 됐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물류 역량이 비약적으로 커진다는 점입니다.”

◆ 통합 물류망이 핵심

GS리테일이 201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오던 물류 실험은 이번 합병을 통해 활짝 꽃을 피울 전망이다. GS리테일은 현재 연면적 40만㎡가 넘는 규모의 전국 60여 개 물류센터망과 3,300여 대 배송차량, 2,200여 명의 배송인력을 보유 중이다. GS는 지난 4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앞으로 5년간 여섯 곳에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물류·신사업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전국 소비자들이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말한다. “통합 물류망 구축이 핵심입니다. GS홈쇼핑 밴더업체(혹은 마켓포 입점업체)들한테 쿠팡 식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거예요. 주문이 들어와서 판매자가 중앙물류센터에 상품을 보내고, 중앙물류센터는 또다시 지역 터미널에, 지역 터미널은 다시 고객에게 보내는 동선 중 앞부분을 생략하겠다는 거거든요. 물류시간 자체도 엄청나게 단축될뿐더러 판매자는 중앙물류센터에 보내는 개개 상품 주문을 따로 처리할 때보다 비용과 노력을 크게 아낄 수 있고, GS는 물류센터 상품 보관 수수료를 취할 수 있죠.”

전국에 촘촘히 뿌려진 GS25 편의점은 합병법인 통합 물류망 구축의 핵심으로 꼽힌다. 매 점포에 하루 두 번 이상 출입하는 물류 차량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물류 차량은 기존 편의점 상품 전달에 더해 e커머스 및 TV홈쇼핑 주문 상품을 구매자에게 가장 가까운 점포에 떨어뜨려 놓을 수 있다. 물류 차량이 기존 동선을 이동하는 것뿐이어서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소비자가 좀 더 높은 수준의 편의와 배송 시간 단축을 원한다면 현재 GS25 편의점이 전국으로 확대한 ‘우딜’ 도보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프로세스를 반대로 하면 반품도 매우 쉬워진다.

남 연구원은 덧붙인다. “현재 식품 수요, 그중에서도 냉장·냉동식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데, 이들 상품은 날씨에 따라 리스크가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한여름에 누군가한테 소고기를 선물했다고 가정해봐요. 상대방이 휴가를 가고 없는 상황이면 큰일나잖아요. 하지만 냉장·냉동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편의점 픽업 서비스로 보냈다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게다가 이렇게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통해 전달된 상품들은 점주의 서비스 매출 증대효과를 가져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죠. 개별 점포 매출이 올라간다는 말이에요. 가맹점 경쟁력이 월등해지는 겁니다.”

지난 4월 열린 CJ온스타일 론칭 온라인 설명회에서 허민호 CJENM커머스부문 대표이사가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지난 4월 열린 CJ온스타일 론칭 온라인 설명회에서 허민호 CJENM커머스부문 대표이사가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 상반된 시각 공존

CJ는 지난 5월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T커머스 브랜드였던 CJ오쇼핑, CJmall, CJ오쇼핑플러스를 모바일 중심의 라이브 취향 쇼핑플랫폼 ‘CJ온스타일’로 통합하며 다시 변화를 줬다. CJ온스타일 론칭을 통해 CJ는 유통채널 경계를 허물고 모바일 중심 목표를 명확히 했다.

CJ온스타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최근 흥행 중인 ‘라이브 방송’에 최적화했다는 점이다. 생방송 중 고객과 문자로 직접 소통하는 ‘라이브 톡’이나 영상 집합소인 ‘라이브쇼’ 탭 등은 모두 라이브 방송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들이다. TV홈쇼핑 하락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라이브 방송이지만, CJ의 라이브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라 생각해 이를 반영했다. CJ ENM은 이미 수년 전부터 라이브 방송과 유사한 형식의 MCN 채널을 운영해왔다.

CJ 산하 커머스 브랜드들을 통합한 CJ온스타일 론칭을 두고 시장과 업계에서는 상반된 시각이 팽팽히 공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라이브 방송이 형식이나 퀄리티보다는 어느 플랫폼에서 하느냐, 누가 진행하느냐, 얼마나 싸게 잘 주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화면 구성이나 구도 같은 방송 퀄리티야 홈쇼핑 계열 업체들이 뛰어나겠지만, 좀 어설프고 모자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이 또 라이브 방송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거든요. 특별한 장치나 멘트 없이 그냥 창고에 쭈그려 앉아 과일 손질하는 것만 보여주는데도 그게 힐링된다면서 인기 순위에 오르곤 하잖습니까. CJ는 새로운 모멘텀을 찾고자 통합&리뉴얼을 했을 테지만, 벌써 다른 업체들이 다 모바일로 전환해 자리 잡은 상태라 늦기도 했고 그렇게 큰 차별점도 보여주기 어려울 것 같아 쉽지 않을 듯합니다.”

다른 관계자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말한다. “결과적으로 부족해서 그렇지 CJ나 GS도 2010년대 초기부터 모바일 전환에 굉장히 노력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GS가 ‘모바일 퍼스트’ 모토를 가지고 몇 년을 우려먹었습니까. 다만 결과적으로, 또 톱 티어들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거였죠. 최근 CJ가 라이브 방송 위주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한 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라이브 방송이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거라고는 다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아직 그 어느 업체도 라이브 방송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는 못한 상황이거든요. 그동안 CJ가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중심에 서 본 적이 없었는데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한다면) 어쩌면 이번이야말로 그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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