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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베이스 화려한 나스닥 데뷔…암호화폐거래소 전성시대 열리나

  • 기사입력 2021.04.27 09:30
  • 기자명 임현우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5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지난 4월 14일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코인베이스 훈풍에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역시 재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COIN’.

4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종목명(ticker)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최초의 미국 증시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이날 250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코인베이스는 장중 한때 주가가 429.54달러까지 뛰면서 시가총액이 1,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1,141억 달러)나 HSBC(1,208억 달러) 같은 세계적 금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시초가보다 31.3% 오른 328.28달러에 첫날 장을 마쳤다.

암호화폐업계 사람들에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상징적 사건이다. 제도권 밖을 맴돌며 ‘비주류’ 취급을 받던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의 ‘주류’로 편입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제매체 CNBC는 “코인 투자자들은 이번 상장을 암호화폐 산업의 중요한 이정표로 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는 늘 “실체가 없는 투기자산” “범죄에 악용된다” 같은 비판에 시달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거래소가 까다롭고 엄격한 미국 증시의 상장 절차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세간의 선입견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트코인이 처음 만들어진 지 12년 만에 암호화폐가 사춘기를 넘어 성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 나스닥 직상장 성공한 코인베이스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50개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해주는 거래소다. 100여 개 나라에서 5,600만 명이 이용하고 있고, 직원 수는 1,700명을 넘었다. 코인베이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보관 중인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00억 달러 규모다.

코인베이스가 증시 입성에 성공한 원동력은 지난해부터 다시 불붙은 ‘코인 투자 열풍’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코인베이스 매출은 2019년 5억3,400만 달러에서 2020년 13억 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1분기에만 18억 달러에 달했다. 순이익도 2019년 3,000만 달러 적자에서 2020년 3억2,2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 1분기 7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인베이스는 공모를 통한 신주(新株) 발행 없이 기존 구주(舊株)만 상장하는 직상장을 택했다. 상장 과정에서 추가자금 조달이 딱히 필요 없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지분 20%를 갖고 있는 38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단숨에 세계 100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1983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라이스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IBM과 딜로이트에서 개발자와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의 삶은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가 인터넷에 올린 ‘비트코인 백서’를 2010년 접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암스트롱은 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 통화(通貨)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비트코인의 청사진을 매력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비트코인에 푹 빠진 그는 2012년 에어비앤비 개발자를 관두고, 골드만삭스 출신인 프레드 어샘과 뭉쳐 코인베이스를 창업했다. 비트코인 한 개가 6달러 하던 시절이었다. 2017년 에샘이 코인베이스를 떠난 이후에는 혼자 회사를 이끌고 있다.

◆ 38세 창업자 세계 100대 부호 올라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지만 9년 전만 해도 진입장벽이 높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복잡한 채굴과 보관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암스트롱은 개발자나 할 수 있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은행처럼 거래하는 방법을 떠올렸다”고 했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암스트롱 덕분에 많은 사람이 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를 그리스 신화에서 인류에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트코인 한 개 값은 지난달 6만 달러를 돌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암스트롱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으스대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인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암스트롱은 암호화폐 관련 행사나 언론 인터뷰에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고 트위터 활동도 뜸해 ‘은둔형 CEO’로 분류된다. 다만 기부에는 적극적이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억만장자 기부클럽’ 기빙플래지 회원이고, 흑인 인권운동에도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코인베이스발(發) 훈풍을 타고 다른 암호화폐거래소들도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 4위 암호화폐거래소인 크라켄은 내년께 나스닥 직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설립된 크라켄은 6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스라엘 거래소 이토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의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 우회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 코인베이스 훈풍에 업비트·빗썸 몸값도 재평가

3년 전을 뛰어넘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몸값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매출 2,185억 원, 영업이익 1,492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1년 전보다 51.1%, 영업이익은 120.3% 뛰었다.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은 1,767억 원, 영업이익은 8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0%, 105.2% 급증했다. 올 들어 코인 투자 열풍이 훨씬 거세진 만큼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업비트와 빗썸의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 역시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두나무 측은 “결정된 것은 없지만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승자독식’ 속성을 고려하면 10조~20조 원대 기업가치도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업비트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조 원 수준까지 상승했고, 수수료(0.05%)를 감안하면 올해 3조7,000억 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빗썸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몸값이 M&A의 걸림돌로 작용할 정도다. 빗썸은 수익성이 업비트보다 좋아 기업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 들어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대금은 1년 전보다 10배 이상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거래소를 ‘정식 금융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코인베이스 상장을 계기로 암호화폐거래소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 상장은 암호화폐 시장의 큰 이정표”라며 “업비트를 비롯한 주요 거래소 상장에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매출 86%가 수수료…거래 위축되면 타격

코인베이스는 최근 가입자가 매일 1만3,000명씩 늘어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캐럴 알렉산더 영국 서섹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인베이스와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춘 거래소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코인베이스는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안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자체 규제를 통해 시세 조작, 디도스 공격 등의 위험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업 이후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코인베이스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하다. 비트코인 강세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만큼 언제든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인베이스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90배가 넘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되면 수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트레이너 뉴컨스트럭트 CEO는 “코인베이스는 좋은 회사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 수준에서 좋은 주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주된 수입원은 이용자들이 코인을 거래할 때마다 떼는 수수료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매출의 86%를 거래 수수료에서 올리고 있다. 시장에 큰 충격이 생겨 거래량이 급감하면 회사 수익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실제로 2017년 말 2만 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듬해 초 3,00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거래량이 뚝 떨어진 적이 있다. 국내외 거래소와 블록체인 프로젝트 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로 내몰리며 ‘보릿고개’를 겪었다. 코인베이스는 널뛰기가 심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창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 파월의 견제구 “암호화폐는 투기”

거래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는 10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구매할 때 수수료가 3.49달러로 경쟁사인 크라켄(1.5달러), 비트스탬프(50센트)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인터넷 기반의 키움증권이 등장하면서 증권업계가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내렸고 지금은 거의 받지 않는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도 비슷한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은 주요국 정부가 암호화폐에 언제든 ‘규제 철퇴’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교환의 매개로도, 가치저장의 수단으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게 각국 경제·금융 수장의 일관된 입장이다. 범죄와 돈세탁에 악용된다는 점도 자주 지적하는데,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코인베이스가 상장한 4월 14일 워싱턴DC 경제클럽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결제수단으로서의 사용도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커서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언론 간담회에서 “파월 의장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암호화폐는 적정가치를 산정하기 대단히 어렵고 내재가치가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런 자산에 투자가 과열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커진다”고 했다.

◆ 비트코인 가격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암호화폐의 실체와 가치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3~4년 전에 비해 암호화폐 시장과 투자자 규모가 몰라보게 커졌다는 점이다. 업계는 코인베이스 상장을 계기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가격 상승세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급등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암호화폐로 흘러들면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고위험·고수익의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金)’으로 조명받게 됐다. 결정타는 페이팔, 테슬라, 뉴욕멜론은행, 모건스탠리, 블랙록 등의 유명 기업이 코인을 사들이거나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한다면 코인베이스 상장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다. 투자금 유입은 물론 금융당국의 ‘공식 인정’도 받는 셈이어서다. 2013년부터 여러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려고 SEC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최근에는 피델리티, 반에크 등 8개 업체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오른 점은 부담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월 6~12일 세계 펀드매니저 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4%는 비트코인이 거품이라고 답했다. 주식시장이 거품이란 의견은 7%뿐이었다. 국내 투자자는 비트코인에 10~20% 붙어 있는 ‘김치 프리미엄’(해외 시세 대비 웃돈)을 고려해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 “대체자산 가능성 있지만 적정가치 모호”

업계는 3년 전과 같은 폭락장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큰손’들이 진입해 판이 커진 데다 미국, 유럽 등에서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비트코인이 금과 은을 대체하는 투자처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가정하고 가치를 산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은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 규모인데,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최근 1조 달러를 넘어섰으니 현재 가격이 적정하다고 보는 식이다. 시가총액이 더 큰 금을 대체한다면 비트코인 한 개가 수십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트코인이 10억 달러 또는 1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암호화폐가 주류화폐처럼 거래 수단으로서 통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체자산으로는 인정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투자대상으로서 적정가치를 말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치가 전혀 없다’는 사람부터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는 사람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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