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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일본 경제를 보는 눈] 일본의 장롱예금

고도성장기에도 만연한 일본의 현금주의

  • 기사입력 2021.04.26 16:34
  • 최종수정 2021.04.26 17:34
  • 기자명 뉴스룸
사진=김동환 박사
사진=김동환 박사

 

장롱예금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은행이나 금융 기관에 맡기지 않고 집 안에서 그냥 몰래 보관해 두는 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설명했다.

최근 일본의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이 2000조엔(한화 약 2경 2000조)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이한 것은 현금 보유로, 소위 장롱예금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별정액급부금(재난지원금)이나 외출 자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주된 원인이겠으나 이러한 일본 국민의 행동은 미국과는 정반대인 듯 하다.

 

일본은행이 올해 3월 17일 발표한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시점에서 가계 금융자산은 1948조엔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1인당 10만엔의 특별정액급부금을 지급했고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에 현금과 예금이 1056조엔으로 전년 대비 4.8%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현금을 자택에 보관하는 이른바 장롱예금 금액이 100조엔을 넘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이전부터 장롱예금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특징이 있으며, 유통되는 현금 중에 1만엔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자산 보전을 목적으로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막연한 경제적 불안에 대응하고자 현금을 보유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제적 행동은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양적완화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긴 당좌예금은 약 500조엔 규모이며, 이 중 일부라도 시중에 유통되면 인플레이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상황은 변했다. 세계적으로 수송비용이 상승했고 코로나 후 경기회복을 대비해 원자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생필품 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국채의 원금 대비 이자 비율도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은 완전히 인플레이션 경계 모드에 진입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국민 1인당 최대 3200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중 40%가 주식투자에 몰린다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 위기에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계층이 지원금을 소비에 쓰지 않을 것이란 것도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지원금 대부분을 현금과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데 미국은 투자에 쓰이는 비율이 높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현금 보유자들은 물가가 상승하는만큼 손해인 것이다.

 

일본은 경제성장율이 높았던 시절에도 현금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인플레이션에 의해 가계 저축은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임금이 매년 상승했기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손실을 느끼지 못한 채 현금 보유를 지속해 왔으나 앞으로 일본 경제에서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으며, 인플레이션에 의한 타격은 가정 경제에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일본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산운용에 대한 학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동환 박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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