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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신뢰와 그 결과들 / 도미니언의 투표집계: 큰 거짓말 vs 대형 소송

Trust and Consequences / Dominion Voting: Big Lies vs. Big Lawsuits

  • 기사입력 2021.04.28 08:51
  • 기자명 JEN WIECZNER 기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도미니언이 2020년 대선을 조작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지금 그 회사는 비판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BY JEN WIECZNER

작년 12월 9일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즈 Dominion Voting Systems의 임원 니콜 놀렛 NICOLE NOLLETTE은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고객의 전화를 못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 고객은 도미니언 전자개표기를 사용하고 있는 선거 관리인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웹사이트 링크 하나를 보냈다. 놀렛은 휴대폰에서 그 링크를 열었다. 그러자 자신의 사진이 나타났다. 마치 저격수가 정조준하고 있는 것처럼, 빨간 십자선이 그녀의 얼굴을 겨냥하고 있었다. ‘대중의 적(Enemies of the People)’이라고 불리는 이 사이트에는 놀렛의 사진 아래로, 항공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집 사진과 네바다 집주소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네바다가 아니라, 도미니언 본사가 위치한 콜로라도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주소는 바로 은퇴한 부모님의 집이었다. 해군에서 전역한 그녀는 몇 달 후 전화를 통해 들려온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공포심을 느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부모가 그 웹사이트에 접속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들이 우리 집 사진을 갖고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이트에 얼굴 사진이 게재된 사람은 놀렛 이외에 10여 명이 더 있었다. 또 다른 도미니언 직원부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까지 다양하게 포함됐다. 그 사이트는 그들 모두가 11월 대선 조작을 위한 치밀한 음모에 가담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갔어야 할 표를 조 바이든에게 '넘겼고’, 그렇게 하기 위해 28개 주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미니언 투표집계기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날 늦게 FBI는 놀렛의 부모 집을 찾아가 그들에게 신변 위협을 알렸다. 곧이어 놀렛 자신도 살해 위협을 받았다. 그녀의 개인 메일로 "당신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가 온 것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누가 보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FBI는 살해 위협 명단이 이란과 연계됐다는 사실을 도미니언 관련자들에게 통보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지 몇 달이 지나자, 그 위협은 누그러졌다. 하지만 혼자 사는 놀렛은 여전히 거리 주변에서 수상한 차들을 주시하고 있다. 한때는 일출과 일몰 후 산책을 했지만, 지금은 대낮에만 외출한다. 그녀는 "해군에서 최소한 안전을 지키고 위협을 대비하는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제대 후 처음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놀렛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삶은 이른바 ‘모든 음모론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것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 그것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최후의 시도로, 억지스럽게 짜맞춘 위험한 음모론이었다. 이런 음모론은 근거 없는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며, 그것을 접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거짓말(Big Lie)’로 알려져 있다. 판사와 선거 관리인, 사이버보안 전문가, 주지사 등은 음모론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실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놀렛처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훨씬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도미니언의 제품 전략 및 보안 책임자 에릭 쿠머 Eric Coomer는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만에 음모론 지지자들 중 한 명이 온라인 상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등반가 겸 제빵사인 쿠머는 협박이 시작된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 어딘가에 숨어 있다. 심지어 그의 변호사도 쿠머의 소재를 모른다.

도미니언의 선거 조작 음모론은 인터넷과 다양한 보수 정치 단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트럼프 자신도 11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도미니언이 자신의 270만 표를 "삭제"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음모론은 11월 19일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루디 줄리아니 Rudy Giuliani 전 뉴욕시장과 한 때 연방검사였던 시드니 파월 Sidney Powell은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워싱턴의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까지, 도미니언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팩트 체크’ 등 다양한 방어에 전념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회사는 최고의 사이버 보안회사와 계약을 맺고, 위기 PR 전문가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도미니언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존 폴로스 John Poulos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야, 회사 운명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존 폴로스가 지난 3월 애틀랜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존 폴로스가 지난 3월 애틀랜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줄리아니는 기자회견을 시작한지 약 25분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도미니언을 언급했다. 그때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그의 머리에서 염색약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쿠머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를 "안티파 Antifa /*역주: 안티 파시스트 액션(Anti-Fascist Action)'의 줄임말로 파시즘, 백인우월주의 등 극우세력에 대항하는 급좌파 집단을 지칭한다/와 친했던 매우 악랄한 사람"이라고 칭했다. 줄리아니와 파월은 “도미니언의 소프트웨어가 선거 조작을 위해, 독재자 우고 차베스의 명령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만들어졌다. 그 전자개표기는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곧바로 반박을 당했지만, 공화당이 선거의 희생양이 됐다고 확신하는 당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솔깃한 내용이었다.

자신의 아내, 세 명의 10대 자녀들, 그리고 두 마리의 개와 함께 토론토 집에 머물던 폴로스는 "그때는 믿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들이 내전을 선동하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달 초, 파월은 노르웨이 구전에 등장하는 괴물인 ‘크라켄 Kraken’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광범위한 선거 조작에 대한 증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법무부부터 공화당 선거 변호사까지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무시무시한’ 증거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파월과 줄리아니는 민주주의라는 벽에 의혹의 파편을 깊게 남긴 가짜 뉴스들만 쏟아냈다. 기자회견 이후 며칠 동안 그들은 도미니언에 대한 의혹을 보수적인 케이블 방송사들을 통해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케이블 방송사인 폭스 뉴스는 야간 황금시간대에 35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동시에 지명도가 낮은 다른 소식통들이 음모론을 퍼 나르는 역할을 했다. 언론 동향을 추적하는 지그널 랩스 Zignal Labs에 따르면, 도미니언이라는 이름은 트위터, 유튜브, 그리고 다른 SNS에서 선거 조작과 관련해 40만 번 이상 언급됐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도미니언은 순식간에 ‘의혹과 스캔들’을 대표하는 동의어가 됐다.

도미니언의 선거 조작 의혹은 선거를 둘러싼 많은 중상모략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우파의 가짜 뉴스를 추적하는 비영리 단체 미디어 매터스 Media Matters에 따르면, AP통신이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한지 2주 내에 폭스 뉴스는 대선 결과에 대해 최소 774차례나 의혹을 제기하거나 음모론을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노스웨스트 등 대학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는 공화당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가 이겼다고 생각하거나, 누가 이겼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에 사는 폴로스의 삼촌은 도미니언이 음모론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폴로스는 "하지만 그는 어떤 점을 불신하는지도 제대로 모른다”고 지적했다.

음모론의 결과로 지난 1월 6일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믿는 사람들로 구성된 폭도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미국 의사당에 침입하면서 5명이 사망했다. 

이틀 후 도미니언은 첫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폴로스는 11월 기자회견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그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발적 원고들

소모적인 선거 조작 논란 속에서, 도미니언에 대한 공격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광범위한 선거 조작에 대해 일반적인 (대개 근거가 없는)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 쉽게 보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파월과 줄리아니가 도미니언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최근 들어 음모론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선거 조작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주장을 펼침으로써, 민주당의 후원 활동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기 때문에(그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동기를 가진 공화당 선거 관계자들조차도 자체 조사를 통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똑같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하는 그들의 집요함은 법적으로 ‘실질적인 악의’나, 진실을 무작정 무시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톰 클레어 Tom Clare 변호사는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는 상관없이 그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7년 전 명예훼손 전문 법률회사 클레어 로크 Clare Locke를 설립한 이후, 관련 재판에서 패한 적이 없다. 현재 그는 도미니언을 변호하고 있다.

1월 8일 도미니언은 파월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몇 주 동안, 이 회사는 줄리아니, 그리고 도미니언을 주연으로 음모론을 펼치는 몇 시간짜리 영상을 발표한 마이크 린델 Mike Lindell의 CEO 마이필로 MyPillow를 상대로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각각의 소송은 13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도미니언은 3월 26일 폭스 뉴스를 상대로 16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네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도미니언의 소송은 폭스 뉴스가 투표집계기 관련 보도로 인해 직면하고 있는 두 번째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이다. 지난 2월 미국 사업 규모가 도미니언보다 많이 적은 경쟁사 스마트매틱 Smartmatic도 폭스 뉴스를 상대로 27억 달러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동일 사안을 놓고 다수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 건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례가 없는 대규모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매틱의 변호사 J.에릭 코놀리 J. Erik Connolly는 "개인적 경험으로 볼 때 이례적으로 규모가 큰 소송"이라고 말했다. 그는 ‘핑크 슬라임 Pink Slime’ /*역주: 쇠고기 찌꺼기를 갈아 암모니아로 세척한 뒤 햄버거 패티로 만드는 제조법/ 보도를 한 ABC 뉴스를 상대로 제기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 재판에서 한 소고기 회사를 변호해 결국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코놀리는 "명예훼손의 피해 관점에서 볼 때, 소송의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번 소송은 그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획기적인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핵심 내용은 기업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정치적 담론을 남용했다는 이유들 들어 문자 그대로 금전적인 보상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21세기 대중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거대 언론사도 포함돼 있다. 폭스는 “투표집계기의 조작 의혹은 본질적 측면에서 뉴스거리로 충분했다. 이런 뉴스에 대한 방송시간은 수정헌법 제1조 하의 언론 자유로 보호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원고들은 “주장의 허위성, 그리고 일부 폭스 진행자들이 그런 허위 주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개인이라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선거 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상대 후보가 퍼뜨린 루머로 아무리 피해를 당해도, 그들에겐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일에 정신을 빼앗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인이든 일반인이든, 개인은 소송비용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그렇지만 기업은 소송에 많은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있다. 그리고 수익과 매출 손실로 인한 실질적인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거짓 주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입증할 수 있다.

코놀리는 “투표집계기 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의 의혹 제기는 브랜드의 핵심인 정확성과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처럼 비방할 경우, 앞으로는 명예훼손 소송이 기업의 필수 활동이 될 수 있다"며 "소송이 회사의 평판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이 소송이 제기하는 문제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하는 데 있어, 덜 알려진 기업들이 언론사나 공인들의 공개 토론에서 나온 내용을 놓고, 정확성과 신뢰성을 법정에서 다루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이다.

불신 받는 산업

존 폴로스는 2003년 도미니언을 토론토에 있는 자신의 지하실에서 창업했다. 미국 투표권이 없는 캐나다인으로서 그는 최근 자신의 첫 스타트업인 통신기술 회사를 매각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두번째 창업 아이템을 물색 중이던 그는 2000년 미국 대선이 끝나자, 좋은 아이디어를 마침내 발견했다. 당시 대선에선 나비처럼 생긴 투표용지에 펀치로 구멍이 뚫려 있는 종이가 걸려 있는 모습이 논란이 됐다. 이후 의회는 투표 기술과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미국 선거를 돕는 법안(Help America Vote Actㆍ HAV)을 통과시켰다. 폴로스는 시각장애인들이 투표의 비밀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는 1920년 제정된 캐나다의 도미니언 선거법(Dominion Elections Act)의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지었다(이 법은 여성의 선거권을 확대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것을 돕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시력이 정상인 일반 유권자들도 도미니언 투표기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폴로스는 점차적으로 주 정부와 지방 정부로 고객층을 넓혀나갔다. 그는 선거철에 터무니 없이 주 7일씩 근무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회사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투표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사명에 전념할 직원을 뽑았다. 도미니언은 지난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자개표기 업체로 성장했다. 회사 투표집계기는 28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실시된 1,500개 선거에서 사용됐으며, 현재 직원 수는 약 300명에 달한다.

한 선거 관리소 직원이 피닉스에서 투표 용지를 다루고 있다. 애리조나는 조사관들이 선거 조작 증거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주들 중 한 곳이다. 사진=포춘US
한 선거 관리소 직원이 피닉스에서 투표 용지를 다루고 있다. 애리조나는 조사관들이 선거 조작 증거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주들 중 한 곳이다. 사진=포춘US

그러나 도미니언이 뛰어든 산업은 이미 정치권 전반에 걸쳐 의심을 받고 있었다. 투표기술의 현대화를 추진하며, 일부 선거구는 추적이 어려운—특히 종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경우에 그렇다—전자투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정치학자 겸 환경변호사로, 앞으로 백신 반대 운동을 펼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Robert F. Kennedy Jr는 지난 2006년 롤링스톤 잡지에 기사 하나를 게재했다. 그는 “전자투표 시스템의 도움에 힘입은 공화당이 2004년 선거를 도둑질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2008년 프린스턴 대학의 앤드루 애펠 Andrew Appel 컴퓨터 과학 교수는 스크루드라이버를 사용, 특정 투표집계기를 해킹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그런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옛날 방식의 투표시스템으로 회귀했다. 현재 도미니언을 포함한 대부분의 투표집계기들은 재검표를 할 수 있는 종이 투표용지를 이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불신은 여전히 컸다. 특히 러시아 선거 개입에 대한 보도가 2016년 대선을 뒤흔든 후 더욱 그랬다(러시아의 개입 활동에는 가짜 뉴스를 광범위하게 퍼트리는 행위가 포함됐다. 하지만 조사 결과, 투표 시스템을 조작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도미니언 역시 그런 의심을 받고 있었다. 녹색당 대통령 후보 질 스타인 Jill Stein은 4년 전 선거에서 패한 후, 위스콘신에 있는 도미니언 등 투표집계기 안에 들어있는 모든 동작의 코드(Source Code)를 검토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불신이 만연했지만 2020년 대선은 앤트림 카운티 Antrim County 사건이 없었더라면, 도미니언에게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 됐을 것이다. 미시간 주 북부의 이 선거구는 공화당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선거일 당일 밤, 그리고 개표가 진행된 다음 날 수요일 오전까지, 바이든과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압승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공화당 캠프의 변호사들이 선거 관리인들에게 이런 예상 밖의 투표 결과를 알렸다. 그러자 그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투표용지에 기재된 후보자들의 순서에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선거 관리인은 도미니언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일부 투표집계기를 새롭게 재설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개표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한 후보가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표가 다른 당의 후보에게 넘어간 것이다.

선거 관리인들은 이런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당일 곧바로 ‘인간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았다. 결국, 트럼프는 앤트림에서 명백한 승자가 됐다. 선거기술 연구에 주력하는 비영리 단체인 OSET 연구소의 글로벌 기술 개발 책임자 에드워드 페레즈 Edward Perez는 "앤트림 사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개표 과정은 올바른 결과로 이어졌다"며 "선거가 조작 됐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트집을 잡았던 것 같다. 그것은 무리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작은 실수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음모론자들은 의심을 품게 됐다. 도미니언의 투표집계기는 일부 초접전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미시간, 조지아, 그리고 애리조나 등이었다. 선거 당락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인 11월 6일, 공화당 소속의 애리조나 주 하원의원 폴 고사르 Paul Gosar는 앤트림 사건을 거론하면서 "대규모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도미니언 기계를 조사하자"는 트윗을 올리기 시작했다. 조사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선거 결과에 맞서 싸우기로 마음먹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꺼이 이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파월과 줄리아니가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음모론자들은 도미니언에게 악의적 파트너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름이 아닌 2013년 사망한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차베스였다. 파월의 주장은 ‘베네수엘라 내부고발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진술에 크게 의존했다. 그 내부고발자는 “스마트매틱이 차베스에게 비밀리에 표를 몰아주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도미니언의 시스템은 그런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스마트매틱과 도미니언 둘 다 그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 왜곡 및 와전을 거치며, 그것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그럴듯하게 들렸다. 스마트매틱의 창업자들은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2006년 미국 외국인 투자 연방위원회가 그 회사와 베네수엘라의 관계를 조사했다. 도미니언은 스마트매틱이 매각한 자회사를 몇 년 후 인수했다. 파월과 줄리아니는 그 기업 인수를 계기로 도미니언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됐다. 지그널에 따르면, 도미니언과 베네수엘라의 인연은 SNS에서 11만 건 이상 언급됐다(스마트매틱의 경우, 2020년 미국 선거에서 회사 기계가 사용된 곳은 로스앤젤레스뿐이었다).

선거를 둘러싼 기이한 논쟁 덕분에, 특히 회의론자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다. 초접전 양상의 투표 결과, 그리고 오래 걸렸던 개표 과정—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례 없이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이 부재자 투표를 하면서 야기됐다—은 미 전역에서 많은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고 관람하게 되는 스포츠처럼 보였다. 그 관중은 정당 변호사와 여론 조사관에서부터,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탐정(Armchair Detective) /*역주: 사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신문기사나 풍문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탐정/들까지 다양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수석 고문을 지냈고, 현재 베이커호스테틀러 BakerHostetler에서 근무하는 마크 브래든 Mark Braden은 "오래된 진부한 표현이 있다. 늙은 물고기와 늦은 선거 결과는 수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도미니언에 대한 의혹을 “꿈에 나올법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며, 100% 쓰레기”라고 칭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자신이 패배할 경우, 선거 조작을 주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몇 달을 보낸 대통령이 등장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음모론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실제로 한 공화당 변호사는 "여러 종류의 의혹을 고려할 때 상황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도미니언은 ‘긴 빨대 뽑기’ 게임에서 짧은 빨대를 뽑은 범인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미니언 기계 때문에 승자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앤트림 카운티의 실수를 감안할 때, 언뜻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공화당 관계자들이 바이든이 승리한 선거구에서 관련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허탕을 쳤다. 그 결과 그 주장의 신빙성은 떨어졌다. 선거법 전문 변호사 찰리 스파이즈 Charlie Spies는 2020년 미시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자 존 제임스 John James를 대변했다. 만약 앤트림 카운티의 실수가 도미니언 집계기를 사용하는 다른 카운티로 확대됐다면, 존 제임스는 승리했을 것이다. 스파이즈는 "내 목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증거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월이 제기한 모든 주장들이 내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모든 주장을 일일이 다 확인하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내가 거대한 음모를 파악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 기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대의 기계 오류가 주 전체의 선거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도미니언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폭스 뉴스는 도미니언과 관련된 부정선거 주장을 방영한 것이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정당한 보도였다고 주장한 반면, 도미니언은 폭스가 거짓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회사 고소장 내용에는 트럼프의 변호사 시드니 파월이 주장하는 내용들의 근거가 되는 스크린샷과 트윗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포춘US
도미니언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폭스 뉴스는 도미니언과 관련된 부정선거 주장을 방영한 것이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정당한 보도였다고 주장한 반면, 도미니언은 폭스가 거짓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회사 고소장 내용에는 트럼프의 변호사 시드니 파월이 주장하는 내용들의 근거가 되는 스크린샷과 트윗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포춘US

 

미 전역의 공화당 후보들과 그들의 선거 변호사들도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애리조나 주 안팎의 변호사들이 도미니언 집계기를 조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거의 일주일 동안 엔지니어들과 선거 운동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그들은 통계상의 오류, 부적절한 인터넷 연결 등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버지니아 주의 공화당 당직자들과 변호사들은 1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줄리아니가 자신들의 주에서 선거 조작이 있었다고 언급하는 장면을 보고 놀랐다. 그들이 여론 조사관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트럼프 캠프에 진상 파악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만약 부정행위 사례가 존재한다면,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선거자금의 합법적 준수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일렉션 시에프오 Election CFO’의 설립자 크리스 마스턴 Chris Marston은 "우리는 그들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하지만 버지니아 주에 광범위하게 퍼진 선거 조작 의혹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파월은 언론을 상대로, 그리고 배후에서 자신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선거에서 패한 공화당 후보들은 “파월과 그녀의 팀으로부터 ‘계속 싸워라. 이 문제를 낱낱이 밝힐 것이고, 함께 해결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공화당 변호사는 "선거 변호사들이 그들에게 관련 증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가 잘못됐다, 그들이 조작했다, 또는 표를 도둑맞았다' 같은 일방적인 주장 이외에 어떠한 것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증거가 ‘저기에’ 확실히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폐쇄형 네트워크”

공화당원들이 발견한 것(혹은 발견하지 못한 것)은 투표 시스템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시대에도, 도미니언 같은 대부분의 투표집계기는 인터넷 연결 없이 완전히 오프라인으로 작동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사이버보안 용어를 빌리면, 폐쇄망으로 제한된 네트워크(Air-Gapped)를 사용한다.  스크루드라이버로 투표기계를 해킹한 프린스턴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애펠은 “일반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새로운 집계기는 원격에서 해킹할 수 있는 최소한 몇 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방법은 도미니언 직원에 대한 피싱 공격을 통해 투표집계기가 창고에서 출고되기 전,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카운티 공무원이 현장에서 집계기에 프로그램을 깔기 위해 사용하는 노트북을 해킹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투표용지 데이터를 메모리 카드나 섬 드라이브 Thumb Drive /*역주: 플래시 메모리를 기초로 한 소형 하드웨어 데이터 저장기기/에 업로드한 다음, 그것을 노트북에 전송할 때 악성 알고리즘을 설치하는 것이다. 애펠은 "만일 해킹이 성공한다면, 집계기들은 네트워크 방식으로 전부 다 해킹을 당할 수 있다. 한번의 해킹으로 수 천 대의 기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해킹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큰 장애물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현재 관행상,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노트북조차도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커는 사실상 원격으로 접근할 수 없다. 둘째, 해커가 투표 바꿔치기를 위해 기계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더라도, 그 기계는 선거 전에 다양한 인증 혹은 정확도 테스트를 거치게 돼 있다. 또한 특정 주들의 경우, 선거가 끝난 후 기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악성 프로그램은 사전 혹은 사후에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OSET의 페레즈는 "선거 조작이 가능하기 위해선, 한대의 투표집계기에 반복적으로 오류가 발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선거구들이 아주 많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종이 투표용지와 기계의 검표가 일치한다면—2020년 재검표를 실시한 주에서 그랬듯이—애펠은 "이것은 투표용지가 해킹되지 않았다는 아주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파월이나 줄리아니가 묘사한 것과 같은 해킹이 일어난다면, 2020년 대선에서 그런 해킹은 포착됐을 것이다. 11월과 1월 사이, 1,000대 이상의 도미니언 기계가 사용된 투표소에서 수개표가 이뤄졌다. 여기에는 500만 표 이상의 조지아 주 투표에 대한 세 번째 재검표도 포함됐다. 하지만 의미 있는 규모의 오류나 불법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선거 직후 많은 뻔한 의혹들에 대한 소송들이 실패로 끝나자, 로펌들은 트럼프 캠프의 변호를 포기했다. 결국 트럼프 캠프의 소송 전략과 조치는 줄리아니와 파월 같은 지지자들의 손에 달려있었다. 파월은 항소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았기에, 법률 경험이나 통찰력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과 그녀의 팀이 도미니언 소송 의견서(Legal Brief)에 첨부했다는 증거들은 종종 관련성이 없는 여러 신문기사들이었다. 일부에선 도미니언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 위한 노트북에 다운로드 된 게임이 잠재적인 해킹의 증거로 언급됐다. 다른 곳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의혹의 증거로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진술서에선 목격자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구글 검색에서 발견한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고 묘사됐다. 작년 12월 애리조나 주 판사가 파월의 소송 중 하나를 기각했다. 그는 "대중들의 가십과 빈정거림을 담은 의혹은 연방법원의 진지한 변론과 절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음모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파월과 그녀 지지자들이 법정이나 언론에서 공개한 도미니언에 대한 증거는 기껏해야 확증 편향된 주장들에 불과했다. 단 한 번의 실수를 선거 조작의 증거로 여기는 음모론자들은 연관성이 있는 증거를 더 이상 추가 제시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집계기가 해킹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해킹된다는 뜻은 아닌 것이다. 마크 브래든이 최근 이런 점을 수도 없이 지적하고 있다. RNC수석 변호사였던 브래든은 자신의 경력에서 대략 100건의 재검표를 수행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공화당 변호사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브랜든은 최근 공화당 내 다른 관계자들로부터 도미니언 의혹에 대해 궁금해하는 전화를 받고 있다. 그는 그들의 의심을 해소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브래든은 "그들은 '아, 의혹이 너무 많아서 선거 조작은 사실일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의심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의심은 실체가 없다. 단지 혼란스러운 점이 많을 뿐이다’라고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이 제기한 50건 이상의 소송이 기각됐다. 그리고 로펌과 사이버 보안 회사들은 점점 더 많이 도미니언 의혹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윌리엄 바 William Barr 법무장관은 12월 퇴임 전 “연방 수사 이후 현재까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정도의 조작 흔적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3월에는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ISA)과 함께 "베네수엘라, 쿠바, 중국을 포함한 하나 이상의 외국 정부가 투표집계기를 통제하고 개표를 조작했다”는 다수의 주장을 다룬 공동 보고서를 기밀 해제했다. 그 보고서는 “조사 개시와 함께 정부기관들은 제기된 의혹들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의견, 그리고 뉴스

작년 가을, 온갖 종류의 증오 메일과 살해 위협을 받은 폴로스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신부로부터 뜻밖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 신부는 폴로스의 입장을 정확히 추측하고, 그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신부는 폴로스에게 신앙에서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보냈다. 폴로스는 "‘역사적으로 공정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이야기를 그와 나눴다"며 "그럼에도 그는 내게 진심으로 ‘우리가 역사적 관점에서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켜 줬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당시 신부가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했을 때, 그는 대화 도중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지옥을 지나가고 있을 때에게 계속 그 길을 가라." 폴로스와 그의 직원들은 이 구절을 기도 주문으로 쓰고 있다.

도미니언은 강력한 대응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를 달성하고 있다. 작년 11~12월 도미니언과 스마트매틱은 폭스 뉴스에 선거 조작 의혹에 관한 보도를 중단하라는 경고 서신을 보냈다. 그 후 폭스는 의혹에 관한 팩트 체크 방송을 내보냈다. 거기에는 선거 조작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OSET의 페레즈와의 인터뷰도 포함됐다. 한편 파월과 줄리아니, 그리고 의혹 보도는 1월 초부터 폭스 뉴스에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의혹은 보수언론과 SNS를 중심으로 계속 돌고 있었다. 폴로스와 그의 동료들은 “피해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도미니언은 개인 소유의 비상장기업으로, 재무 현황 등 기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폭스와의 최근 소송에서 회사가 주장하는 일부 피해 금액을 공개했다. 예컨대 선거 이후 오하이오 주와 루이지애나 주에 투표집계기를 납품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중단됐다. 회사가 요구하고 있는 손해배상금은 6억 달러의 이익 감소와 최소 10억 달러의 기업가치 손실, 그리고 보안과 ‘오보 퇴치’에 지출된 수십만 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과도하게 산정된 피해 금액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지만, 도미니언의 변호사 클레어는 그 금액이 정당하게 산정됐다고 옹호하고 있다. "의혹을 듣고 믿은,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의 수와 그들이 끼친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25년 이상 일해온 나의 변호사 커리어에서 이번 케이스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승리하려는 도미니언과 스마트매틱의 변호사들은 큰 거짓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법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은 ‘공인(Public Figure)’으로 간주—기업들은 거의 항상 공인으로 간주된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명예훼손 입증에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그들은 실제로 악의적인 의도가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허위 정보의 유포자가 고의로 거짓말을 했거나, 진실을 무분별하게 무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재판은 상반된 주장이 존재하는 현실과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 /*역주: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로 가상의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매우 시급한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관건은 ‘거짓말을 믿는 행위가 진실을 무분별하게 무시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피고들은 도미니언 소송에서 이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미니언과 쿠머가 제기한 소송에서 스스로를 대변한 루디 줄리아니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전략을 거의 밝히지 않고 있다. 마이필로의 CEO인 마이크 린델은 아직 법정에서 도미니언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더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린델은 ‘확실한 증거’을 확보했고, 추후 여러 증거 중 일부를 제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춘이 그 증거를 확인하도록 허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수정헌법 제1조와 관련해 역사상 가장 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누군가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파월은 지난 3월 말 소송 각하 요청을 제기함으로써, 도미니언의 소송에 대응했다. 그녀의 소장에 실린 주장들 가운데 하나가 특히 도발적이었다. 비록 자신의 진술이 사실이나 거짓으로 입증될 수 있다고 해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어떤 진술도 진정한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가지 측면에서, 그런 주장은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의견이 파월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수정헌법 제1조 전문 변호사이자 예일대 로스쿨 정보사회 프로젝트의 선임 연구원인 샌드라 배런 Sandra Baron은 "매우 승산이 낮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지난번 내가 봤을 때, 그런 방어 전략은 문제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라디오 진행자들에게 효과가 있었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우리가 말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용인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의 변호사 하워드 클라인헨들러 Howard Kleinhendler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파월의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파월의 대중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전문가 증인’이라고 판단했던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제시했을 때, 그건 ‘의견’이 됐다”고 주장했다. 클라인핸들러는 그 증인들의 진술이 허술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 자체로 그들의 주장을 배척하거나, 파월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가 증언은 단순한 잡담이 아니다. 문서, 스크린샷, 분석 등으로 뒷받침돼 있다"고 말했다. 그와 파월은 전문가 증언을 담은 문서가 법정에서 추가 증거로 인정받기를 희망했다(그리고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서 오랫동안 명예훼손 변호사로 활동한 미디어법자원센터의 조지 프리먼 George Freeman 소장은 "매우 기본적인 실수가 있었다"며 "공개된 사실들은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변론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파월은 열정적으로 그런 ‘의견’을 사실로 규정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예컨대 파월은 12월 초 루 돕스 Lou Dobbs가 자신의 이름을 거로 진행하는 폭스 비즈니스 황금시간대 토크쇼인 ‘루 돕스 투나이트’에서 진행자에게 "당신이 완전히 바보가 아니라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증거를 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사실과 의견의 차이점, 그리고 사실의 정확성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라는 점은 폭스 뉴스를 상대로 한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투표집계기 소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변호사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소송은 언론업계 전체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보를 내고 바로잡는데 있어, 언론사들의 역할을 재정의할 것이다. 폭스는 이 기사를 작성하는 시점에도 도미니언의 소송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매틱에 대한 폭스의 반응을 보면, 이 방송사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폭스 뉴스는 직원들이 이번 기사와 관련해 인터뷰 하는 것을 금지했다).

폭스 뉴스는 스마트매틱과의 소송에서 “트럼프의 선거 관련 문제들은 명백하게 뉴스 가치가 있었고, ‘공공의 관심사’였다. 이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폭스는 성명에서 "만약 수정헌법 제1조가 의미가 있다면, 치열한 소송전이 오가는 선거에서 관련 쟁점들을 공정하게 보도 및 논평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폭스는 또한 자사가 방영한 ’팩트 체크 코너’와 방송 중에 자사 직원이 광범위한 불법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언급한 사례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프리먼은 "폭스 뉴스가 취하고 있는 방어 전략은 중립적인 르포기사(Neutral Reportage)로 알려져 있다. 이는 언론사가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제기한 중요한 의혹들을 보도하고, 재방송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먼은 언론이 이런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지지자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중립적인 르포기사는 법정에서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특권이다. 아울러 폭스 본사가 있는 (그리고 스마트매틱이 소송을 제기한) 뉴욕에선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비록 법원이 수용하더라도, 변호사들은 폭스가 중립성 부분에서 여전히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배심원들은 보도의 전체적인 부분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폭스 뉴스가 방송 출연자들의 견해를 지지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런 견해를 인지하고 지지했다는 사례들이 도미니언과 스마트매틱의 소송을 부추긴 측면이 있었다. 예컨대 작년 11월 도미니언에 대한 파월과의 토론을 끝낸 돕스는 “당신이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로 한 것은 매우 기쁜 소식이다. 이번 선거는 반칙이 넘치는 난장판이었다. 아울러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의적이었다"고 말했다(폭스는 스마트매틱이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인 2월의 어느 날, 돕스 쇼를 중단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쇼 중단은 명예훼손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만약 폭스가 패소한다면, 도미니언과 일부 주류 시사평론가들은 이번 승리를 오보에 대한 기업의 승리로 환영할 것이다. 또한 사실과 대안적 사실 사이에 분명한 경계선을 긋고, 향후 제기될 소송들을 위한 판례로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예일대의 배런은 "언론사가 원하는 보도를 못하게 재갈을 물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짜 뉴스의 규제에 따른 이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언론의 자유와 일부 언론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바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 즉 명예훼손이 명백한 사람들만 처벌하는 것이다. 언론 전체의 기능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며 "나는 미국이 이번 소송에서 명예훼손법의 한계에 대해 좋든 나쁘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정헌법 제1조 외에도, 큰 거짓말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선거 조작 관련 소송을 제기했던 몇몇 변호사들과 함께, 파월과 줄리아니는 자신들의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하려는 정부 관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들처럼 음모론을 퍼뜨리고, 또 행동을 한 몇몇 의원들은 일부 후원자들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2020년 대선의 정당성 인정을 거부한 의원들의 선거운동 후원을 중단하고 있다.

도미니언의 소송이 충분히 신속하고, 심도 있게 진행돼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미니언 사례처럼 잘못된 정보를 확신하는 풍토가 진실을 밝히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일단 재판에 회부되면, 광범위하게 퍼진 잘못된 정보에 오염되지 않은 충분한 배심원들을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최종판결에 이르기까지 향후 3~4년이 소요될 것이다. 이는 최종판결을 통해 투표집계기 업체들이 명예를 회복하기 전에 또 다른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미니언이 승소하더라도, 음모론을 믿는 수백만 명의 마음속에 변화가 일어날지도 불투명하다.

폴로스는 위에서 언급된 우려보다는 진실성과 민주주의가 우선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회사 비용으로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 도미니언에겐 수년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여유가 있다. 쉽게 합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진실을 밝힐 수 없는 합의안에 서명하려고 소송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건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편, 폴로스와 그의 동료들은 다른 임무에 착수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그들의 선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거구가 종이 투표—선거 전문가들은 종이 투표를 거부하던 일부 선거구도 결국 이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를 사용하고 있는 한, 마음의 평온이 유지될 수 있다. 도미니언의 임원인 니콜 놀렛은 오보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녀는 "우리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증거가 존재할 때는 믿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어 "당신은 손으로 투표 용지를 재검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기계로 재검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주들이 그럴 수 있다. 이것은 음모론이 피어나기 전에, 음모론을 제거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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