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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시대의 솔루션 업그레이드…소상공인 신용평가 더 정확해졌다

  • 기사입력 2021.03.31 14:58
  • 기자명 신찬 이사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4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금융사들의 데이터 활용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상공인 대상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다. / 신찬 한국신용데이터 사업총괄이사 · 신아영 한국신용데이터 금융사업실장◀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여기 두 사람의 개인사업자 소상공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씨는 전자 제품 제조업 관련 대기업에 20년간 다니다가 퇴직해 갓 냉면집을 창업했다. B씨는 10년 넘게 냉면집을 운영해온 베테랑이다. 두 사람은 모두 40대이고, 동일하게 냉면집을 경영하고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냉면집 운영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대출받으려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을까?

일반인의 상식으로 생각해보자면, B씨가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할 것이다. B씨는 10년 넘게 냉면집을 경영해왔다. 그 말은 B씨의 냉면집이 어느 정도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고 있다는 의미이다. B씨는 10년의 경험을 통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A씨의 냉면집에는 불확실성이 많다. 그는 기존에 쌓아온 경험과 무관한 새로운 업계에 뛰어들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를 했을 수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다. 객관적 잣대로 보자면, 그가 냉면집 운영에 초보라는 사실만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8년 43만 개 외식업체 중 표본업체 400개의 1년 사이 폐업률은 31.3%에 달한다. A씨와 B씨 가운데 31.3%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은 A씨 쪽이다. 일반인이 두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냉면집 사장으로 잔뼈가 굵은 B씨가 돈을 잘 갚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을 금융업계의 말로 바꾸자면, B씨에게 대출해줬을 때의 리스크가 더 작다는 말이 되고, 그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의 기준으로 보자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A씨였을 것이다. 대기업에 20년간 재직하면서 개인으로서 높은 신용점수를 쌓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는 개인인 동시에 사업자다. 개인으로서의 속성과 사업자로서의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개인사업자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이들의 사업자로서의 속성은 상대적으로 덜 활용돼 왔다.

◆ 문제는 소상공인 매장의 특징

그동안 개인사업자의 매출 및 영업 정보를 금융 기관의 신용 평가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금융위원회에서도 ‘포용적 금융’이란 이름으로 씬파일러(Thin-Filer·금융 거래 정보가 적어 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서류가 적다는 의미로, 금융 거래가 거의 없는 금융 취약 계층을 가리키는 단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개인사업자 역시 대표적인 씬파일러로, 포용적 금융의 대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의 대부분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개인사업자 사업장이 가진 고유의 속성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관찰한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사업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개인사업자의 사업장은 개별 매장의 편차가 크다. 아무리 크기가 작더라도 각 사업장 하나하나가 별개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기업 신용 평가 과정을 생각해보자. 기업 신용 평가를 시행할 때는 해당 업체가 속한 섹터의 상황도 참조하지만, 개별 기업의 영업 상황을 철저히 들여다본다. 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는 작업이다. 개인사업자의 경우도 사업자로서 속성을 반영하고자 하면, 기업 신용 평가 때와 유사한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하지만, 대출 등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규모는 기업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금융 기관 입장에서 볼 때, 개인사업자의 사업장 정보를 직접 알아내 활용하려는 것은 투입 대비 산출이 작은 ‘손해 보는 장사’가 된다.

둘째, 개인사업자의 사업장은 변동성이 크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매출의 변동성이 큰 경향이 나타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자사가 제공하는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전국 약 70만 개 사업장 중 일부 사업장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매출 변화를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2019년 연간 매출 규모가 큰 매장일수록 2020년의 매출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2019년 매출 규모가 작았던 매장은 2020년도에 매출이 크게 줄거나 크게 늘어난(!) 경우가 많았지만, 2019년 매출 규모가 컸던 매장은 2020년도에도 매출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큰 변동성은 매출 자료의 유효기한을 짧게 만든다. 기존 개인사업자가 영업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금융 기관에 제출해온 자료는 부가세 및 소득세 신고 자료다. 그러나 이 역시 업데이트 주기가 연 2회(부가세)와 1회(소득세)에 불과하다.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개인사업자의 사업장 상황을 보여주기에 부적합하다.

셋째, 개인사업자의 사업장은 불투명성이 크다. “현금 결제 시 할인”.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점 카운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문구였다. 이와 같은 ‘현금 결제 할인’을 받기 위한 조건은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는 것, 다시 말해 현금 매출을 신고하지 않는 방식의 탈세에 소비자가 동참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실제로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장이라 할지라도, 표면에 드러난 매출은 적을 수밖에 없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매출을 축소 신고했기 때문에 축소 신고된 매출을 바탕으로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데이터를 활용한 해결 방안 모색

현장에선 이들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하려는 여러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 기고에서는 한국신용데이터 내용을 중심으로 다른 금융사들의 현황도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11월 말 ‘캐시노트 크레딧 브리지’라는 금융 기관 대상 B2B 상품을 출시했다. ‘캐시노트 크레딧 브리지’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할 때, 매출 증가세, 단골 수, 단골 매출 비율 등 사업장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상품이다. 금융 기관은 이런 데이터를 더해 개인사업자에게 보다 유리한 신용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기존의 개인 신용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용 평가 체제에 사업 정보 데이터를 더해 개인사업자의 신용에 대한 입체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사업자의 사업장 운영 데이터를 금융사에 전달한다. 이 방식을 통해 개인사업자 사업장의 신용평가가 난맥을 풀어냈다고 자부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떻게 믿을 수 있는 사업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 대상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통해 사업장의 매출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하는 정보는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신용카드 매출과 현금영수증 발행 정보 등이다. 해당 정보는 원래 사업자에게 사업장의 현황을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해 제공하기 위해 수집된 것으로, 사업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수집된 것이다. 이를 금융기관에 제공할 때 다시 한 번 동의를 받아 제공한다.

또 하나, 캐시노트의 경우 사용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카드 결제의 정보를 수집한다. 따라서, 자사 카드의 결제 정보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총 사용액을 역산하는 개별 카드사 데이터에 비해 개별 사업장 정확도가 높다. 시장 상황의 변화도 도움이 됐다. 매년 결제 수단 중 카드 사용 점유율이 늘어나고, 현금 사용 시에도 현금영수증 발행 수가 증가하면서 매출 정보를 파악하기 용이해졌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이러한 정보를 연결하고 수집해 공신력 있는 매장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캐시노트의 검증을 거친 사업장 실제 운영 데이터를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매출의 증가, 단골 고객의 증가, 단골 고객이 일으키는 매출의 증가 등 데이터는 사업자의 신용 평가에 유리한 요소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를 금융 기관에 제공하면 기존 방식의 신용 평가로는 얻기 힘든 높은 수준의 신용 평가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개인사업자는 우대 금리 제공 등 자금 조달에 편의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골이 많이 찾아오는 사업장의 사장님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데이터를 금융사에 제공해 대출 시 금리와 한도를 우대받을 수 있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 앱에서 좋은 운행 습관을 보험사와 공유하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적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캐시노트가 개인사업자/소상공인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점 역시 중요하게 작용했다. 2019년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이다. 디지털과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계층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캐시노트는 앱 외에도 카카오톡 알림톡(챗봇 형태 서비스)을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소상공인 및 개인사업자 영역에서 높은 침투율을 기록하고 있다. 캐시노트 사용 사업장은 전국 약 70만 곳으로 가동신용카드가맹점 186만 곳(월 1회 이상 결제가 발생하는 신용카드 가맹점, 신한카드 2019년 감사보고서 기준)의 3분의 1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B2B 상품 출시 이후, 금융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 기관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상 금융 상품을 위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에 목말라 해왔기 때문이다. 최신의 정확한 사업장 데이터를 제공받아 개인사업자를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크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신용데이터와 롯데카드가 함께 출시한 ‘캐시노트 롯데카드’는 ‘캐시노트 크레딧 브리지’를 통해 개인사업자 사업장 데이터를 활용한 첫 사례다. 카드 발급 시 개인 신용도와 함께 본인이 운영하는 가맹점 매출정보도 함께 반영해 우대 한도를 부여하는데, 실제로 서울의 한 사장님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사업자용 카드보다 한도를 2배나 부여받았다. 또, 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을 때도 사업장 데이터를 활용해 우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금융 기관과 접촉 중이다.

이처럼 사업자 매장 운영 정보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다른 기업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12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을 만들어 출시했다. 이 역시 기존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대출이 어려웠던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상품으로, 사업자가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데이터를 대출의 토대로 삼았다. 단골 고객 비중, 고객 리뷰, 반품률 등 데이터를 신용 평가 시스템에 더한 것이다.

카드사들도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를 통해 서비스를 보강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업계 최초로 2019년부터 ‘마이크레딧’이란 이름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6월부터 ‘비즈크레디트’란 이름으로, KB국민카드는 지난해 8월부터 ‘크레딧 트리’란 이름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모두 기존 신용평가업체에 비해 방대한 결제 정보를 보유해, 개인사업자에 대해 더욱 입체적으로 신용평가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권의 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소상공인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미지=셔터스톡
금융권의 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소상공인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미지=셔터스톡

◆ 마이데이터 시대 생존의 요건

“어떻게 하면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주권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을까?”

마이데이터 시대의 개막에 따라 방대한 고객 데이터는 이제 더는 배타적 해자(垓子)가 아니게 됐다. 고객이 데이터 이동권을 행사해 자신의 데이터를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더 높은 데이터 분석 및 가공 역량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이데이터의 제도화로 인해, 데이터 주권자의 선택에 따라 흩어져 있던 개인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데이터 가치를 높일 기회가 생겼다. 이 중 하나의 창이 바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부재로 인해 정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온 개인사업자들에게 금융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모두가 말해왔지만 실현된 적은 없었던 포용적 금융이 나타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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