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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용곤충 산업의 현주소…성장 위해선 4가지가 필요하다

  • 기사입력 2021.03.31 11:06
  • 기자명 강지연 대표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4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국내 식용곤충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지 이제 6년 째를 맞고 있다. 많은 부침과 시행착오에도 식용곤충사업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강지연 봉화곤충호텔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2016년 ‘미래식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각종 언론매체에 혜성처럼 등장한 식용곤충이 농가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흰점박이꽃무지(일명 꽃벵이), 갈색거저리(일명 고소애)가 그 주인공. 그 중 흰점박이꽃무지를 사육하면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다는 환상에 빠져 수많은 농가가 곤충사육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작물이 나오면 작물 공급업자가 돈을 벌고 막상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는 식용곤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곤충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징그러운 곤충을 어떻게 먹어” 같은 소비자 거부감을 간과한 언론매체가 만들어낸 ‘미래식량이다’ ‘황금알을 낳는다’ 같은 미사여구가 농민들을 현혹했다.

현장에선 식용곤충 역시 반짝 뜨다가 지고 마는 또 다른 작물의 사례가 될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실은 분명 녹록지 않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용곤충 자체의 매력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먼저, 식용곤충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고단백질이라는 것이다.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소고기에 비해 3배 정도 단백질 함유량이 많고 지방 성분 중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이 75%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소고기 기름의 45%가 성인병의 원인인 불포화지방산이란 것과는 대조적이다.

예로부터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은 곤충이 약재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으며 특히 옛날 초가집에서 나오는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굼벵이, 일명 꽃벵이)은 간에 좋은 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7년도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서도 꽃벵이 유충에서 분리한 물질 즉, 인돌알칼로이드라는 물질이 혈전 치유와 혈행 개선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규명되어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의약품 원료로서의 가능성이 입증됐고, 식용곤충인 갈색거저리 유충(일명, 고소애) 또한 농촌진흥청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공동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암수술 후 3주 동안 갈색거저리 분말을 섭취한 환자가 기존 환자식을 섭취한 환자에 비해 회복 경과가 좋았다. 곤충 분말을 섭취한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근육과 골격이 4.8% 증가했다. 또한 췌담도암과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2개월간 영양상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갈색거저리 분말을 섭취한 환자군에서 면역반응을 보여주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16.5%, 건강한 세포막의 상태를 보여주는 위상각(Phase angle)의 변화량이 각각 2.4% 높았다.

이렇듯 식용곤충은 사람들에게 좋은 식재료일 뿐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 원료로도 그 가능성을 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미래식량으로 식용곤충을 선택한 것도 사육 관련 측면에서 매력도를 높여준다.

환경적인 측면도 우호적이다. 전 세계 경작지의 33%가 가축 사료용 작물 생산지로, 곤충의 대량 사육은 가축 사육에 비해 환경오염 요인인 온실가스 및 암모니아 발생량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체중 1kg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850:1, 물 사용량은 1500:1 정도여서 곤충 사육은 매우 환경친화적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용이 적게 든다.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데 다른 가축은 사료 10kg이 필요한 데 비해 곤충은 1kg이면 충분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고, 사육기간이 짧으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높다. 대량 생산도 가능하므로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영양 측면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세계 곤충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1억6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아시아의 주요 시장은 태국, 중국, 베트남으로 1,200만 달러 이상의 시장을 이미 형성했으며, 유럽에선 영국,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남아메리카에선 브라질과 멕시코가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 기관에선 2016~2023년 곤충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을 42%로 보고 있고, 그 결과 시장 규모가 5억2,2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의 보고서에서도 세계의 식용곤충 시장은 2023년에 5억2,2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체가능하며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식용곤충 시장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식용곤충의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단백·저칼로리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혁신적인 식용곤충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경쟁이 고조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한 귀뚜라미 및 갈색거저리 분말을 사용해 스낵바, 에너지바 및 단백질바 등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국내 식용곤충의 경우, 2011년까지만 해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기존 식품원료인 메뚜기, 누에 번데기, 백강잠에서 한발 더 나아가 2015년에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꽃벵이), 갈색거저리 유충(고소애),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 쌍별 귀뚜라미(쌍별이)가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되었다. 이들은 2016년 정식 식품원료로 등록되었고, 2020년에는 아메리가 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가 추가로 식품원료로 등록되어 총 9종이 식약처 식품원료에 등재됐다. 그 결과 2015년부터 급속도로 식용곤충 사육 농가가 증가했다.

국내 식용곤충 사육 농가 및 기업의 현황을 보면 2015년 724개소, 2016년 1,261개소, 2019년 2,204개소로 2015년 대비 304%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고, 그 중 흰점박이꽃무지를 사육하는 농가가 1,265 곳으로 가장 많은 사육 비중을 나타냈다.

판매액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기준 총 판매액은 286억 원. 흰점박이꽃무지 189억 원, 갈색거저리 28억 원(265개소), 쌍별 귀뚜라미 43억 원(322개소), 장수풍뎅이 26억 원(352개소)으로 곤충별 판매액을 사육농가 수로 나눈 평균 판매액이 1,300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식용 곤충 산업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필자는 이 분야의 성장을 위해선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위생적인 사육 환경 구축과 통일된 먹이원 사용을 통한 대량생산 체계 구축이다. 2016년 식용곤충 농가가 급속히 증가한 요인 중 하나는 시설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었다. 곤충의 가격은 소고기의 20배 이상. 시설비가 많이 들지 않아 누구나 식용곤충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파급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철저한 공급자 위주의 사고다. 기존 식용곤충 사육농가 대부분은 비닐하우스에 톱밥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거기서 식용곤충을 사육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곤충 교육을 하기 위해 선진 농장이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도, 사람이 먹는 건데 이렇게 사육해도 되나 의구심이 들었다. 이는 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증폭시키는 요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 대부분의 식용곤충 사육농가는 위생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필자 역시 2016년 봉화곤충호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스마트팜과 함께 사육실 내 항온·항습기 시설을 도입해 위생시설 투자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국 사육시설로 확산되고 있다.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사육농가들의 통일된 먹이원 사용이다. 현재 사육농가들의 사육규모는 대부분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는 영세한 규모로,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대량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사육 농가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통일된 먹이원을 사용한다면 비록 사육장소는 다를지라도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균일한 품질의 물량을 맞출 수 있는 구조, 다시 말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대기업이 식용곤충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요인 중에는 소비자의 거부감보다 원료 수급 불안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된 먹이원을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시장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해야 한다. 필자가 곤충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박람회 같은 행사장에 가서 홍보 활동을 해보면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중학생까지는 곤충에 대한 부담감이 거의 없고, 고등학생, 20~30대는 호불호가 확실하고, 40대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굳이…’, 50, 60대 이상은 몸에 좋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어린아이들과 20~30대가 모이는 곳에선 초콜릿에 곤충 분말을 첨가한 퐁듀와 초콜릿만 이용한 퐁듀를 시식하게 한다. 선호도 조사를 해보면 곤충 분말을 넣은 퐁듀에 더 많은 선호도를 보인다. 첨가된 곤충 분말 초콜릿을 선호한 아이들과 20, 30대에게 곤충이 들어갔다는 말씀을 드리면 곤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수월하게 일어난다.

그 외 세대는 접근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단백질의 중요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 곤충을 먹을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을 홍보해야 한다. 필자를 포함해 식용곤충 사육농가들이 나름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며 곤충 섭취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셋째, 국내 곤충산업과 관련한 법·제도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초로 2010년 곤충 관련 법률인 곤충산업 육성법이 제정되어 곤충 사육에서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생산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기존 흰점박이꽃무지·갈색거저리·장수풍뎅이 유충, 쌍별귀뚜라미에만 적용하던 중금속 관리 기준을 통합해 식약처 등록 모든 식용곤충에 적용했다. 곤충산업이 농업·축산업·임업 등의 범위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식용 곤충농가는 농·축협 그 어디에서도 조합원으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지만, 2019년 유통·판매가 가능한 곤충 14종을 가축의 범위에 포함시켜 축산법 고시(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를 개정함으로써 정체성도 확립되었다.

또한 식용곤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우량종충센터 건립을 통한 우량 종충 선발, 기능성 원료 추진, 대체 단백질 개발 연구 등 다양한 연구 개발과 각종 정부의 지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육농가들은 법·제도를 준수하면서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된다.

마지막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마음가짐과 미래식량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6년 여 짧은 역사를 가진 국내 식용곤충산업은 많은 부침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육농가들 사이에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단순 형태의 곤충 분말, 환, 진액 제품 형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로의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조금씩 희석돼가고 있다. 기업체의 대량 물량 요구, 수출에 대한 가능성 타진 등 시장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전환될 수 있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육농가들이 미래식량에 대한 책임감과 빈곤국 기아문제를 해결할 곤충을 사육한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또 농가들이 단합된 노력과 열정을 통해 뚜벅뚜벅 제 길을 걷는다면, 언젠가 식용 곤충 산업도 성장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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