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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뒤흔드는 네이버·카카오의 정반대 전략
금융판 뒤흔드는 네이버·카카오의 정반대 전략
  • 임현우 기자
  • 승인 2021.03.3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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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4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정반대 금융사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카카오페이가 지난 1월 “손해보험사를 세우겠다”며 정부에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금융당국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계획대로라면 핀테크업체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손보사가 하반기 출범한다. 보험시장은 후발주자가 파고들기 힘든 ‘레드 오션(포화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디지털을 융합한 혁신적 상품으로 시장을 바꿔놓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네이버페이는 4월부터 ‘외상 결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카드사의 영역인 후불결제가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에 허용되는 첫 사례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할 때 잔액이 모자라면 나중에 갚을 수 있다. 신용카드를 만들기 힘든 사회초년생, 학생, 주부 등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카드사들은 “당장은 소액이라지만 한도를 갈수록 높이며 여신시장을 잠식해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네이버와 카카오, 금융산업을 흔든다

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빅테크의 공습’, 그 중심엔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를 거쳐 이뤄진 결제·송금액은 지난해 100조 원에 육박했다. 카카오페이의 연간 거래액은 2018년 20조 원에서 2020년 67조 원으로 급증했다. 네이버페이의 거래액 역시 2018년 11조4,000억 원에서 2020년 25조9,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소개되는 카드, 대출, 보험 등에 가입자가 몰리면서 금융시장에서 협상력도 부쩍 강해졌다. 전통 금융권에서 “이러다가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검색·쇼핑을 꽉 잡고 있는 네이버와 메신저를 장악한 카카오는 막강한 가입자와 트래픽을 무기로 금융권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전략을 보면 차이점도 뚜렷하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전 금융부문에 걸쳐 라이선스(사업권)를 직접 확보하는 반면, 네이버는 다른 금융사(미래에셋)와의 협업으로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플랫폼(중개업자)’ 역할에 집중하고, 카카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플레이어(금융업자)’로 뛴다는 것이다.

◆ 은행도 한 수 배워가는 ‘카카오 금융’

금융사업의 범위와 규모 면에서 일단 앞서 있는 곳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여러 금융사를 직접 거느리며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로 출발한 카카오페이를 2017년 분사했다.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카카오톡에서 각종 ‘생활금융’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제와 송금을 시작으로 자산조회, 신용정보, 멤버십, 청구서, 대출비교, 투자, 인증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췄다.

2016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설립해 1금융권 은행을 차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1360만 명, 수신잔액(예금) 23조5,393억 원, 여신잔액(대출) 20조3,133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9년에는 보험 스타트업 인바이유를 사들였고, 2020년에는 중소형 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카카오페이증권에는 10개월 새 320만 개 계좌가 개설됐다.

올해 손해보험사 설립까지 마치면 카카오는 예금, 대출, 카드, 보험, 결제, 투자상품 등을 아우르는 ‘금융그룹’ 면모를 완성하게 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카카오가 모든 금융권에 진출해 직접 경쟁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다른 핀테크기업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라이언으로 대표되는 친근한 이미지, 쉽고 혁신적인 사용법, 카카오톡과 연동한 뛰어난 접근성 등은 카카오 금융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 고위 경영진은 올 1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를 초청해 ‘성공비결 특강’을 듣기도 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성공 이유는 공인인증서 없는 손쉬운 거래 등을 선보여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려 하지 말고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각 사

◆ 역시나… 무섭게 확장하는 ‘네이버 금융’

네이버는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네이버의 금융사업은 2019년 설립된 네이버파이낸셜이 모두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담당 부서를 분사하면서 미래에셋에서 30% 지분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돈독한 신뢰관계가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6월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인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 쇼핑을 많이 이용하면 최대 연 3% 이자를 주는 등의 혜택을 내세워 금융사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작년 12월에는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소상공인 대상 중금리 대출시장에도 진출했다. 네이버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연 3.2~9.9% 금리에 5,0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대출’ 상품을 내놨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청을 받고 신용평가를 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심사하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1·2금융권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았던 어려웠던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도 담보나 보증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기존 공급망 금융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소상공인과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핵심 파트너는 미래에셋이지만, 다른 금융사와도 필요에 따라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비씨카드와 제휴를 맺고 ‘오프라인 포인트 QR 결제’를 선보였다.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쓰임새를 넓혔다. 또 우리은행과 손잡고 소상공인을 위한 1금융권 대출상품도 조만간 판매할 예정이다.

◆ 빅테크의 영역확장 경계하는 금융권

금융권은 두 빅테크의 움직임에 불안감과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결’과 ‘데이터’에 능수능란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메신저로 출발한 카카오는 수요자·공급자의 연결에, 검색에 뿌리를 둔 네이버는 데이터 수집·분석에 각각 강하다”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융합 역량을 강화해 나갈수록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 소상공인 대출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인 대안 신용평가시스템(Alternative CCS)을 활용한다.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기존 자료에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의 매출 흐름, 단골 고객 비중, 고객 후기, 반품률 등을 결합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던 잠재고객을 빼앗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 이용자의 이탈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카카오 택시’로 유명한 카카오T 등에서 쏟아지는 비금융 데이터를 금융사업과 연계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에게 좋은 금융상품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숨은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맞춤형 상품도 다양하게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 카카오 택시·네이버 멤버십 등과 시너지 노려

네이버는 페이를 쇼핑, 멤버십, 예약, 지도 등과 연계해 ‘가입자 묶어두기’ 효과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통장에 이은 공격적인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월정액 이용료를 내는 회원들에게 파격적인 포인트 추가 적립 혜택을 준다. 코스트코의 회원제나 쿠팡 ‘로켓 와우’, 아마존 ‘아마존 프라임’ 등과 같은 개념이다. 만만찮은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멤버십 회원들이 단순 쇼핑 외에도 네이버의 각종 콘텐츠까지 구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플랫폼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네이버페이의 지난해 거래액은 25조9,000억 원으로 외형상으로는 67조 원의 카카오페이에 뒤처져 보인다. 다만 전체 거래액 가운데 카카오페이는 ‘송금’이 많고 네이버페이는 ‘결제’가 대다수다. 송금은 가입자를 모으는 미끼로 좋지만 수수료 부담이 커 밑지는 장사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을 확보함으로써 외부 계좌와 연계한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계좌의 보유 잔고도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도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기존 금융산업에도 디지털화, 비용구조 효율화, 빅테크와의 윈윈 전략 추구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근본적 혁신을 주도하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 “우리가 받는 규제, 네이버는 왜 안 받나”

금융당국은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의 핀테크 육성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빅테크가 이런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활짝 개방된 금융 데이터를 자체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기존 금융사들이 빅테크의 진입을 마냥 막아설 수만은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전통 금융사 사이에서는 카카오에 비해 네이버에 대한 반감이 유독 거센 측면이 있다. 규제는 다 피하고 수수료만 챙기려 한다는 정서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업에 들어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카카오처럼 정식 라이선스를 받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노조도 빅테크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가 핀테크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자금융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네이버·카카오 특혜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금융업을 잘 모르는데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고, 정치적 이슈에 시달린 경험 때문에 규제산업을 꺼려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국내에선 “금융사를 세울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해외에선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인터넷은행에 뛰어들었다. 올 상반기 태국, 내년 일본에 ‘라인뱅크’가 문을 연다.

◆ 금융업 키울수록 ‘규제 리스크’도 커져

네이버와 카카오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회사가 결국 금융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란 사실이다. 삼정KPMG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거의 모든 뱅킹 서비스를 선보이는 ‘슈퍼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알리바바, 텐센트, 페이스북 등 7개 빅테크 기업이 금융사업을 하고 있다. ‘빅테크 공룡’들이 테크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이나 벤처캐피털(VC)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4년 17건에 그쳤던 빅테크 기업의 핀테크 투자 건수는 2019년 47건으로 늘었다. 알파벳(65건), 텐센트(49건), 알리바바(22건) 등이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선점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팀장은 “국내 시장의 규모와 특수성을 고려하면 네이버·카카오의 금융은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금융업을 확장할수록 규제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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