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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준의 고민…그리고 비트코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준의 고민…그리고 비트코인
  • James Jung 기자
  • 승인 2021.03.30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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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4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미국의 고용, 물가, 그리고 자산시장 동향을 보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듯하다.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올해 하반기 중이라도 미국 경제는 풀 가동에 들어갈 태세다. 고민도 있다. 비상 상황을 감안해 초저금리 정책을 실행하면서 통화정책 측면에서 큰 부담이 생겼다. 재정정책이 가세하고 있지만 월가는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런 와중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시장이 대체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디지털 자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미국 경제의 고민을 짚어봤다. / James Jung 블록미디어 기자◀

연준은 비트코인과 달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연준의 무한정 달러 찍기는 비트코인 가치를 높여준다. 이미지=셔터스톡
연준은 비트코인과 달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연준의 무한정 달러 찍기는 비트코인 가치를 높여준다.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평소 말투는 독일병정 같다. 17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했다. 이날 연준은 올해 경기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한 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를 공개했다.

기자들은 상향된 경기 전망을 근거로 초저금리 정책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파월 의장에게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직 금리인상이나 테이퍼링(Tapering·채권 매입 축소)은 시기상조”라는 것.

FOMC 의원들의 경기 전망을 정리한 SEP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고, 향후 미국 통화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우선 정리해보자.

◆ 성장·고용·물가 ‘세 마리 토끼’ 몰이

SEP는 1년에 네 차례 발간된다. 2007년 10월부터 FOMC에 참석하는 12명의 지역연방은행 총재들과 7명의 연준 이사들이 각자 생각하는 경기 흐름을 정리한 보고서다.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3월에 긴급 정책회의를 여느라 SEP가 한 차례 발간되지 않았다. 직전 SEP는 작년 12월에 나온 것이다.

이번에 FOMC 회의 직후 새로운 경제 전망이 공개됐다. 우선 올해 미국의 GDP는 기존 4.2%에서 6.5%로 상향 조정됐다. 팬데믹으로 닫혀 있던 경제가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고용 관련 지표도 긍정적인 전망 일색이다. 올해 실업률은 4.6%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종전 전망치는 5%였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는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제 절반 정도 일자리를 복구했다. 연준이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완전고용은 실업률 4%선이다.

물가 전망치는 1.8%에서 2.4%로 상향 조정됐다. 이 대목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연준이 가이드로 삼고 있는 물가 레벨은 2%. 포스트 팬테믹으로 넘어갈 때 예상치 못한 강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 “일시적 물가 상승 용인”

파월 의장은 기저효과에 의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므로 용인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가 미국을 급습했을 때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인플레는 낮은 상태와 비교해서 측정되는 만큼 일시적으로 2% 위로 오를 수 있다는 것.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하겠지만,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가 고민하는 문제 중 다른 하나는 고용 시장 개선에 따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 Pull Inflation)이다.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물가 압력을 제어할 수 있느냐는 것. 파월 의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필립스 곡선 평탄화라는 논리를 편다.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은 가로축에 실업률, 세로축에 물가를 놨을 때 우하향하는 오목한 곡선이 그려진다는 이론이다. 실업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급격하게 물가가 상승하게 돼 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지난 20여 년 간 필립스 곡선 평탄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이 떨어지더라도 물가 상승이 제한적으로만 일어난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흐름은 2%를 기준으로 상당히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파월 의장의 주장대로 물가 걱정 없는 고용 회복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월가는 뭘 걱정한다 말인가?

◆ 미국 국채수익률 가파르게 상승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경우 1년래 최고 수준인 1.6% 선을 상향 돌파했다. 30년 만기 수익률도 2.4%대로 올라섰다.

장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장기적인 인플레 압력을 반영한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시장은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은 주택시장과 맞물려 경기에 영향을 준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3%대로 뛰어올랐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저금리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이 제한될 뿐 아니라 신규 주택 판매 속도도 떨어지게 된다. 미국 주택 경기도 우리나라만큼 뜨겁다. 금리 상승은 주택 경기를 냉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월가는 연준이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특별한 작전(Operation)을 수행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금리 상승까지 제어해준다면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미국 경제는 활화산처럼 단번에 달아오를 수도 있다.

연초 이후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금리 수혜를 톡톡히 누렸던 성장주, 기술주가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S&P500, 다우,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 기록을 수립하면 2021년을 맞이했지만 나스닥은 금리 상승에 가로막혀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가가 고대하는 작전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 OP)다. 연준은 이 작전에 나설까? 대답은 노(No)이다.

◆ 연준의 큰 부담...막대한 보유 채권

파월 의장이 자신 있게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말 못할 고민도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연준 보유채권(밸런스 시트)을 덜어내는 일이다. 연준은 지금도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시장에서 사들인다.

연준이 자기 돈(?)으로 이렇게 막대한 채권을 사고 있기 때문에 저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 대신 연준은 7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자신의 금고 속에 넣어두고 있다. 돈을 찍어내는 신묘한 능력이 있는 중앙은행이 이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연준 입장이 되보면 애타는 심정을 알게 된다.

연준의 밸런스 시트가 급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다. 연준은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맞아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달러를 찍어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국채와 모기지 채권 등을 사들였다.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판단한 연준은 채권 매입 규모를 서서히 줄이는 테이퍼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한정 연준이 채권을 사줄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과 같은 위기 상황이 도래했을 때 다시 실탄을 쏟아붓기 위해서라도 채권 매수 규모를 줄이고, 보유 채권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펴야 했던 것.

이 같은 정책을 최초로 밝힌 사람은 2013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였다. 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했던 인물이지만, 테이퍼링 정책을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시장의 극심한 저항에 직면했다.

연준은 결국 2017년 10월이 되어서야 단계적으로 보유 채권을 줄이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9년 8월까지 줄인 채권이 7000억 달러. 이제부터 천천히 보유 채권이 만기가 되기를 기다리면 되겠다고 한숨 돌리는 순간, 코로나 팬데믹이 몰려온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연준은 채권시장에서 다시 막대한 채권을 사들이게 됐다. 어렵사리 줄인 채권이 급증했고, 지금은 보유 채권이 8조 달러에 육박한다. 2007년 대비 거의 10배 수준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가 원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OP는 단기 채권을 팔아 장기 채권을 사는 것이다. 장기 채권 수익률 상승을 억제하면서 연준의 실탄 자체는 늘리지 않는 나름 실효성 높은 정책이다.

문제는 OP를 수행하면 할수록 연준이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장기채권의 양이 늘어난다는데 있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장기 채권을 팔면 될 것 아닌가. 만약 장기채권이 시장에 나온다면 채권수익률은 급등하게 된다. 시장이 받을 충격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연준이 밸런스 시트에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만기까지 들고 있다가 소멸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OP로 인해 만기까지 들고 가야할 채권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제2의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라면 연준은 웬만해서는 OP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들고 있는 채권도 어떻게 하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해소할 것인지 고민해야할 판에 추가 부담을 안을 수는 없다.

풀려나온 달러가 채권의 형태로 연준에 쌓이는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렇게 무한정 달러를 찍어도 괜찮은 거야?”

이런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제시한 일단의 그룹이 있다. 뜻밖에 이들은 금융이나 경제정책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었다. 컴퓨터 공학으로 무장한 사이퍼펑크(Cypherpunk) 신봉자들이었다.

◆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트코인의 등장

사토시 나카모토. 비트코인을 창시한 인물이다. 나카모토가 특정 인물인지, 일단의 그룹인지는 알 수 없다. 나카모토와 함께 비트코인 개발에 참여한 인물들은 검열에 저항하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며, 컴퓨터 사이언스에 심취해 있으며, 암호학에 조예가 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을 사이퍼펑크라고 불렀다.

나카모토는 사이퍼펑크 문화 속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인터넷에 올리고, 최초의 비트코인을 채굴한 해가 2009년이다.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로 정신없이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일 때다.

나카모토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중앙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로 인한 금융 불안과 주기적인 시장 붕괴에 따른 피해를 왜 개인들이 떠안아야 하는가? 정보 전달 시스템으로써 전자 화폐를 정의하고 개인 간 매매를 자유롭게 할 방법은 없는가?”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그 결과물이 12년 후 시총 1조2000억 달러의 비트코인이라는 거함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는 달러의 대안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 10여 년 이상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진영이 모색해온 답이 지난해 10월 불쑥 나왔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페이, 네이버 페이에 해당하는 미국의 페이팔이 전격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5종류의 암호화폐를 자신의 결제 시스템에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 페이팔의 움직임은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페이팔은 미국과 전세계에 2,900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이들 가맹점에서 전자 상거래나 결제에 사용된다면 나카모토가 꿈꾼 “중앙 정부의 지배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된 화폐”가 상업적으로 활용된다.

이 소식은 디지털 자산시장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직전 고점을 가볍게 돌파했고, 페이팔과 유사한 시도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랠리의 2차 도화선이 조용히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비트코인의 미래 가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비트코인 시세 급등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미지=셔터스톡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비트코인의 미래 가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비트코인 시세 급등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미지=셔터스톡

◆ 자동차, 우주선, 그리고 비트코인

일론 머스크는 평소에도 트위터를 통해 논란을 일으킨 일이 많다. 3년 전 테슬라 공장이 심각한 생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머스크는 강력한 공매도 공격을 당했다. 이에 격분한 머스크는 트위터에 “차리라 테슬라 주식을 직매입해서 상장 폐지를 시키도록 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머스크는 이 트윗이 주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경고를 받고 벌금을 물어야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마이크로테크놀로지 대표 마이클 세일러와 트윗 댓글로 대화를 나눴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할 수 있는지” 물었고, 세일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시에는 이 대화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2월 8일. 테슬라는 SEC에 제출한 회계 보고서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여유 현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 금, 금ETF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사이퍼펑크 문화에서 시작한 비트코인이 S&P500 상장사 테슬라의 금고에 달러를 대신하는 자산으로 입고된 것이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매입 결정을 독단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회사의 이사회와 재무감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투자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 멤버 중에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둘째 아들 제임스 머독도 있었다. 전 세계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인싸 주류 인사가 머스크의 과감한 비트코인 투자를 받아들인 것이다.

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위한 우주선을 만들고, 완전 자율 주행 전기차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공상가적인 기행을 벌였지만 15억 달러 투자는 장난처럼 결정될 일이 아니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대체 투자로 생각할 뿐 아니라 실제 통화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SEC 제출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까운 장래에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테슬라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 자동차 산업의 혁신 노드 테슬라

비트코인은 중앙화된 몇몇 컴퓨터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일단의 컴퓨터들(노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테슬라는 거대한 자동차 산업을 혁신하는 거점 노드가 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수 백, 수 천 개의 협력 업체, 판매 업체, 마케팅 업체 등이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만약 GM 같은 자동차 회사가 부품을 한 개 바꾼다고 하면 상하좌우로 연결돼 있는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결제 시스템에 비트코인을 적용한다고 하자. 당장 자동차 판매를 전담하는 전 세계 딜러 조직을 설득해야 한다.

테슬라는 다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딜러 조직이 아닌 직판체제에 의해 판매된다. 따라서 본사 차원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단행하면 판매망이 저절로 이를 받아들이도록 돼 있다. 디지털 자산, 암호화폐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첨단 이미지의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기꺼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것이다. GM, 포드, 토요다가 할 수 없는 것을 테슬라는 할 수 있다.

머스크의 도박은 일단 성공이다. 테슬라는 올 1월 중순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매입 단가는 3만3000 달러 수준. 비트코인은 이달 6만 달러를 터치하기도 했다. 단 2개월 만에 테슬라는 약 12억 달러 가량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이는 테슬라의 중국 공장 투자 금액 15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테슬라 본체에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기준으로 1.6%를 넘어서면서 기술주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낸 것. 테슬라 시가총액은 지난 두 달 간 1,000억 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비트코인 투자가 위험하다”며 질타했던 월가의 일부 분석가들은 금리상승이라는 초대형 악재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미지=셔터스톡

◆ 비트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정말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설파했다.

레이 달리오는 당초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2020년 1월 현금은 쓰레기라며 금에 투자하라고 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크고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던 달리오가 올해 1월 ‘비트코인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장문의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는 세 가지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분석했다.

첫째, 세계는 새로운 부(wealth)의 저장 장소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시킨 통화 팽창이 언젠가 강력한 인플레 압력으로 우리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대비한 가치 저장소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아직은 대형 헤지펀드가 진입하기에는 너무 작다. 브리지워터가 운용하는 자금만 1200억 달러다. 비트코인에 1%만 투자해도 12억 달러. 테슬라가 투자한 것과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디지털 자산시장에 투하된다. 테슬라 투자 이후 비트코인은 100% 이상 상승했다. 헤지펀드가 뛰어들기에 좁은 시장이다.

셋째, 정부 규제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가 지배해온 화폐 주조권에 대항하는 비트코인을 과연 정부가 용인할까. 실제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매우 위험하다”고 직접적인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이 세 번째 리스크 요소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의 달러를 살포해야하는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달러의 가치를 위협하는 비트코인을 미국 정부가 어느날 불법화하면 디지털 자신시장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이런 모든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투자 자산으로 부상 중이다. 레이 달리오는 “투자한 돈의 80%를 잃더라도 괜찮을 정도의 규모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장기 옵션 상품이고 위험성이 크지만 그만큼 매력도 있다는 뜻이다.

◆ 달러의 미래

레이 달리오는 지난 1월 30일 워싱턴포스트와 영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금융 투자계 거물의 전망이 궁금했을 것이다. 레이 달리오는 미국이 달러를 이렇게 많이 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한다. 세계사적인 화폐 권력의 변화도 언급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 1위의 교역국이다. 그런데 무역 대금의 단 2%만이 위안화로 결제된다. 중국이 이런 상황을 가만히 둘까.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권력의 축이 이동하면서 파운드는 세계 통화가 됐다. 영국에 이어 미국이 패권 국가가 됐고, 달러가 기축통화로 부상했다. 그 다음은? 레이 달리오는 역사를 되짚어보며 달러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앞서 레이 달리오가 비트코인을 옵션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자. “비트코인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저장소를 찾아야한다.”

인터뷰 당시는 미국 젊은 개미 투자자의 집단 행동이 월가를 떠들썩하게 할 때였다. 이들은 대형 기관투자자의 게임스톱 공매도에 격렬하게 대항했다. 레이 달리오는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한다. “나도 그 나이에 투자를 시작했어요. 나도 반항적이었고, 뭔가 내 방식으로 투자를 해보고, 시장을 깨뜨리고 싶었죠.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전반적인 분노, 미움, 서로를 해치려는 욕망입니다. 시스템이 위험에 빠지는 것이죠.”

달러 중심의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다면 비트코인이 그 대안 중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부인하고 싶어도 디지털 자산 시장은 이미 월가의 한 지역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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