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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냉정한 머스크
[포춘US]냉정한 머스크
  • VIVIENNE WALT 기자
  • 승인 2021.03.3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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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BLOODED

일론 머스크는 멸종위기에 처한 몇몇 파충류들이 테슬라의 독일 기가 팩토리와 유럽 장악 계획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BY VIVIENNE WALT

2019년 말, 베를린에선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그 과정이 너무 비밀스러워 자체적인 암호명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 암호명은 과거 공산주의 시절 그 도시에서 벌어졌던 비밀 첩보전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프로젝트 아누슈카 Project Anuska다. 독일 수도가 속한 브란덴부르크 주 환경부 장관 악셀 포겔 Axel Vogel은 “모든 사람들이 분명 러시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밝혀진 대로 러시아인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대신 그 해 11월, 독일인들은 누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투자를 했는지 알게 됐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일론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그 해 11월 밤 자동차산업 관련 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앞으로 베를린에서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한껏 들뜬 모습을 보이더니, 곧 이어 이 도시에 대규모 신공장 건설을 발표해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나는 베를린을 사랑한다. 정말 멋진 도시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프로젝트 아누슈카는 원래 옛 소련의 복엽 비행기(biplane)와 관련이 있는데, 독일 관리들은 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테슬라에 제안한 최신 기가팩토리 부지로 머스크를 데려갔다.

독일 그륀하이데에 소재한 테슬라의 대규모 신규 공장 기가팩토리는 480만 제곱 피트 이상의 면적에 펼쳐져 있다. 사진=포춘US
독일 그륀하이데에 소재한 테슬라의 대규모 신규 공장 기가팩토리는 480만 제곱 피트 이상의 면적에 펼쳐져 있다. 사진=포춘US

이 공장 부지는 에지 있는 스타일로 유명한 이 경영자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할 만큼 멋진 분위기를 풍겼다. 머스크가 “기가 베를린”이라고 부르는 이 공장은 머스크라는 인물의 살아있는 구현체가 될 것이다. 그는 1월 말 포춘과 가진 장시간 인터뷰에서 "멋지고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이 공장이 진짜 보석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규모 유럽 진출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독일 관리들은 머스크에게 애원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었다. 그의 계획이 원대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지금은 거의 잊혀진 옛 동독 지역—수도에서 약 20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에서, 대규모 시설을 완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이르면 올 여름부터 유럽산 테슬라 자동차들을 양산할 전망이다. 그는 2023년까지 연간 50만 대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스크는 또한 "유럽에서 단연 최대이자 세계에서도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은 대규모 공장이 이 지역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머스크는 “최소 2만 명”에서 시작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용 인원이 약 5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알게 된 것처럼, 사소한 세부 사항은 거래의 가장 큰 부분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고, 로켓(그리고 그의 회사 주가)을 성층권으로 쏘아 올린 사람의 발목도 잡을 수 있다.

작년 6월 공장 건설이 시작됐을 때, 근처의 많은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한 곳이 대규모 유럽 진출을 하기 위해 그들의 뒷마당을 직접 선택했다는 사실에 크게 흥분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9월 베를린 기가팩토리 현장 밖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9월 베를린 기가팩토리 현장 밖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포춘US

그러나 모든 현지인들이 흥분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 10월 공청회에선 1,233페이지에 달하는 발언록과 함께 성난 증언이 이어졌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상하이에 이은 테슬라의 4번째 공장은 그륀하이데 Grunheide의 750에이커에 달하는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인구 9,000명의 이 베를린 교외 지역은 1940년대 현지 당국이 목재 판매를 목적으로 심은 소나무들에 둘러 싸여 있다. 포겔은 이 지역이 "조용한 노후를 보내거나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려는 사람들"의 새로운 정착지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테슬라의 진출로 생활방식이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위협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물들에게 가해졌다. 바로 멸종위기종인 모래도마뱀과 독이 없는 스무스 스네이크 smooth snake다. 이 동물들은 지난 수십 년간 그륀하이데 주변의 삼림지대에 굴을 파고 살았는데, 이 서식지는 인간 세계에 의해 잠식 당하는 상황에서 점점 더 소중한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머스크의 2019년 발표 직후, 환경단체들은 테슬라가 희귀종인 서양 바바스텔 박쥐뿐만 아니라 파충류들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고발했다. 모두 엄격한 자연보전법에 의해 보호 받는 동물들이다. 이 법은 목록에 등재된 야생동물들을 해칠 수도 있는 건설을 금지하고 있다. 머스크는 그 부지에 파충류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곳이 뱀이나 도마뱀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동물들은 꽁꽁 얼 정도로 매우, 매우 추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작년 2월 ‘테슬라가 그 지역의 야생동물을 살리고 도마뱀과 뱀들을 재배치할 계획을 세울 때까지 공장 건설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회사는 벌목할 계획이었던 나무 수의 3배를 심겠다고 제안했지만, 법적인 문제는 계속됐다. 12월에는 판사들로부터 벌목을 멈추라는 명령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 조치가 공장 부지에 아직 살고 있는 파충류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까지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건설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머스크 또한 "총 투자액이 정말 막대하다. 우리는 한동안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건설 계획안은 '공장 신설에 10억 유로가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새 일자리 유입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 심각한 인재 유출을 겪은 지역에게 매운 중요한 사안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모래 도마뱀. 사진=포춘US
멸종 위기에 처한 모래 도마뱀. 사진=포춘US

브란덴부르크 경제장관 요르그 스타인바흐 Jorg Steinbach는 "거의 모든 세대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떠났다"며 “하지만 부분적으로 테슬라의 투자 덕분에, 우리는 핸들을 180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 공장을 관광지로 바꿀 생각이며, 대부분 풍력과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아름다운" 기술 전시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을 유인하기 위해선 지리적으로 베를린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유럽 전역에서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론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 관리들은 단순히 자연과 사업상의 이익을 맞바꾼 것이었다. 브란덴부르크 자연생물다양성보호연합의 크리스티아네 슈로더 Christiane Schroder 대표는 “그들은 모든 이점만 보고, 단점은 완전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앞서 테슬라가 동물들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고발한 조직 중 한 곳이다.

테슬라의 건설 불도저로부터 파충류들을 구하는 데에는 몇 달간의 힘든 계획이 필요했다. 공장 부지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찾고 있는 독일 환경보호 기업 나투르 운트 텍스트 Natur und Text의 도마뱀 전문 포획가인 옌스 프라여 Jens Frayer는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시기에도, 독일 토종인 무독성 뱀(Coronella austriaca)과 모래장지 도마뱀(Lacerta agilis)은 자연환경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춥고 습한 날씨 속에서 살아남아도 종종 까마귀에게 잡아 먹힌다. 8년씩 사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지금은 가장 좋은 때가 아니다. 테슬라가 광란의 건설을 시작하자, 프라여는 파충류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임무는 엄청난 인내심과 뛰어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는 "뱀과 도마뱀 모두 위장술이 뛰어나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사람들이 그들을 식별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그런 후 그들을 포획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바위 더미 위에 자리잡고 있는 테슬라 부지 위의 철도 선로는 생물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매우 효과적인 은신처다. 프라여는 "뱀들은 당신이 가까이 있을 때 듣고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당신은 절대 그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결국 연구팀은 검은 플라스틱 판자를 만들어 햇빛을 흡수하고, 동물들이 따뜻한 장소를 찾을 때 그들을 구슬려 밖으로 나오게 했다. 28일간의 작업 끝에 네 명으로 이뤄진 추적 팀은 17마리의 도마뱀과 14마리의 뱀만을 포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십 마리가 여전히 숨어 있다. 프라여는 "아직 몇 마리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봄에 수색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그때 쯤이면 독일산 테슬라를 생산하는 공장이 거의 완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나라가 소중히 여겨 온 자동차 산업에 맞서, 테슬라의 운명을 건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는 얘기다.

BMW과 다임러,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회사들은 통틀어 연간 약 500만대를 생산하고, 8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국가 단일 최대 산업 군에 속한 기업들이다. 견고한 진지를 구축한 이 강자를 공략하는 건 머스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테슬라는 그 동안 독일 경쟁사들이 전체적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춘 덕을 봤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지난해 유럽에서 이 신흥 라이벌 업체보다 더 많은 배터리 구동 차량을 판매했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여전히 우수하지만, 독일인들은 수십 년 동안 대규모 공장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반면 테슬라는 이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고 있다. 게다가 전통의 자동차 회사들은 화석연료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EU의 압력을 점점 더 강하게 받고 있다. 베를린의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 Matthias Schmidt는 “테슬라는 매우 훌륭하게 EU 시장에 진입했지만 그곳은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며 “이제 그들은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점점 더 확대되는 경쟁이 기쁘다고 주장한다. 그는 "테슬라의 사명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가속화하는 것이었고, 항상 그래왔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현재 세계 시장의 약 18%를 점유하고 있다)의 입지를 고수하려면, 테슬라는 유럽에서 승리해야 한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북미와 중국, 유럽에서 아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이 3개 지역을 모두 확보하지 못하면 "그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강력한 자동차 노조와의 싸움도 예상된다. 독일 법 하에서 노조 간부들은 자동차 회사들의 감사위원회에서 동수로 활동한다. 테슬라가 근로자들의 노조 설립 시도를 물리친 미국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현재 머스크는 기가 베를린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를 꺼리는 듯하다. 그는 "우리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고, 내가 근로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은 노조 조직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수가 240만 명에 이르는 IG 금속산업노조의 브란덴부르크 지부장 비르기트 디체 Birgit Dietze는 “테슬라가 매년 최소 24일의 휴가와 시간외 수당 보장 등 독일 노동법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모든 난관에도, 머스크는 약 4억 5,000만 명의 EU 단일 시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그는 베를린에 자동차 디자인 센터도 열 것이며, 이 나라의 유서 깊은 경험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19년 베를린 행사에서 청중들에게 "최고의 자동차는 독일에서 생산된다.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테슬라가 세계 최초의 100% 전기차 제조사로 출범했을 때의 회의론을 상기시켰다. 머스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완전 바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도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비웃지 않는다. 올 여름부터, 한산한 그륀하이데 지역은 테슬라에게 또 다른 대규모 성장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하지만 도마뱀과 뱀들도 행복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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