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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X비트코인'…주목할 만한 5가지 핵심 포인트
'테슬라X비트코인'…주목할 만한 5가지 핵심 포인트
  • 임현우 기자
  • 승인 2021.03.02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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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3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혁신과 혁신의 만남’인가, ‘거품과 거품의 만남’인가.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미국 테슬라가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또 한 번 논쟁의 중심에 섰다. /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테슬라가 2월 8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어치 매입했고, 앞으로 비트코인으로 차도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사는 데 쓴 돈은 회사에 쌓아둔 현금성 자산(190억 달러)의 7.8% 규모다. 유명 자동차업체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외 비트코인 시세는 20% 넘게 뛰어 역대 최고가(5,000만 원대)를 경신했다. 혁신기업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진입이 ‘초대형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옹호론자로 유명하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테슬라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지, 또 암호화폐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등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향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1. 공통점 많은 테슬라와 비트코인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를 키워 자동차 시장에 큰 균열을 가져온 테슬라의 이미지와 들어맞는 투자”라고 평했다. 둘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실제로 공통점이 많다.

테슬라는 교통과 에너지, 비트코인은 화폐와 금융에서 대변혁을 목표로 탄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랠리’를 타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처였다는 점도 닮았다. 2020년 초만 해도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모두 1,000억 달러 안팎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매입 발표 다음날인 올해 2월 9일 기준 테슬라 시총은 8,052억 달러, 비트코인 시총은 8,6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각각 900조 원 안팎으로 급등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보다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주로 반영된 결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혁신의 아이콘’이냐 ‘거품의 아이콘’이냐를 놓고 논란이 거셌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가 올 1월 시장 전문가 627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비트코인 가격과 테슬라 주가가 향후 12개월 안에 가격이 반토막이 날 것으로 본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거품 수준을 1~10점으로 매겼을 때 비트코인을 10점으로 평가한 사람이 50%에 달했다. 미국 기술주도 거품을 7점 이상으로 매긴 전문가가 83%였는데, 특히 테슬라에 대한 우려가 컸다.

외신들은 두 자산의 가격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이유를 “투자자가 비슷하다”는 데서 찾았다. 단순한 ‘기술 덕후’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 출생자)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테슬라 주주와 비트코인 투자자의 특성을 보면, 기관이 아닌 개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세계 증권시장의 80%를 기관투자가가 차지하고 있으나 테슬라는 개인 주주가 절반쯤 된다. 비트코인도 최근 기관의 매수세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믿는 개미들이 여전히 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시세에 관계없이 끝까지 쥐고 버티겠다”는 이른바 ‘호들러’(HODLer)가 많다는 분석이다. 호들(Hold On for Dear Life)은 점잖게 번역하면 ‘장기투자’, 시쳇말로는 ‘존버’다. 미국 라디오방송 NPR은 “비트코인과 테슬라는 기술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비트코인의 강력한 팬덤이 테슬라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2. 테슬라는 왜 비트코인을 사들였나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사실은 이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테슬라는 “현금 수익률을 높이고 자산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가 굳어진 만큼 현금을 쌓아두기보다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기존 자산을 암호화폐 등의 디지털 자산으로 더 바꿀 수 있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20년 초 7,000달러 정도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에는 5만 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머스크는 여기서 더 값이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테슬라는 최근 이사회에서 금괴와 금환거래 펀드에도 현금을 쓸 수 있도록 기업 투자 규정을 바꿨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면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UBS는 “한동안 현금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요즘은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자체가 리스크인 시기”라고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주류 성향이 강한 머스크가 기성 화폐에 도전장을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스크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주에선 실물화폐를 쓰기 어려운 반면 암호화폐는 실물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머스크가 달러를 대체하는 ‘범우주적 결제수단’을 키우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 답을 비트코인에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블록체인 연구기관 체이낼러시스에 따르면 2019년 비트코인 거래 중 1.3%만이 실제 상거래에 활용됐다. 아직은 98% 이상이 암호화폐거래소에서만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업 웨드부시의 댄 이브스 연구원은 “테슬라의 투자는 비트코인이 주요 결제수단으로 부상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테슬라의 전격적인 비트코인 매입이 중국 정부의 규제라는 ‘악재’로부터 투자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의심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테슬라 경영진을 웨탄(면담) 형식으로 소환해 현지 법규를 준수할 것을 압박하는 등 테슬라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 비트코인의 변동성, 감당할 수 있나

테슬라의 선택이 ‘혁신기업 이미지’엔 도움이 되겠지만, 암호화폐 특유의 ‘악명 높은 변동성’을 고려하면 훗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회계 전문가들은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재무제표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은행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 등의 연평균 변동폭은 1% 미만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루평균 변동 폭이 5.2%, 연평균으로는 80%에 이른다.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내릴 때마다 갖가지 분석이 쏟아지지만, 사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암호화폐 업계의 정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회계제도상 암호화폐는 브랜드, 상표권 등과 같은 장기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팔지 않는 한 회계상 이익으로 잡을 수 없다. 반면 매입 당시 가격보다 비트코인 값이 떨어진다면 장부상 손실로 기록된다.

암호화폐로 차량대금을 결제하는 세부적인 절차도 마련되지 않았다. 과거보단 변동성이 줄었다지만, 비트코인 값은 지금도 하루에 수백만 원 출렁이는 날이 부지기수다. 예약금과 잔금 납부시점이 다르면 그때그때 소비자가 내야 하는 비트코인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 메이슨 보다 토큰소프트 CEO는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한다는 신기함은 금방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제3의 중개업체를 통해 비트코인 결제를 받거나,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이용하든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만만찮은 숙제다. 일각에선 테슬라가 소비자에게서 받은 비트코인을 당장 현금화하지 않고 투자자산으로 쌓아둘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가 이번 결정으로 각국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밀어준다면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 등의 영향력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인 ‘디엠(옛 리브라)’도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의 견제를 넘지 못해 사업계획을 뜯어고친 전례가 있다. 민간 암호화폐 유통을 금기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부딪힌다.

4. 암호화폐 시장에는 호재? 악재?

테슬라가 풀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암호화폐 업계는 환영 일색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페이팔, 스퀘어, JP모건,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등에 이어 테슬라까지 시장에 들어왔다는 점은 암호화폐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이끈 최대 호재는 페이팔에서 나왔다. 세계 온라인 결제시장의 60%를 차지하는 페이팔은 올해부터 암호화폐를 오프라인 결제에 도입할 예정이다. 페이팔보다 시총이 두 배 이상 큰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다.

올 들어 비트코인 시장이 불안한 널뛰기 조정장을 이어온 가운데, 머스크는 소셜미디어(SNS)로 암호화폐 지지발언을 이어왔다. 1월 30일 그가 트위터에서 비트코인 얘기를 꺼내자 비트코인 가격이 13% 뛰었다. 머스크가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도지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폭등하는 일도 있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데는 암호화폐에 대한 낙관론 지속, 위험자산 선호현상 강화 등의 원인도 있지만 머스크의 발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혈 광팬’의 지지를 받는 테슬라 같은 업체들의 진입이 시장을 과열시키고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 그래도 암호화폐 사업을 언제든 털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큰손들의 행보에 과도한 의미 부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던 차였다. 대기업과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처분하거나 암호화폐 사업을 축소하기라도 한다면 타격도 그만큼 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만든 암호화폐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에 착수한 점이 변수다. CBDC는 실물이 없는 결제수단이라는 측면에선 기존 암호화폐와 비슷한데,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법정통화와 1대1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CBDC가 상용화되면 비트코인도 덩달아 활성화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지만, 비트코인이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도 있다.

5. 테슬라의 선택,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까

비트코인을 기업의 자산이자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테슬라의 선택이 다른 업체로 확산될지를 놓고 업계 안팎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기업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 그라츠 창업자는 “암호화폐가 글로벌 기업 사업모델의 일부가 되는 시발점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암호화폐의 존재를 ‘인정’하는 조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2월 11일 결제 시스템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도 이날 소비자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부를 신설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시는 비트코인으로 공무원 급여를 지급하고, 세금 납부도 받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애플이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애플 제품의 사용자가 세계 곳곳에 퍼져 있고, 애플은 이미 전자지갑 서비스 ‘애플 월렛’을 운영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미치 스티브 RBC캐피털마켓 연구원은 “애플이 암호화폐 거래 사업에 진출하면 곧바로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며 “사용자 규모 등으로 추산해 볼 때 연간 400억 달러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창업자는 블룸버그TV에 나와 “미국의 다른 기업들도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 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해 테슬라처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다른 대기업이 테슬라를 따라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대세’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JP모간은 “기업 자산에서 1%만 비트코인에 할당해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8%로 급등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암호화폐는 돈세탁과 범죄활동 등에 쓰인다”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배’를 탄 테슬라와 비트코인

어찌 됐든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이제 ‘네가 잘 돼야 나도 잘 되는’ 관계가 됐다. 여러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라는 스타 CEO에 기업가치와 인기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기존 화폐에 대한 반발에서 탄생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테슬라는 철저한 ‘중앙집권적 체제’로 돌아가지만, 비트코인은 ‘탈중앙 체제’가 곧 생명이라는 얘기다.

비트코인에 과감하게 베팅한 머스크의 선택은 혜안으로 남게 될까, 아니면 흑역사로 기록될까. 당분간 나스닥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흥미진진한 뉴스가 이어질 것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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