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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도 지속 하락…홈쇼핑 미래는 안갯속

  • 기사입력 2021.02.25 17:04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TV 시청인구 감소와 라이브 커머스의 대두 등으로 홈쇼핑 업체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아주 위태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돌파구가 보이는 것도 아닌 ‘답답한’ 상황이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지난해 실적은 괜찮았다. 홈쇼핑 업체 대부분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홈쇼핑 업계 투톱인 CJ ENM과 GS홈쇼핑을 예로 들면, CJ ENM 홈쇼핑 부문인 커머스 섹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4,786억 원, 1,7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 20.1% 상승했고, GS홈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2,067억 원, 1,5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 31.5%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유통업체들 대부분이 큰 폭의 취급고·매출 성장을 이룬 걸 고려해야 합니다. 홈쇼핑 업체들은 겨우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죠. 비대면 위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와중에 (건강기능식품이나 홈인테리어 같은) 고마진 상품 판매가 호조를 이뤄 영업이익이 크게 는 건 고무적이지만, 전체 외형성장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 구조적 문제가 원인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19% 이상 성장세를 6년 동안이나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도 홈쇼핑 업계 표정은 밝지 못하다. 전통적인 온라인 유통채널임에도 소외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홈쇼핑 업체들의 최근 연간 거래액 성장률은 5% 안팎으로 전체 온라인시장 성장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온라인 채널보다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홈쇼핑 업체들이 이렇게 구별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TV 시청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TV 시청 시간은 2013년 3시간 14분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해 2019년 2시간 42분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2시간 51분으로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이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덕분이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홈쇼핑이 주력 채널로 TV를 사용하다 보니 TV 시청 시간 변화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TV 시청 시간이 반짝 늘었다지만 스마트폰 사용이나 OTT 시청 시간도 함께 늘어 불안감은 여전할 거예요. 늘어난 비율로 치면 TV보다 더 많을 테니까요. 이후를 생각해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마트폰 콘텐츠나 OTT를 접한 기존 TV 시청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더 크고, 따라서 TV 시청 감소 추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66.3%로 전년 52.0%보다 14.3%p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1시간 55분으로 전년 1시간 39분보다 16분 늘었다. 직전년 3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영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줄거나 9분 늘어난 TV와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전체 이용 시간은 여전히 TV가 앞서지만 늘어난 시간이나 상승 추세는 스마트폰이 훨씬 가파른 셈이다.

◆ TV 채널 의존도 낮아져

홈쇼핑 업체들의 위기가 갑자기 대두된 건 아니다. TV 시청 곡선 기울기가 완만해진 2010년 초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2014년 TV 채널 취급고가 사상 최초로 역신장을 기록하면서부터는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물론 홈쇼핑 업체들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모바일 커머스 육성에 박차를 가했고 규모가 큰 업체에서는 해외시장 개척과 PB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2014년에 이미 모바일 커머스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곳도 등장했다.

문제는 이들 시도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해외시장 진출은 사실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요, PB상품도 재고 문제가 얽혀 있어 평가가 아주 낙관적이진 않았습니다. 또 당시 모바일 커머스 비중이 절반 이상을 웃돌았던 곳은 홈앤쇼핑(중소기업 전용 홈쇼핑)같이 규모가 작고 특수성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홈쇼핑 업체에서 모바일 커머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건 최근의 일이다. 모바일 커머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건 홈쇼핑 주력 채널인 TV 취급고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말이다. 일반 유통업체 대비 상징하는 바가 큰 셈이다. 과거 TV 채널 의존도가 높던 홈쇼핑 업체들이 2010년대부터 모바일, PC를 비롯한 여러 채널로 수익 창구를 분산시키면서 홈쇼핑 업체들은 지속적인 TV 시청 인구 감소에도 최근까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본격적인 위기 시작

홈쇼핑 업체들은 채널 다변화로 최근까지도 비교적 꾸준히 취급고·매출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라이브 커머스 채널이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2018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라이브 커머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쇼핑라이브가 8개월 만인 지난 1월 누적 시청 횟수 2,000만 회를 돌파했고, 지난해 7월 실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쇼핑라이브 역시 6개월 만인 지난 1월 1억 누적 시청뷰를 넘어서며 화제가 됐다. 카카오는 1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1~3회로 제한해 네이버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 업체들과 구별된다.

라이브 커머스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으며 실시간 소통에 따른 재미와 현장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신뢰도 측면에선 TV홈쇼핑에 절대 열세이다. TV홈쇼핑은 과장 광고 등의 규제가 세세한 데다 전문가 위주 방송이어서 소비자·상품 신뢰도가 월등하다.

상품 판매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라이브 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이다. 라이브 커머스 수수료가 적게는 3%에서 많게는 20%인데 비해 TV홈쇼핑 수수료는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TV홈쇼핑 업체들이 케이블사업자 혹은 이동통신사업자에 지불하는 12% 안팎의 송출수수료가 자동 포함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라이브 커머스와 TV홈쇼핑을 단순 비교하면, 1개 채널에 매시간 1개 방송만 할 수 있는 TV홈쇼핑보다 같은 시간 여러개 방송을 올릴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가 확실히 유리해 보인다. TV홈쇼핑의 높은 신뢰도가 라이브 커머스의 채널 선택 다양성 장점을 넘어서기 힘든 까닭이다. 2000년대 오픈마켓 경쟁에서 MD가 입점업체와 상품을 제한해 신뢰도를 확보하는 대신 취급 상품 수를 축소한 업체들이 완전히 오픈된 오픈마켓에 밀린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 라이브 커머스 운영

홈쇼핑 업체들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병행 중이다. 놀라운 것은 홈쇼핑 업체들의 라이브 커머스 이력이 네이버, 카카오 등 최근 가장 핫한 라이브 커머스 운영 업체들보다 더 오래됐다는 점이다.

홈쇼핑 업체들 대부분은 2019년 라이브 커머스를 론칭했다.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립과 론칭 시기가 같다. 당시 홈쇼핑 업체들의 라이브 커머스 론칭은 콘텐츠와 플랫폼 확장 목적이 컸다. 라이브 커머스 자체의 성장성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그립, 네이버, 카카오와는 구별된다.

TV를 보조하는 서브 채널로 라이브 커머스를 인식했던 까닭에 홈쇼핑 업체들의 라이브 커머스 활용은 상당히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주 1회에서 확대·증편해 주 3회로 늘리는 수준이었다. 뒤늦게 최근에야 하루 몇 회 수준으로 운영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상품 판매자 또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라이브 커머스라는 채널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어느 플랫폼에서 하느냐가 중요하죠. 홈쇼핑 플랫폼에서 여는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그렇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홈쇼핑 업체들이 라이브 커머스 운영을 통해 시장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시장 관계자는 덧붙인다. “근본적으로 보면 이전의 TV홈쇼핑 구매 수요가 라이브 커머스 같은 다른 채널로 빠지는 건데, 홈쇼핑 업체들이 이를 온전히 커버하진 못할 겁니다. (라이브 커머스 이외로 빠지는) 누수는 물론이거니와 라이브 커머스 매력도에서도 거대 플랫폼 업체 대비 부족한 측면이 있거든요. 코로나19 덕분에 온라인 쪽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홈쇼핑 업체들 라이브 커머스 채널도 꽤 성과를 냈지만, (앞서 내용을 생각하면) 별로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 홈쇼핑 니즈 떨어져

만사(萬社)에 대한 만사의 투쟁 상태와 다름없는 최근 유통환경을 생각하면 홈쇼핑 업체들의 미래는 썩 밝지 못하다. 같은 유통채널 내 경쟁이 주류였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다른 유통채널을 넘어 아예 다른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까지도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컨버전스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TV채널이라는 강력한 진입장벽 덕분에 경쟁에서 비교적 비껴나있던 홈쇼핑 업체들 역시 쿠팡, 네이버 같은 강력한 유통·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에 내몰렸다.

홈쇼핑 업체들 역시 모바일 채널을 강화한다든가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늘린다든가 하는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다른 업체들 역시 다하는 내용이라 사실상 차별화가 어려운 까닭이다. 같은 경쟁에서는 오히려 IT 기반 업체들이 더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주 위태롭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사실상 새로운 성장 포인트라 할 만한 게 없습니다. 홈쇼핑 업체들의 주가가 안 오르는 이유예요. 다만 버티기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홈쇼핑 업체들이 CAPEX(CAPital EXpenditures·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가 거의 안 들어가는 데다 쌓아놓은 현금도 많고 감가상각 영향도 거의 안 받거든요. 판관비 컨트롤에 따라 영업이익 개선도 가능합니다. 다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덧붙인다. “그룹사 차원에서도 홈쇼핑 사업 자체를 가지고 뭘 잘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수익이 나오니 그룹사 캐시카우 역할을 맡기면서 (신사업 같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GS그룹도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시키면서 무게추는 GS리테일에 두는 것 같고, 현대홈쇼핑은 화장품 사업 쪽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NS홈쇼핑은 그룹 부동산 투자를 따라다니는 것 같고요. 이들 업체의 본업인 홈쇼핑에 대한 사업 니즈는 여러모로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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