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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아이콘 BGF, ‘경영승계’ 맞물린 사업 다각화로 눈길

  • 기사입력 2021.02.25 16:48
  • 최종수정 2021.02.25 16:49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BGF그룹이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과 경영승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CU 편의점 매장 전경. CU 편의점은 BGF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사진=셔터스톡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CU 편의점 매장 전경. CU 편의점은 BGF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BGF그룹은 편의점 몰방형 구조로 되어 있다. BGF 지주사 아래 △BGF리테일 △BGF로지스 △BGF네트웍스 △BGF푸드 △BGF휴먼넷 △BGF에코바이오 △헬로네이처 등 7개 계열사가 병행 또는 수직 관계로 연결돼 있지만, 이 중 절반 이상 계열사가 편의점 사업과 그 지원을 주 업무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BGF리테일, BGF로지스, BGF네트웍스, BGF푸드, BGF휴먼넷 등이다. BGF리테일이 직접 CU 편의점을 운영하고 BGF로지스와 BGF네트웍스, BGF푸드, BGF휴먼넷은 각각 물류와 디스플레이 광고, 식품, 운영 인력 관리 따위를 맡는다.

BGF그룹 한 관계자는 말한다. “BGF로지스, BGF네트웍스, BGF푸드, BGF휴먼넷 등 은 법인만 별도로 나뉘어 있을 뿐이지 사실은 BGF리테일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계열사들입니다. 편의점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부수 업무를 맡고 있어요. 수직 계열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보수적인 이유

BGF는 대단히 보수적인 그룹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안 건넌다’는 현대백화점그룹과의 비교해서도 우위에 설 정도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과거 백화점 몰방형 구조였으나 조심조심 사업을 확장해 아울렛, 가구, 패션, 면세점, 화장품 등 분야로 진출했다.

BGF그룹이 보수적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그룹사 대비 덩치가 작아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룹차원의 신사업 지원 인프라가 협소한 데다 실패에 따른 충격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BGF가 유통에 한정된 그룹인데도 금융사 못지않은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따지는 이유다.

하지만 BGF그룹 역시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여 알음알음 시장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2017년 BGF와 BGF리테일을 인적분할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당시 했던 말이 BGF리테일은 계속 편의점 사업을 하고 BGF는 신사업 쪽에 투자하겠다는 거였거든요. 실제로 이후 BGF를 통해 조심스럽게 여러 신사업을 타진하는 모습입니다.”

◆ 새벽배송은 흐림

BGF그룹은 2017년 지주사 전환 이후 두 가지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헬로네이처 경영권을 인수(SK플래닛으로부터 50.1% 지분을 확보)하며 새벽배송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9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하며 친환경 사업을 시작했다.

헬로네이처를 통한 새벽배송 사업 진출은 2021년 현재까지는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시각이 다수이다. 전국에 깔린 CU 편의점망을 이용해 배송 및 신선식품 운영 시너지와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인수 당해였던 2018년 81억2,300만 원 영업손실을 냈던 헬로네이처는 2019년 155억600만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폭이 2배 가까이 확대됐다. 2019년 중순 이후 쿠팡, SSG.COM 등 강력한 유통 플레이어들이 새벽배송에 뛰어들거나 강화에 나서면서 지난해 실적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유통업체가 물류·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친환경 사업에 도전

홍석조 BGF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바이오 대표이사. 사진=BGF
홍석조 BGF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바이오 대표이사. 사진=BGF

친환경 사업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기 전이지만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BGF 주가는 지난 1월 25일과 26일 이틀 연속 13%대 상승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 배경에는 친환경 사업 기대감이 작용했다.

BGF의 친환경 사업 기대감은 BGF에코바이오로부터 파생한다. 2019년 6월 설립된 BGF에코바이오는 바로 다음달인 7월 KBF를 인수하며 친환경 사업 행보를 본격화했다. KBF는 국내 유일의 PLA(Poly Lactic Acid·옥수수 전분 원료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발포 핵심 기술(관련 특허 7종)을 보유한 업체이다. PLA는 매립 시 90% 이상 분해돼 플라스틱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BGF에코바이오가 비상장 종목인 까닭에 시장은 BGF에코바이오 지분 83.33%를 들고 있는 지주사 BGF에 주목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환경부가 2019년 12월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부터 편의점을 비롯한 종합소매점에서도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등 내용이 아주 강력해요. BGF에코바이오가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준비된 업체가 몇 안 되는데 그중 한 곳이거든요.”

◆ 승계와도 맞물려

시장 및 업계 관계자들은 BGF그룹이 친환경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확신한다. 새벽배송 사업처럼 경쟁이 격화한 분야가 아닌 데다 BGF에코바이오 덕분에 선점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고, 차세대 경영이슈인 ESG나 그린뉴딜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특히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점에 주목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홍정혁 BGF에코바이오 대표이사가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차남입니다. 지주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력 계열사도 아닌, 현재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한 곳에 왜 아들을 내려보냈겠어요. 설마 좌천 목적으로 보내지는 않았을 거 아닙니까. 경영승계 밑작업으로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로 이해하면 모든 게 명확해집니다.”

2018년 6월 BGF그룹 상무로 입사한 홍정혁 대표는 이듬해인 2019년 10월 BGF에코바이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13년 BGF그룹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해 이후 경영에 계속 참여해 온 1살 터울의 형 홍정국 BGF 대표이사와 대비된다.

홍정국 대표이사는 2019년 5월 아버지인 홍석조 BGF그룹 회장과 어머니 양경희 씨로부터 지주사인 BGF 지분 9.51%를 물려받았다. 그 결과 1% 미만이었던 그의 지분은 2021년 2월 현재 10.29%까지 증가했다. 이에 비해 홍정혁 대표이사는 여전히 0.03% BGF 지분만 가지고 있다. 곧 경영승계를 위한 또 한 번의 지분 변동이 예상된다.

◆ 아직은 워밍업

주요 업계 관계자들 역시 BGF그룹의 최근 행보를 통해 비슷한 추론들을 한다. 최근 편의점 CU가 지속해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는 것이나 2016년 인수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을 지난해 3년 만에 매각한 것 등이 그 배경이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BGF가 CU를 앞세워서 친환경 프로젝트를 외친 게 2018년부터입니다. 2017년 신사업 발굴에 뛰어들겠다 천명한 이듬해죠. 2019년에는 친환경 사업을 도맡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인천 청라에 BGF에코바이오 공장 준공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완공될 예정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연초부터 친환경 자료를 잔뜩 뿌리고 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띄운다는 생각이 듭니다.”

BGF그룹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올 들어 친환경 보도자료가 쭉쭉 나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올해 로드맵이라 그렇습니다. 저희가 2~3년 전부터 친환경 쪽에 관심을 기울인 건 맞지만 사업 부문은 아직 준비단계에 불과해 관심이 부담스럽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BGF에코바이오는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거든요. 현재는 CU 편의점을 테스트베드 삼아 워밍업 중입니다. 인천 청라 공장이 완공되는 등 제조 인프라가 확실히 갖춰져야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이른 골프장 매각

사우스스프링스 매각을 두고는 BGF에코바이오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추론이 나온다. BGF그룹은 지난해 12월 경영권을 포함한 사우스스프링스 지분 87.32%를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해 1,502억 원을 마련했다. 2016년 인수가가 1,300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00억 원대 차익을 남긴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의외라는 인식이 일부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정도로 신중한 BGF그룹이 3년 만에 사업을 접은 게 이례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 골프장 매매 상황을 고려하면 아주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에요. 해외로 빠져나가던 골프인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골프장으로 회귀하면서 골프장 매매가 최고점에서 이뤄지고 있거든요. BGF그룹이 투자금 마련 목적으로 사우스스프링스를 처분했다면 때가 잘 맞았습니다.”

BGF그룹은 크게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BGF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투자금을 마련하려고 판 것도 맞고, 팔고 보니 투자금이 마련된 것도 맞습니다. 유동성 확보 차원이고요, 여기에 골프장 사업이 저희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잘 맞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 네이버 협업도 주목

BGF그룹의 넥스트 스텝이 신사업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기존 주력 사업인 편의점 부문에서도 해외시장 진출과 전략적 제휴 등으로 경쟁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BGF그룹 편의점 사업부 최근 행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이벤트는 지난 1월 있었던 네이버와의 MOU 체결이었다. e커머스에서 쿠팡과 함께 절대 2강 체제를 형성한 네이버와 전국 각지에 미세혈관처럼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한 BGF그룹과의 협업은 그 자체로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협업은 다각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BGF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지금은 실무진끼리 팀별로 세부 내용을 짜는 중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같아요. 네이버쇼핑에 CU 편의점 채널을 구축할 수도 있고, 네이버 펀딩 같은 기능을 통해 편의점 상품 소비자 니즈를 파악할 수도 있고요. 또 미래형 오프라인 점포 구축에 네이버 AI 및 IT 기술을 사용하는 것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저희가 네이버의 오프라인 유통·물류 실험장이 돼 주고 그렇게 확보한 기술을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하려는 생각도 합니다.”

◆ 해외시장 확대

BGF그룹은 지난 2018년 몽골 편의점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현재 몽골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매장이 100여 개에 달해 압도적인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30여 개 점포로 2위 사업자에 이름을 올린 서클K 대비 3배 이상 많은 점포 수이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기업인 마이뉴스홀딩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올 상반기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5년 내 500개 신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에서 해외사업 조직을 강화하는 등 사전 작업을 병행 중이다.

BGF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그룹사 차원에서 신사업과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쪽에서는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아요. BGF에코바이오 역시 사업이 본격화하면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신사업 발굴과 신시장 개척으로 BGF그룹 사업포트폴리오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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