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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불가리] 하이엔드 주얼리의 명성을 시계에서도

  • 기사입력 2021.02.25 11:06
  • 최종수정 2021.03.02 09:55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불가리는 1920년 자사 브랜드 최초의 시계를 출시하며 명품 시계시장에 뛰어들었다.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결과 현재는 전문 시계 제조 브랜드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1965년 출시된 세르펜티 시계. 사실주의적인 뱀 묘사가 돋보인다.
1965년 출시된 세르펜티 시계. 사실주의적인 뱀 묘사가 돋보인다.

[Fortune Korea] 세계적인 명품패션 브랜드 가운데 시계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는 매우 드물다. 적게는 세 손가락, 많게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막대한 자본과 명품 브랜드 운영 능력, 여기에 탁월한 디자인 감각까지 갖춘 이들 브랜드가 시계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꽤 복합적이다. △명품시계 업계 특유의 공고한 스위스 카르텔이라든가 △패션 아이템의 한 장르로 명품시계를 이해하는 편협한 접근 △오랜 시간 인내를 가지고 투자해야 겨우 빛이 보이는 기술적인 문제 등이 고루 작용한다.

하지만 여기, 이 모든 문제들을 극복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불가리다. 주얼리 브랜드로 시작한 불가리는 이후 각종 패션 및 소품, 호텔&리조트는 물론 시계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 보석에서 시계로

불가리의 역사는 그리스 에피루스 출신의 은 세공업자 소티리오 불가리가 Sotirio Bulgari가 1881년 이탈리아 로마 크리니타 데이 몬티 거리에 은 제품 판매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크리니타 데이 몬티 거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은 세공업자 겸 매매업자가 된 불가리는 사업을 보석으로 확장해 1884년 시스티나 85번가에 첫 메종을 오픈했다. ‘불가리’ 브랜드는 이때 처음 등록됐다.

보석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브랜드 창립 21년 만인 1905년 로마 고급 상가 거리인 콘도티 10번지로 본점을 확장 이전하면서는 세계 유수의 보석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현재까지도 불가리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되는 도티 본점은 로마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보석 사업이 반석 위에 오르자 (비슷한 시기 다른 보석 브랜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불가리 역시 시계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팔찌 대용의 장신구로 시계가 주목받았고, 또 시계를 장식하는 데 보석만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가리가 언제부터 시계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히 갈린다. 정통 시계 브랜드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팔찌와 구별되는 형태의 1934년 제품을 시작으로 본다. 좀 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이들은 1975년 불가리 로마 워치나 1977년 불가리 불가리 컬렉션 론칭을 시작점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라는 일반적인 시계 인식을 따르는 이들은 1920년 제품을 시초로 본다. 불가리 역시 1920년 제품을 첫 시계로 인정한다.

1940년대 출시한 세르펜티 시계. 세르펜티 컬렉션은 초기 1940년대 추상주의에서 1950~1970년대 사실주의를 거쳐 이후에는 다시 추상주의로 수렴 중이다.
1940년대 출시한 세르펜티 시계. 세르펜티 컬렉션은 초기 1940년대 추상주의에서 1950~1970년대 사실주의를 거쳐 이후에는 다시 추상주의로 수렴 중이다.

◆ 세르펜티 컬렉션 론칭

보석 브랜드로 시작한 불가리가 오늘날 명품시계 브랜드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세르펜티’ 컬렉션의 영향력이 컸다. 세르펜티는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한다.

뱀은 고대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과거 로마에서는 뱀이 끊임없이 허물을 벗음으로써 부활과 재생, 풍요와 지혜, 불멸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로만 주얼러’를 표방했던 불가리에게 뱀 소재는 더 특별했다. 불가리는 주얼리와 액세서리 디자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뱀을 변주해 녹여냈다.

시계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1940년 불가리는 브랜드 최초로 뱀 디자인을 모티프로 한 세르펜티 시계를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시계는 손목에 차는 형태가 아닌 감는 형태로 만들어져 시계보다는 팔찌 이미지에 더 가까웠다. 팔찌 끝부분에는 시계 케이스를 올려 뱀의 머리를 연상케 했다. 이 같은 특징은 세르펜티 컬렉션에 그대로 계승돼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자리잡았다.

◆ 사실주의와 추상주의

1950년대 들어 불가리는 뱀 모티프를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시계 케이스는 과거 단순 사각형 대신 뱀 머리를 본뜬 모양이, 팔목을 감싸는 형태의 브레이슬릿엔 뱀의 비늘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자리잡았다. 작은 볼을 하나하나 납땜해 엮거나 튜브 형태로 감싼 밴드 형태의 투보가스 기법도 이때부터 사용됐다. 덕분에 이들 시계를 착용하면 뱀이 손목을 휘감은 이미지가 연출됐다.

이런 경향은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사실주의 기조는 더욱 심화해 뱀의 비늘 하나하나까지 표현하는 수준으로 나아갔다. 얇은 골드로 개개 비늘을 만들어 골드 피봇으로 서로 납땜해 연결하거나 에나멜 비늘을 스크루로 부착하는 식이었다. 브레이슬릿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코어에 화이트 골드 스프링을 연결하기도 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엔 초기 세르펜티 모델과 같이 비교적 심플하고 기하학적인 스타일이 부활했고 이는 2019년 세르펜티 세두토리 라인 등장으로 이어졌다.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사실주의를 따르던 기존 모델과 대척점에 선 라인으로 비교적 추상적인 이미지를 특징으로 한다. 팔을 휘감는 스타일의 브레이슬릿이 일반 시계의 심플한 형태로 바뀌었으며 케이스는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으로 뱀 머리의 상징만 남겼다.

이처럼 세르펜티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실주의와 추상주의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냈다. 다만 스펙트럼 어디에 위치하든 화려한 이미지와 하이 퀄리티 보석 세공은 공유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불가리 시계 컬렉션 가운데 브랜드 DNA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론칭한 세르펜티 세두토리 워치. 브레이슬릿이 손목을 감싸는 형태에서 일반형으로 바뀐 게 눈에 띈다.
2019년 론칭한 세르펜티 세두토리 워치. 브레이슬릿이 손목을 감싸는 형태에서 일반형으로 바뀐 게 눈에 띈다.

◆ 하이 컴플리케이션 컬렉션

옥토는 세르펜티와 성격이 매우 상반되는 컬렉션이다. 세르펜티가 예술성에 방점을 둔 ‘하이 주얼리 계열 시계’가 주류인데 반해 옥토는 기술력을 추종하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계열 시계’가 주류를 이룬다. 세르펜티와 옥토는 착용자 성별도 여성과 남성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옥토는 이탈리아 건축 작품인 바실리카 막센티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비교적 최근인 2012년 론칭했다. 세르펜티가 1940년에 출시돼 불가리 시계 제작 역사를 보조한 것과 구별된다. 팔각형과 원형이 결합된 다이얼&케이스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독특한 컬렉션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옥토는 ‘지난 세기 최고의 시계 디자이너’ 평가를 받는 제랄드 젠타 Gerald Genta가 자신의 이름을 딴 제랄드 젠타 브랜드에서 먼저 선보인 시계이다. 불가리는 2010년 제랄드 젠타를 완전히 인수하면서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술과 디자인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아 2012년 옥토 컬렉션을 리뉴얼 론칭했다.

◆ 하이 퀄리티의 배경

불가리는 2000년 이후 제랄드 젠타와 같은 유명 시계 제조사 및 시계 부품 제조사를 적극 인수했다. 2000년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 제조시설을 소유한 오를로제리사 매뉴팩처 주식을 100% 취득했으며 2002년에는 시계 주얼리 회사 크로바를, 2006년에는 명품시계 케이스 제조사인 핑거와 시계 전문 기계 업체인 레쇼를, 2009년에는 시계 다이얼 업체인 카드랑 디자인과 메탈 브레이슬릿 제조사인 프레스티지 도르를 흡수했다. 2010년에는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를 완전 통합·흡수했다.

불가리는 제랄드 젠타의 옥토 디자인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인수한 회사들의 모든 능력치를 쏟아부어 옥토를 리뉴얼했다. 덕분에 2012년 불가리에서 론칭한 옥토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주류의 컬렉션으로 정체성이 굳어지게 됐다. 오늘날 옥토 컬렉션이 110개 케이스 단면이라는 상상초월의 하이 퀄리티 마감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나 각종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배경이다.

2014년 론칭 이후 6개 모델로 6개 분야 울트라씬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옥토 피니씨모 라인 시계들. 가장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오토매틱,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 오토매틱,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2014년 론칭 이후 6개 모델로 6개 분야 울트라씬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옥토 피니씨모 라인 시계들. 가장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오토매틱,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 오토매틱,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 6개 분야 울트라씬 신기록

옥토 컬렉션 가운데 하이 컴플리케이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라인은 옥토 피니씨모이다. 2014년 론칭한 옥토 피니씨모 라인은 지난해까지 총 6개 모델을 통해 각 분야 울트라씬 세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세계 유수의 워치메이킹&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상만 무려 40여 개에 달한다. 불가리 시계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라인인 셈이다.

옥토 피니씨모 라인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받은 모델은 2014년 라인 론칭과 함께 출시된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이다. 투르비용 컴플리케이션이 사용됐음에도 무브먼트 두께(1.95mm)가 5프랑 스위스 동전보다도 얇아 화제가 됐다. 전체 케이스 두께도 5.00mm에 불과하다.

2015년 한 해를 건너뛴 옥토 피니씨모 모델들은 이후 매년 울트라씬 각 부문의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2016년 출시한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부터 지난해 론칭한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까지 5개 시계가 미닛 리피터, 셀프 와인딩, 오토매틱 투르비용,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GMT, 오토매틱 스켈레톤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등 5개 분야 울트라씬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 출시된 옥토 컬렉션 시계 중에서는 옥토 로마 까리용 뚜르비용이 가장 화려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와 옥토 로마 그랑 소네리의 뒤를 잇는 이 모델은 투르비용 레귤레이터를 결합한 3-해머 차임 기능으로 눈길을 끈다. 케이스 몸체로 소리를 통과시키면서 동시에 공명을 극대화하는 복잡한 메커니즘 덕분에 올해 역시 옥토 컬렉션에는 수상의 기쁨이 예고된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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