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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스와치] 고루한 스위스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다
[시계 속의 시계 | 스와치] 고루한 스위스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다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1.01.27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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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스와치는 그 이름만큼이나 상징적인 시계 브랜드이다. 매년 100여 종이 넘는 스위스 메이드 퀄리티 ‘패션 라이프 시계’들을 선보이며 스와치그룹 내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디즈니 미키 마우스 X 키스 해링. 스와치는 저명한 아티스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인다. 사진=스와치
디즈니 미키 마우스 X 키스 해링. 스와치는 저명한 아티스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인다. 사진=스와치

[Fortune Korea] “레고 장난감 같은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습니다. 또 엄청 가볍고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가격이 싸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는 최근 30~40대가 주류인 단체 카톡방에서 시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번 기사를 위해 이들로부터 스와치 관련 리뷰를 모은 결과 비교적 일치하는 몇 가지 내용이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좋은 디자인 △이질적인 촉감 △가벼운 무게 △20만 원대 가격 등이었다. 20만 원대 가격(10만 원 안팎의 제품도 흔하지만 소비자 선택을 받는 대부분 제품은 20만 원대인 듯하다)을 제외하면 평소 기자가 생각하던 스와치 이미지와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 쿼츠파동의 여파

스와치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패션 라이프 스타일 시계 브랜드이다. 오늘날의 스와치그룹을 있게 만든 핵심 브랜드로 Switzerland Watch 또는 Second Watch를 축약해 이름을 붙였다. 스위스 대표 시계 또는 유행에 따라 바꿔 착용하는 두 번째 시계라는 뜻을 함의한다.

스와치의 탄생은 쿼츠파동을 그 배경으로 한다. 1969년 세이코의 아스트론 쿼츠시계 출시로 촉발된 쿼츠파동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규격화된 자동화 공정 덕분에 세계 어디든 공장만 세워놓으면 도장 찍듯 시계가 쏟아져 나왔고 그 결과 시계 가격이 폭락했다. 제작 공정이 길고 상품 단가도 높은 스위스 기계식시계 브랜드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기계식시계가 쿼츠시계에 자리를 내준 건 단순히 제작 공정의 이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정의 압정현상을 이용하는 쿼츠시계는 헤어스프링의 수축·이완현상을 이용하는 기계식 시계보다 시간 오차가 훨씬 적었다. 게다가 건전지를 이용하는 덕분에 매일 태엽을 감는 수고도 없었다. 쿼츠시계는 빠르게 기계식 시계를 대체해 나갔다.

◆ 구원자 니콜라스 하이에크

쿼츠시계의 득세로 스위스 시계산업은 날개 없이 추락했다. 주력 산업이 흔들리자 공급망으로 함께 묶여 있던 지역경제도 함께 어려워졌고 거리엔 워치메이커 실업자들이 넘쳐났다. 쿼츠시계 출시 10년 만인 1979년 유력 시계 브랜드 출신 실업자 수만 5만여 명에 달했다.

누군가는 이 어려운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니콜라스 하이에크 Nicolas Hayek였다. 당시 경영 컨설턴트였던 니콜라스 하이에크가 기계식 시계 브랜드 두 연합체인 SSIH(Société Suisse pour l'Industrie Horlogère)와 ASUAG(Allgemeine Schweizerische Uhrenindustrie AG)의 자문을 맡게 되면서 스위스 시계 산업은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두 연합체를 자문하면서 시계산업에 깊은 조예를 가지게 됐다. 기계식시계산업의 가치를 알아봤고 쿼츠시계산업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뛰어난 통찰이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스와치 플래그십 스토어. MZ세대 취향을 적극 반영한 외관과 각 층마다 다른 콘셉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사진=스와치
서울 명동에 위치한 스와치 플래그십 스토어. MZ세대 취향을 적극 반영한 외관과 각 층마다 다른 콘셉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사진=스와치

◆ 스와치그룹의 탄생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SSIH와 ASUAG의 합병을 제안했다. 각 시계 브랜드들이 중복 사업을 줄이기 위해 연합체인 SSIH와 ASUAG를 만든 것처럼 두 연합이 합병함으로써 또다시 중복 사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SSIH와 ASUAG 합병을 추진하면서 그는 별도의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1983년 합병을 완료하며 ASUAG-SSIH를 탄생시키고, 동시에 자신이 주도한 개인 투자자그룹이 이를 흡수하게 했다.

그는 초거대 스위스 시계 연합을 탄생시키면서 쿼츠시계 대응 전략도 함께 마련했다. ASUAG-SSIH 탄생 원년 ‘스위스 대표 패션 워치 브랜드’를 표방하는 쿼츠시계 브랜드 스와치를 함께 론칭한 것이다. ASUAG-SSIH는 1985년 SMH(Société de Microélectronique et d' Horlogerie)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98년 스와치그룹으로 재탄생했다.

◆ 마법 가루 한 스푼

탄생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스와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론칭했다. 스와치그룹을 대표해 다른 쿼츠시계 브랜드들의 파상공세에 대응해야 했다. 저가 쿼츠시계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저렴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매력적이어야 했다.

스와치는 부품 수를 줄이고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시계 가격을 크게 낮췄다. 그러면서도 스와치그룹 산하 ETA 같은 부품 계열사를 활용해 전통적인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패션’이라는 마법의 가루 한 스푼이 더해졌다. 스와치는 패션업계와 똑같이 춘하·추동으로 나누어 1년에 2번씩 새 모델을 론칭했다. Second Watch 이름에 걸맞게 패스트 패션 트랙을 추구한 것이다. 여기에 저명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시대의 패션감각을 빠르게 반영하면서 스와치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 승승장구 스와치

스와치는 1983년 출범한 이래 매년 100여 종이 넘는 스위스 메이드 퀄리티 ‘패션 라이프 시계’들을 선보였다. 심플한 베이직 콘셉트 컬렉션부터 최신의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는 SS/FW 시즌 컬렉션,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스페셜 컬렉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하는 아티스트 컬렉션 등 다채로운 운영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안겼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컬러, 신소재가 적용된 스와치 시계들의 등장은 고루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본격화한 기계식시계 부흥 흐름에도 큰 도움이 됐다. 같은 기간 스와치는 ‘컬러가 돋보이고 구매하기 쉬우며 현대적이고 컬러풀한 액세서리’로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니치마켓을 선점했다. 스와치는 1991년 셀프와인딩 기계식시계를 론칭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쿼츠시계 밖으로도 확장 중이다.

오늘날 스와치는 스와치그룹 내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MZ세대 취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브랜드 지향점을 ‘즐거움과 사랑, 도전 정신과 창의성, 무한한 열정’으로 정했으며 매장 위치나 디자인 등도 최신 패션숍을 연상하게끔 리뉴얼했다. 스와치가 론칭 초기부터 이어온 저명 아티스트와의 협업활동은 ‘아트 앤 라이프 스타일’로 확립돼 열성적인 컬렉터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박스기사 1] 아트 앤 라이프 스타일?

스와치는 시계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캔버스’로 규정하고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디자인을 손목 위에 그려낸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키카 피카소, 밈모 팔라디노, 아키라 쿠로사와, 데미안 허스트, 제레미 스캇, 백남준 등 당대를 대표하는 100여 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SWATCH Art Special을 탄생시켰다.

루브르 박물관, 키스 해링 스튜디오, 편집샵 콜레트 등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업도 꾸준히 이어져 과거와 현대, 문화예술과 라이프 스타일을 아우르는 다양한 한정판 시계들을 선보였다. 2011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예술가들이 투숙하며 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을 설립하는 등 전 세계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을 적극 지원 중이다.


[박스기사 2] 쿼츠시계가 더 정확한 이유?

시계의 기본 원리는 진동을 1초당 1회의 신호로 변환하는 것이다. 쿼츠시계는 수정의 압정 현상을 이용해, 기계식시계는 헤어스프링의 수축·이완 현상을 이용해 진동을 만든다.

진동수는 빠를수록 규칙적이고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다. 바로 여기서 쿼츠시계와 기계식시계의 정확도가 나뉜다. 하이비트 수식어가 붙는 기계식시계조차도 진동수가 고작 8Hz(1초당 8번 진동한다는 뜻)인데 비해 쿼츠시계는 기본이 3만2,768Hz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쿼츠시계가 모든 기계식시계보다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엔 ‘다른 조건이 같다면’이란 전제가 필요하다. 시계의 정확도는 진동수 외에 무브먼트 구조나 마감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계식시계들이 진동수 외 부문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면서 쿼츠시계 못지않은 정확도를 자랑하게 됐다. 하지만 가격이나 편의성 면에서 쿼츠시계에 비할 바는 못돼 여전히 시장의 대세는 쿼츠시계로 남아 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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